현대인 입장에서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 다수가 호로 잡놈인건 다들 공감할테고, 그 중에서도 특히 아르테미스가 쌍-년인 것도 공감할 것 같음.
근데 그리스-로마 신화를 하나의 종교로 받아들이던 로마 사람들도 그리 다르지는 않은 것 같드라.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와 더불어 라틴어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오비디우스는 로마의 첫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때의 인물임.
이 사람의 대표작 중 하나가 '변신 이야기'인데, 올림푸스 가디언에서나 보여줄법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단편 에피소드를 집대성한 책이야.
여기서도 아르테미스의 알몸을 보다가 사슴으로 변하고, 결국 개에게 뜯겨 죽는 악타이온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시작부터 평범하지 않음.
카드무스여, 그대가 그토록 번영을 누릴 때 그대에게 처음으로 슬픔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그대의 손자 가운데 한 명인 악타이온과 그의 이마에 난 이상한 뿔과 주인의 피를 실컷 빤 너희들 개 떼였다. 하지만 그대가 잘 살펴보면, 그에게서 운명의 잘못이라면 몰라도 죄는 발견하지 못할 것이오. 그럴 것이 길을 잃은 것이 무슨 죄란 말인가?
시작부터 "악타이온 너무 불쌍해. 걘 아무 죄도 없어"를 박고 시작해. 변신 이야기의 묘사 자체가 존나 잔혹하긴 한데, 악타이온이 죽는 장면은 특히 잔혹하면서도 애달프게 묘사하고 있어. 계속해서 다음장을 보면
이 소문이 퍼지자 의견이 양분되었다. 더러는 여신이 과도하게 잔혹하다고, 더러는 그녀의 행위는 그녀의 엄격한 처녀성에 비추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악타이온의 죽음에 대해서 요런 사족을 덧붙임. 변신 이야기에서 신벌 받는 인물이 한 둘이 아니긴 한데, 대부분 "불경한짓 했으니 어쩔 수 없네" 또는 "재수가 없었네" 정도의 사족만 붙이는데, 요 에피소드에 대해서만큼은 "아르테미스가 너무했네" 같은 사족이 붙었어. 반대 의견의 사족도 있긴 하다만.
오비디우스가 아주 소극적으로 아르테미스의 부당함을 덧붙인걸 보면, 로마 사람 입장에서도 이 에피소드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음.
갓오브워마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