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 부산광역시 오르카 인류 저항군 제1비행장 육군항공작전사령부.
합동참모차장 민하준 원수가 활주로에 들어서자 출격이 준비된 건쉽을 배경으로, 항공작전사령관인 피닉스 중장이 다가가 경례를 하며 디브리핑을 하였다.
“인류에 영광있으라!”
“쉬어.”
“출격 준비 완료하였습니다, 차장님. 하와이까지 가는데 소요시간 약 11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고, 중도에 시그너스로부터 공중급유 1회 있을 예정입니다.”
“호위기로는 해군의 다크스타 1개 편대 네 기가 따라붙을 예정입니다.”
“좋아, 아주 좋아. 이대로 바로 출격하면 되겠군.”
“그런데, 합참차장님. 정말 이대로 직접 가셔도 되는 겁니까?”
“문제 있나?”
“그게 사실, 문제의 소지라면 사실 걸고 넘어질 만한 것들이 꽤 많습니다만...”
“피닉스 중장?”
“예, 차장님.”
“생도들이 사라졌네. 저항군을 이끌 미래의 군 지휘관들이 사라졌단 말일세.”
“그리고 그런 동시에, 저항군의 인류 재건 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재풀들이 사라진 것이기도 하지.”
“그렇지 않나? 지금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란 말일세.”
“그렇...”
“... 습니다.”
피닉스 중장은 민하준 원수의 말에 마지못해서 대답하였다. 피닉스 중장은 합동참모차장의 지시대로 가용 가능한 AC-130 건쉽 중 한 기를 준비하여 활주로 위에 출격 대기를 시켜놓았지만, 그녀는 이것이 적합한 절차를 밟고 내려진 지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활주로 위에 출격 준비 태세를 갖춘 AC-130 건쉽은, C-130 허큘리스 수송기 동체 내부에 30mm 체인건, 40mm 기관포, 120mm 박격포를 장착하고, 동체 외부에 AGM-114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을 다수 달고 있는 무식하면서도 어마무시한 무기였으며, 한 번 적진 상공에 떴다 하면 전투기나 공격헬기 따위로는 결코 낼 수 없는 어마무시한 화력을 지속적으로 적들에게 쏟아낼 수 있는 하늘의 포병이라고 불리우는 병기였다. 비록 육항대에 폭격기가 있지만, 폭격기 또한 한 번에 많은 화력을 퍼부을 수는 있어도 화력 투사의 지속성은 없기 때문에 건쉽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공중 화력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AC-130 건쉽은 한 기당 하나의 전술 제대인 동시에 전략 병기에 준하는 개념을 지닌 병기라는 소리였다.
괜히 AC-130 건쉽이 하늘을 날며 플레어, 채프를 소사하는 모습을 보고 죽음의 천사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AC-130 건쉽을 완전 무장하여 하와이를 향해 출격 준비 태세를 내린 것은 순전하게 민하준 원수의 독단적인 지시 사항이었다.
저항군에서 각종 화기의 사용을 승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직이 중장 = 군단장 급인 것을 상기한다면 2계급 높은 민하준 원수의 지시 사항에 대해선 문제의 소지가 자체가 없어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충들이 자주 출몰하는 전방 부대가 자신들의 담당 구역에 대해서의 화기 사용에 국한된 것이고, 부대가 담당하는 통제 구역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럴 경우에는 각자의 자신의 부대가 속해있는 상급부대에 따라서 야전군사령부, 지상작전사령부, 합동전략사령부, 통합전투사령부, 육군본부, 합동참모본부에 건의를 올리거나, 아니면 먼저 직속 상급부대에서 전황을 포착하고 해당 부대에 화기 사용 승인을 내려 절차를 밟고 내려가는 것이 알맞은 순서였다. 여기서 육군항공작전사령부의 경우에는 직속 상급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와 육군본부로부터 지시를 받고 움직여야만 했다.
즉, 합동참모차장인 민하준 원수의 지시는 지상작전사령관인 나스호른 대장이나 육군참모총장인 마리 포슈 대장을 건너 뛰고 월권을 저지른 행위라고 볼 수 있었다.
항작사령관인 피닉스 중장이 민하준 원수에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거였다.
물론 군의 가장 최상급 사령부이기도 한 합동참모본부에서 각각의 부대에 대해서 작전명령을 내릴 수는 있겠으나, 그것도 당연히 순서에 따라 상급부대 – 하급부대 순으로 절차를 밟고 내려가야하는 것임이 응당 마땅한 일이었다. 정상적인 절차로는 합참에서 육군본부와 지상작전사령부에 지시를 내리고, 지시를 받은 육군본부와 지상작전사령부에서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 명령을 하달하는 식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합참에서 지시를 내리는 것 또한 합동참모차장 개인의 내리는 지시가 아닌 합동참모의장, 합동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장, 각군 참모총장/차장들이 모여서 합참회의에서 의결된 사안을 가지고 내려야 함이 맞는 일이었다.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행정절차였지만, 장성급 장교 한 명이 독단적인 지휘를 하지 않게 만든 장치였으며, 나아가서 문민통제의 원칙의 기본이기도 하였다. 당연히 피닉스 중장은 자신의 상급부대인 육군본부와 지상작전사령부를 통해서가 아닌 합참에서, 그것도 합참차장 독단으로 지시를 내린 것을 문제 삼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민하준 원수는 이를 사라진 생도들을 한 시라도 빨리 찾아야 하며, 장차 저항군의 인류 재건 계획에 가장 중요한 인재들이라는 것을 이유로 들며 피닉스 중장의 문제 제기를 묵살하였다.
피닉스 중장은 그런 민하준 원수를 보며 혀를 차며 말하였다.
“분명 다녀오고 나면 합참에서 문제제기를 할 겁니다. 심하면 평의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노파심에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잘못한 거 없습니다?”
“차장님께서 육본이랑 지작사 건너뛰고 건쉽 출격 지시하신 거, 저는 모르고 지시 받은 겁니다?”
피닉스 중장이 팔짱을 끼며 볼멘소리를 내뱉자, 민하준 원수가 건쉽에 올라타면서 피닉스 중장을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넌 그냥 진행해.”
“그깟 서류와 말싸움 같은 건, 애들 구해오고 와서 해도 안 늦으니깐.”
“...”
민하준 원수가 건쉽에 탑승한 뒤,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던 네 기의 해군 항공군 소속 다크스타 1개 편대가 먼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고, 그 뒤를 건쉽이 육중한 동체에 걸맞지 않게 프로펠러를 회전하며 가볍게 활주로를 박차 남쪽 하늘로 사라졌다. 부산 남해안 바다로 날아오른 건쉽은 점점 작은 점으로 변하더니 이내 구름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점이 되어 사라진 건쉽의 비행궤적을 바라보며, 피닉스 중장은 혼자 조용히 읊조리며 돌아갔다.
“... 에효”
“저 양반 요즘 들어서 왜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는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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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마을 챕터 10화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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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당.
작중 대형 사건이 터진지라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이군요.
으아아아 혼파망이다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