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분명히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두 사람에게서 추운 바람이 피부를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 품을 도련님의 얼굴에 파묻힌 채 전신을 떨고 있었다. 그런 나의 기분을 알아챘는지 도련님은 양팔로 나를 더욱더 끌어안아 주셨고.
"따뜻해?"
"...매우 따뜻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맡아오던 냄새가.
생각해 보니 도련님은 언제 이렇게 커지신 걸까.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내 키의 반도 안 되신 분이 지금은 이렇게 커지시다니.
우리는 호텔 옥상 난간에 한 발짝 올라갔다. 저녁놀이 지면서 어두운 밤이 되었지만, 도련님에게서 받은 드레스가 옥상 테라스의 불빛으로 인해 빛나고 있었다. 이 드레스 마음에 무척 들었는데. 이 드레스 입고 도련님과 좀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저기 모모."
"네 도련님."
주인님의 따뜻한 손길이 내 머리 위로 느껴지면서 그의 목소리로 인해 품에 파묻혀 있던 나의 얼굴을 들어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눈에 보였었다. 검은 머리카락의 안경을 쓴 도련님의 웃는 얼굴이. 그의 갈색 눈동자에는 거울처럼 나의 모습이 보였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마법의 힘. 이젠 빌어도 돼?"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마법 소녀는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이러면 마법의 힘이 사라질 텐데. 하지만 그의 말은 곧 나의 눈에 뜨거운 물이 몇 방울 흘리더니 결국 우는 소리가 목소리로 나오게 되었다.
"물론…이죠...흐윽...도련님."
도련님은 엄지로 내 눈에 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 뒤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미안하다고 작게 말하면서. 내 손이 배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이자, 도련님의 손길도 내 배에 닿았다. 덕분에 울고 있던 내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그려졌고.
"무슨 마법을 걸어드릴까요?"
도련님은 내 몸을 있는 그대로 꼭 안아 주었다.
"우리가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게 해줘.."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듯 나를 껴안는 팔의 힘이 더욱더 강해지는 게 느껴졌고.
"바닷가 보이는 마을에서 살면서 모모 네가 원하는 대로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면서 많은 페이스트리 종류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팔고, 주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친구가 되고,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을 사람들이 이상해하지 않고 오히려 축하해 주고, 아이도 아무렇지도 않게 건강하게 태어나서 키울 수 있는곳으로..."
나는 한번 눈을 감았다. 마법의 힘이 제대로 발동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하니까. 내 몸속에 있는 마법의 힘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뾰로롱."
나 역시 도련님을 따라 하듯 그를 꼭 안아주었다. 나 역시 그와 마찬기였다. 아무에게도. 어떤 사람이든 간에, 나의 도련님을 뺏길 수 없었다.
"매지컬 소원. 들어주었습니다."
이 말과 함께 나는 도련님에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태철 씨의 소원. 걸어주었습니다. 나의 마지막으로 남은 마법의 힘. 티끌까지 꺼내서요."
최후의 마법을 걸어 준 뒤 태철 씨는 잠깐 가만히 계셨다. 여전히 나를 안은 체. 머리에 입을 한번 맞추면서.
"준비됐지 모모?"
"물론이죠."
나 또한 고개를 들어 도련님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달빛 아래에서,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키스를, 후회하지 않게, 서로 간의 입술과 혀의 맛을 보면서.
투명한 실이 우리 혀 사이에 쓰윽 늘어나면서.
"태철 씨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어요."
"...응."
이말의 끝으로 태철씨와 나의 몸이 그대로 옆으로 기울어 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중력이 우리 두사람을 끌어당기는것이 내 몸 전체로 느껴졌고, 끌려갈수록 강렬한 바람 또한 느껴지는 것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두사람은 서로를 놓지 않았다.
약속 했기 때문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누군가가 방해해도, 서로를 놓지 않기로, 더이상 서로가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기로 약속 했기 때문이다.
비록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한다 해도.
우리는 절대 서로 놓지 않을것이다. 서로를 꼭 안을것이고.
부드러운 하프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귓가에서 들리듯 가까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소리가 멀어지지 않은 체. 처음에는 주마등으로 인해 잘못 들은게 아닌가 했지만 잘못 들은게 아니라는 듯 하프의 소리가 우리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원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우리 귀...아니 귀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분명히 소녀가 우리 두 사람에게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많이 낯익은 소녀의 목소리가. 우리 두사람이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구인지 알아 맞출 정도로.
네 저에요 마르. 오랜만이네요 두 분? 제 얼굴 보고 싶지 않으셨나요? 밥값을 갚아드리러 왔어요. 지난번에 얻어 먹은 밥값을 말이죠.마법 소녀는 모두가 다같이 웃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잖아요. 헤헷.
하프가 다시 들려왔다. 하프의 음악이 들려오면서 우리 두사람이 떨어지면서 느꼈던 공포가 물 씻어가듯 휩쓸려가면서 또다른 무언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끼루룩-끼루룩-
갈매기 소리와...
쏴아아아...
잔잔한 파도의 소리가.
덜컥!
"마스터! 또 손님하고 쌈 났어요!"
"에 벌써?"
한참 동안 기록을 쓰는 와중에 메이드 직원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글을 쓰느냐 정신없어서 못 들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왁왁! 하는 큰 소리와 함께 그르릉-하는 늑대가 사람 물어뜯을 거 같은 울음소리 또한 들려오고 있었다.
"집사람도 없는데."
타이밍도 참 죽여준다. 집사람 지금 애랑 장 보러 가서 없는데 이럴 때 싸움 나다니...
(대충 이런 분위기의 카페테리아로 보면 됩니다)
나와보니 늑대 수인 메이드 직원이 인상 험악하게 생긴 도끼를 맨 모험가 하고 서로 이를 드러내는 모습이 먼저 보였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양한 손님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는데, 쌈 났다면서 커피와 쿠키를 먹으면서 관전하거나, 아이들이랑 놀러 왔는데 분위기 망쳤다면서 인상 찡그리는 부모, 그나마 어르신들은 이 젊은것들이 어디서 쌈질이야 하면서 소리 지르시고 다른 메이드 직원들은 손님들을 중재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니는 대체 나이 마이 쳐묵어서 그리 할일이 없나? 왜 남의 궁디를 믄지려고 그러는고!?"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그럼 저 아이가 왜 내 뒤에서 이렇게 부드드 떨고 있나!? 즘 어런이 됬으면 어런 답게 행동하라 아인가!?"
늑대 수인 메이드 직원 뒤에는 가장 나이가 어린 직원이 뒤에 숨으면서 사시나무 떨듯 전신을 떠는 모습이 보이길래 대충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쟤가 왜 저렇게 과민반응인지 눈에 보였고.
"저기 두 분."
늑대 수인 직원 뒤에 있던 어린 직원은 그대로 나한테 안겼고, 울먹이는 그녀를 토닥이면서 두 사람을 중재했다. 목숨 좀 걸어야겠군-이라고 말하면서 숨을 크게 들이키고.
"일단 두 분 머리 좀 식히시고요. 다른 손님분들이 다 같이 쿠키하고 케이크를 먹고 있는데 방해하고 있잖아요. 아이들도 무서워서 어찌할 줄 모르-"
"즈 진상 편을 들어주는 겁니까 마스터!? 저 파렴치가 쟤한테 뭐 했는지 다 봤지 않나!?"
"아니 그래서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이놈의 가게 간만에 케이크 먹으려고 왔는데-"
"그게 아니고..."
끼익-
"두 분 다 카타나에 베이고 싶지 않으시다면 머리 식히라는겁니다."
"..........................뭐?"
이제서야 상황 파악이 왔다는 듯 아까 전의 기세는 어디가고 둘다 침묵에 빠져버렸다. 얼음과 같은 차가운 기운이 돌기 시작한 뒤...
스릉-
"조 용 히 할 까 요?"
두 사람 목에 카타나 날이 올라온 것이다. 뒤에서 분홍빛이 감도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진 허리까지 닿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아니 여인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위에는 검은색 고양이가 그르릉-하는 작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노려보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둘 다 목을 베어서 효수해서 벽에 걸어놓겠다는 심정으로.
"모두! 제 얼굴 역시 보고 싶으셨죠? 매지컬한 점장 모모 등장이에요!"
"모모 언니!"
"어이! 어디 갔다 이제 와 매지컬 점장 아가씨!"
"거 남편 오지게 고생시키는구먼 크하핫!"
모모의 등장으로 아까까지만 해도 험악했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발하게 변해버렸다. 마카롱을 쥐고 있던 티라노족과 드워프는 보란 듯 한입에 마카롱 서너 개를 넣는가 하면, 케이크를 먹고 있던 마법사는 한 손에 든 홍차 잔을 들면서 싱긋 미소를 짓는가 하면서, 다른 메이드 직원들도 모모를 보자 안심하듯 그대로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빠-"
모모 옆 있던 주황 머리의 딸아이가 달려와 그대로 나한테 안겼다. 안기면서 나는 그대로 영차 하면서 들어 올려주니 내 얼굴을 비비고 있었고.
"저...저기...은니야....이젠 칼좀 치우지 않나..."
"거...내가 잘못했으니...이젠 화푸는것이..."
"두 사 람 나 한 테 매 지 컬 훈 계 받 아 야 죠?"
.....저 두 사람 오늘 하루 곱게 가기 글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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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을 마지막으로 완결을 낼 예정입니다.
원래 한번에 다 내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 질거 같아서 이렇게 Part.1 과 2로 넣기로 했습니다.
모모 점장 칼있으마 있네요
마법소녀들중 리더 포지션으로 가지고 있었으니 이정도 카리스마는 당연하다보고 있음. 한번의 등장으로 모두 열차렷. (근데 개인적으로 점장보다 쉐프가 어울리지 않았을까 함. 가게 운영은 남편이 하고 패스트리 만들기는 모모가 담당해서)
네 그리고 모모에게는 칼있으마가 있죠. 그것도 날카로운...허헛...
다른 세계관으로 갔나보네요. 철충도 평행세계 떡밥있으니 문제 없을거고 이참에 세계관 자체가 바뀌는 쪽이 도련님과 모모에게는 더 낫겠죠.
나중에 이세계로 떠날것이라는 떡밥을 여러번 썼습니다. 대표적인 소설 초반에 도련님하도 모모하고 건물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이었는데 어떻게 죽은 사람이 기록을 쓸수가 있겠음. 그외에도 망할 세상을 떠났다<- 이부분도 복선이었고요. 좀 불안했던게, 이세계 환생 엔딩 넣으면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분들에게서 실망감을 받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었네요...
이세게 트럭은 아니고 하프군요 ㄷ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새드앤딩보단 해피엔딩이죠 ㅠ
비록 원래 살던 곳에는 새드 엔딩으로 끝났겠지만, 마르 덕분에 혼은 구원 받아서 더이상 희망이 없는 세상을 떠나 이세계로 떠날수 있었죠. 두사람이 덕분에 해피 엔딩을 맞이 할수 있었고요. 마지막에 마지막에 제일 마지막에 모모가 남겨둔 마법의 힘이 실제로 발동된 격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