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마지막 기록이야 오빠."
닥터가 찾아낸 080 비밀 문서를 쭉 읽어보면서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뒤에 같이 읽고 있던 모모, 백토, 뽀끄루 그리고 부관인 세이렌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는지,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참 슬픈 이야기에요 사장님."
이들중 가장 슬픈 반응을 보인것은 세명의 마법소녀중 가장 심약하고 감수성 높은 뽀끄루 였다. 오죽하면 울먹이는 모습까지 보여서 옆에 있던 모모가 휴지를 건네줄 정도였다.
"두 사람은 그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결국 주변사람들이 그러지 못하게 하고..."
"...난 마족군이 최악인줄 알았는데 이건..."
이에 백토는 이를 드러 내면서 대놓고 혐오감을 드러냈다. 마법 소녀들 중 가장 진중한 성격인 동시에 악을 용서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그녀로서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다.
"저건 완전히 두사람 간의 사랑을 자신들의 유희거리로 가지고 논 셈이잖아요. 불행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웃기다는듯 키득 거리고...마족군이 귀여워 보일 정도네요."
"그것도 모자라 단순히 남편하고 가깝다는 이유로 두 언니분들을 테마파크로 보내버리다니...그것도 모자라 이젠 자신의 아들하고 때어내기 위해 전장터로 보내버리려고 했고요. 그 덕분에 두 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리셨고요."
"두사람은 선택지가 없었던거에요."
한참 아무말이 없던 모모도 말을 꺼내었다.
"섬기고 있던 소유주분도 그것을 알고 그 선택을 할수 밖에 없었을거고요. 결국 해당 모모 개체는 전장터로 끌려가서 사랑하는 사람하고 영원한 이별을 피할수가 없었을거고..."
모모는 말을 끊었다. 안에 있던 우리 다섯 사람은 모모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착잡한 마음을 버릴수가 없었는지 한참 동안 매직 스태프를 꼭 잡은체 입을 다시 열기 까지 몇분이 걸렸다.
"뱃속에 있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태 되는것을 봐야했을테니까요."
그녀의 말은 우리가 있는 방의 공기를 차갑게 만들어 주었다. 멸망전의 인간과 바이오로이드 사이에 아이를 임신하면 대부분 태어나기 전에 낙태 시키는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오리진 더스트로 인해 향상된 신체를 태아가 견디지 못해 지속적으로 골격을 교체해야하지만, 교체 할때마다 태아는 거대한 고통을 맛봐야했고,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인해 감히 치료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설마 골격을 갈았다 하더라도 결국 성장때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 아이가 죽을 운명이었다는것을.
"닥터"
"왜 오빠?"
"멸망전의 인간들은 왜 못했던거야? 인간과 바이오 로이드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 관한 문제를? 아무리 그래도 그 당시의 기술력이면, 타계할 방안을 찾았을텐데? 당장 너만 해도 아직 시험 단계라지만 성장 촉진제를 개발해 냈고."
"표현이 잘못됬어 오빠. 못했던것이 아니야."
"그럼?"
"안했던거지."
싸늘한 기분이 내 몸을 관통한 동시에, 굳은 얼굴로 답하는 닥터의 모습이 보였었다. 손에 든 서류를 다시 한번 쓱 흝어본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듯 한번 긴 숨을 내 뱉은 뒤 말을 이어갔다.
"제 아무리 기술력이 좋다 하더라도, 그 좋은 기술을 제대로 활용 안한다면 그냥 장식에 불구하다고. 그때 당시 기업들이 과연 인간과 바이오 로이드간의 사랑 같은거 신경이나 썼을까? 돈 벌기에 미쳐 있었는데 대다수가."
확실히 닥터 말대로 였다. 자기 자신들만 생각하는 기업들이 그런 사소한것을 신경 쓸리가 있을까. 돈 한푼이 아깝다는 이유로 생각하지도 않을 자들인데.
"두 사람은 마지막에 행복했을까요."
차를 따라주던 세이렌은 자신것 까지 따른 뒤 우리 처럼 자리에 앉았다. 그녀 역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찜찜한 기분을 떨칠수가 없었는지 모두를 따라하듯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비록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하지만 마지막 순간 과연 두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맞아요 사장님. 옥상에서 떨어졌을 때 두사람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나 같아도 무서워서 혼이 나갔을거 같은데..."
"그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요."
세이렌이 따라준 차를 마시면서 모모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었잖아요. 둘이 강제로 헤어지거나 그런거 없이 말이죠.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위안이 아닐까 싶네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멸망전 자신의 동일 개체의 이야기이다 보니 내색하지 않았을뿐, 어떻게 보면 두사람보다 더 착잡했던것이 모모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떻게 우리가 이 이야기를 접하게 됬냐면 우연적인 일이었다. 요정 마을의 바이오 로이드들의 세뇌에서 풀어낸 뒤 오르카측 과학팀은 세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때는 오르카 세력이 목숨 걸고 세뇌에서 풀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상대는 PECS, 그것도 요정 마을의 사건의 원흉인 레모네이드 오메가이다. 이것을 계기로 이보다 더한 거악을 저지를것을 불보듯 뻔한 일이길래 세뇌의 해방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던 와중에, 080에서 멸망전에 진행한 세뇌 해방에 관한 자료를 찾게 된것이다.
동시에 도련님이라 불리우던 남궁태철이라는 남자와 그의 연인이었던 모모 개체에 대한 얘기 또한 찾아낸것이다. 비록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끝났지만 모모의 말 마따나, 마지막이라도 둘이 함께인것은 어쩌면 그 두명으로서 구원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드디어 둘이-정확히는 그때의 모모 개체 뱃속에 있던 아이 까지 포함해서 단 세명이 함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멸망 전쟁이 와서 철충들을 만날일도 없었을테니까.
"그렇게 말하니까...더욱 더 슬프잖아요."
뽀끄루는 다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런 뽀끄루의 마음을 읽었는지, 모모하고 백토는 그대로 등을 토닥였고.
"그것이 최고의 위안이라면 너무 슬픈 이야기에요. 너무 마음이 아프잖아..."
"그런데 오빠. 나 신경 쓰이는게 하나 더 있어."
"뭔데?"
"문서를 읽어보면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
말을 잇기 전에 모모, 뽀끄루 그리고 백토를 바라보았다.
"언니들, 혹시 덴센츠 배우가 중간에 숨이 멎어지거나 그런일이 있었어?"
"숨이 멎다니요? 매지컬 하트 스톱인가요?"
"우리들은 마를 저항하기 위한 강력한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일은 절대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일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었는데..."
"여기 서류에 나온 말에 의하면..."
펜으로 서류의 문장들을 가리켰다. 무엇을 가리키나 한번 읽어보니...
-정밀 검사 결과, 해당 인물및 바이오로이드는 땅에 부딪힐때의 충격으로 사망하지 않았음. 사망 시간 분석 결과, 옥상에서 떨어지는 와중에 동시간대에 사망한걸로 밝혀짐.-
라는 문장을 발견할수 있었다.
이 문장대로라면 도련님과 모모는 떨어져 죽은 게 아니라 떨어지는 와중에 죽었다는 얘기가 되는건가? 공중에서? 그리고 동시간대에 둘다?
"어떻게 그게 가능해? 두사람 무슨 병같은거라도 있었어?"
"아니 그런거 없었어. 서류에 의하면 두 사람 건강한 상태였다고 하고."
"그러니까 두분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와중에서 죽었다는건가요?"
"맞았어 세이렌 언니. 하지만 두 사람 뿐만 아니였어."
뭐가 더 있다는것인가. 이미 충분히 들어도 놀라운데 그 다음 닥터의 말은 한번 놀라게 만들어주었다.
"뱃속에 있던 태아도 마찬가지였데. 마치 뭐랄까...세명 다 떨어지는 와중에 혼이 무언가로 인해 빠져 나간듯한? 이거 말고 표현할 길이 없어."
"혹시 휩노스 증후군 관련으로 죽은거 아니었어? 그거말고 설명할게 없는데?"
"그건 아니야 오빠. 두 사람 모두 휩노스 증후군 관련 증상이 전혀 없었다고 나오고."
좌우좌가 던진 질문이 다시 떠오르네요. 바이오로이드에게도 영혼이 존재할 수 있는지..
그거 좌우좌가 초반에 말했었나....기억이 가물하네요. 확실한것은 좌우좌가 말한것이라는것만은 기억함.
뚜 비 컨티뉴드...?
...Maybe? 아마도?
대체 정체가 뭘지...ㄷㄷ 별의 아이도 아닌거같은데.
다음편에 밝혀질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상상해보시길....
뭔가가 일어난 건가 반전의 실마리일지도 모르겠군요
아마도요....? 다음편에 밝혀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