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모두가 잠들 조용한 시간 여전히 잠들지 못하는, 아니 잠들지 아니하는 이들이 있었다.
- 부스스슥~...
“... 렉커-액츄얼.”
“Going Dark(무선 교신을 중단한다.).”
- 피융~!
드높은 야자수와 열대우림 속에서, 민하준 원수와 그가 이끄는 수색 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밀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 많은 수색 대원들은 4안의 야간 투시경을 내리며 밤 눈을 밝혔고, 기도비닉과 만일에 있을 펙스의 도청에 대비하여 무선 침묵에 들어갔다. 사실 알프레드가 말한 광학미채의 성능을 생각해본다면 어련히 알아서 무선 교신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말이다.
그 만큼 민하준 원수가 들어온 하와이 호놀룰루의 열대우림은 펙스의 적진 한 복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래 수색 대원들의 최초 임무는, 독도법과 분대 공격/방어 훈련 도중 사라진 생도대 제2중대 제1소대 제1분대, 통칭 로저-래빗 분대의 분대원들을 찾는 것이었다. 사라진 생도들은 단순히 오르카 저항군을 이끌 미래의 장교가 될 인재들일 뿐만 아니라, 세 명의 저항군의 최선임들의 뒤를 이어 인류를 재건할 매우 중요한 열쇠들이었다. 그러니 순항훈련 베이스 캠프는 물론, 오르카에서 조차 당연히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인류 저항군 합동참모본부의 2인자인 합동참모차장 민하준 원수가 굳이 이역만리 먼 항로를 11시간이나 걸려서 올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다행이 자신이 오는 길에 아이들이 어찌저찌 길을 찾아서 자력으로 순항훈련 베이스 캠프까지 무사 귀환한 것이 참으로 다행인 이야기였지만, 그 뒤에 들은 이야기는 생도들이 사라졌던 것과 별개로 결단코 지나칠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펙소 콘소시엄에서 회장들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신인류를 부활시킨다는 목적으로 이 곳에 살고 있는 바이오로이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인륜적인 실험을 자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생도들을 찾기 위해 밀림으로 들어갔던 데몬 독 스쿼드가 최초 펙소 콘소시엄의 지하 비밀 실험 시설을 발견했고, 그 곳의 자료들을 가져와 만 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굳이 직접적으로 책임자가 레모네이드 오메가라고 명시되어있지 않았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오메가의 짓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항이었다. 알파와 감마의 공작에 의해 오르카가 펙스에게 별 저항없이 먹혀들어가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을 오메가가, 그 둘에게 호놀룰루에 가서 자신을 대신하여 무언가를 확인해달라고 지시하였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오메가가 알파와 감마에게 확인하라고 지시를 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이 것이었을 것이리라. 그러지 않고서야 어째서 애꿎은 알파와 감마더러 굳이 왜 하와이까지 와달라고 하겠는가.
때문에 민하준 원수로서는 그 레모네이드 오메가인지 오미자인지 뭔지 하는 여자에게 분노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만약에, 오메가가 진즉에 하와이에 도착한 알파와 감마에게 응답을 해줬더라면 이런 시설이 있었는지 조차 진즉에 알았을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쌔가 빠지게 고생을 할 일도 없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사라질 일도 없었으며,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나서기 위해서 자신이 굳이 직접 하와이까지 행차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을 것이란 소리였다. 철충에 의해 인류가 멸망하여 인류를 다시 재건하려고 하니, 아직까지도 살아남아있는 기업의 잔당들이 그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라니 절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라자르가 있는 것 만으로도 복장 터져 죽겠는데, 혹여나 오메가라는 년을 만나기라도 했다가는 바로 그 자리에서 목과 몸통을 두 동강 내어버릴 기세였다.
“쉿, 모두 정지.”
첨병의 수신호에 민하준 원수를 포함한 모두가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기도비닉을 유지하였다. 수색대가 움직이는 진행방향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불가사리 소령의 야간투시경을 통해 비춰진 시야에는 엘프 귀를 한 바이오로이드 여럿과 키가 작은 바이오로이드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키의 댕기머리를 한 바이오로이드가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했다. 아이들이 말한 바로 그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 늦은 새벽 시간에, 그것도 여럿이서 나와있는 것일까?
“전방에 비무장 민간인 열 여섯 발견. 거리 150미터. 진행방향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중.”
“마을 주민들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좋아, 접선하지.”
“섣불리 접근했다간, 되려 경계심만 부추길 것 같습니다.”
“그런 거라면 걱정 마.”
“네?”
“... 음?”
“... 아~!”
새벽 늦은 시간대에 갑자기 풀 숲에서 나타나서 민간인에게 다가가면 어느 누구라도 경계부터 할 것이다.
사실 경계 정도만 하는 건 양반인거고, 적대거나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였다. 전쟁에서 민간의 여론이 전선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민사작전에서 민간인과의 접촉은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대목이었으며, 실제로 지금 수색대가 하는 것이 바로 마을 주민들과의 접선이었다. 그러니 민하준 원수가 눈 앞에 나타난 마을 주민들과 바로 접선하겠다고 하자 불가사리 소령이 만류한 것이었다.
허나 민하준 원수가 5성 장군까지 짬을 귓구녕으로 먹은 것도 아니고, 그가 이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 행동하는 것이었다. 다른 것보다도, 지금 수색대에는 마을 주민들과 접선하기 위한 민사작전에 가장 핵심요원인, 자칭 스페셜 – 에이전트인 Mr.알프레드가 있었으니깐 말이다.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조용히 다니고 있어서였는지, 민하준 원수가 자신을 쳐다보자 그제서야 눈치를 깐 알프레드가 코어의 LED 패널로 웃으며 말하였다.
“아 참, 저도 마을 주민이었죠! 아하하하~!!”
“목소리 낮춰, 이 양반아.”
시끄럽게 웃어보이는 알프레드의 코어를 향해, 민하준 원수가 뒤통수를 거나하게 한 대 때려재꼈다. 사실은 그가 유모들에게 했던 언행들을 생각하면 몇 대는 더 때려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일단 지금은 작전 중이고, 마을 주민들에게 접선하려면 그의 협조를 받아야만 했으므로 여기까지만 하였다.
좀 더 마을 주민들을 향해 가깝게 접근을 하였고, 마을 주민들을 향해 먼저 다가간 알프레드는 사람 좋아보이는 표정을 코어의 LED 패널에 만면에 피워보이며 마을 주민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였다.
“이야~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달이 참 아름답게 뜨지 않았습니까?”
“알프레드?”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그 동안 어디에 계셨던 거죠?”
“그 이야기는 천천히 해보도록 하고, 우선 제가 친구들을 좀 데려왔습니다.”
“인사하시죠. 오르카 인류 저항군의 합동참모차장님이신 민하준 장군님과 휘하의 장병 여러분들입니다.”
“장군님? 이 쪽은 저희 마을의 부촌장이라고 할 수 있는 블랙웜 씨입니다. 서로 인사들 나누시지요.”
알프레드는 마치 중개인이라도 된냥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코어의 LED 패널에 띄우면서 민하준 장군에게 블랙웜을 소개하였다. 처음 수풀 속에서 뭔가 불쑥 나타나더니 경계를 하던 마을 주민들도 알프레드인 것을 보고 경계를 조금 풀어보였다. 그러다가 알프레드의 뒤에 나타난 완전 군장의 무장을 한 군인들을 보고 다시 살짝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허나 마을 주민들은 군인들로부터 느껴지는 뇌파로 그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므로 직접적인 경계심을 보이지는 아니하였다.
블랙웜은 아까 낮에 봤던 젊은 생도들 말고도, 이렇게 많은 수의 인간들을 직접적으로 뵙는 건 인류 멸망 이후 처음이라 그녀답지 않게 허둥지둥 해보이며 정식으로 예우를 갖추며 인사를 하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귀하고 영민하신 분들.”
“제 이름은 블랙웜. 블랙웜 S9이라고 합니다. 배틀 메이드의 대단위 전투 호위용 바이오로이드입니다.”
“그리고 지금 알프레드 씨가 말씀하신대로, 이 섬에서 지내는 바이오로이드 보호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만나서 반갑소, 블랙웜. 오르카 인류 저항군 합동참모본부의 민하준 원수라고 하오.”
“초면에 만나자마자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지만, 우릴 당신들의 마을로 안내해주실 수 있겠소?”
“예, 예?”
“예... 물론입니다.”
민하준 원수는 블랙웜에게 초면의 예의를 차리며, 하지만 본론을 확실하게 요구하였다. 마을로 자신들을 안내하라는 민하준 원수의 요구에 블랙웜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지만, 인간 님의 부탁이시니 거절할 순 없었기에 그들을 마을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블랙웜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로 향하는 길에 민하준 원수가 몇 가지 궁금한 사항들을 질문하였다.
민하준 원수의 질문은 상대를 향한 예의는 갖춰져 있으나, 거침은 없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뭐 좀 물어봐도 되겠소?”
“예, 말씀하세요.”
“어째서 이 늦은 시간까지 마을 밖으로 나와있었던 겁니까?”
“사라진 인간 님들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라진 인간이라 하면...?”
“다섯 분의 인간 님이셨습니다. 지금 여기에 오신 인간 님들처럼 군장을 챙기고 오셨었는데, 한 분은 다리를 다치시는 바람에 마을에서 직접 치료도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아까 낮에 마을에 좀 작은 소란이 있어 제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셨습니다.”
“그럼 이 시간까지 마을 밖으로 나와있던 것도...?”
“... 예, 다들 이 시간까지 사라진 인간 님들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적어도 북쪽으로는 가지 않으셨으면 하는데...”
민하준 원수는 생각했다. 사라진 아이들을 최초로 발견하여 마을로 데려갔다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는 것을. 비탈길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친 최우를 먼저 발견하고, 나침의와 무전기가 먹통이 되어 잠시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여준 사람.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미 마을 주민들 전체가 펙소 콘소시엄에 의해 세뇌되어있는 와중에 애들을 마을로 데리고 갔다는 점에서 이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 지는 예상 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참으로 잡미묘한 감정이었다.
이 블랙웜 조차도 세뇌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설령 본인은 정말로 선의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안 좋은 상황을 만들어내기 충분하다는 소리였다. 그랬을 것을 생각하면 민하준 원수는 당장의 이 블랙웜이라는 여인조차도 멱살을 잡고 싶은 욕구가 물 밀려오듯 밀려왔다.
하지만...
“... 사라진 아이들은 우리 애들이요.”
“뭐,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아이들 중 두 명만 내 아들들이고, 나머진 조카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만...”
“네?”
“이, 인간 님의... 아이들이라구요...?”
“예.”
블랙웜은 아까 낮에 자신이 거두었던 젊은 생도들이, 눈 앞에 별 다섯 개의 장군의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추지 못했다. 까놓고 말해서 블랙웜 쪽이 자칫 잘못했다간 아이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 책임 전가와 덤터기 씌워지기 딱 좋은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민하준 원수도 충분히 그 아이들과 액면가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상당히 젊은 미모의 소유자인데, 아이들이 있는 애아빠라는 사실에 충분히 경악할 만 했을 것이다.
블랙웜이 전혀 뜻 밖의 사실에 경악을 금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민하준 원수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다행이 집으로 모두 무사히 돌아왔지.”
“다리 다친 놈도 올 때는 사지 멀쩡하게 걸어서 돌아오더군...”
그리곤 민하준 원수는 가볍게 블랙웜에게 목례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 잠시나마 아이들을 돌봐준 것에 대해선 내 감사를 표하오.”
“아, 아닙니다... 저...”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해야 했을 뿐... 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사라진 순간부터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에는 분명 블랙웜도 적잖게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리를 다쳤던 최우까지 데려가서 치료해줬던 걸 생각하면 그건 또 그것 대로 감사를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하준은 분노를 잠시 내려놓고 그녀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감사를 표하였다. 오히려 블랙웜은 인간 님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이 못내 낯선 일이었기 때문인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응이었다.
... 그나저나 북쪽으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 근데, 방금 북쪽으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은 무슨 소리요? 거기에 대체 뭐가 있길래?”
“그게...”
“실은 저도 자세히는 잘 모릅니다.”
“뭐라고?”
블랙웜의 말에 민하준 원수는 어이가 없어 다시 되물었다.
그러자 블랙웜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그 실체를 모른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체를 모른다라...?”
“한 6개월 정도 되었을 겁니다. 전부터 이따금 북쪽 산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포효 소리를 듣곤 했었습니다.”
“아마도 이 섬에 사는 짐승의 것 같은데, 그래서 가급적 저희도 안전을 위해 산을 넘어서 북쪽으로 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알프레드, 당신도 알고 있는거요?”
“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 저도 아주 가끔 들었었던 기억이 있긴 하군요.”
“북쪽 산 너머면 어디까지를, 어떻게 말하는 거요?”
“저희가 직접 가본 적도, 맹수가 직접 마을까지 내려온 적은 없어서 잘은 모릅니다.”
“다만 포효 소리가 그렇게 막 크진 않았기에 거리가 어느 정도 있다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포효 소리는 크지 않았다라...?”
“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짐승의 포효소리. 그리 크지는 않지만 충분히 명확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몸집이 있는 맹수일 것이다. 그렇지만 민하준 원수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몸집이 큰 맹수라 할 지라도 산을 넘어서까지 포효소리를 낼 정도의 짐승은 이 지구상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차라리 15년 전에 봤던 바닷 속 괴생물체라면 모를까?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산지로 길게 섬이 나있는 북쪽이 아니라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는 남쪽에서 들려왔었어야지 정상이었다. 설사 바닷 속 괴생물체가 하와이의 북쪽에서 육지로 넘어 올라와서 그런 것이라면 진즉에 원정함대가 하와이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괴생물체의 존재를 눈치챘을 것이다. 원정함대가 바이오로이드 마을과 펙스의 지하 비밀 실험 시설을 찾지 못했던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광학미채 때문이었을 뿐이지, 저항군의 탐지 기술이 딸려서가 결코 아니었다. 그러니 만약에라도 바닷 속 괴생물체였다면 오히려 못 찾을 것도 없었다.
민하준 원수는 다시 지상 위의 맹수로 포커싱을 잡았다.
만약에라도 그런 맹수가 있다면 또 궁금한 것이 있었다.
이 곳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그 만한 생태계를 꾸릴 만한 여건이 되는가?
먼 곳에서도 포효 소리가 들릴 정도의 맹수면 한 두끼 먹는 정도로 주린 배를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의무교육 6년만 잘 들어도 이 정도 자연과학상식은 기본이었다. 덩치가 큰 짐승은 그 큰 덩치를 움직이기 위해서 그 만큼의 먹이를 잡아먹어야만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기본 상식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그랬다면, 진즉에 이 곳 마을 주민들을 습격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웜의 말에 의하면 맹수는 마을 근처로 내려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하였다. 물론 먹이사슬이 제대로 형성된 생태계라면 굳이 짐승이 거주지를 옮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하와이였다.
말이야 번지르르하게 아름다운 열대우림이 우거진 화산섬이라고는 하지만, 인류가 멸망하고 2세기라는 세월이 지났어도 인류 멸망 직전까지는 문명의 이기가 고도로 발전된 곳이었다. 사실 지금도 하와이의 대부분의 열대우림이 조성된 곳은 멸망 전에 환경 보존을 위하여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지, 그 외에 도시지역은 철충 침공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태평양 한 가운데에 외딴 화산섬에 동물들이 한 꺼번에 이주를 한 것이 아닌 이상, 인류 멸망 직후의 생태계는 2세기가 넘었어도 그대로 유지가 되어있을 것이란 말이었다.
민하준 원수는 맹수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생각했다.
“맹수... 맹수라...”
“... 음?”
그러다 순간, 민하준 원수의 머리를 무언가 스쳐 지나갔고, 곧 바로 블랙웜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블랙웜 씨? 혹시 그 맹수가 포효 하는 소리를 기억하십니까?”
“포, 포효하는 소리를...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민하준 원수의 목소리에선 다급함이 느껴졌다. 블랙웜은 그의 다급한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하였다.
그녀가 들었던 맹수의 포효소리.
그것은 매우 거칠고, 사나운 짐승의 소리였다. 사자와 호랑이 같은 그런 짐승이 아닌, 아예차원의 그 궤를 달리 하는 맹수.
이를 테면...
“... 공... 룡...?”
“... 공룡이요...?”
“그러니까...”
“우습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제가 들었을 때 첫 감상은 마치 공룡이 포효하는 듯한 그런 소리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그랬... 습니다... 만...”
“어... 설마 그럴 일은 없겠... 죠...?”
블랙웜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답했을 뿐이었지만, 본인도 공룡이라는 말이 자신이 없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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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요정마을 챕터도 슬슬 끝을 보이고 있는 것 같네요.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되어준답니다!
가시는 길에 댓글 꼬옥! 추천 꼬옥 한 번 부탁드리겠읍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여름 저 시기의 인게임 괌의 숲은 화재 문제 없었으려나요. 타이런트가 사냥감 찾다 화가 나 2스킬로 숲을 불지르는 모습 생각했었는데. 이 소설은 배경이 달라져서 애매하고.
활활 타오르는 열대우림...! 아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