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그럴 순 없어요.”
“아니, 어째서요?!”
유모들은 사라진 아이들을 찾았고, 알프레드는 마을 주민들을 구하여 잠시 떨어져 있던 아이들을 찾았다. 생도대 제2중대 제1소대 제1분대 로저-래빗 분대원들은 유모들로부터 훈련 중 자신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훈련이 중단되고 수색병력들이 투입되어 자신들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쩐지 유모들이 자신들을 찾으러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나 처음에 그게 의문이었는데, 이유를 들으니 단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쁨의 순간도 잠시, 이제는 생도들과 바이오로이드 사이에서 서로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써니와 스노우페더. 특히 스노우페더가 로저-래빗 분대의 생도들의 제의를 매우 강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유모들이 알프레드로부터 설명을 들었듯, 생도들도 써니와 스노우페더에게 이 곳 바이오로이드 공동체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전해 들었고, 이를 도와주고자 하였는데 되려 완강하게 거부하고 나서는 것이지 않는가.
사라진 사람들끼리 다시 만난 후 상황을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한 뒤, 스노우페더와 써니와 알프레드로부터 각각 사연을 전해들은 젊은 생도들과 유모들은 그럼 이 곳을 먼저 탈출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호놀룰루 앞 바다에 지금 자신들이 타고 온 해군 함대 수십 척의 해군 함정들이 정박해있으며, 자신들이 가서 지금 이 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고하면 분명 도와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진주만에 우리의 군대가 있습니다. 가서 도움을 요청하면 분명히 도와드릴 겁니다.”
“그렇군요! 여러분들 군대가 있다고 하셨죠!”
“분명 여러분들의 군대는 규모가 크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로버트 녀석을 처치하고, 마을 주민분들을 구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그럼 사양말고, 여러분들의 도움을 기꺼이!...”
“말씀은 고맙습니다, 인간 님.”
“하지만 이 일에 인간 님들까지 끼어들게 할 수는 없어요.”
“... 어... 음...”
“... 예, 그, 그렇습니다. 따지고보면 외지인일텐데, 그런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습...?”
“...”
“니다...”
“예,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저씨, 방금 옆에 여자애 눈치 봤죠, 그죠?”
“흠! 흠흠!! 아, 아닙니다, 결코...”
써니와 스노우페더는 완고한 태도를 보이며 거절을 하였고, 그 둘의 눈치를 보던 알프레드도 마지못해서 오르카의 젊은 생도들과 이 생도들의 유모들의 권유를 거절하였다. 써니와 스노우페더가 오르카 군의 도움을 거절한 이유는 자신들 마을에서 벌어진 일에 외부의 인간 님이 감히 개입하여 위험에 빠뜨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생도들과 유모들은 잠시 잊고 있었지만 써니와 스노우페더는 아직 명령 제어 모듈을 제거하지 않은 바이오로이드였다. 거기다가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이 인권을 가지고 생활하던 제1차 연합전쟁 이전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의 인권을 빼앗고 상품/물건으로 대우하기 시작하였던 연합전쟁 이후에 태어났다.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만 했으며, 자신이 비록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만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써니와 스노우페더는 아예 처음부터 자신들의 일에 인간의 개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 한 것이었다.
최소한 연합전쟁 이전에라도 태어났으면 말이라도 이해시키기 쉽지, 이건 직접 데려가서 모듈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이해를 시키기 어려웠다. 거기다가 기껏 우, 요환, 서준, 카를, 에드가가 그녀들에게 자신들의 어머니들도 바이오로이드라고 하였는데, 정작 자신들을 찾으러 나타난 엄마들(정확히는 유모지만)에게서도 스노우페더와 써니가 인간의 뇌파를 느끼니 저게 어딜 봐서 바이오로이드냐고 또 되물어보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하여튼 스노우페더와 써니는 이러한 이유로 외부의 군대의 개입, 인간 님들의 개입을 막고자 하는 것이었다.
“여러분들의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이 일은 저희가 해결해야하는 게 맞아요. 인간 님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순 없어요.”
“그러니깐 더 위험해지기 전에 우선 자리부터 피해보자는 겁니다. 저희가 도와드리겠다구요.”
“위험은 저희만 감수해도 충분해요.”
“아니 그러니깐!”
“하아... 이거 말이 안 통하네...”
고집을 부리며 자신들의 권유를 거절하는 스노우페더와 써니를 보며 요환은 이마를 짚으며 한탄하였다.
물론 그녀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을 구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하지만 마을에서 벌어진 이들이 펙소 콘소시엄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더 이상 그것은 그녀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필시 이 사실을 돌아가서 보고를 해야만 했었다. 펙소 콘소시엄의 지하 비밀 실험 시설과,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를 이용한 생체 실험. 훈련이고 나발이고 당장 돌아가자마자 감마 대장님이나 알파 씨에게 달려가서 보고를 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제일 위험한 것은 스노우페더와 써니, 알프레드, 이 세 명의 마을 주민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생도들과 유모들 마저 위험하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아니었다. 로버트라는 그 AGS가 평소에는 실험 시설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지 않겠는가. 만약에라도 나와서 그 로버트라는 AGS와 눈이라도 마주쳤다간 자신들의 신변도 위험해지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바이오로이드를 가지고 전기 신호를 가해서 세포 단위 유전자를 변형하여 순수한 인간으로 바꾸는 실험을 한다는데, 하물며 강화 인간과 바이오로이드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들은 얼마나 탐스러운 실험체들이겠느냔 말이다.
... 사실 생도들에게 있어서 진짜 걱정되는 것은 따로 있긴 했었다.
분대원들이 써니와 스노우페더를 한참을 설득하는 동안, 분대장인 서준은 유모인 보람에게 물었다.
“유모.”
“음?”
“혹시 저희들 사라진 거...”
“누구한테까지 보고된 거예요?”
“일단 생도대장이랑 해군참모차장님한텐 보고가 다 올라갔지.”
“감마 대장님에게요?”
“응.”
“왜? 뭔 일 있니?”
“...”
“혹시 감마 대장님께서 저희들이 사라진 걸 아빠들에게 보고 하실까요?”
“어... 글쎄...?”
유모인 보람은 모르겠다는 듯 답했지만, 서준은 거의 확신에 찼다.
해군참모차장이면 저항군 합참의 일원일진데, 다른 이들도 아니고 자신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감마 대장이 과연 합참에 보고를 안했을까? 하면 했지 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어디 그냥 뉘집 애들이던가? 아빠들의 뒤를 이어서 인류 재건 계획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책무를 가지고 있는 자신들이지 않던가? 그런데 애들이 갑자기 훈련 중에 사라졌다고? 합동참모회의가 아니라 평의회까지 올라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자신들이 이제 겨우 14살이라고 할 지언즉, 그 정도까지 모를 정도로 어리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실종된 것이 합참회의까지 보고된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아버지, 합동참모차장인 민하준 원수의 귀에도 들어간다는 소리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서준이 생각하기로 평소 아버지의 무용담을 전해들은 바로는 자신들이 사라진 것을 아버지 민하준 원수가 보고받았을 때, 결코 가만히 있을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아빠의 무용담에 대해서 친엄마와 수월이 엄마에게 들은 바로는 아버지가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 옛날에 큰아버지 벨리코프 원수가 파라셀 군도의 블랙리버 기업의 지하 유산에서 블랙리버의 군대와 싸우고 있었을 때, 보고를 받은 아버지가 탄도미사일과 벙커버스터 폭격 지원으로 300m짜리 지반을 뚫고 지원부대를 급파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도 사람이 아직 지하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최초 분대공방 훈련에 들어갔을 때 요한이 했던 말이 불현 듯 떠올랐다.
“갑자기 훈련 막바지에 최종보스랍시고 미사일 타고 등장하는 거 아니냐.”
“미사일 타고 등장해서 땅에 딱-! 내리꽂고 펑-!!!! 하고 터져서는 거기서 등장하시는 거지.”
“지랄,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그렇지, 소설을 써라 아주...”
“아니, 진짜라니깐. 야, 서준아 좀 말해봐라.”
“...”
“... 아니야...”
“아니, 애초에 그럴 리가...”
“... 아니, 설마...”
서준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이 곳에 아빠가 오는 것이었다.
아빠가 사라진 자신들을 찾기 위하여 직접 하와이로 온다, 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자신들이 실종되어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지 않았던가. 바깥은 이미 자신들이 사라졌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 훈련이 중단되고 수색작전이 펼쳐졌으며, 해군참모차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래서 유모들이 자신들을 찾으러 온 거고. 순항훈련단의 군수지원으로 온 송나빈 대령님이야 그렇다쳐도, 어째서 부산에 있어야 할 유모들이 여기에 와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여튼간에 서준은 그렇게 혼자서 심각하게 생각을 마치고 난 뒤, 써니와 스노우페더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요환과 카를에게 다가갔다.
써니와 스노우페더를 설득해서 어떻게든 함대로 데려가서 도움을 주려는 저 오지라퍼들과, 자신들 위험한 건 알고 있다며 그렇기에 인간 님이 더더욱 개입할 수 없다며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써니와 스노우페더들 사이에 끼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알프레드 아저씨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AGS주제에 진땀 빼고 있는 것은 덤이었다.
“그러니깐 같이 가자구요! 저흰 그런 거 신경 안 쓴다니까요?”
“그 로버트인가 뭐시기인가 하는 펙스의 AGS가 계속 실험실 안에만 있으리란 법이 없잖아요.”
“그러다가는 마을 주민들 뿐만 아니라 두 분도 같이 위험해질 수 있으시다구요!”
“알아요, 아니깐 저희도 이러는 거예요.”
“위험을 감수하는 건 저희만으로 족해요.”
“아니 그러니까!!!!”
“하아... 정말...”
“자꾸 여러분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들 입장에서도 펙스랑 엮인 이상 더 이상 남 일이 아니거든요.”
“아하하하하... 이, 이를 정말 어쩐다...”
“... 야.”
“요환아, 카를.”
“아, 왜?”
“뭔데?”
“둘 일단 들쳐업고 튀자.”
“에에-?!?!?!?!”
“으응??”
“네, 네?!”
“뭐, 뭐라고?!”
“아, 아, 아니, 갑자기?”
“아, 하라면 해, 빨리!!!!”
“설명은 나중에 돌아가서 해줄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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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마을 챕터 12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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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는 이 남자들 중에 한명이라도 얻길 바라겠지만...
얻기는 커녕 조져지기 일보 직전 허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