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있던 화기중대하고 옆중대하고 같이 위병소 근무를 섰는데
( 옆중대도 박격포가 주특기이긴 했는데 ,
나 있던 화기중대처럼 팔십미리는 아니고 훨씬 쪼그만 포였던 걸로 기억함 )
새벽 세시 , 네시쯤 되어서 교대하러 가는 길 오른쪽 벽에
사람인지 뭔지 모를 것이 서 있는 걸 보면 다음날 작업할 때 다친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가 돌곤 했었음
특히 , 전투화로 걷는 듯한 소리까지 들리면 진짜 몸조심 해야된다고
내 위에 선임들이 이야기한 적도 있었는데
짬찌 놀려먹을라고 거짓부렁하네 속으로 그랬었음
그러다가 위에 양반들 하나 둘씩 나는 자유다 하면서 가버리고
나하고 내 동기 둘이 왕고 되었을 때
조장은 나 , 사수 부사수는 후임 이렇게 해서 새벽근무 스려고 가는데
사수 이놈이 자꾸 오른쪽 벽을 쳐다보는거임
그래서 ?? 왜 저러지 뭐 있나 해서 봤더니 아무것도 안 보여서
사수놈한테 ' 야 너 뭐여 왜그럼 ' 했더니
' 저쪽 벽에 누가 서 있는 거 같았는데 잘못 본 거 같습니다 '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
그래서 선임들이 해준 그 이야기가 머리속을 쓱 스쳤는데
한편으로는 이새끼가 동기놈들한테 이야기 주워듣고 장난치나
이런 생각에 뭐라고 하고 근무 섰는데
다음날 작업할 때 이놈이 손을 진짜 크게 다쳐서 외진까지 가는 일이 터졌음
( 내가 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놈 다친 걸 기억하는 이유가
진짜 손이 베여도 깊게 베여서 피가 철철 나는 거를 실시간으로 봐서 기억하고 있음 )
다행히 뭐 장애가 남을 정도는 아니어서 입원해서 치료하고
호전된 이후에 중대로 복귀했는데 ,
나중에 하는 말이
입원해서 꿈을 꿨는데 , 꿈에서 자기가 위병소 가는 길에 혼자 서 있고
손에 작업할 때 쓰는 낫 같은 거 든 사람 같은 게 자기한테 천천히 다가오는데
얼굴 , 특히 눈이 되게 섬뜩하게 생겨먹어서 기겁했다고 함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으아악 하면서 주저앉았는데
그 사람인지 모를 무언가가 낫으로 손 가리키다가
다음엔 다리를 쓱 가리키는 그 순간에 꿈에서 깼다고 함
그러면서 자기는 진짜 무서웠다고 그랬는데 ,
우린 당연히 개꿈이네 이놈새끼야 하면서 웃고 넘겼음
그러다가 나 제대하고
나중에 치킨 싸들고 바로 밑에 후임놈 면회를 갔는데 ,
후임놈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때 이야기 하면서
' 야 아직도 그 괴담 돌고있냨ㅋㅋ ' 했더니
애가 ' 안 그래도 저번주에 후임 하나가 그거 보고 다음날 작업하다 다쳤다 '
고 하는 거 보고
이놈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몰라도 거참 신기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