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크툴루 TRPG를 하자구!'의 프리퀄적인 소설입니다.
혼자 참 잘노는군요 저도(..) 원래의 스타일대로 썼습니다. 동인이라고 해도 만화, 애니메이션 계열의 동인이 아니라 그냥 동인임다(..)
예상보다 길어져 버렸습니다. 본편을 보지 않으시더라도 보시는덴 문제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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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시에는 여러가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고루하고 낡고 음침하고 죄의식이 떠도는 마을이지만 그것은 번즈에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매일 아침 시야를 방해하는 안개도, 바퀴벌레처럼 기어다니는 빈민가의 부랑배들도 자신이 이 마을을 지키지 않아야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직업이 무척 좋았다. 아캄시의 형사. 그것이 직책이다. 친한 사람들, 상사, 부모님 할것없이 친근하게 불리우는 그의 이름은 자신의 사교성과 쾌활함을 증명하는 모두의 애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정도로, 그는 긍정적이고 밝았다. 그러기에 용서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범죄, 비밀, 죽음의 냄새, 악취미적인 농담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이 마을의 사람들이 겪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정의감을 꺾어낼 만한 티끌만한 이유조차 되지 않았다.
"버나드"
자신의 상사인 칼스 세이지가 다가온다. 세번째의 실종자엔 아르웰 미샤의 집. 그곳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을수 없이 그녀는 그곳에서 증발했다고 표현 할 수밖에 없는 실종을 맞았다. 미샤의 실종을 알린 자는, 그녀의 고용주인 마트의 주인이었다.
"버나드, 뭔가 알아낸 것이라도 있나?"
"전혀 없습니다. 반장님. 제가 뭔가를 알아냈다면, 먼저 달려갔을겁니다."
입에서 그렇게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버나드 하인리히, 아캄시의 정의감 넘치는 이 형사는 방금 이 집에서 무언가를 발견해내었다. 당연스레도 실종자의 단서가 있을것이 분명한 노트 한권. 그곳에는 미려한 글씨와 각종 수사, 형용사로 넘쳐니는 고상한 문체로 쓰여져있는 그녀의 일기였다. 문외한인 번즈가 보기에도 평범한 상점가 캐셔가 썼다면 재미없는 농담을 들었다고 생각 하기에 충분한 솜씨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비밀이 적혀있었다. 알 수 없는 비밀이. 고통에 대한 기록. 꿈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그녀의 생생한 공포를 짜내어 누군가에게 전하려 하고 있는것을. 수사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알 수 없었다. 버나드는 이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실종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라는것을. 번즈는 자신의 공명심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물며 이 일기를 반장에게 건네어 경찰을 대대적으로 움직일거라는 재미없는 발상은 그로써는 오히려 터무니 없는 생각이었다. 자신은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리고 능력 역시 있다고 믿고 있었다. 옆사람이 보면 높은 자신감과 자존심을 겸비한 사내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아쉽게도 번즈는 어리석지 조차 않았다.
일기에 쓰여져있는것, 그것은 미샤의 공포의 기록이자 불안의 집합체였으며,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어디까지나 은밀하게, 그리고 대대적이지 않게, 자신을 찾아줄것을 몇번이나 되풀이하고 있었다. 미샤의 일기에는 킹스포트로 가는 국도의 너머, 교외의 농장, 그곳에 자신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것은 읽는 도중에 몇번이나 번즈의 마음을 흔들었으며, 얼굴조차 보지 못한 묘령의 실종자에게 참을수 없는 연민이 들었다.
물론 그녀를 홀로 구하려 한다는 생각이 든것은, 그저 그녀의 문장력에 매료되었기 뿐만은 아니었다. 공권력이라는것은 예상보다 귀찮은 존재다. 좀더 빠른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 못하고, 모두의 정의를 인정하려 하는 미비하고도 온건한 존재였다. 그리고 미진했고, 무력했다. 적어도 번즈의 입장에서는 이번 일 역시 그런것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수사가 끝나자 동료들이 모두 돌아갔다. 반장 역시 버나드를 한번 쳐다보고 퇴근하라고 얘기한뒤, 몇몇의 경관들과 함께 집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실종자는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갈지도 모른다. 결심한 자신의 행동은 누구보다 빨랐다. 자신의 애차에 올라타, 미스캐토닉 다리를 건너 이미 킹스포트로 향하고 있었다.가스등이 보이던 도로는 어느새 끊겨버리고, 차는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침침하고 벌레소리가 시끄럽게 울고 있는 밀 농장의 한가운데 도착하자. 과연, 그곳에는 잡목이 섞인 외벽으로 둘러친 두채의 건물이 있었다. 자동차의 라이트는 신중함에 의하여 꺼졌고, 발소리는 죽이며 헛간으로 들어가자, 비릿한 냄새가 공기에 섞여서 자신의 코를 찔렀다.
그 냄새는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였다. 오래된 생선을 시장에서 팔던 냄새와 비슷하기도 하고, 정육점에서 풍기던 살갗의 냄새와도 닮아있었다. 그것은 버나드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어 긴장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발을 내딛어 헛간으로 들어가자 습기에 썩어들어가고 있는 문이 마찰음을 내며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그런것은 그저 자신의 조심성을 더 키우게만 할 뿐이었다.
자신 이전의 선객이 있다는걸 주장하듯이 새겨진 발자욱은 헛간의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다. 누구의 발자국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것은 미샤가 남긴 단서에 대한 확증만을 증폭시켜줄 뿐이었다. 궁금함을 참을수 없어 미리 가져온 랜턴으로 불을 밝히자, 진상을 알게 되었다. 발자국은 끊겨있었고, 그것은 이 헛간의 아래로 이어지는 지하에 인간이 들어 갈 수 있을만한 장소가 있다는것을 뜻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지푸라기를 걷어내게 해주었고, 그 행동은 육중해보이는 철문을 드러내며 답을 내주었다.
그 아래는 사람이 한명 겨우 통과할 수 있을만한 길다란 굴과도 같은곳이었다. 원래 동굴이었던것을 파냈는지, 일부러 이렇게 깎아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음이 옥죄어오고 긴장 하는것이 느껴졌다. 납치범이 여럿일수도 있고, 무장했었을 수도 있었다. 허나 그런 부분은 번즈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것은 어째서 이러한곳이 존재하는것에 대한 큰 의문이었다.
자신이 헛간으로 들어온 이유는 단순했다. 2~30년은 된 추리소설 책에서 본 내용대로라면은 악은 음침한곳을 좋아할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에서였다. (물론 그걸 실제로 믿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수상쩍음을 본다면, 더이상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다리는 빨라졌다. 여기에는 무엇이 있을것인지 호기심과 의문이 자신의 머릿속에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것은 동굴과도 같은 통로를 따라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로 멈추게 되었다.
'바람..소리..?'
소리가 들리는 쪽에서 미약한 빛이 흐르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사람의 인기척과 소음이 섞여 들렸다. 자연스레 자신의 몸이 낮춰지고 땅에 기듯이 빛을 향해 나아가니 곧 사다리가 나타나고, 그 너머로 예닐곱쯤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한 여자를 솔로몬의 문양과도 같은 -그러나 형태는 지극히 다른. 곳에 두고 주위를 맴돌며 유령과도 같이 춤을 추고 있었다.
"보라!!!"
중앙에서 누군가 외쳤다. 납작 업드리고 있는 번즈는 용기를 내어 얼굴만을 들이밀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똑똑히 들렸다. 검은색 로브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산양이 조각되어 있는 동화책의 마술사가 들법한 지팡이를 땅에 내려치며 중앙의 여자에게 포효하듯 소리를 내밷었다.
"우리의 위대한! 위대하고도 위대한! 더없이 위대한 우리의 왕을 위하여!!!"
사제(번즈는 그렇게 생각했다)의 포효에 주위의 것들이 멈추었다. 그 순간 번즈의 심장은 얼어붙는것 같았다. 분명 지금까지 있었던 여자는 사라져있었다. 주위에 핏자국 하나없이 깨끗한 모습으로, 눈을 한번 깜박이던 시간에 마술처럼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라 입에서 비명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틀어막은 그 순간, 사제의 시선이 번즈를 향하는것이 느껴졌다.
숨은것이 확실함에도, 자신을 발견한게 아닌가 싶어 불안해졌다. 사교집단의 의식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그들에게 있어서 무언가 잘못된것이 있었음을. 의문은 떠나지 않았지만, 더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들이 모여있던곳에서는 공교롭게도 어떠한 통로도 없었고, 자신이 지나온 길 이외에는 돌아갈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것보다 사제가 이탈리아어가 섞인 알수 없는 언어의 지시에 따라 원을 만들고 춤을추던 광신도들이 근방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다.
바쁘게 몸을 날려 돌아온 번즈에게는 방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 그런일이 있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건지도 알 수 없었다. 헛간 바깥으로 나온 번즈에게 남은곳은 또 한곳이 있었다. 방금 사라진 여자가 아르웰 미샤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한 상황임에도 번즈는 자신이 여기 까지 온 이유를 잊지는 않았었다. 만약 그녀가 아직 남아있을만한 곳이 있다면 그것은 또 한채의 건물인, 아무리 봐도 평범하게 밖에 보이지 않는 맞배지붕을 한 목조 집이었다.
물론 방금의 헛간 아래에서 그들이 찾던 무언가를 위해 밖까지 올라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도망칠수만은 없었다. 만약에 실종자가 실제로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신이 너절한 교외의 밀밭까지 찾아온 이유였을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지체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헛간에서 나는 냄새보다 더 확실한 악취가 번즈의 코를 괴롭혔고, 그것은 2층에서부터 무겁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 기척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했었지만, 그것은 두려움과 함께 광신적인 정의로의 맹신을 더욱 촉구하였다. 계단으로 다리를 옮기자 나무계단이 삐걱거리며 귀를 괴롭혔다. 목이 타는것과 같이 생명이 타오르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고 있는 번즈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이 근처에 있었다. 그렇게 확신했다. 다리가 빨라지고 땀이 흘렀다. 이곳에는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하였다. 마지막 계단을 구르듯이 뛰어올라 2층에 있는 하나의 문을 열자, 그곳에는 망가진 집기들과 함께 묶여진 소녀가 있었다.
착각이었을까. 소녀외에 무언가가 보인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아캄시의 형사는 이미 공포로 미쳐버릴것 같았다. 존재하지 않은것을 존재한다고 인식한다고 생각해버린 순간, 정의감이 아닌,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존재를 발견했다. 2층에 묶여있는 소녀. 그녀가 누군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을 납득시켰다. 이 여자에 대해서 자신이 괜히 겁먹은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몸은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거칠게 소녀를 묶고있던 로프를 소지하고 있던 나이프로 잘라내고 들쳐업어 집안을 뛰쳐나왔다. 그 뒤로 숨소리가 들렸다. 소녀의 숨소리였다. 어깨에 들쳐메고 있던 소녀의 숨소리였을것이라고 믿었다. 그렇지 않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끔찍하게 냉혹하고 굶주렸으며, 식탐에 미친 썩은내를 풍기는 이 숨소리는 공포에 미친 자신이 잘못 생각할 뿐이라고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짐더미처럼 소녀를 자신의 차에 던지고 알버트는 밀밭과 저주받을 두개의 건물 사이에서 빠져나와 아캄시로 자신을 향했다. 이 공간은 분명히 미쳐있었다. 남들에게 편협하며 매일 스모그가 깔리며, 검게 흐르는 미스캐토닉 강이 그리워질 지경이었다.
바쁘게 몰아진 구식 승용차는 결국 자신의 집까지 소녀와 자기를 실어다주었다. 안심이 되어 궐련을 입에 물자 이제 데리고 나온 소녀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기까지 자신에게 유괴되는 순간에도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항이라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모든 제약이 풀려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름이.. 뭐지..?"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있지 않을 아캄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공허한 눈만을 하였다. 그것은 순간이나마 공포에 자신의 모든 가치관을 집어던져 버렸던 번즈에게 섬뜩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반사적으로 올려다본 하늘에는 짙은 연기와 안개가 뒤섞인 매연으로 인하여 뿌옇게 보이는 달빛만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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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데리고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오자 피로감이 들었다. 소녀는 자신이 주는 음식을 군말없이 먹었고, 말은 하지 않았다. 충격이나 쇼크를 받아 실어증에 걸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건 전문가가 아닌 자신이 알 수는 없었다. 서재에 앉아 오늘 일어난 일을 기록하는 꼼꼼함을 보이고 싶어했지만, 아무래도 모든것을 사실로 써서, 훗날 자신이 이 일기를 봤을때 오늘의 감정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말이 없는 소녀에게는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이후 몇일동안 악몽을 꾸었다. 필시 끔찍한 경험에 따른 공포의 잔재였을거라 생각했다. 소녀는 자신이 익숙해졌는지, 처음 만났을때처럼 나무토막 마냥 있지는 않았다. 어느정도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고, 어느정도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었었다. 말문이 트이는 일은 없었지만, 번즈는 그걸로 좋았다.
연고도 없는 소녀의 친지를 찾아주는것은 대단히 힘든일이었다. 일하는 시간에 짬짬히 틈을 내어 소녀의 친인척을 찾아보았지만, 실어증 소녀를 굳이 다시 찾아내고자 하는 사람은 아캄시에 없었다. 실종 신고도 없는 이 아이가 측은해져서, 번즈는 자신의 딸 삼아 그녀를 키우기로 했었다. 입을 열지 못하는것은 대단히 아쉬웠지만, 이 얌전하고 소극적인 소녀가 마음에 들었었다.
교외에서 빠져나온지 사흘째, 악몽은 계속되고 있었다. 조금은 불안해졌었다. 무엇보다 신경쓰이는것은 매일 아침에 보는 엘리자베스의 용태였다. 단 사흘밖에 되지 않은 딸이라 하더라도, 매일 아침 괴물과도 같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소녀에게는 동정심이 갔다. 한번은 그녀를 위해 함께 장을 보러 가서 기분을 풀어주자는 생각도 했었지만, 엘리자베스는 집에서 나가는것을 매우 두려워 하며 끝끝내 나가지 않았다.
나흘이 되는 날이었다. 눈을 뜨자 자신의 눈앞에 새파랗게 질린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노려다보고 있었다. 핏발이 가득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순간적으로 기겁했지만, 그 시선은 도움을 요청하는것이 역력한 것이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껴안아주자 그녀는 조금 안정하는것 같았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허나 어째서 이렇게 된건지 알 수 없는 번즈로써는 모든것이 답답했다.
오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녀의 발작은 심각해졌다. 번즈 역시 매일 아침 깨어나는게 힘겨워졌었다. 슬슬 익숙해질려고 할만하면 엘리자베스의 발작은 더욱 더 강해졌다. 자신의 스트레스 역시 참기 버거운 번즈에게 이러한 상황은 고역이었다. 결국 어떻게든 그녀에 대해서 왜 그런지를 묻고 싶었지만, 글도, 말도 모르는 그녀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수 없었다.
육일째였다. 엘리자베스는 더이상 발작하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가 싶었지만, 오늘의 꿈은 뇌리에 생생히 남았다. 자신을 보고 있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깨어나서도 생생했고, 자신의 몸을 땀으로 범벅지게 했다. 일을 다녀오고 서재에 들어가자, 엘리자베스가 그곳에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카페트 위에 자신의 엉덩이를 깔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슬쩍 쳐다보니 그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을 한번 슬쩍 쳐다보자 번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가 그리고 있는 구형의 물체, 불타오르는 형상의 눈길, 포도송이처럼 살덩어리가 뭉쳐져있는 이형의 무언가는 자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과 일치했었다. 너무 놀라 비명조차 밷지 못하며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자, 엘리자베스가 일어서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는 한없이 깊고, 어두웠으며, 이제 12세 정도밖에 되어보이지 않는 소녀라곤 생각하지 못할정도로 공허했다.
엘리자베스는 비틀거리며 자신에게 그 끔찍한 작품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귀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대고, 손은 자신의 어깨를 짚은채, 더듬거리고 알아들을수 없을만큼 희미한 소리로 이렇게 얘기했다.
'고마...워요...'
그 다음날, 그녀는 사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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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http://i8458.egloos.com
짧은 어드벤쳐 게임으로 만들어도 되겠는데요? 추천!
우웅 실은 그냥 완전히 단편으로 쫑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두개정도의 분량이.. 전부 읽어주셨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_^
에-익셀런트!!!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동명이인의 영감님이군요! 실은 처음 이름을 정할때 생각하긴 했지만, 그렇게 길게 할것도 아닌데 뭐~ 라는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이렇게 된것 같습니다(..)
오오 프리퀄이라니!! 실종된 번즈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그러게요 어떻게 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