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새워 게임하고 잤다가
초저녁에 목말라 깨서 불 켜고,
냉장고에 반쯤 김빠진 콜라 한 모금 마시고,
등짝 벅벅 긁으면서 컴퓨터랑 TV 켜는데,
TV 돌리는 채널마다 지지지지...
짜증내면서 그냥 꺼 버리고,
컴퓨터 켜서 인터넷 창 열었는데,
포탈에 어제 본 기사가 그대로고,
디씨를 비롯한 일베도 죄다 새 글 하나 없이 어제 본 거 그대로.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휴대폰으로 친구들한테 카톡 다 해보는데
단 한 명도 답이 없고,
전화 걸어도 소리샘으로 넘어가고..
사태파악 못하고 떡진 머리 긁적긁적, 늘어지게 하품.
그러고보니 도로 근처에 있는 주택인데, 차 소리도 안 들리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커텐을 걷어보니
차는 한 대도 안 다니고 있고,
다리 질질 끌면서 걷고있는 사람들.
잠이 덜 깼나 싶어 눈 비비고 자세히 보니 한결같이 비틀거리고,
살 색깔도 회색 비슷한, 핏기없는 색깔.
영화에서나 몇 번 봤던 좀비랑 똑같고.
꿈인가 싶어 한참을 쳐다보는데,
그 때 눈이 딱 마주친 좀비가 집 담벼락을 향해
'다다다다다다다'
담에 부딪혀 '쿵' '쿵' '쿵' '쿵'
놀래서 커텐 닫아버리고,
한참을 방구석에서 앉아 멍때리고 있다가
눈만 살짝 보일 정도로 빼꼼히 열어보니
여전히 담벼락에 부딪히면서 버둥거리고 있는 좀비.
정신차리려고 따귀를 몇 번이나 때리고, 꼬집어보지만 바깥 현실은 그대로.
잠도 확 깨고, 갑자기 온 몸에 닭살도 솓고..
휴대폰으로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람 미친듯 걸어보지만 배터리만 닳을 뿐.
페이스북, 트위터 글도 보는데 죄다 글 쓴 날짜가 어제.
혹시라도 다른 사람 있지 않을까 싶어
나가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복도에 누가 있지 않을까.
인터폰 눌러서 확인해 보려는데
'삑' 하는 소리에 혼자 놀라 눈 질끈.
살며시 눈 떠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아무도 없고,
문을 열어볼까 말까 한참을 손잡이만 만지작거리고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
방 안을 혼자 막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데 답은 안 떠오르고.
다시 커텐 살짝 열어서 밖에 보는데
담벼락에 붙어있던 좀비하고 또 눈이 마주쳤는데 이번에는 이상한 신음소리와 비명소리도 내고.
다른 좀비들 쳐다보니 대부분 옷에 핏자국.
입에는 검녹색의 점액질을 질질.
하늘을 보니 어느 새 해는 떨어지고 있고,
주변 건물들을 보니 불이란 불은 다 꺼져있는데, 유일하게 불 들어온 집은 우리 집 뿐.
커튼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을 보고 나도 모르는 새 하나 둘씩 모여드는 좀비들.
후다다닥 가서 불 꺼버리고.
적막이 흐르는 집안.
간간히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
바닥에 앉아 침대에 등을 기대고,
떡진 머리만 쥐어뜯고 있는데.
문득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
그 와중에도 배는 고파서 최대한 빛 안 새어나가게 이불로 반쯤 덮어가며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아까 먹고 남긴 반쯤 김 빠진 콜라.
엄마가 줬지만 쉴 대로 쉬어버린 김치.
반쯤 먹은 스팸.
계란, 참치 통조림
찬장에는 라면 몇 개.
집에서 밥도 해 먹지 않아 쌀도 없고.
라면이라도 먹으려고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더듬어가며 양은냄비 찾는데,
'땡그랑' 하면서 뚜껑이 바닥에 떨어지고.
순간 밖에서 좀비들 소리가 더 커지고.
공포감에 식욕도 없어져서 물만 좀 마시고, 이불 뒤집어쓰고
휴대폰만 만지작 만지작.
그렇게 뜬 눈으로 밤샘.
그러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새우잠을 자다가
슬며시 떠진 눈.
머리를 흔들고, 제발 꿈이길 바라며 커텐을 살짝 열어보는데
어슴푸레한 새벽빛 사이로 언뜻 보이는 사람 그림자들.
달라진 것 하나 없는 걸 보고 망연자실.
화장실에 가서 문 닫고 불 켜고 거울을 보니,
충혈되고 퀭해진 눈.
제 멋대로 삐져나온 턱수염.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부엌으로 와서 라면 끓이고,
국물까지 억지로 다 마신다.
tv, 컴퓨터 가려가면서 다시 틀어보는데 상황은 변한 게 없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각종 게시판이란 게시판에다 자기 메일주소, 전화번호, 집주소 도배하고.
해외 사이트에도 영문으로 집주소 변환해서 올리고, 메일주소 올리고, 전화번호 올리고..
그렇게 한참을 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중천.
또 라면 하나 끓어먹고보니,
얼마나 집에 있어야 할 지 모르는데 슬슬 식량걱정도 되고.
안절부절하다가 다시 인터폰 버튼 눌러보고,
복도에는 아무도 없는거로 나오고..
문 열었다가 카메라 안 보이는 곳에서 툭툭 튀어나올까봐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보조 방범장치 열쇠 걸어놓은 상태로 문 여는데
평소보다 훨씬 크게 들리는 녹슨 문 여는 소리.
"끼이이이이......."
그런데 갑자기 밑 층에서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뛰어올라오는 소리.
놀래서 문 닫고 현관에 주저앉아있는데
희미하게 들리는 신음소리와 다리 끄는 소리.
식은땀에 등은 다 젖고,
손도 차갑게 식고, 식칼 쥔 손은 저릴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고..
인터폰으로 확인해보려고 버튼 누르는데
'삑' 소리 나자마자
카메라 한 가득 잡히는 기괴한 얼굴.
얼굴은 못알아볼 정도로 흉측하지만, 익숙한 옷차림.
무릎 튀어나온 츄리닝에 러닝셔츠..
가끔 담배도 나눠피고, 오가며 인사도 했던
1층에 혼자 사는 아저씨..
덜덜 떨면서 결국 밖으로 못 나가고..
그렇게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해
게시판에 글 쓰고,
라면 먹다가 결국 라면도 다 떨어지고,
스팸에 김치, 계란 후라이만 먹고..
문득 사람 목소리가 너무 그리워 이어폰으로 가요, 팝송 듣고.
각종 예능도 시즌별로 다 다운받아서 보는데
화면 속 연예인은 웃지만 정작 자기는 무표정.
며칠 째 커텐 쳐놔서 햇빛도 못 쬐고,
거울 보니 폐인 그 자체.
얼굴엔 버즘 피고, 손 발은 껍질이 슬슬 벗겨지고..
냉장고 열어보니 먹을거라곤 얼음밖에..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인터폰 버튼 눌러 다시 확인해보니
그 아저씨는 그대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건 마찬가지라고 맘 먹고 나가서 싸우려고 하는데,
집 안을 둘러보니 무기라고는 식칼 뿐.
혹시나 감염될까 싶어 겨울 코트 꺼내고 입 마스크 쓰고, 모자 쓰고 고무장갑도 끼고,
덜덜덜 떨면서 방범장치 걸어놓은채로 문 여는데
순간, 그 좁은 틈 사이로 어떻게든 들어오려고 발버둥치는 아저씨
놀래서 칼 떨어뜨리고 주저앉았는데
다행히 문은 안 열리고,
진흙이 뭉개지는 소리 비슷한 소리가 나면서
자기 피부가 벗겨지는줄도 모르고 자꾸 밀며 들어오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정신이 번쩍 들어 죽기살기로 칼로 찌르고 베고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이마에 칼이 박혀 움직이지 않는 아저씨.
혹시 몰라 눈 딱 감고 몇 번을 더 찌르고 찌르고.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문 닫을 생각도 않고 왠지 미안한 마음에 한참을 흐느끼다
시간이 흘러, 마음 추스리고,
뭔지모를 찐득한 검은 액체가 묻은 칼 들고, 문 열고 밖으로..
대리석 계단을 한 발, 한 발 내딛는데
내 귀에만 크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
금방이라도 뭔가 뛰어올라올 것 같은 느낌.
매일같이 걷고 뛰어다니던 계단과
집 안의 정체된 텁텁한 공기가 아닌 서늘한 공기가 왠지 낯설게 느껴지고,
수시로 뒤 돌아보고 덜덜 떨면서 대문으로 향하는데..
출처 - 일베저장소 volcanic님
종나 무섭게 일베에서 퍼왔네여...ㅎㄷㄷ 근데 이거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같은데서 본적이 있는데 몇년된거 같은데
1년됨
좀비가된세상은 뭔가신선한충격이있으니깐요
종나 무섭게 일베에서 퍼왔네여...ㅎㄷㄷ 근데 이거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같은데서 본적이 있는데 몇년된거 같은데
1년됨
그런가여? 내가 전역하고 본건가?? 입대하기 전에 본거 같은뎀..
재밌다
이야기가 재밌네요 ㅋㅋ
좀비가된세상은 뭔가신선한충격이있으니깐요
예전에 제가 어느 네이버 카페에다 실시간으로 일기형식으로 올린 좀비 아포칼립스도 있었음 날짜 시간 그대로 해서 아무때나 포스팅 하고 싶을 때마다 무작위로 올렸었음 지금은 카페 사라져서 제 작품도 함께 묻혀버림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란 일기형식 아포칼립스 좀비소설있음 그거 따라한듯 책은 1권은 매우 존잼 2권은....보지마쇼
이거 7편부터 없던데.. 아직도 안나왔군요..
재미있다~ ㅋㅋ
글 다볼때까진 별로안무서웠는데 퍼온곳이 일베라는 사실에 팬티 갈아입을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