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빨래나 하자고 마음 먹었죠.
그리곤 세탁기가 돌아가는 시간 동안 간만에 운동 삼아 동네 산책이나 좀 하자라는 생각으로 옷을 두툼히 챙겨 입고 나갔어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일부러 지도앱까지 켜서 봐가며 가는데 터널이 하나 나오더라구요.
이 야심한 새벽 시간에 혼자 터널을 걸어서 통과한다는게 좀 꺼림칙 하긴 했지만 이왕 온 거 그냥 갔습니다(서울이긴 한데, 구체적인 터널 지명은 얘기치 않겠습니다).
차들이 지나가는 차도와 사람이 지나가는 인도가 유리방음벽 같은 것으로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터널이 생각보다 꽤 길더라구요.
어쨋든 춥다, 터널 참 길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한참 걸어 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남자가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잘못 들은 것고 아니고, 애매하게 들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분명한 남자의 헛기침 소리였습니다(일부러 으흠! 으흠! 하는 그 소리 말이죠).
긴 터널의 인도엔 분명 걷고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었고, 옆의 차도엔 한대씩 지나가는 차들이 있었지만, 보통의 터널에서 차들이 지나가며 내는 터널 내벽에 반사되어 증폭된 굉음 조차도 그 곳은 설치 된 유리방음벽 덕분에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거든요.
순간 저는 내 뒤쪽에 누군가가 따라 걸어오나 싶어 뒤를 돌아봤는데 역시 아무도 없었고, 앞 쪽에도 당연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순간 으스스해진 저는 더욱 빠른 발걸음으로 나아가는데, 갑자기 옆의 유리 방음벽이 다다다다다다다다 하고 빠르게 떨려대더군요.
그 순간에는 터널에 제 옆을 스쳐가는 차 한 대 조차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그 정도 떨림이라면 대형트럭 정도가 제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쳐야만 하는게 정상인데 말이죠.
순간 너무 오싹해져서 거의 뛰듯이 터널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무도 없던 터널 안에서 들렸던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 그리고 차도 지나가지 않는데 갑자기 급격하게 떨려대던 유리방음벽...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아직도 오싹하네요.
차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님 보고 무서워했을 듯.
터널관리인 입니다. 헤힣
날씨가 추워서 떤듯
터널이라서 바람에 의한 어떤 진동같은 것에 떨렸을 수도 있고, 헛기침은 어쩌면 외부의 소리가 내부로 들어와서 전달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제 생각일 뿐. 막상 그 상황에 놓였다면 저는 달렸을 것 같네요. 무서워서 ㅋㅋㅋ;
차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님 보고 무서워했을 듯.
혹시.... 어느 병원 밑의 그 터널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