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
polinpal 2019/3/5 (화) 20:21:58 #20048585
최근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와서 투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5개월 정도 전에, 지인한테 들어서 알게 된 건데, 그 지인이 신흥종교에 들어가게 된 모양이다.그 종교에서 뭘 하냐면, 30분 정도 빌고 나서 자신의 추억의 물건을 깨끗한 통 속의 물에 가라앉힌다고. 떠야 할 물건도 가라앉더니 빠져나가서, 이 세상의 구세주가 될 놈이 있는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 같다. 그러면 구세주가 이 세상에 흥미를 갖게 되어서, 때맞춰 구제하게 된다는 거다.
그런데 보름 정도 지나서 구세주가 오셨다고들 그러는데, 아무래도 표정이 어둡고 힐끔힐끔거린다고 해야 하나, 겁을 먹은 것처럼 보여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 날 그 지인은 평소대로 종교활동으로 다른 신자들과 함께 의식을 행했다. 그런데 의식이 끝난 직후 통에서 하얀 연기 덩어리 같은 것이 분출하고, 크기 3 미터 정도의, 팔이 이상하게 긴 인간형 형체가 되었다고 한다.
곧바로 안개화해서 사라진 것 같지만, 구세주의 외모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서워서 이 세상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다고. 그게 정말 구세주인지 지인도 의심하고 있었다. 나는 좀더 자세한 모습을 들어보려 했는데, 결국 말해주지 않더라.
그런데, 그 지인의 기묘한 체험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다. 그 구세주란 것은 보이지 않게 되어 사라진 것 같다.
stantes 2019/3/5 (화) 20:49:28 #70306125
제법 수상쩍은 종교군. 그딴 것에 입신한다면 분명 생활에 염증이라도 느끼고 있었거나, 성격이 팔랑귀였거나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nonthing 2019/3/5 (화) 20:58:02 #81497022
그런 종류의 신흥종교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신자에게 돈을 뜯기 위한 악성 컬트라면 구세주가 진짜로 온다는 것은 교주 입장에서 보면 예상 밖의 일 아닌가? ㅁㅇ 따위를 했다면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stantes 2019/3/5 (화) 22:09:35 #70306215
약을 했다는 거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흰 연기라는 것도 불성실한 신도들이 추억의 물건이랍시고 드라이아이스를 처넣었다던가 그럴 수도.
연기를 본 것은 그 지인 한 명 뿐이었다는 결말도 가능할 것 같다.
polinpal 2019/3/5 (화) 22:16:51 #20048585
나도 지인이 위험한 약이라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서 탈퇴하라고 설득했더니 곧바로 그만두겠다고 결정했다. 그전에는 굉장히 열심히 종교에 빠졌었는데.
계속해서 썰을 풀자면, 그러고 나서 얼마간은 나도 지인도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전대로 지냈다. 근데 걔가 돌연 전에 있었던 신흥종교 관련해서 할 얘기가 있다고 하는데, 지인 왈, 전에 그 종교가 활동했던 빌딩에 규제선이 붙은 것 같고 규제선이 없어진 이후에도 그 종교는 보이지 않아서 아무래도 해산한 것 같다. 해산했다는 점에서 뭔가 생각이 미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 구세주라는 놈이 무섭다고 했다.
나중에는 창밖에 새하얀 사람 같은 괴물이 어슬렁거린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교 동료가 보고 있다던가. 이야기가 앞뒤 없이 중얼거리기만 해서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신과에도 다녔지만 결국 이사한 다음날 부로 연락이 안 된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 그 지인 집에 불이 난 거 같다. 전소했는데 그 녀석과 연락은 되지 않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니 행불처리되었다. 실종된 것인지 그 하얀 놈에게 당한 것인지, 어느 쪽이든 좋은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들 생각함?
imking 2019/3/6 (수) 00:41:17 #52649102
종교 동료란 건 유령일까 뭘까? 마음에 병이 나서 환각을 보다 불을 붙인 걸까, 그 하얀 놈 탓인 걸까, 아니면 우연히 불행한 사고가 겹친 것 뿐일까.
tech-non 2019/3/6 (화) 00:52:50 #65448813
추억의 물건을 바친다니 결연의 일종인가 뭔가? 만일 너의 친구와 그 하얀 놈의 연이 이어진 것이거나 그렇다면, 좋은 예감은 들지 않는군.
polinpal 2019/3/6 (수) 01:16:21 #20048585
뜬금없이 말해봤자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1주일 정도 전에는 1시가 되면 그 놈 같은 게 아파트 주차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근데 오늘은 같은 층 맞은 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거다. 놈에게 눈은 없다. 놈의 배에 있는 얼굴이 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놈을 어째야 할까?
humay 2019/3/6 (화) 01:22:21 #65116515
그나저나 배의 얼굴에 눈이 있다면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게 좋아. 그런 영적인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나, 깨닫는 사람한테 들러붙는다는 말이 있고, 주차장에서 공포심을 느끼고 이끌려온 걸지도 몰라.
오늘 밤은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책을 읽으며 새는 게 좋겠어. 아무래도 불안하다면 성경이라도 읽어.
humay 2019/4/3 (화) 01:22:21 #65116515
어이, 마지막 댓글 이후 한달 가까이 지났는데, 혹시 너희들 주번에서 그 하얀 놈 못 봤어? 그럴싸한 거 없으려나.
Duuumz 2019/4/3 (화) 02:01:38 #54256630
너 어디 있는데? 이 타래주는 잘 있으려나. 최근 보이질 않는데
tech-non 2019/4/3 (화) 04:06:16 #65448813
며칠 전에 나도 같은 것을 베란다 밖에서 봤는가 싶었는데, 그런 건 없었어. 뭔가 했는데 아파트 앞에서 부랑자가 담배 피우고 있었을 뿐이고.
humay 2019/4/4 (화) 01:11:03 #65116515
너 다른 타래에서 아파트 3층에 산다고 그랬던데, 그 높이까지 담배연기가 올라올 수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