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해리스(민주당)나 트럼프(공화당) 둘다 각기 다른 이유로 별로 마음에 안 들고, 누가 되도 우리나라는 앞으로 힘들겠구나하고 적은 씨드로 미장에 조금씩 투자하고 있는 1인인데
2016년에 힐러리 클린턴이 이길 줄 알았는데, 막상 까보니 도널드 트럼프가 클린턴을 털어버린거 보고(선거인단 기준. 미국은 전체득표율보단 선거인단이 중요하니까) 트럼프에 눈길이 갔었음
- 근데 워낙 당시에도 둘이 팽팽하고 호불호도 워낙 갈린다고 생각해서 둘 중에 누가되도 재선은 못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트럼프가 2020년에 재선을 못했음
-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고 트럼프가 재선 못해서 들어갈 줄 알았더니 2024년 대선 나온다고 하고, 본격적으로 바이든 취임 이후부터 미장 투자 시작해서 이번 대선에 이전 대선들보다 관심이 좀 생겼고 트럼프가 직전에 재선 실패를 했음에도 같은 상대면서도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바이든을 이긴다는 여론이 많은걸 보고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음
조 바이든이 쫓겨나고 카멀라 해리스로 후보 바뀌고 나서 여론조사가 트럼프 원사이드 게임에서 해리스가 비등비등하게 나오고 해리스가 전국 지지율에도 앞서고 이번에 화두가 됐던 경합주(러스트/썬벨트 지역)에서도 앞선다고들 언론에서 하도 나오는데, 극단적으로 반대로 트럼프가 전국 지지율에선 뒤지는데 선거인단에선 앞서서 후보가 바꼈음에도 이긴다는 조사들도 유튜브 등에서 나오길래 트럼프가 이기는 요인 좀 찾아보다보니까 알고리즘이 친트럼프 영상(?)을 추천해줘서 트럼프가 유리하다는 영상이나 게시글을 근 2-3주 많이 봤음
서두가 더 길었지만, 그것들을 보고 트럼프가 이번에 이긴 이유에 대해서 좀 정리를 해봤음
1) 상대방 해리스의 문제 : 자질, 카리스마, 캐릭터성 문제
해리스가 사실 처음 등판했을 때부터 최초의 유색 여성 타이틀(샌프란시스코 법무부장관, 부통령)말고는 별로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음.
좀 더 어떤 인물인지 찾아봐도 언론 인터뷰는 드물고, 유세 현장에서 연설 좀 하는거 나오는 정도인데 크게 카리스마도 안 느껴지고 “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트럼프는 안된다.” 원 툴로밖에 안보임(물론 민주주의 가치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런데 당장 인플레가 문제인 미국 국민들 입장에선 민주주의가 더 우선순위였을까?란 의문)
그리고 내가 볼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word salad라고 부르는 박근혜 전대통령식 화법과 비슷한 얼버무리기 였음. 저번달께쯤부터 트럼프가 만만치 않다는 비상이란 상황을 본인이든 캠프에서든 인지를 하기는 했는지 언론에 나오기는 했는데, 친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된 방송에서 해리스 띄워주려는 느낌인데도 뭔가 사회자가 질문을 하면 자꾸 딴 소리를 함. 사이다같이 시원함 만이 정치인의 덕목은 아니지만 매번 저런 모습을 보이니까 저 사람은 본인의 아젠다나 집권했을 때의 정책에 대한 생각이나 있기는 한걸까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음(서두에서 말한 해리스도 별로 마음에 안드는 가장 큰 이유였음)
또 하나 별로였던건 각종 셀럽이나 기성 정치인들의 지지선언에만 기대고, 결국에는 갈 수록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전대통령, 힐러리 클린턴에 기대며 본인이 가려지는 느낌이라 저 사람이 대통령 해봤자 민주당 그냥 얼굴마담이 아닌가 싶었음
결과적으로 외국인인 내 눈에 보기에도 본인 만의 매력도 없도 비전이나 카리스마, 캐릭터성도 없어서 뭘 하려는지 도저히 가늠도 안되서 민주당 지지층말고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인 중도층들이 보기엔 어땠을까 싶음
개인적으로 오죽하면, 트럼프가 최악이라 트럼프만은 피하자고 차악인 해리스를 뽑는다는데 해리스조차도 차악이 아니고 최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듦
2) 미국 민주당의 이상향과 트럼프가 그리는 조국 중에서 미국인들은 후자를 더 좋아하는게 아닐까?
미국 민주당은 내가 보기에 짧게 보면, 오바마 행정부부터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을 배출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흔히 말하는 정치공학적으로 표 계산을 했을 때 본인들의 핵심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유색인종, 성소수자, 고학력 진보/급진주의자 등에 어필을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PC의 경향이 커진 느낌이고 이게 바이든 행정부 4년을 거치면서 요사이트의 근본인 게임 등 대중문화 영역에까지 굉장히 급진적으로 “올바른 것”에 대한 이상향을 집착적으로 그려냈음
- 게임 등 대중매체를 삶의 큰 낙으로 즐기는, 루리웹을 이용하는 우리들한테는 굉장히 큰 문제지만 이건 작은 문제로 보일 정도로 남녀성별 구분이 없는 공용화장실을 공립학교 등에 의무적으로 만든다든가 올림픽 등의 스포츠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선수가 여성 종목에서 양학하듯이 휩쓴다든가, 학교에서 애들한테 성 정체성을 남성인지 여성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한다든가하는 기존의 관습, 문화적인 부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함
반면에 트럼프가 그리고 강조하는 조국은 보다 전통적이고 흔히 마초적이라고 할 수 있고, 과하면 인종차별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기독교 가치에 기반한 백인 중심의 20세기(특히 레이건 행정부 시기인 80년대) 미국임
- 물론 여기에 반발하는 미국인들도 많아서 트럼프를 나치와 동일시하고 비판도 많이 하는데, 앞서 언급한 민주당의 이상향을 너무나 급진적으로 진행하는데 반감을 가지고 있던 미국인들도 많았고, 민주당의 이상향보단 트럼프가 강조하는 20세기 미국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보임. 이번에는 그래서 8년 전 선거에서 트럼프가 전국득표에서 지고 선거인단에서 이긴거와는 다르게 전국득표와 선거인단 모두에게 이긴 것으로도 생각됨
그리고 민주당의 소수자 우대 정책, 흑인/라틴 인종에 대한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인종 할당제)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 또한 오히려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직까지는 미국의 최다 인구이자 주류인 백인들이나 소수인종이지만 은근히 차별받는 우리같은 아시아인 등에겐 오히려 역차별로 느껴져서 반감도 계속 쌓아온 것으로 보임
이래저래 트럼프는 결국 사회 진보를 주장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반동주의자적인 모습인데, 미국인들은 반동주의를 택한 것으로 보임
- 역사에서 사실 시계추가 자주 진보-반동으로 오락가락하는데(극단적인 사례가 1789년의 혁명 이후 약 100년 가까이 혼란을 겪은 프랑스), 2016년 선거부터 이번까지 그 시계추가 왔다갔다하는데 당분간은 미국인들이 반동쪽으러 시계추를 민 것으로 생각함
3)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경제일까?
결국 또 이렇게 트럼프가 압승한건 경제문제인데, 트럼프 행정부때 쌓아놓은 걸 바이든 행정부가 치우는거만으로도 벅차서 인플레이션 문제 등 어쩔 수 없는 측면도 많았다는 평도 많은데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그렇게까지 생각은 못하고 당장에 인플레이션으로 하루 하루 햄버거 가격이나 팁이 올라서 괴로워서 현정부 책임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임. 코로나로 가뜩이나 온갖 지원금으로 시중에 풀린 돈도 결국 바이든이 풀었고, 그거 때문에 물가도 오르고 팁도 오르고 어려워졌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임
- 이번에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사 민주당이 선거인단은 획득했지만 근래 공화당 후보가 가장 많이 득표했다는거보면 경제 이슈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보임
- 올해 4-5월께쯤 뉴욕과 DC를 일주일 정도 다녀왔는데, 원래도 비싼 동네라지만 식당가서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하나 먹어도 2만원은 그냥 나오고, 좀 격식있는 식당(서빙해주는 곳) 가면 단위가 가볍게 10만원은 나오고 팁은 최소 18%, 중간 20%, 22% 적혀있는 영수증 보고 놀랐음. 미국인들 1인당 소득 높다지만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지는 않을거라 체감이 크겠구나 싶었음
트럼프가 직전 대통령이었어도 도전하는 입장이었고, 지속적으로 경제 이슈를 선점하는 모양이었기에 제 아무리 중산층을 위한 경제정책을 한다고 하는 해리스쪽에선 불리했다고 생각함. 그리고 파월 연준의장은 9월에 금리인하하면서 정치적인 고려가 없다고 단언했지만, 안그래도 물가 문제로 현정부에 반간을 가진 미국인들이 실제로 정치적인 고려 없이 지표/통계상 내릴 때가 되서 내리는건데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30년 전에 경제를 강조하면서 빌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배출했고, 16년 전에 조지 부시 행정부 막판에 터진 서브 프라임발 대침체도 집권초기부터 뒷수습하던 오바마 행정부를 이끌었던 민주당이 경제 문제로 탈환했던 정권을 뺏긴 당사자한테 바로 다시 뺏긴걸 생각하면 굉장히 뼈아픈 문제가 아닐까 싶음
이것들 외에도 트럼프가 이긴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크게 정리해본 것들은 요 세가지 요인임
친트럼프 영상들을 많이 막판에 봐서 그런지 트럼프가 다시 될거 같다고 생각했다가도 오늘 대선 직전에 나온 트럼프가 이긴다고 했던 몇몇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쪽으로 뒤집혔다 나오고 오전까지는 해리스가 경합주에서도 이기고 있던 터라(사전투표를 먼저 까서 그랬는지) 진짜로 트럼프가 다시 될까? 싶었는데 진짜로 다시 되니까 이래저래 생각이 많이 들어서 누가 다 읽어줄지도 모를 생전 안 쓰던 글도 쓰게 되버림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이제 엄연히 예정이 되어 있어서 이래저래 우리 정부가 잘 대응을 했으면 좋겠음.
박종훈 기자가 누차 한국의 편향된 언론에 대해서 비판을 했는데, 편향된 시각으로 트럼프 돌아올거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가 대응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게 늦게라도 잘 준비하고 대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쓸데없이 긴 글을 마무리 하겠음
다 읽어준 이들한테는 무한한 감사를…
오바마 - 또람푸 - 바이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미국에 풀린 어마어마한 유동성과 그 유동성으로 인한 양극화가 1차적으로 현생을 사는 시민들에게 주는 고통이 정치인들이 느끼는 것보다 컸고 그 고통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알고 있느냐 아니냐로 귀결되는 수준이었던 것 같음.. 지적한대로 해리스는 그 고민에 대한 답이 좀.. 그래.. 생필품 가격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겠다게 그 답이었으니깐..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대주주의 미실현 주식평가이익에 대한 과세까지 카드를 꺼냈던터라.. 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반증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