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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많다 보니 2편으로 나눌 수 밖에 없었다.
교토 경마장에 왔다. 우마무스메 팬픽같은걸 보다보면 요도의 언덕 이라는 문구를 보게 되는데 교토 경마장이 있는 역이 요도역이었다.
오늘은 G3 경기인 아오이 스테이크스, 인게임에서는 접시꽃 스테이크스라고 표기되어있다.
대상경주이기는 하지만 G3인지라 입장권을 추첨으로 구매해야 한다던지 하는 일은 없었다. 널널하게 그냥 현장에서 표를 구매할수도 있었지만 사진을 찍으려는 목적도 있기도 했고 앉아서 보고 싶었기에 굳이 600엔을 내고 지정석을 예매했다.
JRA 경마장을 마참내 와보는 구나 하는 생각에 감동이 밀려온다. 오이 경마장과는 시설 규모부터가 다른것 같다.
처음으로 보는 터프 코스에 살짝 감동했다. 3200m짜리 장거리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라는 선입관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엄청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천보다 훨씬 큰거 아닌가 하는 느낌.
경기 시작 시간이 다 될 무렵에 내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서 앉을 수 있었다.
바로 정면에 골인 지점이 보인다.
출전하는 말들이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별도의 장소에서 돌고 있었다. 과천에서는 그냥 게이트 뒤에서 빙빙 돌고 있었는데 특이해 보이는 부분이었다.
모든 말들이 게이트에 들어가려고 할 무렵 전광판에서 팡파레가 울린다.
금방 지나 갔는데 운좋게 찍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출발한다.
백스트레치를 달려서
코너를 돌아 최종 직선으로 진입한다. 이 부분이 가장 멋있었던 것 같다.
최종 직선에서 스퍼트
승부가 결정 난다.
경마라는게 몇 분만에 끝나버리기도 하고 굳이 여기까지 와서 봐야할 이유가 있을까 싶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잔디 위에서 달리는 것을 보는건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메인이벤트가 끝났으니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다음날인 일요일이 일본 더비가 있는 날인지라 응원 마권을 구매했다. 결과는....
기념품 샵인 터피샵도 한번쯤 와보고 싶었다.
직구도 못하게 될 수 있는 봉제인형을 사려고 했는데 이왕 교토에 온 김에 맥퀸의 인형이나 다른 굿즈가 없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뒤져봤지만 맥퀸의 굿즈는 하나도 없었다. 다 팔려서 없는건지 오래된 말이니까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딸에서 인기캐일텐데 좀 아쉬운 기분.
그리고 라이스샤워 추모비를 구경하고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간다. 점심을 대충 먹었으니 저녁은 제대로 먹을 생각이었다.
교토역에서 밥을 먹을까 했는데 식당가는 11층에 있어서 교토역에서 유명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1층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탁 트인 공간을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건 흔한 경험은 아닐 것 같았다.
우연히 발견한 교토 타치바나고교 마칭밴드부 학생들. 하교중이었나보다.
올라와보니 좀 무섭다. 안전한걸 알아도 동군영이 오싹오싹하다.
그렇게 교토역에서 무얼 먹을까 하고 돌아다녀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결국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놓고 이온몰로 갔다. 이온몰에 샤브샤브집이 있는데 오늘 저녁은 고급지게 샤브샤브를 먹어볼 생각이다.
육수는 다시마 육수랑 스키야키 육수를 골랐는데 솔직히 다시마 육수는 영 싱겁고 별로였다. 스키야키 육수는 꽤 맛이 있어서 결국에는 스키야키 육수에 계속 먹었다.
그런데 고기말고 두부나 버섯 같은 다른재료들은 뷔페식으로 무한리필이었는데 배가고파서 정신없이 먹다보니 사진을 찍어놓은게 하나도 없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맛있게 먹고 나왔다.
마트에서 내일의 양식 쇼핑을 하다가 발견한 물건. 그야말로 교토 특산품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게 아닐까….사케인듯 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잠시 기다렸다. 일몰시간을 기다렸다가 야경을 찍으러 다시 후시미 이나리신사를 갈 예정이다. 노을을 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그냥 완전히 어두워지는걸 기다렸다가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야경포인트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2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중간 정도에 야경포인트가 2곳이 있다고 해서 거기를 가는 것이 오늘의 마지막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밤의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 도착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이 있었다.
아침에 입구만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나왔던 센본토리이를 걸어가는데 진짜 분위기가 음침하다. 불빛이 없는 곳은 어두워서 고라니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빛이 있는 곳은 그래도 사진을 찍을만하다. 아무튼 센본토리이를 열심히 걸어가면 두번째 신사가 나온다.
대충 시간은 10분 남짓 걸린 것 같은데 보통의 사람들은 여기서 되돌아가고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신사의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올라가게 된다.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올라가는길 초입부분에 나온 화장실, 이후로 화장실은 없었고 저 화장실은 밤에는 폐쇄가 된다. 즉 화장실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센본 토리이는 평탄한 길이었고 별거 아니네 싶었지만 본게임이 시작한 곳부터는 언덕길이 생각보다 빡세다. 그나마 선선한 밤이라 괜찮았지 뜨거운 낮이었으면 미친짓이나 마찬가지였다.
험한 언덕길을 대충 15분 정도 올라왔다. 등반을 시작하고 30분이 흐른 시점. 잠깐 쉴 수 있는 벤치 몇 개와 자판기가 있는 곳이 나타났다. 그런데 거기에 1번이라고 적혀있는 나무판이 보인다.
순간 다리가 풀릴뻔 했다. 30분이나 등산을 했는데 이제 1번,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소리가 너무 잔인했다.
아무튼 내 목적지는 nice view라고 표기되어있는 6,7번 포인트다.
대충 10분 정도 더 올라가니 2번이 보인다. 잠시 벤치에 앉아서 가방에 있던 포카리스웨트를 꺼내서 마시면서 수분보충을 하고 있는데 저 밑에서 할아버지 한명이 거의 뛰다시피 하면서 올라오더니 나한테 말을 건다. 여기부터 정상까지는 90분이 걸린단다. 물론 정상까지 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러고는 다시 무슨 축지법쓰는 도사라도 된 것 마냥 달려서 올라가버린다. 아무리봐도 개10고인물의 향기가 난다. 신사 관계자가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가도 3번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건 맞는 것 같은데 3번 랠리포인트가 없다. 이게 뭐지 시바시바 하면서 올라가는데 어느순간 눈앞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난간 너머로 교토의 야경이 보인다. 직감적으로 목적지에 다 와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 고양이 한 마리가 도망도 안 가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너머로 지도가 보인다.
2번 랠리 포인트에서 대충 30분 정도를 올라왔는데 지금 위치가 6번인 것 같았다.
3,4,5번은 못 보고 지나쳤거나 없거나. 순간 울컥했다.
6번 랠리포인트는 좀 널찍한 공터였다. 앉아서 풍경을 볼 수 있는 벤치들도 꽤 있었다.
이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교토가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아까의 그 고인물 할배가 웃통을 벗고 쉬고 있다.
꽤 멋진 풍경이긴 한데 7번 포인트는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 사진을 몇장 찍고 다시 등반을 시작한다.
뭔가 굉장히 어두운 길을 걸어서 가는데
진짜 한발짝도 앞으로 갈 수 없을 만큼 어두운 곳을 마주쳐버렸다. 랜턴을 가지고 왔다면 전진을 해보겠지만 휴대폰으로는 택도 없다.
결론을 내렸다.
“아, 이 길이 아닌개벼”
7번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표시된 방향에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니까 공동묘지로 보이는 곳들이 있길래 아 여기가 아닌가 하고 다시 내려와 보니 옆의 샛길이 보이고 무슨 표시가 있길래 그게 길이구나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6번 랠리포인트로 오니까 고인물 할배가 서양인 커플한테 여기서 좀만 더 가면 또 경치가 좋은 곳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정황상 7번 랠리포인트를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따라오라면서 길 안내를 해준다고 하는데 신발끈이 풀려서 잠시 묶는 동안 아까 올라갔던 그 길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까 그 길이 맞았던 것이다. 공동묘지 너머에 길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리고 뒤따라서 올라가는데 이 고인물 할배는 축지법이라도 쓰는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공동묘지의 끝 부분을 헤매서 나오니 뭔가 길같은게 보이긴 하는데…
이게 길이 맞나 싶은 어두컴컴한 공간이었다. 이걸 어떻게 지나가나 하고 고민하는데 어둠 너머로 그 할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생각보다 가까운듯해서 용기를 내서 어둠속으로 들어섰다.
다행히도 잠시 걸으니 암순응이 되면서 앞이 보인다. 공동묘지쪽이 워낙에 밝아서 생긴 문제였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공터가 나타나고 탁트인 시야에 교토시내가 보였다.
사실 6번 랠리포인트와 큰 차이는 없었다. 힘들고 시간이 없다면 굳이 여기까진 안와도 될듯하다.
잠깐 쉬면서 야경을 보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편도로 한시간이었으니 내려가는 것도 한시간이 걸린다.
내려가는 길에 발견한 랠리포인트들.
건물 위에 달려있어서 못보고 지나쳐버린 것이었다. 3번은 갈림길에서 내려가는 길이라고 되어있는 쪽으로 가면서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올라갔던 길로 내려갔다면 발견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은 신사의 바깥으로 나가서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한시간정도 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센본토리이 같은 쓸데없이 돌아가는 길로 가지 않아서인지 30분 만에 신사로 내려올 수 있었다.
2시간의 야간 산행을 마치고 땀으로 범벅이 되서 호텔로 돌아왔다. 욕조에 뜨신물을 받아놓고 몸을 담그니까 나도 모르게 기절해서 한시간이나 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렇게 빡센 2일차의 일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왜 중간부터 공포영화죠. 맨하탄 카페 친구 정모하게 생겼네.
살짝 그렇기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