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온고지신의 명품급 증명,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

| 제목 |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 | 출시일 | 2026년 6월 18일 |
| 개발사 | 스퀘어 에닉스 | 장르 | ARPG |
| 기종 | PC / PS5 / XSX|S / NS2 | 등급 | 12세 이용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정필권 (Mustang) |
지난해 여름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최초 공개된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는 고전적 타이틀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 만들기에 충분한 타이틀이었다. 스퀘어에닉스의 성공적인 시도로 자리를 잡았던 HD-2D 비주얼로 제작된 첫 번째 액션 중심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간 턴제 RPG 중심으로 고전적인 플레이 환경을 구현했던 것과 다르게 보다 직접적인 조작이 반영된 타이틀로도 HD-2D가 활용될 수 있다는 시도이기도 했다.
공개와 동시에 체험판을 선보였던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는 이후 발매를 앞두고 본편과 연계되는 프롤로그 체험판까지 다시금 배포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간 스퀘어에닉스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IP라 부를 수 있는 타이틀이기도 했지만, 고전 2D 액션 어드벤처 혹은 액션 RPG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체험판 만으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본편으로 만나본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이하 엘리엇의 모험)는 분명히 고전적인 액션 어드벤처의 경험이 기반이 되는 타이틀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정도가 넘을 정도의 고전적인 플레이가 바탕이 된다. 동시에 하나의 무대를 시간대별로 네 번 나눠서 똑같이 사용하는 개발 코스트 절감의 방향성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장소가 반복됨에도 게임 플레이는 지루하지 않으며 때로는 머리 속에서 느낌표가 나올 정도의 경험이 자리한다. 엘리엇의 모험이 주는 독특한 재미는 여기서 나온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반복적인 플레이를 통해 구성된 설계가 빛이 나는 지점들이다.
※ 해당 리뷰는 유통사를 통해 코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플레이는 PS5 환경에서 이루어졌다. 더불어 스포일러 가이드 라인 기준을 준수하여 언급 가능한 선에서만 일부 스포일러가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 고전적 액션 어드벤처의 구현 - 전투 전반 그리고 마법의 활용 측면에서
우선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엘리엇의 모험이 고전적인 액션 어드벤처 혹은 액션 RPG의 형태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게임 플레이의 첫 인상은 명확하다. 어느 게임을 먼저 접했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스퀘어 에닉스의 타이틀이라는 점에서는 ‘성검전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액션 어드벤처라는 측면에서는 2D 젤다를 떠올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엘리엇의 모험은 비록 게임 설명 내부에서는 액션 RPG라는 정의를 스스로 내리고 있다. 하지만 게임 내부의 플레이는 모험가라는 소재 측면에서 그리고 성검전설 시리즈와 같이 능력치 전반의 증감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정의와는 다르게 레벨 디자인이나 강화 저반 등이 액션 어드벤처의 플레이 양상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따라서 장르 자체는 게임 설명 기준으로 ARPG로 표기를 하겠으나, 게임 플레이 내부를 채우는 것이 액션 어드벤처의 문법이라고 판단을 했다. 따라서 해당 장르의 시각과 기준으로 리뷰를 진행했음을 밝힌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엘리엇의 모험은 고전적인 액션 어드벤처의 구현에 목적을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전적인 액션 어드벤처라고 함은, 2D 시절의 플레이를 의미한다. 여러 정의를 내릴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직접적인 공격으로 적을 제압하고 / 탐색을 통해서 체력을 증가시키는 구조 / 필드를 일종의 퍼즐처럼 사용하는 플레이 흐름 / 던전 내부의 퍼즐 측면과 같은 것들이다.

ARPG라고 하긴 했지만... 솔직히 설계 전반을 보면 액션 어드벤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전투의 골자를 보거나 이미 체험판을 플레이 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에 이해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 내에는 처음 지급되는 검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이를 이용해 적을 제압하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등장하는 무기는 검 / 창 / 활 / 망치 / 폭탄 / 부메랑 / 사슬낫까지 총 7가지가 등장한다.
또한 각각의 무기는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다른 범위에 대응하는 구조다. 검은 근거리에서 반원을 그리며 적을 공격하고 창은 직선으로. 사슬낫은 더 큰 범위의 반원을 공격하지만 가까운 적을 공격할 수 없는 등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는 상태다. 이와 같은 구조는 필연적으로 플레이어가 무기를 바꾸면서 플레이 하는 양상으로 유도된다.


7개의 무기를 바꾸면서 전투를 진행하게 되는 편. 무기는 다 의미가 있기도 하다
또한 각 무기는 차지 공격을 통해서 특수한 액션을 발동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액션 체계는 간단하게 폭을 넓힌다. 검의 경우 충격파를 날리는 형태, 창은 직선 돌진, 사슬낫은 근거리 회전과 직선 공격, 망치는 근거리 범위 공격 등으로 일반 공격과는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차지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각 무기의 단점을 조금은 보완할 수 있는 형태라고 보면 되겠다. 진행하면서 더 강화된 등급의 무기를 획득할 경우, 차지 공격의 단계가 증가하기에 한 번에 더 높은 피해를 입힐 수 있도록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의 설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무기들은 ‘마석’이라는 일종의 패시브 아이템을 통해서 활용법이 크게 달라진다. 초기에는 공격력이나 유틸리티 측면에서의 마석들이 나오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활용도의 형태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마석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마석들은 메리트와 디메리트가 함께 제공되지만, 이 또한 마석의 조합을 통하여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마석은 초기에는 미약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게임 플레이를 크게 변화시킨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공격이 느리고 캐릭터 전면에만 소규모 범위 공격판정을 가지고 있는 망치의 차지 공격은 특정 마석을 사용하는 순간 활용도가 달라지게 된다. 해당 마석은 ‘차지 공격 시 전방에 번개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차지를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이는 차지 시간을 단축하는 마석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해당 마석을 장착하는 순간부터 망치는 전방 광범위 공격이 가능한 무기가 되며, 전투의 양상을 크게 바꾼다.
다른 무기도 비슷하다. 창의 경우 차지 공격에 무적 상태를 부여한다거나 / 사슬낫의 차지 도중 불꽃이 나오게 된다거나 / 활이 화살을 두 개 소모해서 1회 두 번 공격하거나 / 화살이 적에게 튕기게 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때문에 엘리엇의 모험은 일견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고전적인 전투 흐름 속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기에 부가적인 마석과 조합을 할 경우에는 일종의 빌드 구축과 같은 형태로 플레이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기도 하다. 초기에는 심심할 수 있겠지만 중반을 넘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단계적으로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하겠다.

당신이 탐험을 해야 하는 이유 = 무기의 용도가 바뀌기 때문
이와 같은 마석은 게임 플레이 도중 탐험과 발견을 통해 습득하거나, 보스를 격파하고 나온 재료들로 마을에서 제작을 할 수 있다. 제작 시에는 확률에 따라서 고등급 마석이 결과물로 나오며, 마석을 많이 제작할수록 레벨이 올라가 고등급 마석이 나올 확률이 증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는 요정, ‘페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플레이를 보다 다채롭게 구성한다. 페이의 능력은 점화 / 대시 / 순간이동(워프) / 적을 페이의 위치로 끌어당기는 것 / 엘리엇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다섯 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빠른 이동을 보장하는 대시일 테지만, 나머지 능력들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적의 패턴을 피하기 위해서 워프를 사용할 수도 있으며, 멀리 떨어진 적을 끌어당기는 마법으로 낙사를 시켜버린다거나. 어두운 장소에서 점화로 불을 밝히거나 적에게 화염 피해를 입히는 등의 플레이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퍼즐에서도 유용하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두고두고 보스전에서 활약할 분신까지. 마법은 빼놓을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페이의 마법 또한 무기의 마석과 마찬가지로 점진적인 강화가 이루어진다는 데에 있다. 강화를 위해서는 필드에 있는 사당 형태의 시련을 방문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미 습득한 능력들의 활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련에서는 특정 마법을 사용해서만 진행하는 퍼즐 형태의 플레이가 자리한다. 이를 클리어했을 때에는 마법의 능력이 강화되고 이전에는 없던 부가적인 능력이 더해진다.
페이가 가지고 있는 마법은 기본적으로는 액션 어드벤처 측면에서 퍼즐을 풀기 위한 도구가 된다. 동시에 밟아야 하는 발판을 분신 마법을 이용해서 해결하는 방식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와 같은 능력은 전투에서도 유의미하다. 폭탄을 짊어진 달팽이를 점화로 바로 제거한다거나 / 엘리엇의 행동을 그대로 복사하는 분신을 이용해, 공격을 2배로 적중시킨다거나 하는 식이다.
우측 아날로그를 통해 페이를 직접 조작하는 것도 가능한데,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도 꽤 유용하게 사용된다. 퍼즐을 풀기 위해서나 전투 측면 모두에서 동시 조작이 의미를 갖추도록 했다. 2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이야기를 별도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력자의 시점에서 전투에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뒀다.

굳이 2인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있었으면 좋겠다는 순간이 오긴 한다. 의미가 있다
전투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은 ‘패링’이다. 게임 플레이 중반 즈음에 개방되는 패링은 엘리엇의 모험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패링을 얻는 순간부터 게임 플레이는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단조로웠던 고전적 전투 패턴에 익숙해진 이후 패링이 주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체득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투 템포가 더해지는 셈이다.
심지어 패링의 판정이나 범위도 여유롭게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공격을 패링할 수 있는 사양이다. 일반 몬스터의 공격은 물론이고 최종보스의 패턴 전반에 이르기까지 오브젝트 피해를 제외한 게임 내 거의 모든 공격을 패링할 수 있다. 그렇기에 패링을 사용하는 순간부터 엘리엇의 모험은 보다 액션 측면이 강화되는 설계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고전적인 액션 어드벤처 형태에서 패링이 더해지는 순간, 전투의 템포가 바뀐다. 정직한 적의 패턴은 패링 이후 내가 공격하기 위한 기회가 되며, 특유의 사운드와 이펙트까지 더해지면서 플레이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 올리기 시작한다.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쳐서 많은 변화를 가미하는 요소이기도 하거니와, 후술할 후반부에도 꽤 중요한 메커닉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스토리 측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스포일러라 구체적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아무튼 패링은 무조건 익숙해져야 한다. 손맛도 좋기도 하고
액션 어드벤처와 같은 플레이는 각 무기의 활용에서도 적용되어 있다. 무기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무기의 경우 모험 과정에서 막힌 곳을 뚫는 해결법이 되기도 한다. 스토리 진행 상 폭탄을 얻은 다음, 이후 막힌 길을 뚫고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적을 공격하는 활용법 이외에도 특정 구간을 돌파하기 위해 사용되므로 같은 무기로 새로운 활용법을 마주할 수도 있다.
점진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개방되는 기능들이 자연스레 엘리엇의 모험이 보여주는 전투의 깊이를 늘리기는 한다. 체력을 증가시키는 아이템이나 액세서리를 장착하는 칸수를 늘려주는 도전 콘텐츠 등도 여기에 발을 맞춰 제시되고 플레이어가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나간다. 같은 플레이 양상이 반복되기 보다는 새로운 활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적인 설계이기도 하다.

액세서리는 최대 3개까지.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니 조합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게임 플레이 구조 상 미흡한 지점들도 있다. 원거리 공격 시 찾아볼 수 있는 어색함이 대표적인 사례다. 근거리에서는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활이나 무메랑 같은 원거리 공격 자체가 아주 어색하다. 적들은 자유로이 움직이면서 여러 방향으로 공격을 가하지만, 플레이어의 대각선 방향 공격은 조준이 쉽지가 않다. 적은 16방향으로 움직이는데 플레이어 캐릭터는 8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원거리 공격을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응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최종적으로 전투 측면을 정리하자면, 무기의 마석 장착에 따른 활용법 변화 + 마법을 이용한 추가적인 공격 방식 추가 + 패링을 통한 전투 템포의 변화 등이 모두 더해지는 순간, 엘리엇의 모험은 고전적인 전투에서 벗어나 빠른 템포를 가지고 있는 액션 어드벤처의 형태를 띄기 시작한다. 탐험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시기의 차이는 있을 테지만, 적어도 두 번째 시대를 마무리 하는 순간부터 일부 마법을 제외한 게임 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액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뒀다.
이와 같은 결정은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반복 플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부터 활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게임 플레이 상으로는 대략 중반부 즈음이며, 전투 관련 요소들이 갖춰지면서 일종의 빌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같은 구조를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플레이 양상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결론을 지을 수 있다.

대각선 공격은 조금 문제가 있지만 그걸 제외하면 전투 전반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 유의미하고 독특한 설계 - 네 시대의 반복, 하지만 최소한의 겹침으로 층을 이루는
엘리엇의 모험이 보여주는 설계의 형태 자체는 반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장소는 모두 같은 배경이며, 시대를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즉, 비슷한 시대라고 가정한다면 A라는 원래 시대에 있던 건물이 이전 시대인 B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길 또한 같다. 플레이어는 네 개의 시대에서 같은 지역과 같은 구조를 답습하게 된다.
엘리엇의 모험은 분명히 하나의 장소를 네 번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것이 같은 100% 장소를 탐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같은 장소인데 다른 장소이기도 한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무슨 괴상하고 모순적인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이는 엘리엇의 모험이 택하고 있는 설계에서 기인한다.
게임 내에 네 개가 존재하는 각각의 시대를 A에서 D까지라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하는 가호의 시대에서 그 직전인 재건의 시대로. 그리고 마법의 시대와 발아의 시대 순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 상으로는 직전의 시대로 순차적 개방된다는 점이다. 설정 상 제한으로 인해 한 번에 두 개의 시대를 이동하지 않는다.

체험판으로는 재건의 시대 일부까지 봤을 것이다. 이후에도 같은 구조다. 마음의 준비를 하자
동시에 각각의 시대는 같은 장소와 월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만이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즉, 각 시대를 하나의 층 또는 레이어라고 생각한다면 A 레이어와 B 레이어가 일부 겹치고 다시 B 레이어와 C 레이어가 일부 겹치는 식으로 이해를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여행한다는 컨셉이 여기에 더해진다. 스포일러를 최소화 하는 수준에서 설명하자면, 엘리엇의 모험에서는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을 변화시켰을 때에 모든 시대에 변화가 미치는 것이 아니다. NPC와 관련된 일부 사건들은 조건부로 시대를 관통해서 유지되기도 하지만, 오브젝트의 상태 변화 등은 해당 시대와 이후 시대에만 영향을 미친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A 시대에서 그 이전인 B 시대로 모험을 떠난 엘리엇이 B 시대에서 특정 문을 개방했다면? 그 변화는 A 시대와 B 시대에 적용된다. B 시대의 이전인 C 시대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것이 기본적인 규칙이다. 두 시대를 넘어서 변화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변화 그 자체가 시대를 두 번에 걸쳐 넘어와야만 현재에 적용된다는 것이 전제다.


네 개의 시대는 같은 구성의 맵을 공유한다. 반복이고 그 맵의 내부가 조금 다를 뿐이다. 틀이 완전히 같다
주인공 엘리엇이 시대를 거슬러 가면서 모험하는 것은 A-B-C-D의 순서지만 플레이 과정에서 이룩한 변화는 D-C-B-A의 순서로 적용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동선은 각 시대에 맞춰 달라지고 새로운 능력과 새로운 지역의 개방 그리고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이전 시대에서는 갈 수 없던 새로운 지역으로의 모험을 진행하게 된다.
스토리상 C 시대에서 지금까지 갈 수 없었던 문이 열려있을 경우 새로운 지역에서의 모험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인 B 시대에서는 문이 닫혀있기도 하다. 열쇠가 필요한 경우인데, 이럴 때에는 C 시대의 이전인 D 시대로 돌아가 퀘스트 또는 스토리를 진행하고 개방한 다음, B 시대에서 문을 다시 여는 식으로 추가적인 탐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B 시대에서 문을 열었다면, 이 변화는 원래의 시대인 A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기에 엘리엇의 모험은 같은 장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형태는 비슷하지만 다른 장소를 모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반복적인 것은 맞지만 플레이의 양상이 달라진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의 월드를 복잡 다양하게 만든다. 동시에 일종의 거대한 퍼즐처럼 설계되는 일면도 보여준다. 다른 장소에서 하나의 오브젝트를 작동시키고 변화를 지켜본 다음, 새로운 풀이법을 적용하는 행위와 비슷한 메커닉이다.

같은 맵이지만 특정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배치해두기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월드의 세부적인 장소들은 반복을 기반으로 일자 진행과 같은 형태를 구성하게 된다. 크게 보자면 다른 장소로 연결된 ‘통로’ / 하나의 테마 기믹으로 구성된 던전인 ‘유적’ / 테마 없이 다른 곳으로 연결되지 않고 막혀있는 소규모 장소인 ‘동굴’로 세부적인 콘텐츠를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모든 시대에 걸쳐 동일한 설계가 유지되는 것은 통로와 동굴이다. 두 개의 콘텐츠는 그 어떤 시대를 가더라도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 다만, 다른 장소로 진행되는 통로가 있을 경우 특정 오브젝트는 시대별로 추가되는 무기나 능력을 통해서만 개방되는 구조다. 따라서 이는 게임 진행을 위해서 제한을 걸거나 스토리 진행을 위한 요소로 사용된다.
통로와 동굴은 모든 시대에서 같은 장소. 같은 구조를 따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일부 변화가 있다. A 시대에는 해당 통로에 아무런 요소도 없었다면, 다른 시대에서는 아이템 상자나 수집물인 고양이가 배치되기도 한다. 후술하겠지만 이러한 요소들도 수집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같은 공간이어도 다른 동선으로 탐험을 하게 되는 구조다. 백트래킹 -같은 장소를 다시금 탐색하는 것-을 하도록 유도하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일부 동굴들은 특정 시대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각 시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나타내는 요소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이 메시지가 나왔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이다. 다른 곳으로 탐험을 하면 되겠다
던전의 경우 하나의 테마 기믹을 유지한 상태에서 각 시대마다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A 시대에서는 특정 길이 파괴되어 탐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더 탐색할 것이 없다. 아이템이나 특정 수집물도 존재하지 않기에 짧은 규모로 모험이 완결된다. 하지만 특정 시대에서는 던전들이 더 큰 규모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다.
대략 ‘이 시대에는 해당 유적이 파괴되지 않은 온전한 상태구나’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 경우 온전한 던전의 테마를 마주하게 된다. 여러 층을 오가면서 오브젝트를 작동시키고 보스전이 제공되기도 하며, 후반부에 획득하는 무기로만 개방이 가능한 보물상자들이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각 유적들이 백트래킹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일자 진행에 가까운 설계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이미 네 개의 시대에 걸쳐서 백트래킹 행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개발진은 던전 내부의 플레이들을 최대한 일자 진행에 가깝게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저 흐름을 따라서 쭉 진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모든 방해요소를 제거하고 보스방까지 도달하며 모든 수집물을 획득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그 어떤 네비게이션도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심한 레벨 디자인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만든 설계. 그리고 퍼즐 풀이와 전투를 더하며 경험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킨다
꽤 재미있는 지점인데, 앞서 언급한 각 시대별 층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던전인 유적들은 하나의 테마로 구성된 기믹을 가지고 있고 / 특정 시대에서만 온전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 / 다른 시대에서는 유적의 일부만을 플레이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시대에서 일부 구간을 경험하고 - 특정 시대에서 완성된 형태를 경험한다는 점에 있다.
이 또한 반복적이면서 플레이어의 숙달을 위한 배치다. A / B / C 시대에서 특정 유적의 기믹과 일부 구간을 익숙하게 만든 다음, 제대로된 테마와 기믹을 추가해서 D 시대에 온전한 유적 탐사를 진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른 시대에서 단편적으로 경험한 것들이 하나로 맞춰지며 완성되며, 비슷하면서도 더 심도 있는 퍼즐과 탐사를 제공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네 개의 시대에서 같은 무대를 사용하고 각 시대별로 층위를 다르게 만들어 일부 구간만을 겹쳐두는 것은 꽤나 감탄이 나오는 지점이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다) 분명히 반복적인데 반복적이 않게 느껴지는 양가적인 경험이다. 여기에 시나리오의 진행까지 더해지면, 과거에 플레이어가 이룩한 변화가 현재에 어떻게 맞아들어가게 되는지.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으로도 이어진다. 이것이 모두 하나의 흐름을 구성할 때, 머리 속에서는 느낌표가 떠오를 것 같은 번뜩임의 순간이 찾아온다.

분명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는데, 새롭게 느껴진다? 이렇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는 어떤 변화를 낳게 되는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반복성을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 플레이어가 게임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무대를 탐험하게 만드는 경험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 측면에서는 최대한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해진다.
네 개의 시대에 걸쳐서 플레이에게 학습을 시킨다는 발상은 설계 상으로 오히려 공이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 내에 추가되는 에셋이나 기믹 측면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하나의 거대한 던전을 구상하고 단편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성비가 있는 결정이기도 하다. 단순히 하나의 거대한 던전을 4등분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순서대로 (물론,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서 그 순서가 무시되기도 하지만) 경험하도록 한 다음, 최종적으로 심화 과정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시에 플레이어가 추가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나 무기 등이 더해지면서 반복적인 백트래킹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어느 정도 상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성적으로는 분명히 반복적인 것임을 인지하고 있는데, 실제 게임 플레이 경험이 조금씩. 때로는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엘리엇의 모험이 보여주는 설계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설계의 변화와 더불어 보상과 신규 능력 추가로 탐험의 폭을 조금씩 확장하는 셈
● 단서와 반복 사이에서 - 세 번의 엔딩 크레딧 그리고 페이지의 넘김
이렇게 반복적인 플레이에 토대를 두면서도 각 시대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엘리엇의 모험이 보여주는 방향성은 스토리 측면에서도 궤를 같이 한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고자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전에 인지시켜야 하는 지점들이 있다. 단어 하나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설명이 조금 조심스럽지만,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엘리엇의 모험은 엔딩이 여러 단계로 구분된 멀티 엔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전에 공개된 정보가 아니기에 실제 플레이에서 당혹스러웠던 지점이다. 다만, 플레이어의 선택이나 플레이에 따라서 자연스레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세 가지 단계로 엔딩을 구분했다는 느낌에 가깝다. 끝까지 도달하면 첫 번째 엔딩과 엔딩 크레딧이 재생되고,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세 번째 엔딩이 진정한 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일종의 거대한 백트래킹과 같이 다뤄진다. 첫 번째 엔딩 크레딧을 보고 최종 보스를 격파하더라도 이야기는 완벽하게 마무리 된 것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진실이 남아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게임 시작과 동시에 재생되었던 목소리가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보스전 직전으로 돌아가 다시금 모든 시대를 훑어가면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엔딩 크레딧을 볼 때마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속삭인다. 그것도 두 번이나
거대한 백트래킹이라고 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다. 이미 모험했던 지역들을 다시금 답파하고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과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최종 보스와의 전투 또한 다시 반복되지만, 기믹을 다르게 가져가도록 했다. 진실을 알게 된 뒤에는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 제압으로 목표가 바뀌며, 타격이 아니라 패링을 통해서 피해를 최대한 덜 준 상태로 기믹을 완료해야만 두 번째 엔딩에 도달할 수 있다.
이후 진정한 엔딩은 스케일이 한층 커진다. 모든 의문이 마무리 된 줄 알았지만, 사실은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었고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짜 엔딩에 도달한다. 마지막 엔딩은 게임 콘텐츠의 100%를 달성하는 과정과 같다.
수집 콘텐츠인 고양이 모으기를 모두 완료해야 하고 (일단 모으는 김에 모두 모으긴 했다. 엔딩 조건은 아닐 수도 있다) 숨겨진 진실을 모두 알게 된 다음에 진정한 위협과의 최종전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각의 최종적인 단계의 무기를 찾아가야 하며, 자연스럽게 게임 내 탐험과 수집 콘텐츠를 전부 다 클리어 하도록 만드는 구성이다.

고양이는 50 마리이고 네 시대에 걸쳐 다 찾아야 한다. 찾아야 하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 그래서 화가 날 수도 있다
세 번째 보스를 격파한 이후에는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했던 사이드 퀘스트와 그간의 변화들을 엔딩 크레딧에 재생시킨다. 각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과거가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숨겨진 진실은 무엇이었고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각 시대의 층을 조금씩 중복되게 겹치고 있는 구조는 스토리 또한 마찬가지다.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시대의 사이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진실을 알기 전까지 각 시대별 중복되는 단서들 만으로 추측을 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 엔딩에 이르러 모든 진실이 전달되었을 때,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나 상황들이 나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스토리 구조는 작은 월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택한 영리한 선택지처럼 느껴진다. 과거에서 변화를 일으켰다면 현재에도 적용된다는 메커닉이 스토리 상으로도 반영된 결과물이다. 엔딩 이전까지는 과거의 변화가 NPC들에게만 적용되었으나, 엔딩부터는 사실 주인공 엘리엇도 그 흐름에 위치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시대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 변화가 과거에서 미래로 적용되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세 번째 엔딩을 달성해야만 뉴 게임 플러스가 개방되는 것으로 보아, 개발진은 애초부터 세 번의 엔딩을 상정하고 개발을 진행했다고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형적인 모험담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한 바퀴를 돌아서 성립하는 거대한 흐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반복적인 플레이와 엔딩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게임의 볼륨을 억지로 늘렸다는 느낌은 적다. 구조는 반복적이나 실제로는 반복적이지 않은 경험이다. 백트래킹을 던전 탐사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위한 백트래킹으로 만들어서다.
이러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추리 소설에서 서술 트릭에 당한 다음, 진실을 찾고자 페이지를 돌려보는 느낌에 가깝게 다가온다.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를 파악해야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뒀기에 그러하다. 한 번의 엔딩을 보고 과거의 이야기를 되짚어 볼 때, 이전 챕터로 페이지를 넘긴다고 해보자. 엘리엇의 모험은 이 경우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들을 추가하는 형태다. 그리고 숨겨진 과거의 챕터를 확인한 다음에는 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점이 꽤나 흥미롭다.
스토리도 또한 반복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모험 과정인 던전 탐사와 같은 플레이는 일방 통행이 됐다. 엔딩 이후 몇 개의 탐사를 하는 것도 일방 통행에 가까운 디자인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애초에 보스방 앞에 항상 웨이 포인트를 마련해 두기도 했다. 미리 탐사를 진행했다면, 첫 엔딩 이후의 플레이는 생각보다 간편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그러므로 미리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고 약 30시간 정도의 시간이라면 적절히 마무리까지 도달할 있지 않을까 한다.

엔딩 크레딧은 총 세 번. 다 보고 나야만 클리어가 되고 뉴 게임 플러스가 개방된다
● 온고지신의 명품급 증명,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
최종적으로 정리하면,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는 과거의 플레이에 기반하여 준수하게 만들어진 액션 RPG 타이틀이다. 과거 성검전설 시리즈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고전적인 플레이의 연장선에 있다. -육성 측면이 없어 RPG 보다는 어드벤처에 가깝기는 하지만- 모험을 진행하면서 스토리를 따라가고. 이 과정에서 성장하며 다양한 기믹들로 막힌 곳을 개방하며, 더 확장된 모험을 즐길 수 있다는 가치를 분명하게 따르고 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딱 맞는 그러한 타이틀이다.
스퀘어 에닉스가 선보이는 HD-2D 최초의 ARPG 타이틀라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하는 지점이다. 그간 턴제 RPG에 집중했던 장르적 선택을 넘어서, 과거의 플레이를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지. 직접적인 조작과 액션을 HD-2D에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반복적인 플레이를 상정했음에도 그리 반복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 개의 시대를 배경으로 두면서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방문하게 되지만, 미묘하게 달라지는 지점들로 인해서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근본적으로 긴 백트래킹을 하게 되는 플레이어도 피로감이 덜하도록 구성했다. 게임 내 던전이나 통로들은 모두 일방향으로 구성되어 백트래킹을 최소화했다.

반복을 하고 있는데 반복적이지 않은 이 괴상한 경험과 게임 디자인이 개인적으로 고평가를 하는 이유다
엘리엇의 모험이 보여주는 백트래킹은 던전이 아니라 스토리 상으로 그리고 월드를 반복 플레이 하는 정도에 그친다. 각 시대별로 층위를 구성하고 그 층위들이 일부 겹쳐지도록 구성하면서 시대별로 조금씩 달라지는 변화들이 플레이어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사이드 퀘스트와 메인 스토리에서 플레이어가 한 행동들이 최종 시대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구성하면서 꽤나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을 남기고 있다. 개발 효율적인 측면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납득이 가능한 형태 /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레벨 디자인을 곁들여서 제시한다. 세 개의 엔딩으로 구분해서 페이지를 뒤로 넘겨 진실을 파악하도록 구성했으며, 최종 엔딩까지 도달하면 게임 콘텐츠가 제공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전부 다 자연스레 달성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물은 꽤 놀라운 것이기도 하다. 이성적으로는 분명히 반복적이고 같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는 반복적이지 않다. 같은 장소라도 시대별로 다른 구조를 보여주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이전 시대에서 경험한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하나의 테마로 구성된 던전을 선보인다. 레벨 디자인을 1/4등분을 구성해 조금씩 학습하도록 구성한 것과 같다. 이 발상이 엘리엇의 모험이 놀라움을 전달하는 지점이다.

게임을 다 끝냈을 때. 100%로 완결되는 타이틀은 간만이기도 하다. 충분히 만족스럽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어색한 요소들이나 아쉬움은 남아 있다. 전투 측면에서는 대각선 방향 조작이 미묘하게 부자연스럽다는 점이 플레이 과정에서 어색함을 낳는다. 그리고 네 개의 시대별로 층위를 구성하는 것은 좋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기까지는 반복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반복적 상황 속에서 달라짐을 느끼도록 흐름을 구성하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플레이어들이 포기한다면 이 놀라움을 마주할 수는 없다. 번뜩임이 나오기 전까지 플레이어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바로 이 지점을 넘길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아무래도 미지수로 남는다.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가 보여주는 고전적인 게임 플레이는 분명히 과거의 유산이다. 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이전 시대에서는 하지 못했던 발상이다. 반복적인 플레이를 계속해서 던지면서도 반복을 흥미롭게 바라보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플레이어의 머리 속에서 느낌표를 던질 수 있는 플레이와 스토리 구성이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가 보여주는 매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기준에서 보자면 개발진의 기획과 구성은 분명히 각별함으로 자리한다.
엘리엇의 이야기는 이번 한 작품 만으로 온전히 끝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이후의 확장은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시도를 바탕으로 과거 스퀘어에닉스가 보여줬던 과거 ARPG들의 새로운 시도들도 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이번 모험가 엘리엇의 천 년 이야기는 온고지신의 증명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증명은 충분히 준수하고 빛이 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