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다 피우지 못한 깨달음의 꽃망울,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

| 제목 |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 | 출시일 | 2026년 8월 4일 |
| 개발사 | 게임프리크 | 장르 | 액션 |
| 기종 | PC / PS5 / XBOX | 등급 | 청소년이용불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정필권 (Mustang) |
지난해 6월. Xbox 게임 쇼케이스에서 최초 공개된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개발한 게임프리크의 최신작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타이틀이다. 이 놀라움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게임프리크를 대표하던 타이틀과는 완전히 달라보이는 비주얼 방향성과 게임 플레이를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앞선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그간 게임프리크가 개발했던 게임들을 아는 관점에서의 판단이다. 지금까지 게임프리크는 거대한 IP의 타이틀을 제작하는 것 이외에도 꽤나 많은 독자적인 시도들을 해왔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첫 시도가 아니고 꽤 오랜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그럼에도 그간의 시도를 우리가 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 시도들이 그리 좋지 못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게임프리크가 개발한 타이틀을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템보 더 배드애스 엘리펀트 (2015년) / 기가 렉커 (2017년) / 리틀 타운 히어로 (2019년) / 판도랜드 (2025년) 까지 이어지는 게임프리크의 타이틀들은 닌텐도가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 턴제가 아닌 액션 전반의 여러 장르 등에서 나름의 시도를 가미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메인 프로젝트 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가까운 결과물들이었고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게임프리크는 꽤 많은 시도를 했던 개발사이기도 하다. 다만, 그 시도들이 기억에 남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 게임프리크가 지금까지 선보인 독자적인 타이틀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인력이 들어갔다. 직접적인 인력보다는 외주와 여러 협력사로 구성된 것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나름의 공을 들였음이 분명한 퀄리티와 비주얼을 공개하면서 나름의 기대를 갖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지난 8월 4일 발매된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 (이하 윤회의 짐승)은 독특한 발상이 잘 어우러진 전투 시스템을 가진 타이틀이라는 일면을 가진다. 분명히 전투 시스템의 흐름이나 발상은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태로 설계되어 있으며, 명확한 방향성 아래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나머지 요소들이 부족한 상태로 자리하여 마무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 즉각적인 패링 그리고 자원화 - 엠마와 쿠의 연계 전투
윤회의 짐승에서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하는 부분은 전투 시스템 전반이다. 패링을 중심으로 설계된 전투는 윤회의 짐승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며,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하는 코어 메커닉이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빼놓고는 윤회의 짐승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윤회의 짐승은 언급했던 것처럼 패링을 중심으로 전투 전반을 이끌어 나간다. 다만, 패링을 다루는 방법이 조금 독특하다. 패링 중심으로 설계된 타이틀은 보통 패링이나 공격을 이용해서 체간 게이지를 깎고 - 적을 그로기 상태로 만들고 - 큰 피해를 입히는 방식을 택한다. 표현 자체는 그로기라고 설명을 했지만, 정확하게는 플레이어가 강제로 빈틈을 만들어 내는 구조다.
패링 중심의 액션 설계는 곧 플레이어가 공격의 리듬을 자신의 쪽으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적들은 패링 이후 순간적인 경직에 빠지기도 하며 빈틈을 보인다. 연속적인 공격을 가해온다면 연속 패링을 시도하고 이후 주어지는 빈틈이라는 보상을 놓치지 않고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전투 그 자체의 긴장감과 집중도를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타이틀이 추구하는 전투 시스템의 형태가 됐다.

패링 중심 액션이라는 측면에서는 나름 구조를 갖췄다
윤회의 짐승은 이 개념 자체를 어느 정도는 따라간다. 하지만 다루는 방법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패링을 자원화 하는 것’이다. 튜토리얼 이후 엔딩까지 이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패링 이후 스킬에 사용하는 자원을 하나 축적하게 된다. 패링을 성공하지 못하면 이 자원은 한 칸 사라지는 구성이다. 공격으로도 어느 정도 게이지가 차오르기는 하지만 게임의 구성을 생각하면 결국 방어는 패링 실패 시의 결과물로 다뤄지고 패링을 중심으로 이 게이지를 채우는 것이 우선시 되는 구조다.
패링 성공 = 방어 기회 확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도 하며, 동시에 주인공 엠마의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검술과 필살기 일체를 사용하는 데에 들어가는 자원이 된다. 윤회의 짐승에서 주인공 엠마의 세부적인 액션은 바로 이 결속 게이지의 유무에 따라 갈린다. 액션을 상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패링 성공이 선행되어야만 주어지는 보상의 개념이다.

잠입 / 암살 / 덩굴 타고 점프 공격 등 액션 형태 자체는 다양한 편
그리고 패링은 여정을 함께 하는 늑대 동료 ‘쿠’에게도 자원으로 환원된다. 패링을 성공하면 쿠의 게이지 또한 차오르고 이를 소모해 스킬을 사용하는 구조를 택했다. 주인공 엠마가 검으로 적 하나를 상대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면, 쿠의 스킬들은 적에게 상태이상을 걸거나 적을 행동을 늦추는 등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구조다.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을 넘어서 피해량 자체도 꽤나 강력한 편이다. 심지어 쿠의 스킬을 사용할 때 주인공 엠마의 체력 또한 회복되고 일부 버프도 부여되는 유용함을 갖췄다. 따라서 윤회의 짐승은 패링을 한 번 성공할 때 주인공과 동료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플레이 루프를 만들어 낸다. 더 많은 패링 성공 = 안정적인 체력 회복 + 피해량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또한 엠마가 사용하는 무기의 효과도 패링 성공 시에 발동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패링을 성공하면 부가적인 효과가 더해지고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조금 더 강력하게 적을 제압할 수 있는 흐름이다.

딜이면 딜. 획복에 버프도 얻을 수 있는 쿠의 스킬들
이와 같은 플레이는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패링 성공을 하나의 자원으로 환원하면서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추가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 적의 패턴을 조금 더 치열하게 만들 수도 있게 됐다. -패링을 더 많이 할 수록 스킬 게이지가 차오르므로- 심지어 일부 적들은 플레이어가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타이밍 자체를 거의 주지 않고 쿠의 스킬 사용으로 빈틈을 가져와야 하는 구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직접적인 액션의 입력보다는 간접적인 커맨드 전투가 섞인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육성을 통해 게이지 최대치를 늘려나갈수록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욱 증가한다. 시간을 멈추고 적을 결속 게이지 한도 내에서 마음껏 공격할 수 있는 오버드라이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초반 오버드라이브는 짧은 시간만 가동할 수 있는 구조지만, 결속 게이지 최대량을 올릴 수록 유지 시간이 점차 길어진다. 이는 곧 쉽게 사용하기 어려운 엠마의 검술 - 필살기 콤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버드라이브 여유가 생기는 중후반부터 난이도가 낮아지는 편
또한 쿠의 스킬도 점차 성장하면서 강해진다. 단순히 피해량을 증가시키는 것 이외에도 사용 코스트를 늘리는 대신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개조’라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원래의 스킬이 가하지 못하는 상태 이상을 만든다거나, 사기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개조들도 있다. 이러한 개조들은 일종의 빌드 구성을 할 수 있도록 만들며 (크게 의미는 없지만) 일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더불어 패링을 자원화 하도록 구상한 만큼, 패링의 난도 자체는 낮은 편이다. 타이밍이 그리 정확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쉬이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패링 중심의 전투를 가지고 있는 타이틀을 떠올려 봤을 때에는 분명히 쉽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이 잡혀져 있다.
분명히 이와 같은 기반 시스템은 꽤 괜찮은 발상과 결과물이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수행하는 패링을 하나의 자원을 수급하는 형태로 환원하고 이를 이용해서 플레이어 캐릭터 엠마의 스킬(검술 및 필살기)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흐름이다. 이와 동시에 동료인 쿠의 자원도 수급되며, 전투 지속을 위한 각종 효과들을 활용하도록 만든다. 정적이고 동적인 부분들이 패링이라는 교집합을 이용해 나름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후술할 이유로 인해 검술과 필살기 등 여러 스킬들이 있지만, 결국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몇 개로 정해진다
● 반복적인 플레이 - 보스 재탕, 일부 맞물리지 않는 요소들
윤회의 짐승이 보여주는 전투 시스템 전반은 괜찮은 발상의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일부 맞물리지 않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전투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별적인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전투에서 사용되고 서로 시너지를 만드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는 그렇지 아니하다는 의미다. 개별적으로는 괜찮았을 시스템들이 합쳐졌을 때 제대로 맞물리지 않으면서 전반적 전투 시스템의 수준을 격하시키기도 한다.
관련하여 첫 번째는 적들의 패턴이다. 패링을 자원으로 사용하는 만큼, 적들의 패턴은 전반적으로 연속적인 공격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연속 패턴 이후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반격의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반격으로 자원을 모으고 검술과 필살기로 이어지는 일종의 콤보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모두 적중시키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이야기다. 시전 도중 피격 당해 끊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수의 적이 있을 경우에는 이러한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게임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생각보다 검술과 필살기를 즉각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말이다
이와 같은 구조는 쿠의 스킬로 빈틈을 만드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쿠의 스킬로 적들을 묶거나 경직 또는 공중에 띄운 이후에야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공격이 오롯이 시작되는 것이다. 후반부로 가면 적들이 플레이어의 공격을 패링하기에 빈틈을 노려서 콤보를 넣는 흐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경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빈틈이라는 보상은 오버드라이브로 대체된다. 어떻게 보자면 적의 패턴이나 대응에서 빈틈을 자연스레 주어지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둔 셈이다. 때문에 후반부로 들어설수록 결속 게이지 최대치가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는 조금 더 쉬워지는 편이다. 오버드라이브 시간이 길어지고 더 많은 피해를 한 번에 입힐 수 있게 되면서 적들의 패턴이나 대응을 신경 쓸 이유가 없어진다. 패링만 잘 하고 폭딜을 하면 되니까.

이 즈음 되면 그저 스킬 사용 자원을 회복하는 과정을 패링으로 대체한 느낌이 들기도
더불어 일부 보스는 공중에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플레이로 귀결되기도 한다. 전체 게임 플레이에서 딱 한 지역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공중에서 잘 내려오지 않는 보스가 있다. 이 경우 패링 - 결속 게이지 획득 - 검술 및 쿠 스킬 활용이라는 공식이 무너지는 구간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가능은 하지만 부자연스럽다.
근본적으로 해당 보스는 원거리 전투를 중심으로 진행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활과 석궁을 이용해서 타격을 입히는 것이 중심이 된다. 반격이 가능한 것은 가까이 근접했을 때 뿐이며, 이 과정에서도 카메라의 어색함으로 인해 전투 경험 자체가 그리 좋지 못하다.


원거리 공격도 육성하면 충분히 강하다. 다만, 이건 보조 역할이지 보스전 공략의 핵심이 될 이유가 없었다
두 번째는 보스의 재탕이다.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의 흐름은 어디까지나 반복적인 플레이에서 이루어진다. 누시라 명명된 부식체(게임 내에서는 부식몬이라 표기됨)들은 필드에 있는 일반 몬스터의 거대화된 버전에 가깝다. 패턴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유의미한 설계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너무 길고 반복적이다.
한 번 싸웠던 거대 보스들은 여러모로 그리 좋은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이 투박하기에 시점에 제한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카메라의 거리 대비 보스의 크기가 거대해서 패턴 자체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제도 있다. 이렇게 한 번 싸웠던 보스들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다시금 전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것이 반복적인 보스 구성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되는 상태다.

봤던 보스를 또 보고. 패턴도 또 보고. 그래서 단조롭게 다가오는 편이다
세 번째로는 플레이 흐름의 반복이다. 여기서 말하는 플레이 흐름이라는 것은 상황 설정을 제외한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와도 궤를 같이 한다. 거의 대부분의 챕터가 이런 식이다. ‘누시 발견 - 누시 추적 - 1차전 - 퇴각 (검술 습득) - 추적 - 2차전 - 격파 이후 스킬 습득’이라는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
중간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정도 진행을 하다 보면 흐름 자체가 예상되기 시작한다. 예상이 되는 전개와 흐름은 곧 지루함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여기서도 이렇게 진행되나?라는 의문을 가졌다면 90% 정도는 맞다. 과정이 조금 다를 뿐 큰 틀에서는 동일하다. 보스를 잡고 힘을 흡수하고 쓰러지고. 다시 구조선에서 다음 지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의 연속이다

보스 잡았다 - 이후 힘을 흡수하고 쓰러짐 (계속 반복)
이렇게 잘 맞물리지 않는 요소들은 일부 탐험 요소들이 펼쳐진 필드 위의 경험과 또 상반된 구조로 이어진다. 필드 자체는 일방 통행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때로는 탐험을 통해 플레이의 용이성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진행 방향과 별개의 장소들을 탐색했을 때에는 정예 적이나 새로운 무기 그리고 엠마와 쿠를 강화하는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뒀다.
그렇지만 이러한 수집 요소들이 게임 플레이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가 되지는 못한다. 이동 거점인 바우에라를 강화할 수 있는 각종 자원은 오버파밍이 되기에 굳이 찾지 않아도 최대레벨을 달성할 수 있다. 무기 또한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획득하는 무기들로 충분하다. 일부 무기들이 몇 개 있지만, 어차피 일부 능력만이 다를 뿐 거리나 액션 자체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윤회의 짐승은 전반적으로 변주를 가하려는 시도가 없으며, 일관된 방향 속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한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나름 적절한 전투 시스템 그리고 흥미로울 수 있는 요소들을 보여주는 이야기
● 시작과 깨달음 - 감정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이상한 텔링과 오역이 있는
윤회의 짐승에서 전투를 제외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요소를 꼽자면, 그나마 이야기 측면을 언급하고 싶다. 스포일러를 피하는 선에서 설명을 하자면, 복잡한 나름의 설정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한다. 한편으로는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지만, 불교 컨셉을 바탕으로 SF적인 요소를 구현한 아트워크나 발상 자체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만, 연출 측면에서는 조금 많이 부족하다. 우선은 설정 상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성우들의 연기가 심심하게 디렉션이 되어 있는 상태다. 컷신 등에서는 전반적으로 역동감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에서 너무도 정직한 표현들이 부각된다. 표현을 하자면, 스토리 보드의 각 장면들을 순차적으로 나열하기만 한 느낌에 가깝다.
스토리 보드의 장면들이 연결이 되어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보드 그 자체에서 표현된 각각의 장면들이 따로따로 선보여지는 것처럼 다가온다. 이야기 흐름 상으로는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영상 제작보다는 오히려 만화의 각 칸들을 영상으로 만든 것에 조금 더 근접해 있다.

캐릭터의 특징과 어색한 모션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이 맞물리면서 컷신 자체가 미묘하게 어색하다
스토리는 일부 흥미로운 구성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후반부에 들어서 문제가 조금 드러난다. 이 흥미로운 설정이나 상황들이 어느 순간 주입식처럼 정보를 쏟아내는 방식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정도로 말해도 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게임 플레이가 아니라 순간적인 대사와 상황으로 대체되는 구간들이 있으며, 이것이 어색함을 낳는다. 거의 벼락치기식 설정 주입이 이루어지는 챕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등장인물에 이입을 했는가에 따라서 나름의 흥미로운 지점들이 존재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던 주인공이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어떻게 변화를 했는지. 각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의 근거는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변화는 무엇인지에 집중하면, 이후의 전개를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예상은 어느 정도 가지만 그럼에도 몰입을 할 수 있는 이야기... 정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꽃말을 아는 것도 게임 플레이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스킬 트리에서 가장 먼저 획득하는 ‘벚꽃’은 시작을 의미하며, 가장 나중에 개화하는 연꽃은 윤회라는 소재를 사용한 이 타이틀에서 궁극적인 깨달음이 될 수 있는 소재로 사용됨을 알 수 있다.
다만, 한국어판 기준으로는 이 흥미로움도 반감된다. 여기에는 오역에 가까운 중역이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부식체를 ‘부식몬’이라고 현지화를 한 것이다. 윤회의 짐승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진지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인데, 부식몬이란 단어 자체의 가벼움이 분위기를 망친다. 애초에 일어로는 부식체라고 명시되어 있고 영문 기준으로는 Malefacts 인데 어디서 부식몬이라는 표현이 나왔는지를 알 수 없다.


문제는 한국어판의 자막 번역이다. 대체 어디서 부식몬이라는 단어가 왔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일부 대사들은 원음보다 길거나 짧고 아예 의미 자체가 달라진 것들도 있다. (수도의 왕이 한국어판 기준으로는 관리자가 된 것이 대표적이다) 주인공 엠마가 감정을 갖게 되면서 다녀왔어 / 어서 와 라는 표현이 꽤 중요하게 다가오게 되는데, 이것 또한 번역의 퀄리티가 들쭉날쭉하면서 특정한 상황에 대한 이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100% 이해가 불가능하더라도 다른 언어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차피 한국어 자막 기준으로는 그나마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부분이 반감되는 만큼,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다면 의미라도 제대로 전달되는 영어나 일어가 오히려 나을 정도라는 판단을 조심스레 적어본다. 게임 플레이의 몇 안 남은 장점을 덮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현지화 수준이다.

어지간하면 한국어 자막이 나은데, 이건 원래의 이야기를 훼손하는 수준의 현지화다
● 다 피우지 못한 깨달음의 꽃망울 -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
정리하자면,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은 꽤 빛날 수 있는 지점들이 존재하는 타이틀이다. 패링을 중심으로 설계한 액션 구조는 실제로 잘 작동한다. 실시간으로 공격을 하는 플레이어 캐릭터 ‘엠마’는 직접적인 액션을, 보조 역할인 ‘쿠’는 순간적으로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면서 약간의 턴제 느낌을 더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관통하는 것은 패링에서 시작된다.
패링을 해야만 검술 및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전투 시스템 전반은 플레이어가 패링에서 오는 특유의 경험을 체득하도록 만들고 전투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패링으로 자원이 쌓이고 - 엠마의 직접적인 액션으로 적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것이 우선시되며, 패링으로 보조적인 스킬을 사용하는 쿠의 자원 또한 누적된다. 그리고 쿠의 스킬은 적에게 상태이상을 걸거나 엠마의 체력을 회복하는 형태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패링의 자원화와 액션 + 쿠 스킬의 사용이라는 발상은 꽤 긍정적인 시선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패링을 중심에 두고 빠른 액션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구분하는 개념 자체는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의 독특한 게임 플레이로 완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패링이 전투를 이끌어나가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패링 난이도 또한 쉽게 설계되어 있는 편이다. 그 결과, 게임 시작부터 종료 시까지 치열함과 신중한 스킬 사용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해볼 수 있게 됐다. 적어도 이 지점은 꽤나 각별하고 눈여겨볼 만한 메커닉이다.
다만, 그 전반적인 시스템의 합치를 봤을 때에는 그리 좋은 평을 남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패링을 통한 게이지 누적 - 검술 - 필살기로 이어지는 개념 자체는 유의미하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한 적들의 패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검술과 필살기를 사용하다가 적들에게 맞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결국 시간을 멈추고 타격하는 오버드라이브를 사용한 이후 폭딜을 넣는 형태로 귀결된다. 멋들어진 콤보를 할 수는 있지만, 이를 맞아주는 적들이 그 재미와 공격 리듬을 끊어내는 형태가 됐다.
거대한 보스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적들의 패턴을 파악하기 조금 어려울 정도로 화면을 가리게 되며, 패턴 또한 적응이 되면서 단순하게 다가오는 일면을 가진다.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충분한 학습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패턴의 연속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사실 적들의 종류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비스트 오브 리인카네이션을 두고 재미가 없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던 전투 시스템 전반은 충분히 도전적이고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명확한 의도 아래에서 완성도 있는 기초를 세웠다. 하지만 다른 부분의 완성도가 전투 시스템의 발상을 뒷받침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분명히 충분히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는 지점들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했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전반적인 플레이 구조의 방향성도 명확하다. 그렇기에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었음이 명확한 부분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 타이틀로 자리하게 된다. 현지화 수준이 괜찮았다면 이야기 측면에서는 나름 남는 것도 있었을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게임프리크라는 개발사가 지금까지 시도한 자체 작품 중에서는 가장 높은 퀄리티라고 할 수 있다. 시도 자체가 10년 가까이 되어가고는 있지만, 적어도 느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것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성장할 여력이 남았다는 점에서 다음에 선보일 프로젝트를 기다려보도록 만들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