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진격의 거인 결말 주관적 해석
제가 디씨랑 다른 모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인데 여기다고 그냥 한번 올려봅니다. 진격거 결말에 불만인 분들이 꽤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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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의 주제는 누가 뭐라해도 화해, 증오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세계대전 모티프를 잡은것이죠. 하지만 결말부에 나타난 주제의식은 약간 여기서 빗나가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전 138화 이후 진격거 전개를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자 하고, 혹자는 이 해석이 과잉해석이라고 할테고 혹자는 여기에 동의할수도 있을테지만, 이런 해석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주고. 너무 결말에 비판만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우선 지크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지크는 엘디아인 멸망, 번식의 단절이라는 것을 자신의 이상이라 삼았고, 이는 자신이 엘디아인인만큼 겉으로 보기에 매우 모순적인 행동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지크의 태도는 허무주의, 열패감에 의한 것이라고 보이기 충분한데요, 실제로 아르민과의 대화에서 나타난 지크의 모습은 허무주의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허무주의에 대한 과학적 반박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여기서 아르민의 반박이 불충분하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해석해보자면, 지크는 결국 허무주의, 즉 노예도덕을 극복하고 왕가의 후계자로써 다시 거인을 멈춰 일행을 도왔습니다. 이는 자신의 이상에 매우 벗어난 행동처럼 보이고, 그 자신도 이것이 자신이 바란것이 아니란걸 알지만, 반대로 해석해보면 오히려 노예도덕을 타파하고 리바이에게 참수당하는 결말로 나아감으로써, 엘디아인 안락사는 달성하지 못했을지언정. 어쩌면 자신이 바랬을지도 모르는(뇌피셜) '자신의 안락사'를 이루고 진정한 의미로써의 주인도덕으로 나아갔고. 그저 허무주의와 열패감에 휩싸여 주인도덕을 지향하던 '노예적 태도'에서 벗어나 초월자가 되었다고 전 해석했습니다. 뭔소리냐면, 지크는 시조를 '노예'로써 다룸으로써 자신이 '주인'임을 선언하고 행동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의 이전 대사에서도 보이듯, 지크야말로 진정한 엘디아 복권파, 어찌보면 프리츠 왕가보다도 더 나아간 '진정한 의미로써의 노예'이자 '거짓 자유'를 추종하는 자였다는 것입니다. 또 결말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거인이 사라졌고, 더이상 엘디아인이 죽을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가 그렇게나 바랬던 엘디아인의 말살이라는 소망의 답이 오히려 엘디아인 구원에 있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며, 어찌보면 그는 자신의 소망을 이룬거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에렌과 미카사가 가장 논란이 많은데, 에렌에 대해서 일단 설명해보겠습니다. 에렌은 태생적으로 극한의 자유를 바랐고, 그를 위해 자유를 억압하는 쇠사슬을 타도할 의지가 있었지만, 에렌의 진정한 의도가 뭐였느냐를 고려해보면, 그 역시 지크와 동시에 '주인임과 동시에 노예'입니다. 오직 자유만을 추구하고 삶을 개척하길 바라지만, 그것이 자기 자신이 아닌 자신의 지인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크리스트적 모티프는 주인적 태도를 갖추었지만 명백한 노예라 볼수 있습니다.
그럼 물을수 있는게, 결국 에렌은 미카사에 의해 참수됨으로써 목적을 이뤘으니 끝까지 노예냐고 물을 수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알고계시겠지만 중간에 있는 평행세계선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 평행세계선은 에렌이 미카사에게 관계가 뭐냐고 물었을 때 미카사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둘이 도망친 상황입니다. 즉 어찌보면 이거야말로 진정한 주인도덕의 실현이라고도 보일수 있는데, 문제는 이거에 대한 정신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 즉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자'라는 대사에서 나타나는 태도야말로 에렌의 행적보다도 더 심한 자기부정이며, 명백하게 에렌이 바랬던 상황과는 다름을 드러냅니다. 그렇기에 에렌은 그 상황에서 다른 미래를 꿈꾸었고, 원작 1화와 이어지면서 다른 세계선이 됩니다. 어쨋든 그런 상황에서 미카사는 자신이 죽으면 머플러를 버리라는, 즉 다시 말하면 노예적 태도를 단호하게 거부했고, '노예의 자유'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고, 역설적이게도 '노예의 증표'로 여겨진 머플러를 두르고 에렌을 참수함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쟁취하게 되었고, 노예의 상징이 곧 초극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 해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에렌의 결말은 노예가 아니냐? 역설적이겠지만 '노예의 빙법으로 귀족의 방법을 쟁취했으니까'입니다. 그는 노예의 방법을 따랐지만, 자신이 그동안 자유의지라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서서(부정의 의미가 아님에 주의) 진리를 전체로 만듦으로써, 즉 정과 반합에 대한 정반합으로 이걸 제시하여 노예의 길을 주인의 길로 바꾸어버렸고, 여기에 자신이 노예의 길에서 스스로 상상해낸 또다른 미래라는 주인의 길에 자기희생이라는 크리스트적 모티프가 결합되어 사도마조히즘적으로 자신을 초월시키는 '고통의 장려', 즉 '힘에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초월자가 된 것입니다. 어렵게 써놨지만 쉽게 생각하자면, 키르케고르의 표현을 따르자면 '절망하여 자기 자신을 소유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단계'에서 '절망하여 자기 자신이길 원하는 형태'로 초극했다고 보면 될것 같네요. 또, 다르게 생각해보자면, 에렌은 자신이 바랬던 노예적 도덕, 즉 아폴로니소스적 광기에서 벗어나 아플론적 이성을 융합시킴으로써 자신을 고통의 길로 몰아넣고 자기희생을 하였고, 이를 통해 진정한 자기긍정의 길로 이름과 동시에 138화 마지막 '자유를 알고 싶었던 소년이여..안녕'이라는 말에서도 보이듯 '자기 자신이 얻고싶었던, 평생 갈망했던 답을 얻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또, 에렌은 노예인 유미르를 해방시켰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게 불완전한 자유에서 미카사가 죽은 자신에게 키스하는것을 유미르가 지켜봄으로써, 즉 모든것이 끝남으로써 유미르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말 나온김에 말하지면 유미르가 꽤 혼란스러운 존재인데, 유미르는 스스로 노예의 신분에도 돼지를 풀어주었고, 살려고 발악하다 유기생물의 기원을 마주쳐 자유의 길로 간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지만, 결국 스스로 노예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러다 에렌에 의해 해방된 이후엔 스스로 선대 거인 계승자들을 소환함으로써 주인의 길로 나아가나 했지만, 결국 지크에게 굴복해 버렸다가 위에서 설명한 대로 진정한 해방을 맞게 되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유미르가 미카사를 찾았다는 건 그런 의미라고 전 생각합니다.
미카사는 위에서 거의 다 설명했지만, 조금 더 보충하자면 마지막에서 에렌을 기다리겠다는 태도가 의문일 수 있는데, 에렌의 언급에서도 드러나고 139화 초반에도 나왔지만 모든게 끝났다고 전쟁이 아예 사라진건 아닙니다. 오히려 섬의 세력이 더욱 단결하는 결과만 가져왔고, 이런 상황에서 에렌이 언젠가 진정한 의미로써의 구세주가 되어 나타나는 것을 미카사는 바랬고, 그 직후 새가 물어다준 머플러는 이전처럼 '노예의 상징'이 아닌 '주체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즉 에렌과 다시 만나길 바라는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주체적인 존재로 각성했다고 전 보았습니다.
전 결국 마지막에 원래의 주제로, 즉 원점으로 다시 돌아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메는 나름대로의 결말을 내었고, 증오같은것들을 초월하고 합리vs비합리라는 전통적인 주제같은것들을 벗어나 가장 괜찮은 결말을 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니체철학을 모티브로 했고, 중간중간에 일부러 헤겔이나 키르케고르를 섞었는데 여기서는 노예도덕과 주인도덕으로만 설명했지만 힘에의 의지, 그리스 비극적 지향 등 다른 요소들로도 설명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질까 봐 되도록이면 지양했고, 제가 철학과는 1도 관련이 없는 이과인지라 혹시라도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