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에 이끌려 거리를 어정어정 걷고 있었더니, 느닷없이 납치를 당하고 만 나. 어? 뭐야? 아니 아니 잠깐만 지금뭐하시는겁니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무슨 이유인지 라디오 녹음 스튜디오에 들어와 있더라. 멍하니 있자니 한 미소녀가 스튜디오로 들어오고 ── 서, 설마! 동경하는 인기 아이돌 성우 오토나시 마도카 씨 잖아……. 뭐어어어!!
얼떨결에 그대로 둘이서 라디오 수록에 돌입하게 되는데……. 과연 내 운명은 어찌되려고!?
노도의 하이템포&하이텐션 코미디, 여기에 개막!
그녀는 태클당하는 것을 좋아해! 는 10권으로 완결된 러브코미디 라노벨입니다.
성우덕후인 주인공이 우연히 길거리를 거닐다가, 다른 사람으로 착각되어 라디오 방송에 강제로 투입되고 마는데, 어쩌다보니 재능을 인정받아 고정출연자로 계속하게 되는 이야기죠. 제목에서 말하는 '태클'은 일본 만담에서 말하는 '츳코미'를 의미하는 것으로, 히로인은 평소에 보케짓을 하는걸 좋아하는데, 자신의 위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츳코미를 제대로 넣어주질 않아 스트레스가 쌓여있던걸, 주인공이 해소해주는(?) 이야기입니다.
보케와 츳코미에 대해선 이 링크를 참조
어쨌든 이렇게 동경하던 성우와 라디오 방송을 하게 되면서 알콩달콩하게 어울리는게 주 스토리입니다.
이 작품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1. 만담이 재밌다.
사실, 일본식 만담은 재밌게 보는 독자와 이게 뭔 재미인지 모르는 독자가 극렬하게 갈리기 때문에, 내가 재밌다고 남들까지 재밌진 않는 장르입니다. 적어도 제 취향에는 잘 맞았는데, 번역가가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일본식 말장난 등을 열심히 번역한 티가 납니다... 다만, 말장난 계열의 만담은 아무리 번역을 해도 무리수가 생기기 때문에, 원작의 재미를 100% 못 살렸다는게 아쉬운 점.. 차라리 주석을 다는게 어땠을까 싶은 부분도 나옵니다.
어쨌든 이 작품은 일본식 만담의 개그코드를 느낄 수 있는 분만 보는게 좋습니다.
2. 라디오 방송과 애니메이션 녹화 같은 성우의 일을 잘 묘사하고 있다.
작가 후기에 성우 친구에게 감수받았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꽤 자세하게 묘사됩니다.
뭐 등장인물들이 인기 성우고 인기 아이돌인데 실제 일하는게 별로 안 묘사되는 다른 라노벨들과 차별화되는 부분...
3. 성우라는 직업과 프로의식에 대해 라이트노벨답지 않게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가벼운 러브코미디지만, 히로인이 성우란 일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 것, 주인공이 그에 감화되어서 응원하는 것, 연적이라 할 수 있는 미남 프로 성우가 성우의 일에 대해 주인공에게 가르쳐주는 부분 등에서 꽤 공감이 갔습니다.
4. 히로인이 내 취향이다.
이 작품의 히로인 오토나시 마도카는 츤데레 계열이긴 한데, 다른 작품의 츤데레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격이 꽤 장난스러워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타입이랄까요... 그리고 주인공이 성우덕후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주인공이 자신의 팬이라는 것도 눈치채고 있습니다. 다른 라노벨의 츤데레 히로인들은 주인공이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까 안달복달하지만, 이 작품에선 히로인이 주인공이 자신을 좋아하는걸 알고 놀려먹는 패턴이죠. 이러면서도 중간중간 질투하거나 부끄러움 타는 모습이 꽤나 귀엽습니다. 히로인이 대놓고 들이대는 러브코미디보다 이렇게 놀려먹으면서 노닥거리는게 더 알콩달콩한 맛이 있더군요.
허나 이 작품도 몇몇 단점이 보입니다.
1. 번역 무리수가 많다.
어찌됐든 번역가가 머리빠지게 번역한 티가 나지만, 라디오 방송이다보니 단발성 만담보단 대화가 끝없이 죽 이어지는 만담이 많이 나옵니다. 문제는 여기 중간중간에 일본식 말장난 만담을 넣어버리면, 우리말로 번역하기 에로사항이 꽃핀다는 점입니다. 번역가가 만담의 말장난을 전부 현지화하는 바람에, 만담 부분에서 어색한 번역이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차라리 번역을 포기하고 주석을 다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많은 편...
2. 조연 취급이 좋지않다.
조연들 대부분이 이야기에서 겉돌다가 흐지부지됩니다. 예를들어 신문부 부장이라던가 여동생 친구같은 애들은 후반권에서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그나마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서브 히로인은(위 표지 검은머리) 메인스토리에 끼여서 그럭저럭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그 외 조연들은 정말 안습할 정도로 존재감이 사라지는 편... 완결까지 커다란 플롯으로 쓴게 아니라 그때그때 생각나는데로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완결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의 이야기는 완벽하게 기승전결로 맺어지지만, 다른 조연들과의 관계는 똥누다 만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특히 히로인 아버지는 걍 메인스토리에서 빼버려도 되지않나 싶을 정도...
3. 전체적인 스토리 마무리가 허술하다.
주인공과 히로인의 '러브코미디'라는 면에선 확실히 정리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마무리가 좀 허술합니다.
뭐 자세하게 언급하면 스포일러 투성이 될테니 생략하겠지만, 순수하게 스토리 완성도로 점수를 매기자면 좋은 점수는 못 줄 듯...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일본식 만담에서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 독자에게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인터넷 리뷰를 보면 최저점을 준 경우도 있고 최고점을 준 경우도 있는데, 그만큼 취향에 갈리는 작품이기 때문인듯...
개인적으로 히로인 성격이 꽤 취향이었는데다, 주인공과 히로인이 노닥거리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간만에 재밌는 러브코미디물을 본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평점
8/10
ㄷㄷ 이게 번역판이 나왔었군요 5년전에 3권까지 일판 사보다가 일본어 만담이 너무 어려워서(...) 하차했는데...
말장난이 엄청 나오기 때문에 일본인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거 같습니다... 정발판은 말장난도 전부 현지화해버렸는데, 단발성 만담은 그럭저럭 커버가 되어도, 죽 이어지는 만담은 번역이 지리멸렬 해버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