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여귀 작가 후시미 츠카사의 후속작인 에로망가 선생입니다.
전작에서 완결 때문에 난리가 나서 그런지, 지금샀는데도 1권 초판부록 포함이군요. 어예~
어쨌든 1, 2권 같이 사서 읽었습니다.
일단 스토리는 라이트노벨 작가인 주인공(마사무네)이 우연한 기회로 히키코모리 여동생(사기리)이 자신의 작품을 맡는 에로망가 선생이라는 닉네임의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것을 알게 되는걸로 시작됩니다. (어, 이거 솔직히 몰랐다는게 말이 되나....싶은데 라노벨이니깐 넘어갑시다. ;;)
등장 캐릭터를 보면 전작하고 구성이 흡사합니다. 츤츤거리는 여동생, 근처에서 상담을 받아주는 소꿉친구, 여동생의 동급생, 중2병의 동료 작가 등, 캐릭터가 내여귀에서 나온 인물을 살짝 비틀어서 재구성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구성이죠. 물론 전작에서 못 벗어났으면 그냥저냥 범용한 작가겠지만, 캐릭터성을 살리는 적절한 어레인지를 가해 전작과 다른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 약간의 스포 주의 -
여동생인 사기리는 츤츤거리긴해도 전작의 키리노에서 독기를 상당히 뺀 모습입니다.
말수가 적고 부끄럼을 많이 타고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널리고 널린 캐릭터겠지만, 특이하게도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성희롱에 통달한 아저씨같은 성격을 많이 보입니다. 닉네임이 괜히 그렇게 지은게 아니었어. 그러면서도 본인은 성희롱에 내성이 없어서 요즘 트랜드라고 할 수 있는 갭모에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전작의 키리노도 비슷했지만 키리노가 호불호가 극심히 갈리는 히로인이었던 반면, 사가리는 튀는 면은 적어도 불호는 전작보다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외에도 성격 좋아보이는 소꿉친구는 음흉한 면이 있다던지, 발랑 까진걸로 보이던 여동생의 동급생이 사실 연기한거라는지, 중2병의 멍청해보이는 동료작가도 의외로 통찰력이 좋은 등 평면적인 캐릭터 설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것이 보입니다. 여기에 작가의 강점인 감칠맛나는 대사와 연출이 적절히 가미되어, 단번에 '아, 이건 이런 캐릭터구나'라는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확실히 캐릭터를 만들고 표현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를 이용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걸 보면 작가가 러브코미디 장르에서 내공이 상당히 쌓인 것을 부인할 수 없을듯...
스토리적인 면도 전작보다 많이 나아진 편인데, 전작에선 주인공이 전적으로 여동생에게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스토리였습니다. 뭐 저런 타입의 스토리를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갠적으론 히로인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내여귀를 스토리가 끌려서 사진 않았죠.
이번작의 주인공은 라이트노벨 작가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입니다. 아직 떡밥만 뿌려져서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여동생과 둘이서만 살아가며, 친척들에 의해 여동생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학업과 작가일을 병행하여 성과를 내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입니다. 즉, 이번 작에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여동생이 아니라 주인공이며, 이 때문에 스토리도 주인공이 다른 인물에게 질질 끌려다니는게 아니라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게 됩니다. 이 점은 전작보다 확실히 나아진 점 같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작가이니만큼, 이야기도 라이트노벨 업계나 창작에 관련된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들어, 라이트노벨 작가가 글을 다 써서 편집부에 통과하더라도 출판사 인쇄 스케줄이 꽉 차있으면 발매할 수 없다던가, 라이트노벨 작가도 만화만큼은 아니지만 마감에 시달린다던가,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는 같이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던가 하는게 말이죠... 덤으로, 작품 내에서 다른 라이트노벨을 실명거론 수준으로 언급하는 것도, 라노벨 작품을 많이 아는 독자에게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예를들어 소꿉친구인 토모에가 맘에 안드는 사람에게 라노벨을 추천하는데, 일부러 후속작이 안 나오는 작품만 추천하죠... 사악한 년...
에로망가 선생은 러브코미디 작품 중에서 상당히 준수한 편으로, 전체적으로 가볍고 쉽게 읽히면서도 나름 진지한 이야기를 섞어 균형을 잘 잡고 있습니다.
내여귀때부터 강점으로 꼽혔던 억지식의 개그가 아닌, 캐릭터들 간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능력은 이미 경지에 이른 듯...
특히, 이쪽 계열에서 일부 작가들이 너무 남발하는 츳코미-보케 식의 천편일률적인 만담 개그가 아니라, 본인들은 진지하게 대화하는데 3자인 독자 입장에선 빵 터지는 고급유머를 적절히 구사하고 있습니다. 역시 작가의 실력이라는건 이런 사소한 것에서 드러나는 듯 하군요.
전작인 내여귀가 논란이 심한 완결 때문에 안티팬이 많이 생겨, 에로망가 선생도 실제보다 너무 평가절하당한 면이 있습니다.
루리웹 정보게시판에 관련정보가 뜨기만 하면 악플이 줄줄 달리고, 엔하위키만 봐도 개인적인 편견이 상당히 가미된 악의적인 평가를 당당하게 걸어두고 있죠.
갠적으로 내여귀 엔딩이 너무 급조한듯이 후다닥 끝낸걸 제외하면 별 불만이 없기에, (까놓고, 라노벨 오래읽다보면 내여귀보다 훨씬 심한 엔딩이 널렸습니다...키리노보다 더한 쉬벌뇬들도 많고, 쿠로네코보다 더 비참하게 차이는 히로인도 많죠. 코토부키 나나세 거기다 그냥 완결을 제대로 내주기만 해도 감지덕지한 라노벨도 많기에, 신만세처럼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지은거 빼면 불만이 없는 편.) 별다른 선입견없이 볼 수 있었는 듯 합니다.
덕분에 좋은 작품 안 놓치고 볼 수 있었고, 전작보다 인기없는 덕에 1권 초판부록도 챙겨서 좋군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코믹함이 많이 가미된 러브코미디물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후회없을 작품일 듯 합니다.
자 여기서 웃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개그가 아닌 자연스럽게 빵터지는 고급 유머는 정말로 강점.
추측이긴 하지만 후시미 츠카사는 내여귀를 실패작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진짜 동감합니다. 요즘 일상물중에서 사에카노하고 가장재밌게보고있는작품입니다 책정게가보면 마고열급으로 까이는게 너무안타깝더라고요 ㅠㅠ 2권 마지막 사기리의대사는 오랜만에 라노벨읽으면서 두근두근거려봤습니다 ㅎㅎ
그리고 상하관계드립하고 한카리아스 플라이곤 드립은 빵터지더라고요 ㅋㅋㅋ
포켓몬을 몰라서 그 부분은 이해가 잘 안가더군요...
책정게는 읽어보지도 않고 이상한 드립치는 사람이 많아서..
자 여기서 웃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개그가 아닌 자연스럽게 빵터지는 고급 유머는 정말로 강점.
무난히 재밌는 작품이죠 저도 잘 보고있습니다
이거 직전에 본 드레스 차림의 내가... 는 히로인 나이가 8살인가 그래요...ㅎㅎㅎ
저도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다음권 빨리 나오길 고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