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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는 자신의 이름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소녀는 아기였을 때부터 그 [방]에 와있었다. 방은 어둡고 살풍경이었고 소녀와 같은 아기들이 몇 명 있었다.
다른 아기들도, 소녀도 자주 울었다. 배는 고팠고, 누군가의 온기도 없었다.
불안에 불안했고, 이유도 알 수 없어서, 아무튼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그런 그녀를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 방안에서는 신체가 큰 자도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폐인]이라고 불렀다. 하얀 옷을 입은 자들이 그 [폐인]을 대리고 나가려고 하자 그는 자주 날뛰었다.
소녀보다도 큰 목소리로, 소녀와 함께 크게 울부짖었다.
그다음 순간 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기의 눈동자로는 재대로 [붉은색]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액체가 [폐인]에게서 튀었다.
[폐인]은 쓰러졌다. 그리고 소녀는 그 [새빨간 액체]를 얼굴에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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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도 후각도 청각도 아직 미 발달한 소녀에게 있어서 화상을 입은 것 같은 액체의 열만이 전부였다.
-입 다물지 않으면 자신도 [저렇게 된다.]
소녀는 지식도 경험도 없이 [본능]이라고 불리는 것 만으로 그것을 깨달았다. 그 정도로 뺨을 적신 액체의 뜨거움은 강렬했고 그녀에게 [자아]라 불리는 것을 준 것이었다.
[폐인]은 방의 밖으로 끌려 나갔다.
소녀는 그 이후, 아기들의 울음소리에 둘러 싸인채, 전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방]은 이상한 곳이었다.
어두웠고, 좀처럼 사람도 들어오지 않았고 누구도 돌보아 주지 않는 아기들은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죽지 않았다.
소녀는 그것이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푸른 빛의 알갱이 덕분이라고 알아차렸다. 그것을 마시고 햝으면 굶지 않았고 목도 마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머리가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니 아기들은 우는 것을 잊은 채 공허한 눈으로 성장해가는 [식물]이 되어있었다.
가끔씩 들어오는 [폐인]이 소란을 떨뿐인 [방]. 넓지만 어두우면서 조용한 세계.
그런 세계의 안에서 소녀만은 의식을 유지했다. 살기위해서 빛의 알갱이를 마시면서 항상 눈을 움직였고, 주위를 관찰했다.
하얀 옷의 어른들이 없는 사이 몸을 움직이는 것을 반복했다. 그 화상을 입은 것 같은 [뜨거운 무엇]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방심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극한의 스트레스가 그녀를 [식물]이 아닌 [한명의 소녀]로 만들고 있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긴 시간이 흘러 손발도 커지기 시작할 때 쯤. 소녀는 [방]의 법칙을 발견했다.
우선. 자신과 같은 아이는 문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부터 [방]의 밖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 아이는 다시는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유일하게 [폐인]만은 이 법칙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였다.
소녀는 그것이 [끝]이라고 인식했다. 그 [뜨거운 무언가]가 된다고 그렇게 믿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소녀자신은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파룸이라고 불리는 종족이었다. 신체가 작고, 하지만 [눈]에 관한 능력은 뛰어난 아인.
아기에서 유아로 성장하는 사이, [방]의 법칙을 발견한 것도 그 [눈]덕분 이었다. 그것과 동시에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소녀는 이해했다.
아이들은 전부 허술하고 높이가 낮은 요람 안에 들어가 있었다. 누군가가 방에서 밖으로 옮겨질 때 마다 요람의 위치는 문(끝)의 가까워 졌다.
사람 눈이 들지 않는 곳에서 몸 움직이는 것을 반복하며, 움직임을 시험하고 있던 소녀는 그날,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을 실행에 옮겼다.
문이 눈앞까지 다가온 자신의 요람을 탈출해서 [방]의 안쪽, 비어있는 요람에 이동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녀를 구했다.
[방]의 밖에서 온 하얀 옷의 어른들은 비어있는 요람에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순번]이 바뀐 소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아이를 데리고 갔다.
소녀는 파룸이었다. 이 [방]안에서 누구보다 고참이 되서 성장을 해도, 다른 종족의 아이들과 비교한다면 훨씬 체격이 작았다. [끝]을 면하고 부자연스럽게 계속성장하는 아이 같은 것은 언뜻 보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게다가 엉터리 법칙 덕분에 살기도 했다. 만약 소녀들에게 [숫자]나 [기호]가 있었다면 소녀의 [생각]같은 것은 간단히 간파 당했을 것이었다.
소녀는 몸속의 심장(두근거림)과 싸우면서 매일 매일을 살았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비어있는 요람을 어떻게든 움직이게 된 뒤에도 [순서]가 바뀌어 공허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다른 아이들을 필사적으로 무시하면서 계속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날이 왔었다.
그날도 또 한명, [방]의 밖으로 옮겨진 후, 언제나 굳게 닫혀있을 문이 조금 열려있었던 것이었다.
소녀의 심장이 벌렁거렸다. 하얀 옷의 어른들과 같이 [방]을 나가지만 않으면 [끝]을 맏이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싫어도 성장해가는 신체가 더 이상은 [순서 바꾸기]도 그들에게 들킨다고 그녀는 예감하고 있었다. 자신을 살려왔던 [본능], 그리고 [생각]이 소녀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소녀는 [방]을 빠져나왔다.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어두운 복도를 나와, 그리고 참지 못하고 길인지 모르면서도 계속 달렸다.
-누구도 만나지 못하길.
-그 하얀 옷의 어른들에게 발견되지 말기를.
땀을 흐리고, 숨을 헐떡이며 극한의 스트레스 때문에 이미 5살 아이 이면서도 휴먼의 큰 아기정도의 체격정도만 가지고 있던 소녀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달려 나갔다.
그리고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방]의 것과는 다른 작은 통기구(문)에 도착했다. 망가진 망을 빠져나가 좁고 가는 구멍을 기어나갔다.
-그리고 빛이 보였다.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흉악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신 빛의 조각. 소녀는 몸이 뜨거웠고, [살았다]라는 첫 감정과 함께 바깥세상으로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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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배신당했다.
그녀가 뛰어나간 앞에는 따뜻한 세계도, 아름다운 푸른 하늘도 없었다. 하늘이 존재하지 않는 몇 중의 두꺼운 [감옥]에 둘러싸인 땅속도시.
-[죄인도시 베르겐].
-그것이 소녀가 있는 세계의 이름.
-분명 소녀의 세계는 넓었다.
-단지 작은 상자 속 세계가 거대한 지옥으로 변한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