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7일.
함경북도 화대군 목진리.
백금산역 동쪽 74km 지점.
태양은
이미 함경북도의
높은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졌다.
아주 약한 미명만이
온 세상을 물들어 가는 어둠에 맞서 싸우고 있었지만,
어둠의 승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 시간에,
사쿠라바 잇토키는
여전히 위장포 아래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해가 뜨기 전
기암동뒷산 한 계곡에 자리를 잡은 잇토키는
이곳에서 12시간을 숨어 있었다.
이놈의 땅은
몇 번을 찾아와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금 위치는
속초에서 직선거리로 3백km,
과속을 하면 3시간도 안걸릴 거리였지만,
사쿠라바 잇토키에게는
마치 화성에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땅,
같은 식생이라고 했지만, 공
기부터 달랐다.
우울함이 기체화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공기가 사람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처음 북한에 왔을 때가
3개월 전이었다.
삼인위의 지시로 인해서
모든 훈련을 마친 뒤
한국의 특수전 부대 중 최정예 정찰팀으로 알려진
한국군 정보사령부 직속의
진도 팀에 배속됐고,
배속되자마자
바로 훈련에 투입되었다.
잇토키는
훈련 장소가 북한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잠수함에서 내려
그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고참들을 따라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걸었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고작 6살 정도의 나이밖에 안된
꼬마가
자신들과 똑같은 군복에
군장까지 찬 상태에서
자신들과 동급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그 소년을 정상으로 볼리가 없을테니까.......
밤새도록
불빛 하나 없는 산길을
걷고 또 걷고 걸으면서
그저 어서 빨리 훈련을 끝내고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우동이나 돈코츠라멘을 먹고
그냥 따뜻한 침상에서 잘 거라고 결심하고 또 결심했었다.
10일 동안
그 결심을 수정하고,
반복해 다짐하고 나서 회수 팀을 만났을 때,
그제야
잇토키는 자신이,
자신이 속한 진도 팀이
함경북도의 일부를 관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첫번째 북한 침투 훈련이었다.
그 이후
잇토키는 계속해서 북한 땅을 밟았다.
물론 무언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이 뭔지를 알고 있는
잇토키는
누구에게도 그것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에
솔직이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러나
공식적으로
팀의 막내인 잇토키는
알 수 없었다. 알 필요도 없었다.
식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그들과 공유하지 않았고
그런 그의 모습에
그와 같이 활동하는
진도 팀의 의문은 점점 커져갈 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곳에 왔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잇토키는 몰랐다. 식으로
무덤덤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저 공식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진도 팀에서 정찰을 담당하는
진도3의 직무에 따라
본대보다 8km 앞에
은신처를 구축하고
팀원을 기다리는 것이
사쿠라바 잇토키의 임무였다.
이제 어둠은 완전히 계곡을 잠식했다.
사람의 시각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잇토키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감싸고 있었다.
잇토키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교범에 따르면
사람의 눈은 어둠에 익숙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광량이 있을 때 이야기다.
지금처럼 별빛도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밤이면
시각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반면에
청각은 더욱 활성화된다.
시각이 차단되는 만큼
뇌는 청각에 더욱 집중한다.
지금의 잇토키가 그랬다.
그는 청각을 최대한 살려
주변에 들어오는
모든 소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겨울의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11월의 함경북도는
벌레 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귀는 자신이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한다.
그래서
활동을 체크하기 위해
소위 ‘지잉’이라고 표현되는 고주파음을 인지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고주파음이다.
청각은
실체가 없는 고주파음을 인지함으로써
스스로가 활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뇌에 보낸다.
잇토키의 귀에는
일정한 진동의 고주파음이 계속 들려왔다.
그 감각으로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랜만에
고주파음이 아닌
이질적인 소리가 그의 청각에 잡혔다.
잇토키는
뇌가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한곳을 오랜 시간 주시하면
환각이 보이고,
오랫동안 청각에 집중하면
환청이 들린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감각의 착각이고,
잇토키는
그 착각에 빠지지 않는 훈련을 받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부스럭 소리,
낙엽 밟는 소리,
그리고
구둣발에 작은 돌들이 걸리는 소리.
잇토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대한 몸을 낮춰 스스로를 감췄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다.
동물은커녕
벌레조차 없는 함경북도의 한 야산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잇토키는
더욱 기척을 감췄다.
그리고
그 발소리는
이제 잇토키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뀨, 형들 왔다.”
다가온 발소리 중
하나가 말했다.
잇토키는 작게 한숨을 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희미한 사람의 윤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뀨라고 하지 마십쇼.”
잇토키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위장포를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북한이군요!!!!! 점점 작가님의 글이 기대되네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북한 핵개발 부분에 김일성, 김정일 뒤에서 그들을 조종한 진짜 악마..... 그리고 그 악마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사쿠라바 잇토키의 첫 만남이 나올 테니까 말입니다.
북한이라...대부분의 소설에도 나오지만 김씨 3대 는 진짜 최악 입니다. 그것도 제일 나쁜 쪽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밀리터리 쪽 의견에 따르면. 만약 김씨 3대에 무슨 일이 이 소설 속 이야기처럼 일어날 경우..최악은 북한이 중국에 먹혀 분단 보다 못한 일이 일어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상일 겁니다. 진짜 북한 체계 자체가 바로 사쿠라바 잇토키가 상대해야 할 최강의 적이 김씨 3대를 뒤에서 조정했다는 것이랄까요? 그리고 그 이유는........ 진짜 예수님조차도 무서워서 그 자리를 피할 겁니다. 그 부분은 성경에도 나온 구절이기도 한데 그 부분만은 후반부에 나오니까 참고 기다려주십시오.
얼마나 무서우면 예수 님이 자리를 떠나실 정도인지... 감도 안 잡힙니다. 오컬트 영화의 악마 소환만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진짜 성경말씀에 나오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