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아아아앙!"
이불로 소용돌이라도 만들 요령으로 마구마구 몸을 웅크리다 못 참겠다는 듯 일어났다. 머리가 아프다. 속도 조금 쓰리다. 그런데 이 죽일 놈의 자명종은 날 말려죽일 요령으로 울려대고 있다. 누가 'Simply the best"라고 했나영? 심플하게 쇠 종소리 나는 자명종을 샀더니 정말 귓속을 파고들어 뇌 주름위에서 B-boying을 하고 있잖아영. 일단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두리번거린다. 오호. 발견. 3시 방향.
나는 팔을 뻗어 자명종을 잡아 쥐었다. 그리고 뒤에 달린 작은 버튼을 내렸다. 그랬더니 자명종은 언제 그랬냐는 듯 침묵했고, 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잠들…
…어야하지만,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하지만 눈을 감고 꾸벅꾸벅.
"…늉."
나는 거의 벗겨질 것 같은 파자마를 가다듬고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뜬 머리를 쓸어내렸다. 아 미끌거려. 어제 귀찮다고 안 감았더니 몹시도 떡이 져있다. 일단은 책상에 놔둔 손거울로 나를 본다.
아이쿠. 눈곱 봐. 귀 끝 솜털도 뒤집어졌잖아.
"귀찮은데~"
나는 옆으로 쓰러져서는 꼬리로 침대를 퉁퉁 내려쳤다. 하지만 이런 몰골로 나갔다간 도둑고양이취급 당할 테지. 나는 힘겹게 일어나 비틀거리며, 복도 벽에 몸을 기대고는 겨운 걸음으로 화장실로 갔다.
"흐응~"
변기가 차갑다. 덕에 이상한 소름이 돋는다. 살짝 지끈거리는 머리에 전기가 파지지직. 앙. 엄마가 여자는 찬 데 앉으면 안된다고 하는데…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변기 커버라도 사야지이… 참."
쪼 르르르… 조금 부끄러운 소리에 다리를 움츠린다. 뭐. 공중 화장실의 에티켓 벨의 댐 터지는 소리도 부끄럽긴 마찬가지잖아. …그걸 떠나서 역시 생물이랑 순리대로 행함에 대한 행복감이 얼마나 큰 지 알거 같다. 흐흥. 빳빳해졌던 꼬리가 흐늘흐늘 춤을 춘다.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머리를 둘렀다. 머리를 감으니까 머리 아픈 게 조금 나이진 느낌.
수건 위로 살짝 삐져나온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얼굴에 대충 묻히고, 한 손으로 비누를 들고 얼굴을 이리저리 문지른다.
"어푸어푸."
물에 빠진 건 아니지만 자신도 모르게 가픈 숨을 몰아쉰다. 사실 세수라곤 했지만 손에 받은 물은 얼굴에 끼얹은 거라고 하는 게 더 옳을라나. 이야. 말 그대로 고양이 세수네. "…고양이니까요."
머리에 수건을 감은 체, 손바닥으로 머리를 톡톡 친다. 톡톡. 건강한 두피를 위한 마사지 겸, 톡톡.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도 제거 할 겸. "…정말이에요."
드 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오른손으로 탈탈탈. 왼손으로 탈탈탈. 귀 끝 솜털도 말리고… 뽀송뽀송하니 기분이 좋다. 머리를 살짝 드니 찰랑찰랑 한 것도 같다. 어쩌면 머리에 링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흐. 사람들이 묻는다면 "엘X스틴 했어요."라고 말해야 하나요? "…아. 저 아직 안 미쳤어요! 꺄악!"
드라이기 옆에 놔둔 헤어 왁스로 머리를 얼추 머리를 헤집어놓는다. 하지만 난 GOD HAND를 가졌기 때문에 Very Nice한 Stylish Wax 질이 되었으리라 확신. 나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거울을 들었다. "…에휴. 머리 다시 감아야겠네요."
"좋아."
머리를 다시 감으니 평소에 귀여운 소녀로 돌아왔어. 야호!
…죄송합니다. 하느님. 제가 너무 오만했네요. 근데 이거 왜 계속 미XX(미달이 아닙니다.)처럼 자문자답이지?
어 쨌든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니다. 겨울이긴 하지만 올해는 날도 살짝 따뜻하니, 간단하게 청바지에 면 셔츠를 입고 까만 외투를 입었다. 아이. 그래도 여자인데 너무 옷에 신경 안 쓰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생각해보니 화장도 안 하네?하는 생각도 들지만 과에 사람도 작기 때문에 신경 써서 가나 안 그러나 별반 차이가 없다. 어차피 만날 보는 애들인데 뭐.
일단 남자애들이나 쓸 거 같은 검은 색 지갑과, 그에 대비해 초등학생이나 쓸 거 같은 동전지갑(그렇지만 클래식 하게 헬로 키티가 그려진!)을 주머니에 넣고, 한 달 알바 바싹 해서 산 아이팟도 주머니에 넣고, 저번 달에 번호이동으로 바꾼 모토로라 라임 레이저도 주머니에 넣고. 가방엔 전공 교과… 아. 나 디자인과지. 전공교과가 없구나. 그러니까, 헤어왁스 넣고, 빗 넣고, 로션 넣고, 혹시 모르니까 마스카라도 넣고, 아이쉐도우도 넣고, 핑크색 반짝이 매니큐어도 넣고, 겨울이니까 립밤도 넣고, …어?
다시 한 번 어쨌든! 진짜로 이제 학교를 가기 전 아침밥을 먹으로 부엌으로 내려간다.
"엄마~."
엄마를 불렀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시던 엄마가 뒤돌아본다. 정갈한 단발머리에 귀여운 앞치마와 냄비장갑을 끼…
고 있을 리 없지. 평소대로 머리는 붕 뜨고, 잘 때 입던 까만 스판과 색 빠진 빨간 면 셔츠에다, 흥얼대는 노래(장윤정의 ‘이따,이따요‘로 추정되는)에 맞춰서 엉덩이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게 정말 …우리 엄마. 아줌마구나…
"어쿠어쿠. 세울이 웬일로 일어났네?"
어머니는 마치 평소엔 깨워도 안 일어나는 사람처럼 말씀하신다.
"어머머. 언제 안 일어났나요?"
"어머머. 그제 발로 차도 안 일어났잖아."
…죄송합니다. 어머니.
"근데, 아침밥 뭐예요?"
"뭐긴. 주는 대로 처먹어야지."
…그러네요. 어머니.
나 는 조용히 식탁에 앉았다. 우와. 생선 하나도 없는 식탁이라니! 처참할 정도로 푸르른(아니 저기 보니 살짝 불긋불긋 것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생선이 아니라 나는 흐물흐물해서 잘 먹지도 않는 파래무침.) 식단에 나는 젓가락을 어디로 향해야 하는 번뇌의 시간에 잠겨있었다. 한참을 젓가락을 물고 있다가, 이러다 내가 이 젓가락을 먹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당히 적절한 시금치를 집어 밥 위에 올렸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떠서 아암~. 그리고 우물우물. 꿀꺽. 욱웩-!
"엄마. 꽁치라도 구워주지!"
"어머머. 주는 대로 처먹으랬다?"
"…네."
아. 오늘도 졌다… 히잉. 꽁치 한 마리 얼마나 한다구!
나는 또 젓가락을 물고는 뭘 집어 먹나 고민한다. 그런데 엄마가 국그릇을 내려놓았다.
"…엄마."
"이구. 술이 떡이 되서 들어와서는…"
북엇국이다. 한 숟갈 떠서 꿀꺽. 아~. 속이 솨아~ 하고 풀린다. 엄마. 사랑해요!
식사 후 적절히 이를 닦고, 어제 사고 남겨놓은 딸기 맛 자일리톨 껌을 하나 입에 넣고 질겅질겅~
늘 그랬듯 가벼운 복장으로, 별 거 안 든(정말로!) 가방을 어깨에 가볍게 들고, 가벼운 걸음으로, 가벼운(?) 아이팟을 켜고, 가벼운 이어폰을 귀에 꽂고, 가벼운 노래(에픽하이의 Lesson 2라든지?)를 따라 부르며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왠지 순정만화 같은 데 보면 이렇게 걷노라면 꽃미남의 내 어깨를 밀쳐서 넘어져서 그런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될 법도 한데 내 인상 20년. 그런 경험 한번 없구나. 아니… 내가 쓰러트린 적은 있었지. 아흐. 아직도 그 남자의 야수라도 본 듯한 두려운 눈빛이!
악! 아니야. 난 그렇게 뚱뚱하지 않다고! 아니 날씬… …보통의… …통통. 그래 조금 통통한 편이라서 남자들에게 오히려 귀여움 받는 스타일인데! 티비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이 기준이 되어 모든 게 망가진 거야!
"기어 다니는 자의 달콤한 혀를 믿지 마!"
티 비의 작가들과 순정만화가, 할리퀸 로맨스 작가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그러니까 매스미디어는 책임지고 나에게 애인을 만들어 달라고! 으휴. 나에게 한탄해봐야 소용없죠. 신께 빌어볼까요?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내 소원 좀 들어주실래요? 으휴. 근데 신이 있긴 한건가요?
…근데 이거 무슨 헛소리야.
여튼 버스정류장에 도착. 그리고 버스가 왔고, 나는 우아한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버스카드 인식기에 카드를 찍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아흐. 인생.
대충 천 원짜리를 넣고 뒷자리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빠진 듯 깊은 눈동자로 창밖을 바라본다.
'배고파…'
정말 깊디깊다.
"흐릅!"
나 는 입가에 가득 고인 침을 삼켰다. 우으… 졸았당. 그래도 가까스로 침을 줄줄 흘리는 건 피했네! 그리고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손가락으로 눈곱을 때고, 다시 우수에 잠긴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아. 한국전력이네. 학교 앞에 있는 건물이지.
"…얽!? 아저씨이이이이!!!!!"
거침없이 벨을 누르고 내리는 문으로 달려들었다. 다행히도, 버스아저씨의 급정거.
"감사합니다~!"
나 는 뛰어내리는 듯 버스에서 내렸다. 휴으. 나는 큰 숨을 내뱉었다. 물론 급하게 내려서 가방을 내리고 두는 어리석은 시추에이션은 일어나지 않았고,(안에 든 게 얼만데!) 시간도 늦지 않았고. 좋아좋아! 나는 편안한 맘으로 학교로 올라간다.
"헤엑. 헤엑."
언 덕을 오른다. 어째서 학교가 언덕에 있나요. 그걸 떠나서 1년 가까이 다니는데도 숨이 차다니!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닌데 왜! 헥헥. 헥헥. 꼬리가 아래로 처지고, 혓바닥이 절로 나온다. …아 이건 개잖아. 아. 안 돼! 묘랑족의 프라이드가 있지!
나는 혀를 잡아넣고, 코로 가픈 숨을 씩씩 거리며, 꾸역꾸역 언덕을 오른다. 앞으로 대략 10M. 좀만 더 걷자.
"요것봐라!"
왁! 꼬리를 잡혔다! 너무 놀라 씹고 있던 딸기 맛 자일리톨 껌을 공중을 향해 뱉고 말았다. 아흐. 단 물 빠지고 쌉싸롬한 게 지댄데…
나는 손을 들고 파르르~ 떤다. 별 수 없다. 꼬리는 민감한 부분이라서 세게 잡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아흐!"
느즈막에야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른다.
그 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는 뒤돌아본다. 같은 묘랑족인 박 한울 선배다(여자). 나도 꽤 여자답지 못하긴 하지만, 이 선배는 뭐랄까… …육신은 여자인데 정신은 남자라고 해야 하나. 뭐. 그래도 가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줘서 아리송하지만 말이다.
"선배!"
"어제. 어제. 이야~. 이 당찬 녀석!"
선배는 내 어깨를 콱! 감싸 안으면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어… 어제요?"
"찌인~짜! Dramatic했어!"
드…드라마틱이라뇨!(그걸 떠나서 선배 발음 좋네요.) 계속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간다. 나는 선배에게 안긴 체 선배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다.
"서…선배?!"
"난 네 용기에 기냥! 녀석도 녀석이지만!"
녀석? 녀석이라뇨? 다른 인물? 아흐! 선배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줘요!
"무… 무슨 말씀이에요!"
"그래! 시대는 21세기다! 인종간의 사랑 따위 지난 세기에 이미 극복된 문제 아니냐!"
이..인종? 사…사랑? …서…설마?!
"…아흐?!"
"만날 가람이 자식 졸라 싫어, 죽어랏! 노래를 부르더만, 고백을 할 줄이야! 이 새침쟁이 같으니! 캬하하!"
…………………………………………………………………….고…백?
고백. 고백이요? 고… 고백? 고백?
고백이라니요?
아… 고백. …고백?
고백. 고백.
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
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고백
"야! 세울아!"
그리고 나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네요. …아하하. 아하하. 하..하….하아….
아아! 이제 가람이 얼굴 어떻게 봐! 나… 난 몰라! 아악. 진짜 울고 싶다. 쥐… 쥐구멍이 어디 있지?
우… 우… 여태 동안 숨겨온 건데!
사실 좋은 감정이 있긴 했어. 하지만 가람이랑 난 인종이 다른 걸… 그래서 숨겨왔던 건데… 착하고, 성실하고, 잘 생기고… …아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안돼. 이건 있을 수 없어! 아… 아.
…정말 고백 해버린 거예요?
선배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아. 어질어질 하다. 입으로 알 수 없는 감탄사만 계속 되뇔 뿐이다.(우응. 하잉… 이…이우호. 흐아. 규늉. 같은거.)
아흐… 눈물이 핑 돈다.
"…선배. 나 어떡해요."
"…어쩌긴."
그리고 선배는 엄지손가락을 척!(입으로 소리를 내며) 들어올렸다.
아흐… 눈물이 떨어진다. 머리에 물감이라도 풀어놓은 양 새하얗게 번져갔다.
걸어왔는지, 기어왔는지,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어왔는지도 모르고 어찌어찌 학과네로 도착.
그리고
"…안녕."
"…으…응."
가람이랑 대면.
『 』…Story
Side 01 - 그리고 고백한 지 9시간 37분
아흐. Go back! 하고 싶다.
"...저기 세울아.
"...우...응?!"
계속.
===========================================
욱웩-! 신작입니다. 이 놈! 쓰던 거 안 쓰고 뭐하냐! 라고 할지도 모를테지만,
티어즈는 진지하다 보니 개그 넣기가 좀 그렇네요.
그래서 머리도 풀 겸 해서 쓰자!... ...라고 생각해서 쓴건데 식겁만 했습니다.
[.]
『 』…Story는 3~5편 내로 끝나는 이야기의 모음으로 생각한 거니까 짧게 끝날 거예요... 흠흠.
[.]
사실 제목은 [그리고 고백한 지 9시간 37분] 쪽이지만, 미리니름의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 』…Story라고 했네요. 이히[.]
여튼 재밌게 봐주셨길 ;ㅅ;
[잡설] 『 』…Story / Side 01 - 01
망상속의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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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마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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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마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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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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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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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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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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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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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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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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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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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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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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