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5화는 이만큼 써야지... 라고 생각한 플롯의 반만에 1화 분량.
그것도 반페이지 이상 초과해서 써버렸네요 ;ㅅ;
[.]
사실. 어제 다 썼는데 졸려서 자고, 알바하고, 좀 쉬었다가 하이킥 보고 하니
[으허헝.]
이제부터는 글자크기를 크게 안합니다.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ㅅ;
+
“야. 이하란. 일어나.”
우응~. 누구야? 잠자는 하란의 뺨을 찌르는 건. …흠? 나는 엎드린 채로 살짝 고개를 살짝 돌려 날 찌른 남자를 바라보았다.
눈썹을 덮고 눈을 살짝살짝 간질여 살짝 옆으로 쓸어 넘긴 앞머리, 마냥 길러 조금 덥수룩해 보이지만 수시로 매만지는 옆머리, 조금만 더 기르면 묶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뒷머리.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하얀 피부, 갸름한 턱 선에, 아주 조금 가늘고 아주 조금 긴 목, 다른 남자애들 보단 긴 속눈썹에, 언제나 나른한 눈빛, 매끄러운 코에, 적절한 입술, 슬쩍슬쩍 올라가는 입 꼬리가 때론 귀여워 보이는, 아무리 크게 웃어도 잇몸이 보이지 않고, 혓바닥을 십자로도 말 수 있고, 수염을 기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조금 이상한, 어른인 척하는, 하지만 사실은 아기랑 다름없는, 부모님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진, 하지만 그리워하는, 감성에 솔직하지 못한, 애정표현에도 솔직하지 못한, 하지만 그래도 내 앞에선 거짓 없는, 솔직한, 사랑스러운, 이 남자.
“어흥. 잠자는 하란의 솜털을 건드렸겠다!”
“일어났어?”
하지만 이 남자.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조그마한 미소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난 이 남자를 심드렁한 척 바라보다가, 곧 싱긋 웃어버렸다.
“응.”
오후. 시간은 1시 23분이 조금 지난 시각.
Tears / yesterdaY
Part 2 Episode 05
태혁은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는 간의침대에 앉았다. 다행히 생각했던 대로, 태혁은 오전수업이 마치자마자 병원으로 온 모양이다. 그리고 자고 있던 날 깨운 거겠지?
“사실 닭살 멘트는 웬만하면 피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응?”
“…자는 모습. 무진장 귀여웠어.”
쿡. 태혁에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입을 가린 손끝에서, 뺨의 온기가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서 고개를 돌려 태혁을 바라보니, 자기가 무슨 말을 했냐는 듯 시치미를 때고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금방 입 꼬리가 싱끗싱끗. 나를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웃었다.
“진짜~아!”
정말 얄궂다. 하지만 좋다. 진짜. 이런 마음, 숨김없이 표현한다. 얼굴 가득 웃음으로.
+
정신이 없었던 오전의 사건이 끝나고 점심시간. 먼저 먹겠다는 야심으로 가득 찬 남자애들은 전속력을 내며 급식소로 달려갔다. 물론 몇몇 여자애들도, 하지만 그렇게 뛰어가 봐야 거기서 기다리는 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4년의 학교생활에서 배우기도 하였고, 다행히도 가을이를 비롯한 애들도 그렇게 급하게 뛰어가는 남자애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하였으니까.
한 오 분 지나고,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벼운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복도 끝에 있는 계단을 내려갔다. 넓게 뚫린 창문으로 학교 운동장이 보이고, 점심을 먹고 하는 건지, 굶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먼지를 날리면서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과 하늘 높이 차올라,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축구공이 보였다. 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1층 복도. 본관 정문의 반대편에 조그맣게 열려있는 후문으로 빠져나가면, 어른 키보다 조금 높은 지붕의 급식소로 이어진 벽 없는 야외 복도가 이어졌다.
봄이라 야외 복도 위로 드려진 벚나무는 꽃을 피울 준비라도 하는 양, 메마른 가지 끝에 초록을 품었다. 오랜 세월 그 자라온 그 나무 아래 아이들은 어서 급식소로 들어가기 기다리며 서로들 끼리 입을 모아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반찬이 뭘까 하는 설렘, 오후수업 시간이 싫다는 이야기, 3월인데 아직 춥다는 이야기, 반이 떨어져서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모이니까 좋다는 이야기, 6학년이라 새치기해서 먼저 먹는 거 정말 싫다는 이야기, 나는 6학년 되면 새치기 해야겠다는 이야기,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새 앨범이 나왔는데 목소리가 너무 좋더라는 이야기 등.
“배고파아~.”
가을이가 배를 부여잡고는 3박 4일 굶은 것 같은 처절한 표정을 지었다. 워낙 진짜 같은 표정에 다들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물론 나도.
조그마한 미소와 함께 살며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숨결 깊이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아직 날은 조금 차지만 봄의 바람이 불었다. 학교를 둘러싼 산의 푸르른 나무가 흔들려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냈다. 저마다의 이야기에 빠진 아이들은 듣지 못한 봄의 소리가 몸을 감쌌다. 나는 봄에 귀를 기우렸다. 다른 아이들도 아무런 말없이 천천히 다가오는 봄을 바라보았다. 가을이는 “우. 가을이 봄에 지고 말았어….” 라며 낙담 아닌 낙담을 했다. 그리고는 어느 때 보다 부드러운 미소로 봄을 바라본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봄처럼 길기만 하던 줄이 줄어들었고, 모두들 조붓한 급식소 입구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봄도 좋지만, 밥도 좋으니까. 헤헤….
+
“흐음. 그래 모르는 문제가 무엇인고…?”
“이것이옵나이다.”
나는 자는 동안 잠시 치워둔 수학문제집과 공책을 다시 펼쳐 태혁에게 막히는 문제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태혁은 침대에 살짝 걸터앉아 내 옆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 교복외투 주머니에서 샤프를 꺼내더니 문제를 따라 줄을 그었다. 그런데 갑자기 멈춘다.
“아.”
“응?”
살짝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서로 눈만 깜박깜박.
“두 가지라고… 할까?”
“무슨 소리야?”
태혁은 다시 문제집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줄그어도 괜찮아?”
“아? 아. 응.”
그러자 태혁은 다시 한 번 문제에 줄을 긋는다. 그리고 공책 한 가득 적어놓은 풀이에도 줄을 긋는다. 그러다 숫자하나에 동그라미.
“이거.”
“…5네?”
“응. 5야.”
그리고 바로 다음 줄에 밑줄을 긋고는 동그라미를 친다.
“…아!”
“알겠어?”
“응. 아~ 정말. 내가 왜 이랬지?”
내가 왜 5를 6이라고 썼지? 처음부터 틀어졌으니까 답이 안 나오는 게 당연하다. 아유. 삘 받았다고 너무 빨리빨리 풀어서 생긴 불상사. 아 부끄러워.
그리고 태혁은 공책을 한 페이지 넘겨서 다시 문제 풀이를 적는다.
“이해 안가면 말해.”
“…으응.”
그리고 태혁은 이 문제를 천천히 풀면서 이 문제의 포인트와 난해한 점에 대해서 천천히 설명을 했다. 물론 처음 실수만 아녔다면 풀 수 있었을 문제였을 테지만,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꼼꼼히 설명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에 사뭇 진지하게 태혁을 설명을 들었다.
비록 수업시간엔 자주 자는 태혁이긴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반에서 3,4등 하는 게 이해가 간다.
“…알겠어?”
“어. 확실히.”
…그러니까 말하자면 무진장 멋지다.
+
오후수업까지 모두 마쳤다. 오전의 사건 때문이지 예민해지신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조금 조심스런 분위기에서 수업은 마쳤고, 모두들 하루 종일 긴장한 탓인지 힘겨워하였다. 그리도 나름 씩씩하게 행동하는 애들도 있고, 아직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조심조심하는 애들도 있고, 의욕을 잃고 마냥 오늘 하루 시간이 흐리기만을 기다리다가 이제는 마쳤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애들도 있는 하루였다.
그리고 다들 각자 정해진 위치와 행동으로 청소를 하였다. 칠판을 닦고, 책상을 밀고, 교실과 복도를 쓸고, 창문과 거울을 닦고, 사물함 위와 교실 책장을 정리하고.
4학년이 되고 첫 날에 이미 대청소를 했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청소를 끝냈다.
“…웩-!”
교실 청소를 마치자, 오늘 사건의 주범들이자, 벌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온 남자애들이 새파래진 낯으로 오만상을 쓰며 교실로 들어섰다.
“인과응보야.”
반장은 남자애들의 모습을 보며 한심한 듯 툭 내뱉으며 종례를 하기 위해 선생님을 부르러 갔지만, 남자애들은 반장의 한 말이나 그 말의 의미 따위 보단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보았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듯 질린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곧 반장이 선생님을 데려와, 간단한 종례를 하였다.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종례를 했지만, 그래도 교실의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종례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끝났다.
“…내일은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수업하자. 알았지?”
“…네.”
“안 돼. 크게 대답해야지!”
“네에!
학교의 모든 일정은 마쳤다. 그리고 나는 교문에 서서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였다.
“응? 하란아, 안 가?”
그런데 한 명. 같이 집으로 가지 않고 교문에 서서 안녕이라고 작별인사를 하는 내가 이상했는지 은서는 멈춰 서서 내게 물었다.
“응. 꼬맹이들이 기다리고 있거든.”
“꼬맹이? …아. 그렇구나.”
그리고 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럼 내일 보자며 인사를 하고는 교문 밖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몸을 돌려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도 따라 손을 흔들자, 은서는 가방을 고쳐 매고는 저 멀리 뛰어나갔다.
“강주찬! 갈 준비 해!”
그렇게 친구들과 헤어진 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주찬이를 불렀다. 한참 운동장을 내달리던 주찬이는 제자리에 멈춰서 숨을 헐떡였다.
“알았어!”
그리고는 다시 공을 쫓아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꼬맹이들 있는 1학년 교실로 갔다. 모두들 집에 가 텅 빈 교실에서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놀고 있는 애들을 불러 데리고 다시 교문 앞으로 갔다. 그러자 언제는 무시하고 축구를 하던 주찬이도 학교 벤치 위에 올려놓은 가방을 등에 매고 내 옆에 바싹 붙었다.
“…집에 안 가?”
“요게 뻔뻔하긴!”
그리고 우리 여섯은 집으로 간다. 중학생인 다연언니와 종수오빠는 우리가 집에 도착할 때 즈음에 마치고 집에 들어 올 테니까….
이제는 만날 걷는 길이라 별 다를 것도 없는데 꼬맹이들은 길 위에 솟은 잡초와 바스락거리는 자갈을 차며 새끼 오리 마냥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온다. 그리고 주찬이는 허공에 축구공이라도 있는 듯 드리블 연습을 하다가 자갈을 밟고 미끄러질 뻔 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어라?”
“어. 학교 다녀왔어?”
‘아저씨’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