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1주일도 더 넘었네요.
그 동안, 앞에 쓴 1,2화 수정하고, 그림 그리고, 영화보고 논다고(?!) 하나보니...
[..................수정본으로 앞의 것은 수정했습니다.]
이번 화는 과거편의 인물 등장으로 보냈네요.
사실 과거편 뒤에 현재편을 조금 더 쓸려고 했는데 분량이 초과해서[......]
덕분에 현재 한 번, 과거 한 번으로 이번화는 쉬워졌습니다.[아하하]
+
점심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를 해 문제집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침대용 식탁을 책상 삼아 수1 문제집을 풀었다. 어제만 해도 그다지 공부할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못 할 것 같았는데, 오늘 아침.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문제는 술술 풀렸다. 이젠 불편한 어깨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고…. 뭐, 역시 수학문제는 어려운 건 사실이긴 하지만… 아니, 이건 진짜 어렵잖아?!
“흐응….”
나는 샤프 뚜껑을 살짝 물고는 문제를 응시했다. 적당히 이거까지만 풀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마지막 문제가 상당히 골치다. 나도 모르게 샤프를 이에 물고 혀로 굴렸다. 좌로 우로 까닥이는 샤프도 그렇지만, 이 문제가 무진장 신경 쓰였다. 10분 이상 잡고 있는데,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나는 공책에 늘여놓은 문제풀이를 한참을 들여다보았지만, 어디가 어긋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아흐. 이러다간 샤프를 먹겠는 걸? 나는 샤프를 내려놓았다.
“…도저히 안 되겠어. 답안지를 봐야지.”
나는 간이침대 위를 쳐다봤다. 아침에 어머니께서 여기에 올려놓고 가셨고, 1시간 전에 여기서 수1 문제집을 꺼낸 다음, 내려놨으니까. 그런데 종이가방이 2개다? 나는 의아한 마음을 나는 일단 하나를 들어 안을 확인했다.
“…아.”
그건 태혁이 빌려온 만화책이었다. 오늘 태혁오면 같이 보려고 놔두고 있던 걸 잊고 있었다. 나는 만화책을 꺼내들어 표지를 보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리고 살짝 태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에고, 깜빡아.”
그리고 나는 태혁의 종이가방을 내려놓고는, 어머니의 종이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책장 넘기듯 책들을 확인했다. 수1 답안지가 어디 있~나아…?
…어라. 없다? 난 문제집을 몽땅 꺼내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어랄라? 없네???”
아무리 봐도 수1 답안지가 없다.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나는 문제집들을 다시 종이가방에 넣어두고, 간이침대 위에 올려둔 다음, 그대로 풀고 있던 수1 문제집 위로 엎어졌다. 그리고는 팔을 버둥거렸다.
“엄마아~.”
아무래도, 놔두고 오신 모양이다. 한참 버둥거리다, 다시 허리를 세우고 앉아 턱을 괴고는 문제집을 들여다봤다.
“…접자.”
…글렀다. 아무리 쳐다봐도 뭐가 어긋난 건지 잘 모르겠다. 수학에 자신이 없어서 문과를 지원했지만, 이렇게 턱. 하니 막히다니…. 분명 이전까지는 머리를 좀 긁적이긴 했어도 잘만 풀었는데….
나는 한숨을 한 번 푹 내쉬고는 문제집을 덮었다. 그리고 또 그 위로 쓰러지듯 책을 배고는 병실문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남았으려나?”
나는 주머니에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12시 32분.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조금만 있음 태혁이 오겠네. 태혁이 오면 물어봐야겠다. 평소엔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잠탱이지만, 머리는 좋으니까. …안 되면 미안하지만, 또 어머니께 답안지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에효….”
Tears / yesterdaY
Part 2 Episode 04
+
그리고 가을이의 소개로 나는 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사실 바보 같은 걱정과 달리 반 친구들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연예인이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그저 이야기만 듣고 있지만. 그런데….
“하란아. 이런 이야기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드디어 올 게 와버린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각오를 했다.
“있잖아…. 부모님이 안 계시다며?”
역시….
까만 뿔테안경을 쓴 단발머리의 여자애는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어느 정도 각오를 했던지라 차분히 단발머리 여자애를 바라보며 조그맣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뭐. 거기 선생님들도 엄마 아빠같이 잘해주시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괜찮다는 듯 다시 웃었지만, 모두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알고있는 것과 말로 들어 확인하는 거랑은 다르니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시선을 떨어트리고는 ‘이제 뭐라고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가을이는 손뼉을 한번 치더니,
“에이~ 그런 이야기 하지말구, 수업 준비들이나 하셔.”
라며 애들의 등을 떠밀었다. 고갤 들어 가을이를 바라보자, 가을이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서랍에서 책을 꺼냈다. 그런 가을이를 보며 나도 자리에 앉았고, 얼마 있지 않아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은 시작되었지만, 선생님은 칠판에 글자 얼마 써보지 못하고 회초리로 탁상만 두드린다.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사정하듯 조용히 하라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아직 20대의 젊은 여선생님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남자애들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한심한 듯 남자애들을 바라보지만, 그런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듯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는 도중 내 뒤에서 내 등을 쿡쿡 찔렀다. 뒤돌아보니 “뒤에서 너한테 전달”이라며 쪽지를 하나 건넸다. 하늘색의 4자로 접힌 종이쪽지를 받아들고는 나는 조심스럽게 펼쳐서 읽었다.
“아까는 그런 질문 해서 미안해. 용서해 줘. 주은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저 뒤에 아까 그 단발머리의 여자애가 미안하다면서 고개 숙인 체 질끈 눈을 감고는, 맞댄 손바닥을 살짝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며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얼굴 가득 미안한 표정이다. 나는 그런 은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러는 사이, 결국 선생님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제야 운동장이 떠나라 시끄럽던 남자애들이 조용해졌다.
“뭐야. 차지훈? 너 때문에 선생님 나가셨잖아!”
한참 후에야 반장이며, 양 갈레로 머리를 묶은 보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훈이란 남자애를 노려보며 외쳤다. 그러자 지훈은 “내가 뭘!”이라며 반박하지만, 여자애들의 웅성거림에 말꼬리를 흐리고는, 입술을 내밀었다. 지훈의 옆에 앉아 있던 애는 “야. 네가 해결해야 할 거 같은데….”라며 부추겼지만, 지훈은 입술만 더 내밀었다. 그러자 보현은 지훈의 자리 앞으로 씩씩거리며 걸어가 책상을 내려쳤다.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너. 선생님 모셔와.”
보현은 차가운 눈초리로 내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하였다. 그러자 지훈은 입을 살짝 벌리곤, 동그래진 눈으로 보현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서로 눈이 마주치자 지훈은 입을 열었다.
“네… 네가 뭔데?”
“반장이다.”
그리고 지훈은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는 입을 내밀었다. “치.”라고 한마디 내뱉더니 조금 덥수룩한 머리를 긁적였다.
“…아 씨. 가면 되잖아.”
그리고는 일어나 교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모두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현이는 다시 책상을 내려치며 외쳤다.
“조용히 해! 떠들면 칠판에 적을 줄 알아!”
그리고는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애들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애 중 하나가 슬쩍 말을 했다가 그대로 칠판에 이름이 적히자 그대로 침묵하였다. 얼마 후 머쓱한 표정으로 지훈이 들어왔고, 그 뒤로 눈과 코가 빨개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지훈이 자기 자리에 앉자, 그제야 교탁으로 걸어가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입을 여셨다.
“나. 오늘 나한테도 화가 나지만, 너희에게도 실망했다….”
훌쩍거리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말 이후로 또 침묵하셨다.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런 말씀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보자 왠지 슬퍼져서 코끝이 시큰거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훌쩍거리는 애들이 몇 있었다. 그리고 남자애들은 그런 선생님을 모습을 보자 아무런 말도 못했다. 아니 이럴 거 왜 떠들었데?
그리고 교실 여기저기서 잘못했다고 말하는 남자애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는 모여서 교실 전체에 울렸다. 그러자 선생임은 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셨고, 이번 일에 책임을 몽땅 뒤집어쓴 지훈은 이번에도 떠밀리듯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서 선생님 앞에서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지훈을 끌어안았고, 지훈은 한껏 어색한 표정을 지은 체, 이젠 소리 내며 울고 계신 선생님의 등을 토닥였다. 하지만, 지훈의 어색함과는 상관없이 교실 전체는 울음바다가 되었고, 그렇게 사건은 막을 내렸다.
“아흐~. 이거. 올해는 어쩌면 이런 장면 자주 볼지도 모르겠어?”
쉬는 시간. 가을이는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어느새 주변으로 애들이 모여들었다.
“누구를 비롯해 장난 좋아하는 애들이 많은 거 같지?”
라며 가을이는 책상에 엎드려서 꼼짝도 않는 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흐음. 어떤 의미론 지훈이도 불쌍한 거 같지 않아?”
그러자 이번엔 시선이 전부 내게로 꽂혔다. 다들 어째서냐는 눈빛이다. 하지만, 차분히 말하였다.
“아니. 물론 제일 떠든 게 지훈이긴 하지만, 교실 분위기가 지훈이 혼자서 잘못 한 거같이 느껴져서 말이야. 물론 지훈이 잘못 한 건 사실이지만, 저렇게 당하는 건 좀 불쌍한 거 같아서.”
다들 다시 한 번 지훈을 바라보았다. 엎드리고는 꼼짝도 안 한다. 주변엔 아무도 없고 혼자서 저러고 있으니 몹시 초라해 보인다. 주위에 어둠마저 내리고, 그의 그림자에선 고독이 뚝뚝 묻어났다. 이제는 슬퍼지기까지 했다.
“하란이 말도 맞네.”
그렇게 한참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다가, 가을이는 팔짱을 끼고서,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애들도 이제는 저 불쌍한 모습을 못 보겠다는 듯. 지훈을 향한 시선을 피한 체 더욱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뭐. 별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사이에 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아아. 친구가 생겼다.
[잡설] Tears / yesterdaY #02 E-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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