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흥신소68 사무실]
"하루카, 하루카! 뭐 하고 있어?"
"으에응, 죄, 죄송합니다."
"채, 책을 좀..."
"음, 독서는 좋은 취미라고 생각해."
"그렇지. 교양 없는 자는 하드보일드한 악당이 될 수 없거든."
"저, 저는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교양이 없어서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아니, 뭐, 그럴 정도는 아니고..."
[며칠 후]
"며칠 동안 독서 삼매경이네..."
"몇 권이나 읽었어?"
"헤, 헤헤... 23권째에요..."
"대단하잖아? 우리 사무실에 이렇게 훌륭한 독서가가 있다니, 자랑스러운걸?"
"그, 그런..."
"하루카 쨩, 엄청 많이 읽고 있는데, 쓰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 적 있어?"
"쓴다구요? 제가요?"
"저같은게감히글을쓰다니그건종이에대한모욕이고지금껏글을써오신분들에대한범죄인데그런짓을제가하면목숨으로사죄해야하는게아닐지걱정되지만그렇다고권유받은일을거절하는것도말이안되는데이걸어떡하면좋을지모르겠습니다..."
"후훗, 하루카, 그렇게 크게 생각할 필요 없어. 처음에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풀어서 써 보는 것도 좋아. 필요하다면 거기에 조미료를 칠 수도 있지만, 그건 하루카의 생각대로 진행하면 되는 거고. 괜찮을 거야."
"아으읏... 아루 님께서 명령하신다면 죽어도 쓰겠습니다!"
"...뭐, 동기가 뭐가 됐든, 글을 써 본다는 건 좋은 경험이겠지."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며칠 후]
[따르르릉]
"아, 선생님? 오랜만..."
"어, 오랜만이야, 아루. 그런데 지금 안 바쁘면 이 링크 좀 들어가서 봐 봐."
"모모톡으로 보낼께."
[딸깍]
"응? 무슨 일이지?"
"링크... 어디(꾸욱)"
"아, 하루카, 글을 온라인에 올렸구나."
"조회수 장난 아니네? 읽어 봐야지..."
"....?"
(전략)
A가 말했다. "어이, 넝마 쨩, 오늘은 머리 잘 감고 왔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A는 내 귀를 잡아서 변기에 넣어 버렸다. "내가 잘 감겨 줄 테니까, 얌전히 좀 있어~" A는 30초 동안이나 내 머리를 변기 물 속에 넣고 있었다.(중략)
충격에 왼팔이 부러졌다. 하지만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아마 일시적으로 몸의 감각을 잃은 것인지도 모른다. 쓰러져 있는 나를 보며, B와 C는 웃으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어깨를 부딪힌 게 그리 큰 잘못인 줄 몰랐던 내가 문제다. 죽어야지. 죽어야지. 죽어야지. 부러진 왼팔의 통증이 곧 찾아왔는데(중략)
"하루카아~ 오늘은 왜 돈이 이것뿐이야~?"D가 날 밟으며 물었다. 돈이 없는 것에 이유가 있는 걸까 싶었지만, 항상 주던 돈을 못 주니 받는 쪽은 곤란하리라. 그리 생각하니 미안해졌다. 그리고 숨이 막혔(중략)
"이딴 허접한 녀석들 말에 귀 기울일 필요 없어." 아루 님께서 말씀하셨다. "강하고 약하고 같은 하찮은 문제에 얽매이지 마. 중요한 건, 네가 원하는 것이 뭔지, 그것뿐이야." 아루 님께서는 말씀을 멈추시고선 B와 C를 다시 쏘셨다. 그 총성이, 내게는 너무나 아름답게 들렸다. 허접한 녀석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깨달았다. 아, 나는 아루 님을 뵙기 위해 태어났구나(후략)
댓글
[야 이거ㅋㅋㅋ 말이 되냐?]
[MSG 엄청 뿌렸네ㅋㅋㅋㅋ 아무리 게헨나라도 사람을 저렇게 괴롭히는 게 있다고?]
[소설은 소설 카테고리에 올려야지 읽으면서 등에 땀 나더라]
[게헨나 뿔쟁이들 이럴 줄 진작 알았다니까☆]
[와 게헨나 이지메 개쩌네 나 같으면 진작 ㅇㅇ했다]
[죄송합니다! 자경단이 게헨나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괴롭힘 상담은 선도부에, 연락처는 000-0000-0000]
(후략)
"...다 사실이잖아..."
"...그런 일도 있었네..."
댓글
[야ㅋㅋㅋ 그런데 아루 님은 실존 인물 맞아?]
[ㅅㅂㅋㅋㅋㅋ 개쩌는데 나도 이런 사람 보면 업고 다니짘ㅋㅋㅋ]
[소설 맞다니까 이런 사람이 어딨어]
[사실입니다. 정말로 계십니다.]
[에에 작성자다!! 너 이거 소설 맞지]
"...나 완전히 슈퍼맨 취급이긴 했지..."
[따르르릉]
"예, 리쿠하치마..."
"나야."
"흐아아앙? 소라사키 히나?"
"너희 애가 지금 온라인에서 시비 붙은 사람들과 난동 부리고 있으니까, 좀 데려가."
[그 때]
"아루 님에게 악플을 달다니------------------"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실존 인물 맞냐고 했을 뿐인데에에에에-------"
[털썩]
"1대 17이 진짜 되는 거였구나..."
"감탄하지 마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바이럴이냐!"
거기서 독서 바이럴이??? ㅋㅋㅋ
"독서 주제인데... 나는 그렇다 치고 시미코는 댓글로만 나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