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여느때와 같이 작업을 시작한다.
오늘은 내가 당직으로, 기록과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차라리 잘된일 이다 싶다. 그녀가 오면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윽고,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나의 세계는 거기서 멈추었다.
그 어떤 말로도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설명할수 없었고, 없을것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는 나와 그녀만 있을 뿐이었고, 다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이 사랑인 것 일까? 첫눈에 반한다는게 이런것일까?
모든것이 멈춘듯한 고요함 속에, 나는 내 심장이 요동치는것을 들었다. 터져버릴듯이 뛰는 내 심장을 움켜쥐고 멈추고 싶을 정도로, 내 심장은 미친듯 뛰고 있었다. 그녀의 깊은 눈이 나를 빨아들일 것 같아 그녀의 눈 조차 볼 수 없었다.
찰나가 영겁의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그녀의 말 한마디에 정신을 차린다.
그래. 일해야지. 일. 내가 뭘 하고 있었지? 아. 장부. 장부가...
허둥지둥 장부를 찾는 모습이 웃겨보였으리라 생각되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 침착해라 알랜.
곧 장부를 집어든 나는 떨리는 입술을 겨우 열어 질문을 할 뿐이었다.
'어... 성...성함이?'
바보. 벌써 아는데 왜 물어본거지.
'세레나 입니다'
정신을 가다듬는다. 자. 심호흡. 후우. 후우.
'맡기실 포켓몬은요?'
'잉어킹 한쌍이요'
자. 자연스럽게 묻는다. 자연스럽게.
'어... 보니까 계속 잉어킹만 맡기시는데 왜 맡기시는거에요? 데려가지도 않으시던데?'
자연스러웠나? 너무 단도 직입적으로 물어본거 같다. 어쩌지?
'어... 음... 다른 아이들 보다 잉어킹을 놓아주는게 낫잖아요? 잘 보살펴 주세요! 그럼 이만.'
그러면서 그녀는 말을 끝내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미 내 궁금증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저 그녀를 더 보고싶었다. 내가 그녀를 보지 않아도 눈에 보일수 있을때 까지. 그저 그녀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다. 내가 그 목소리를 애써 기억해내려 애쓰지 않아도 될때까지.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녀를 이렇게 보낼순 없었다.
'잠... 잠시만요!'
그녀가 날 향해 돌아본다. 정신이 아득해지는것을 붙잡고, 간신히 말을 잇는다.
'저.... 챔피언 이라시면서요?'
젠장. 차나 한잔 하자고 하는게 이것보단 덜 촌스러웠겠다.
'예. 맞습니다만?'
'포켓몬들을 보니 다 우리 키우미집에서 직접 받으신 아이들 이던데, 보니까 색이 다른 아이들도 상당하고, 개체도 최상급이더라구요! 굉장하시네요! 혹시 비법이나 비밀이라도 있나요?'
바보같은. 브리더가 손님한테 비법 물어보냐?
내 자신이 이렇게 한심한적은 처음이다.
그런데 왠걸? 그녀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패인다. 그러고는 백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내가 뭐 잘못 물어봤나? 미치겠네...
'비밀이라면 말 해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은하루...'
그리고 나는 그녀가 찾던게 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몬스터볼 이었다.
내가 약간 의아해하는 찰나, 그녀는 몬스터볼을 열었다.
'크와아아르르릉-----'
볼에서 나온 포켓몬은 시간의 신이라 알려진 디아루가였다.
오금이 저려왔다. 디아루가가 뿜어내는 압력에 내 몸은 저절로 무릎을 꿇고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 위압감에 눌려 질식 할것만 같았다.
그녀가 다가온다. 새하얀 미소를 지은채, 그녀는 내 뺨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속삭였다.
'미안해요. 당신은 또 다시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그리고 내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디아루가의 붉은 눈이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나는 쓰러졌다.
내 이름은 알랜.
포켓몬 브리더이다.
소장님은 말하셨다. 언젠간 이사람이구나! 하는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날거라고. 그땐 그 여자를 붙잡으라고.
하지만 난 여태껏 그런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아 한명 있던것 같긴 하다. 하지만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아무것도. 그저 봄에 날리는 벚꽃처럼 새하얗고 아름답고 아련하다는 것 밖에는.
그나저나 최근 어떤 여자가 잉어킹만 맡기고 죄다 방생조치 시키고 있다는것 같다. 어떤 여자일지 얼굴이나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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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 하게 끝났네여 ㅋㅋ 몇분밖에 안보셨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다음에는 개인적으로 제게 큰 의미가 있는 블/화 버전을 소설로 써볼까 합니다 ㅎㅎ 시간이 있다면요 ㅎㅎ
.....히잌, 이 스토리라면 지우가 계속 기억이 리셋되서 여행하는게 증명된다.... 정부인이라는 세레나....과연...ㄷㄷㄷ
많은 것을 알면 다치는.... 하여튼 잘봤습니다. ^^!! 블화버전도 기대할게요!!!!
히이이익! 브리더가 불쌍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