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오게 된 제주 여행!
초등학교 때 가족여행으로 와보곤 못 와봤으니 이건 뭐 거의 처음 오는 것마냥 새롭습니다.
비행기에서 한라산을 보며 제주에 온 것을 실감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놀러 온 게 아니라 워크숍 참석차 출장을 왔습니다.
파르나스 호텔 제주. 워크숍을 굉장히 좋은 곳에서 하네요.
도착한 시간이 애매해서 호텔 부설 카페에 들러 시간을 때우기로 합니다.
점심이라도 간단하게 먹을 셈으로 말이죠.
제주에서 먹은 첫 메뉴는 딱새우 타르틴과 제주당근오렌지 주스.
확실히 맛은 있습니다. 특히 딱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아보카도가 잘 어울리는 느낌.
근데 이게 3만원이 넘는다는건 가성비 생각을 좀 안할수가 없네요.
뷰라도 좋았으면 천천히 음료 마시면서 경치 감상하는 자리값이라고 생각할 수라도 있지...
주차장 뷰에서 간단한 식사와 음료 먹는데 일인당 3~4만원이라면 아주 애매한 포지션입니다.
호텔 내부.
예전에 쏠비치 양양에서 이런 식으로 속이 뻥 뚤린 호텔을 처음 보고는 '이거 공간 낭비 아닌가' 싶었는데
보다보면 이런 식의 건물도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려면 여유 공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객실...은 뭐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냥 깔끔하고, 기본적인 건 다 있고.
캡슐커피가 여기저기서 다 쓰는 네스프레소가 아니라 일리였다는 게 좀 인상적이고
미니바 냉장고 안의 생수와 제주 맥주는 1회 무료라는 점이 재밌습니다.
화장실...도 뭐 그냥 깔끔한 호텔 화장실입니다.
어메니티에 일회용 칫솔과 치약, 면도기까지 구비해 둔 게 마음에 들었네요.
시간은 흘러흘러 각종 강연과 토론을 마치고 드디어 밥 먹을 시간.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연회장 셋팅입니다 ㅎㅎ
식전빵과 버터. 어쩌다보니 빵이 좀 크게 보이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입니다.
먹다보니 부족해서 나중에 한 번 더 가져다 달라고 했네요.
이왕이면 조그만 빵바구니를 테이블 당 하나씩 놔줬어도 좋을 듯.
맛은 괜찮습니다. 직접 구운 빵은 어지간해선 실패하지 않죠.
파인애플 살사와 과콰몰리를 곁들인 새우.
이거 꽤 맛있습니다. 우리나라 코스 요리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든 중남미식인데,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새우도 맛있고, 과콰몰리의 부드러운 느낌과 새우의 탱글탱글한 느낌과 새우칩의 바삭한 느낌이 주는 식감의 조화도 좋습니다.
감자 수프.
기본에 충실한 감자 수프입니다.
베샤멜인지 벨루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소스를 제대로 사용해서 만든 감자 수프.
다만 테이블에 후추가 없어서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서빙 인력이 딸리다보니 수프를 거의 다 먹어갈때쯤에야 후추가 왔네요.
"아, 인도에서 온 무역선이 지금 막 도착했나 보군요!"라고 드립을 치고 싶었지만 한 눈에 봐도 서빙 인원이 부족한게 보여서리 패스.
오늘의 메인,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인 호주산 쇠고기 안심구이와 채소입니다.
불행히도 근래 3~4년간 먹었던 스테이크 중에서 가장 맛이 없었네요.
이게 고기가 안좋다거나, 굽기를 잘못 구웠다거나 한 게 아니라서 더 아쉽습니다.
스테이크는 굽고 나서 레스팅이 끝난 다음 얼마나 빨리 손님에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죠.
하지만 수백명이 한꺼번에 밥을 먹는 연회 요리의 특성상, 스테이크는 어느 정도는 미리 구워서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은 히팅 램프 아래 깔아두거나, 별도의 온도를 맞춘 오븐(워머)에 넣어두거나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맛이 점점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스테이크는 고기가 약간 퍽퍽하면서 바스라지는 느낌이 나는게 다 굽고 나서 서빙할때까지 너무 오랫동안 나와있었던 것 같네요.
어떻게 아냐구요? 예전에 주방에서 이렇게 된 스테이크를 경험해봤거든요 ㅎㅎ
셰프가 "이건 너무 오래 나와있었어. 하나 새로 만들도록! 버리기 전에 맛을 한 번 보고!"라고 해서 먹어봤던, 딱 그 때 그 맛입니다.
프렌치드레싱을 쳐서 나온 호두와 크랜베리 샐러드.
샐러드가 스테이크와 거의 동시에 나와야 했던 거 아닌가 싶은데, 연회요리다보니까 고기 다 먹고 나서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채소가 싱싱하니 샐러드 맛이야 뭐 괜찮았지만, 이렇게 서빙 늦을 거 감안한다면 차라리 메인디쉬 나오기 전에 샐러드를 줬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새우와 막상막하를 다투는 오늘의 베스트, 후식으로 나온 아메리칸 치즈 케이크입니다.
사실 페이스트리 섹션은 죄다 미리 만들어 놓고 기다려도 퀄리티가 그렇게 심각하게 떨어지지는 않는 분야라서
연회 요리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10분, 15분 단위로 새로운 디저트 주문이 다양하게 물밀듯이 들어오는 것 보다는 디저트 한 종류만 수백개를 만들어 놓는게 더 쉽다는 거죠.
어쨌건간에 치즈 케이크 위에 얇은 캐러멜층과 머랭을 층층이 쌓아올리고 갈색으로 구워준 다음 베리 콩포트를 곁들였는데,
구성 자체는 심플하지만 그 심플한 요리를 기본에 충실히 만들어서인지 꽤나 맛있습니다.
진짜 마지막 코스, 커피.
그런데 회의 때 제공된 케이터링 서비스에 비하면 커피 맛이 너무나도 안 좋아서 다들 한 모금 마시고 남기더군요.
낮에 먹었던 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 부어서 만든 아메리카노인데 저녁에 나온 건 미국식으로 드립해서 만든 브루드(Brewed) 커피 아닌가 싶네요.
브루드 커피도 잘 내리면 맛있는데, 여기선 아마 한꺼번에 많이 내리는 바람에 뭔가 무리가 된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뭐, 결론만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차가운 음식과 뜨거운 음식의 편차가 너무 심했는데 이건 결국 연회 요리를 커버할만한 인력이나 노하우가 없어서 그런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예 차갑게 내보내는 과콰몰리나 샐러드, 디저트. 그리고 계속 끓이다가 내보내는 수프는 꽤 맛있었거든요.
반면에 시간과 온도 컨트롤이 필요했던 스테이크와 커피는 별로였으니 나름 합리적 의심입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위치가 살짝 애매미묘해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잘 보이네요.
구름이 낀 날씨이긴 한데, 신기하게도 해가 뜨는 부분은 구름이 없던 덕에 선명한 오메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오메가를 보니 갑자기 오메기떡이 먹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요.
파르나스 제주 조식 뷔페, 콘페티 Confetti.
콘페티를 직접 만들어 봐서 그런지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이름입니다.
다른 것 보다도 바다 전망이 끝내준다는 데서 일단 점수 먹고 들어갑니다.
조식 뷔페 음식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차슈.
이렇게 시각적으로 뭔가 독특한 게 있으면 뷔페 수준이 확 높아보이긴 하지요.
뷔페에서 제공되는 일품 요리들.
랍스터 캐비어 에그 베네딕트, 제주 해산물 팟, 미니 스테이크입니다.
에그 베네딕트에 랍스터와 캐비어를 태워?!
쌀국수 코너와 달걀 코너도 당연히 있습니다.
쌀국수 코너에는 고수와 라임이 준비되어 있고, 달걀 코너에서는 주문할 수 있는 달걀 요리 종류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네요.
빵 코너. 어제 연회 때 식전빵과 페이스트리 맛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여기 빵이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크루아상과 바게트, 포카치아 등 기본 빵이라고 할 수 있는 메뉴들이 다 괜찮아서 좋았네요.
아무리 이런저런 훌륭한 음식들이 많아도, 역시 호텔 조식 뷔페에서 맞는 아침은 빵이 열어주는 거니까요.
치즈와 냉육, 그리고 샌드위치도 서빙됩니다.
바게트 샌드위치와 클럽 샌드위치가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는 하는데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기엔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패스.
일단 첫 접시부터 푸짐하게 가져옵니다.
제주 해산물 팟은 국물에 새우, 전복, 생선살 등을 넣고 끓였을 뿐인데도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맛있네요.
에그 베네딕트도 호텔 스탠다드에 충실한 맛입니다. 단, 거기에 랍스터와 캐비어를 끼얹었을 뿐. (개인적으로는 트러플이 더 맛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요)
그 외에는 항상 가져오는 조식 뷔페 음식들입니다. 크루아상, 포카치아, 소시지, 베이컨, 만두 등등.
특이한 점은 달걀 컵이 있다는 거. 삶은 달걀 넣어놓고 껍질 깨서 먹는건데, 조식 뷔페에서 보는 건 거의 처음인 듯 싶네요.
안타까운 건, 달걀 컵은 완숙이 아니라 반숙을 먹을 때 주로 사용하는 건데 정작 달걀 스테이션에서는 완숙만 제공하더라는 거.
한 접시 얼른 해치우고 다음 사냥감을 찾으러 갑니다.
신선한 과일 코너에는 직접만든 수제 요거트도 함께 진열되어 있습니다.
기둥 뒤에 숨어있는 후식용 케이크들.
사진으로 보면 다 맛있어 보이는데, 조식 뷔페에서는 이상하게도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속으로 '헐.. 이게 가능하다고?'를 외치게 만들었던 커피 스테이션. 바리스타가 직접 뽑아줍니다.
라떼를 주문하면 라떼아트까지 그려줍니다.
물론 반대편에 전자동 머신이 있으니 기다리기 싫은 사람은 그쪽으로 가면서 인원 분산이 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직원 한 명이 조식뷔페 커피 스테이션을 통으로 운영할 수가 있다고?라며 놀랐습니다.
뭐, 놀란 건 놀란 거고 오래간만에 아침부터 에스프레소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요.
각종 냉육, 치즈, 훈제연어와 채소 샐러드.
원래는 이걸 먼저 먹고 고기고기한 접시를 가져와야 했는데,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뭐, 뱃속에 들어가면 다 섞이니 괜찮아!를 외치며 먹어줍니다.
스테이크와 챠슈를 가져와서 쌀국수 반찬삼아 냠냠 먹어줍니다.
아무래도 아침엔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야 속이 풀리지요.
차슈와 쌀국수는 맛있는데, 스테이크는 좀 기대에 못미칩니다. 그릴아딘이 좀 약한가 싶기도 하고...
이 뷔페 담당자가 머리 참 잘 썼다고 생각했던 주스 스테이션.
음식은 입과 코로만 먹는 게 아니라 눈과 귀로도 먹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전시해서 눈길을 사로잡으며 그 신선함을 강조하고,
손님이 요청하는 걸 그자리에서 갈아주면서 착즙기가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다시 한 번 자극을 줍니다.
그렇게 엄청난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효과는 확실하네요.
생과일 주스와 각종 과일, 쿠키 약간, 그리고 꿀을 한 스푼 얹은 수제 요거트로 식사를 마무리 합니다.
주스도 주스지만 수제 요거트가 참 맛있습니다.
미니사과와 포도도 나쁘지 않고... 다만 수박은 워낙 철이 아닌지라 차라리 멜론을 깔아뒀더라면 어떨까 싶네요.
나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텅 빈 아이스크림 스테이션.
아니 뭐,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바닐라 아이스트림 한 통만 넣어주면 안되나 싶네요.
한 스쿱 떠서 꿀과 과일 얹어먹고, 한 스쿱 더 떠서 에스프레소 뿌려서 아포가토 만들어 먹으면 딱 좋을텐데!
혹자는 '뭔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을 먹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아침부터 스테이크는 말이 되고?
밥 먹고 나오며 산책하는 길에 다시 한 번 둘러본 파르나스 호텔 전경.
국내에서 가장 긴 인피니티풀을 자랑하기 때문에 여기 오는 사람들은 수영장과 음식 딱 두 개 보고 온다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불행히도 업무 출장을 온 거라 '아는 사람 수영복 차림으로 마주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아예 못 들어갔지만요.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성비 측면에서 보자면 좀 애매하긴 합니다.
내 돈내고 간 게 아니라 워크숍 주최측에서 대준거라 실감은 안 나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가격이 딱 신라, 롯데호텔급이더군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으면서도 '그런데 제주도 관광 물가와 오션뷰를 감안하면 또 납득이 안되는 수준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회의와 호텔 구경만 했던 일정을 끝마치고, 본격적으로 제주 여행을 시작해봅니다.
워크숍 왔다고 해서 회의만 하다 가면 섭섭하니까 단체로 명소 탐방도 갑니다.
이번에 간 곳은 동백꽃으로 유명한 카멜리아 힐.
느긋하게 산책하며 둘러보기 좋은 장소입니다.
화사한 꽃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으니 왠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러고보니 애니메이션의 꽃길에 핀 꽃들도 동백과 철쭉이었죠.
늦봄에 피는 철쭉과 늦겨울에 피는 동백이 좌우로 함께 피어 있는 것이 아름다우면서도 비현실적인 세계를 암시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온갖 꽃들이 계절 안가리고 마구 피어있다고 하면 '메모리즈(1995)'의 최취병기 편이 더 인상깊었지만요.
제주도는 역시 따뜻해서 12도 정도의 기온인지라 '모진 겨울 바람 이겨내고 꿋꿋하게 핀 동백'의 느낌은 잘 들지 않습니다.
동백은 역시 하얀 눈에 뒤덮혀 흰색과 붉은색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라...
하지만 그런 취향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입맛에 불과합니다. 흔히들 동백이라고 하지만, 그 종류도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카멜리아 힐의 창립자는 동백 매니아여서 세계 각지의 동백(과 기타 꽃나무)들을 수집해서 이 커다란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일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도록 개화 시기를 적절히 안배한 여러 식물들이 가득하지요.
식물원 건물 들어가기 전에 놓여있는 수조에 둥둥 뜬 다양한 동백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제주도 오기 전에 미리 찾아볼 때는 왠 놈의 수조 사진만 이렇게 많은가 싶었는데, 실제로 와보니까 매일 가장 상태가 좋은 꽃들만 모아서 여기 띄워놓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꽃을 모아놓은 것이 일장일단이 있는데, 언제 와도 꽃을 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다르게 보면 꽃이 보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한꺼번에 왕창 피지는 않는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눈길 가는 곳마다 동백이 피어있는 것을 보려면 카멜리아 힐보다는 동백수목원 쪽이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동백수목원은 때를 잘못 맞추면 꽃은 구경도 못하는, 그야말로 동백꽃 하나에 올인하는 셈입니다.
매년 이상기후 때문에 개화 시기 예측도 힘들어지는 판이라 꽃구경 계획 짜기가 점점 어려워지네요.
길을 걷다보니 등장하는 제주도식 전통가옥.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잘 묶어놓은 모습이 특징입니다.
감나무야 뭐 시골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옆의 귤나무는 이 곳이 제주도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동백꽃 목걸이를 걸고 있는 돌하르방.
귀여워서 한 컷.
동백꽃 담장을 따라 주욱 걸어봅니다.
카멜리아 힐에서 제일 좋았던 가을 정원.
핑크뮬리는 줄기만 남았지만 그래도 갈대와 어우러지며 가을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드문드문 핀 꽃들과 동백나무, 그리고 저 멀리 홀로 솟아난 산방산의 경치가 마음에 드네요.
꽃나무 사이로 기와지붕이 보여 슬슬 걸어가 봅니다.
이 집은 향산 기념관이라고 되어있는데, 설립자 가족이 실제로 거주하는 것인지 열려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담 너머 보이는 풍경만 구경하는데도 감탄이 절로 나올정도로 멋진 집입니다.
인공 호수를 둘러싼 한옥의 모습이 '나도 이런 집 한 채 지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하루 종일 구름이 끼어서 날씨가 꾸물꾸물 하는데, 저 먼 바다에는 구름이 걷혔는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네요.
여행 내내 구름이 끼어서 파란 하늘을 볼 수가 없었는데, 똑같은 날씨라도 누군가는 '여행하는데 날씨가 흐리다'라며 투덜거릴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하는데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라며 기뻐할 수도 있습니다.
...전 투덜거리는 쪽이지만요.
카멜리아 힐을 한 바퀴 다 돌면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조그마한 폭포.
여름에는 여기 앉아 있으면 시원하겠네요.
카멜리아 힐 구경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북쪽으로 올라왔습니다.
가는 길에 잠시 차에서 내려 이호테우 해변을 구경합니다.
갬성 한스푼 추가.
물이 굉장히 맑아서 '여름에는 여기서 해수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썰물 때는 반원형의 돌담이 드러나서 더 특색있는 곳입니다.
이호테우 해변의 명물, 조랑말 등대.
빨간색과 흰색의 대비가 선명한데다가 그 독특한 모양 때문에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네요.
제주 공항이 가까운지라 이렇게 착륙하는 비행기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낮게 날아오는 비행기들을 보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세인트 마틴 섬의 공항에 꼭 가보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합니다.
하지만 나중 일은 나중 일이고, 일단 지금은 밥 먹으러 갈 시간입니다.
점심 먹으러 찾아간 곳은 삼다도횟집 본점입니다.
오래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뭐랄까 바다의 성을 연상시키는 건물 외관입니다. 뜬금없는 인어 부조가 포인트.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유행에 뒤떨어진 겉모습을 보이는 식당은 다시 말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은, 검증된 식당인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단체손님이다보니 이렇게 미리 셋팅이 다 되어있습니다.
간장게장, 튀김, 생선회, 고등어찜이 메인 메뉴입니다.
생선회. 뭐, 그냥저냥.
회는 고급어종을 잡거나 일식집에서 먹는 게 아닌 이상 크게 차이 나기는 힘든 거 아닌가 싶습니다.
숨은 주인공이었던 간장게장. 이게 맛있더군요.
제주산 황게로 만들었다던데, 확실히 흔히 보던 간장게장 정식에 붙어 나오던 것에 비해 뭔가 좀 더 맛있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리뷰 쓰면서 찾아봤더니 게장이 무한리필이 된다던데, 이게 모든 메뉴에 다 적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비싼 메뉴 주문할때만 무한리필인지 궁금하네요.
밑반찬. 뭐, 그냥저냥.
모듬회 먹는데 이렇게 나오면 주변에 제주도 현무암도 널려있겠다 돌 맞을 일이지만
고등어 조림 먹는데 나오는 밑반찬이라 딱 이 정도면 적당한 듯 싶네요.
게장하고 고등어찜이 맛있어서 밑반찬에는 어차피 손도 안 갑니다.
고등어찜. 묵은지 넣고 푹 끓여낸 고등어입니다.
고등어도 비리지 않고 맛있고, 무엇보다도 묵은지가 제대로 맛있습니다.
진짜 맘같아서는 공기밥 추가를 외치고 싶었지만... 워크숍 일행들이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밥 더 달라고 하기엔 왠지 눈치가 보여서리...
그냥 밥 한그릇을 쪼개고 쪼개서 간장게장과 고등어찜을 먹었습니다.
근데 다 먹어갈때쯤 매운탕이 또 나온건 예상 밖이었네요. (너무나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던 탓에 사진찍는 것도 깜빡했습니다)
평소에는 소주 먹지도 않는데 국물 한 숟갈 뜨자마자 격하게 땡기더군요.
하지만 운전해야하므로 패스...
제주도 사는 사람이 육지에 오면 적응 안되는게 귤을 돈 주고 사먹는 거라더니만, 식사 끝나고 나오는데 진짜로 귤이 한 박스 가득합니다.
내키는대로 집어들고 까먹으면 됩니다. 박하사탕의 훌륭한 상위호환이네요.
이렇게 점심까지 먹고 나니 워크숍 공식 일정은 종료.
이제 내키는대로 자유여행을 할 시간입니다.
워크숍이 끝났다고 곧바로 서울로 돌아가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다행히 그 다음날이 휴일인지라 하루를 더 여행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먼저 가있던 소노캄 제주 리조트로 합류해서 야경을 보며 산책을 합니다.
밤이지만 기분좋게 서늘한 제주의 기온에 동백꽃 핀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제법 운치있네요.
소노 계열 리조트가 건물은 좀 낡아도 주변에 산책로는 거의 반드시 만들어놓는 듯 해서 플러스 요인입니다.
다음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간 조식 뷔페.
사실 호텔 조식 뷔페라는 게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을 때나 메리트가 있지, 제주도처럼 주변에 아침부터 전복 미역국이나 생선국 파는 맛집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효용성이 좀 떨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바쁘게 시작해야 하는 마당에 차 타고 나가서 아침먹고 돌아와서 체크아웃 했다가는 오전 시간이 다 날아갈 수 있으니
호텔 조식 뷔페는 굶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한쪽에 뜨끈뜨끈한 미역국과 전복죽이 있어서 좋습니다.
제주도라면 역시!..라는 느낌.
프렌치 토스트와 와플 옆에는 에그 스테이션이 있습니다.
레스토랑은 자주 안가봐서 모르겠는데, 조식 뷔페는 소노 리조트 계열이 다 비슷비슷한 듯.
살짝 본전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쉽기는 한데, 일찍 체크아웃한다면 시간 아낄 겸 먹기에는 또 그렇게 가성비 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싶은
아주 애매모호한 포지션입니다.
입으로는 '이것도 없네, 저것도 없네' 투덜거리면서도 한 접시 가득 담아옵니다.
볶음밥, 베이컨, 소시지, 해쉬브라운, 토마토, 와플, 프렌치 토스트, 오믈렛, 빵과 버터.
엄청나게 맛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저냥 평타는 칩니다.
샐러드 퀄리티는 나쁘지 않습니다. 쌀국수 코너도 있구요.
음식 가짓수만 놓고 보면 그래도 이것저것 갖춰놓아서 조식뷔페치고는 허술한 편은 아닌데...
뭐랄까 "야, 맛있다!"싶은 메뉴는 없어서 탈입니다.
대단한 고급요리를 바라는 게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어도 맛있게 만들어서 한 입 먹고 '한 번 더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면 좋을 텐데 그런 메뉴는 없네요.
미역국, 냉육과 치즈, 훈제연어, 샐러드, 만두 종류.
만두는 단면의 충실함을 보이기 위해 자른 게 아니라, 애들이 맛 좀 보겠다고 하는 바람에 잘라서 나눠준 결과물입니다.
역시 미역국과 전복죽이 제일 맛있네요.
식사용 빵과 디저트용 빵이 섞여있는 베이커리 코너.
요거트와 각종 주스 종류.
크루아상과 커피, 과일, 달달한 젤리 종류를 끝으로 식사 완료.
배불리 먹긴 했는데 파르나스에 비하면 확실히 음식의 가짓수나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데도 뭐랄까 그닥 할 말이 없는 느낌.
어디 놀러가서 '항상 먹던 간단한 조식뷔페 맛'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싶습니다.
그래도 파르나스는 1인 7만원이었고, 여기선 4인 가족이 먹는데 10만원이었으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요.
객실에서 보는 아침 경치가 좋네요. 섬의 특성상 호텔마다 죄다 오션뷰가 널려있긴 하지만, 바다는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야자수와의 조합이 마치 동남아시아에 온 기분.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는 그야말로 잠만 자고, 아침밥만 먹고 이른 체크아웃을 합니다.
이제부터 하루 종일 바쁘게 우도를 돌아다녀야 하거든요.
일찌감치 아침밥을 먹었으니 성산항으로 이동합니다.
제주도 오른쪽에 위치한 섬, 섬 안의 섬이라고 불리는 우도에 들어가기 위해서지요.
엄밀히 말하자면 섬 안의 섬이 아니라 섬 옆의 섬이 맞는 표현이겠지만요.
배멀미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게 웃길 정도로 항구 바로 앞에서도 훤히 보이는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배를 타고 15분 정도만 가면 도착.
배에는 자동차들도 함께 실려 이동하는데, 우도 주민이거나 우도 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반 관광객은 차를 갖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제주도 여행 계획을 짤 때 많이들 하는 실수가 제주도(濟州道)를 제주도(濟州島)로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제주를 '섬'으로만 인식한 나머지 이 섬이 엄청나게 커서 행정자치'도道'라는 걸 간과한다는 뜻이죠.
'제주도? 그래봤자 섬이잖아.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린다고?'라는 생각으로 일정을 아무렇게나 짜다 보면 네비게이션 찍고
'뭐시여, 목적지까지 두시간? 왕복하면 길 위에서 하루를 다 보내겠네'라며 놀라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이건 우도 여행도 마찬가지.
'우도? 섬 옆에 붙은 쪼그만 섬이잖아. 그냥 슬슬 걸어서 한바퀴 돌지'라고 생각했다가는 절반도 못 돈다는 거지요.
게다가 섬 한쪽은 경사 구간이 있어서 자전거로 돌아도 힘들다는 평이 자자합니다.
그래서 전기 자전거나 전기 스쿠터 등이 주된 교통수단이지만... 초행길이니만큼 우도를 한바퀴 도는 순환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순환버스는 우도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면서 주요 관광지마다 정차하는데, 표를 한 번 끊으면 한 바퀴 돌 때까지 마음껏 내렸다 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순환버스가 처음으로 정차하는 곳이 하고수동 해변인데, 시간관계상 이 곳은 패스.
두 번째 정거장인 비양도 입구에서 내립니다.
비양도는 그야말로 섬 옆의 섬 옆의 섬인 셈입니다.
우도와는 육로로 연결되어 있어서 슬슬 걸어 들어갔다가 한 바퀴 스윽 둘러보고 나오기 좋습니다.
섬 자체는 뭐 특별히 볼 것이 많지는 않는데, 섬 끝자락에 위치한 봉수대가 좋습니다.
제주가 아무리 섬이라지만 항구다, 등대다, 부표다, 배다, 다른 섬이다 뭐다 해서 눈 앞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망망대해를 보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비양도 봉수대 위에 올라서면 모래사장이 아니라 돌섬 끄트머리 아무것도 없는 진짜 망망대해를 볼 수 있습니다.
바닷바람 잔뜩 쐬고 다시 버스를 탑니다. 다음에 내린 곳은 검멀레 해변.
일단은 우도봉이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아 우도 특산물인 땅콩을 듬뿍 얹은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습니다.
바닷바람 맞고 자란 땅콩이라서 고소하고, 무엇보다도 속껍질이 얇고 쓴 맛이 없어서 껍질 채로 먹어도 된다는 게 특징입니다.
차가워진 몸을 따뜻한 카페에서 녹이고, 다시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더 맛있네요.
무엇보다도 우도봉의 깎아지른 절벽을 배경삼아 먹으니 좋습니다.
우도봉과 검멀레(검은 모래) 해변.
옆쪽으로는 동굴이 나 있는데, 겨울이라서인지 밀물때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동굴 투어 보트'가 동굴로는 안들어가고 바다만 한바퀴 돌고 돌아오더군요.
'저럴 거면 이 추운 바닷바람 맞으며 굳이 탈 필요가 있나' 싶어서 패스.
게다가 검멀레 해변으로 내려가려면 꽤 긴 계단을 내려가야하는데, 해수욕이나 모래찜질 할 것도 아닌데 이 높은 계단을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니 내려가고 싶은 생각도 싹 사라지더군요.
검멀레 해변은 우도땅콩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멀리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
우도 곳곳에는 이렇게 댕댕이들이 돌아다닙니다.
'주인도 없고, 목줄도 없이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다들 붙임성이 좋고 순해빠졌습니다.
하긴, 관광객이 주요 수입원인 섬에서 성질 나쁘고 짖어대는 개들은 이미 다 팔려나갔겠지요.
어찌 보면 조상이 다 같은 개들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게, 생김새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합니다.
꼬리 흔들며 엉겨붙는 멍멍이를 토닥거려주고, 또 버스 타러 가면 쿨하게 헤어지는게 프로페셔널 접대견입니다.
검멀레 해변 반대편의 우도봉 입구에서 하차합니다.
높은 우도봉을 슬슬 걸어 올라가면 섬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고 해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입니다.
올라가다보면 사자바위가 눈에 띕니다.
우도는 소가 누운 형상이라서 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배 위에서 암만 봐도 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서 '내 눈이 이상한건가'싶었더랬지요.
반면 사자바위는 보자마자 단번에 "심바... 기억하거라..."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우도봉 오르는 길 중간에 보이는 성산 일출봉.
순환버스 기사님들은 거의 절반은 투어 가이드 역할도 해주시는지라 타는 재미가 있는데,
버스 기사님 썰에 따르면 우도봉 오르는 길에 보는 성산 일출봉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네요.
아마 오르막길 오르느라 힘든 와중에 시원한 바람 맞으며 보는 풍경이라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케이블카 타고 오른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보다 힘들게 등산해서 보는 풍경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죠.
우도봉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우도의 모습.
왼쪽에는 제주도와, 저 멀리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한라산이 눈에 띕니다.
왠지 예전에 이스터 섬 분화구 올랐을 때가 생각나네요.
제주도도 이스터섬 스케일로 돌하르방 어마무지하게 크게 만들어 세웠더라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북적북적 몰려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양파모양 파란색 지붕은 다음 목적지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입니다.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화가 겸 건축가...라는데 솔직히 우도 오기 전에는 이름도 못 들어봤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닌지, 관람객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 싶었는데요 그 때문인지 올해 말까지는 입장료가 무료!
또 무료라면 사족을 못 쓰는지라 '어디 한 번 가보자! 별 거 없으면 바로 나오면 그만이지!'라며 한 번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입구 가는 길의 훈데르트 윈즈라는 카페에서 작명센스 돋보이는 땅콩 우도넛과 한라봉 우도넛, 성산일출봉 에이드로 에너지부터 충전합니다.
우도와 운율을 맞추기 위해 우도넛이라는 이름을 붙이긴 했는데, 도넛이라기보다는 속을 가득 채운 파이에 가까운 느낌.
카페에 앉아있으니 해가 반짝 나면서 성산 일출봉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진정한 성산 일출봉 뷰 맛집은 여기 아닌가 싶네요. ㅎㅎ
다만 우도넛과 음료 좀 집어먹으면 어지간한 레스토랑 식사값이 나온다는 게 함정.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이런 느낌입니다.
약간 비현실적으로 기울어진 모습에 각종 색채를 덧입힌 느낌.
분류로만 따지면 자연주의자라고는 하는데, 그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비틀린 몽환적 색채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팀 버튼이나 히에로니무스 보스, 르네 마그리트, 블라디미르 쿠쉬 등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딱 취향에 맞습니다.
양파 전망대는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보다 전망대 건물 그 자체가 더 마음에 듭니다.
갬성 가득한 야외 피아노.
피아노 학원 다닌지 9개월 된 아들에게 한 곡 쳐보라고 했더니 부끄럽다며 뒤로 뺍니다.
이런 곳에서 멋들어지게 한 곡 칠 수 있으면 그야말로 감수성 풍부해질텐데요.
규모가 크지는 않은데 아기자기하면서도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세계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라고 하기엔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서도.
그런데 색감이나 구성이 참 마음에 들긴 합니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하면서도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타협점을 절묘하게 맞춘 느낌입니다.
꽤나 마음에 들어서 추가 입장료 내고 훈데르트바서 전시관도 들어가볼까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합니다 -_-;;
우도에서 1박2일 하는 거라면 모를까, 당일치기 우도 관광을 하는 사람이라면 전시관까지 들어가서 관람하기엔 촉박할듯 싶네요.
전시관 작품 관람은 시간을 워낙 많이 잡아먹으니까요.
바로 옆에 훈데르트힐즈라는 숙박시설이 있는데, 다음에 기회 되면 저기서 하룻밤 자면서 좀 더 자유롭게 우도를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순환버스를 타고 도착한 마지막 관광지는 산호사 해변.
지금까지의 패턴을 이어받아, 일단 먹고 나서 구경하기로 합니다.
우도에는 해녀들이 물질해서 잡아온 해산물을 요리해서 파는 '해녀의 집'들이 여러 곳 있는데, 산호사 해변에도 하나 있습니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적어도 한 번은 해녀의 집에서 밥을 먹어줘야 하지요.
카드결제가 안되니까 현금 두둑히 들고 들어가야한다는 게 주의사항입니다.
근데.. 제대로 바가지를 썼습니다. 해물모듬 한 접시에 4만원. ㅠ_ㅠ
4만원짜리 해물 모듬이면 당연히 커다란 접시에 구색 맞춰서 뭔가 푸짐하게 나올거라고 기대했는데
분식집 떡볶이 접시 크기에 담긴 거라곤 전복 한마리, 멍게 두마리, 뿔소라 반접시가 전부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해산물 중에서 프리미엄 제일 많이 붙는게 '제주 자연산'이다보니 인어교주 해적단 최저가와 비교하는 건 말이 안되지만,
아무리 그렇다쳐도 이게 4만원은 심했다...
2만원이면 엄청 괜찮은 가격이고, 3만원이면 뭐 관광지 물가 생각해서 그럭저럭 수준이라고 보이네요.
하도 기가 막혀서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봤더니 5년 전만 해도 2만원이었는데 코로나 터진 이후로 제주도 관광객 숫자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폭등하며 지금 이 가격이 된 듯.
그래서 결론은? '해녀의 집 가면 해물모듬 말고 라면이나 죽 종류를 먹는게 낫겠다'입니다.
해물모듬은 횟집에서 먹고, 해녀의 집에서는 해물 듬뿍 들어간 라면이나 보말죽 등이 가성비가 좋은 듯 합니다.
라면 나오자마자 아이들 덜어주는 바람에 사진에는 반의 반도 안 남았는데, 실제로는 그릇 가장자리의 흔적에서 알 수 있듯 가득 담아줍니다.
라면 한 그릇에 만원이니 이것 역시 저렴하지는 않지만, 분식집 라면도 치즈나 떡 좀 넣으면 5천원 금방 넘어가는 판국이니 신선한 해물 듬뿍 넣어서 국물맛 끝내주는 라면이라면 만원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네요.
따뜻한 국물 먹고 나오니 구름 사이로 빛이 내려옵니다.
하늘을 잠시 감상하다가 고개를 아래로 숙여 해변을 바라봅니다.
산호사 해변이 산호사 해변인 이유.
모래로 만들어진 백사장이 아니라, 죽은 산호가 하얗게 부스러지며 만드는 해변이기 때문입니다.
동글동글한 산호 모래가 귀여운 게, 몇 개 주워들고 싶지만 버스 기사 겸 투어 가이드 아저씨의 말이 떠올라 그만둡니다.
"산호사 해변의 산호들이 참 예쁜데, 주워가면 벌금이 3천만원입니다. 돈 없으시면 뭐... 까짓거 좀 살다 나오면 되쥬."
...그냥 눈에만 담아둡니다.
이렇게 산호사 해변을 끝으로 다시 항구로 돌아오면서 우도 일주도 끝.
조그만 섬에 뭐 볼 게 그렇게 많겠냐 싶었는데 실제로는 볼 게 많네요.
그나마도 관광지를 깃발투어하듯 빠르게 돌아다녔으니 이 정도지, 해변에서 물놀이도 하고 바닷가에서 낮잠도 자고 미술품 관람도 하고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다 돌아보려면 이틀은 꽉 채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우도를 떠나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 스누피 가든을 갈 수 있을지 시계를 보며 이동합니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스누피 가든입니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왠 스누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주도라고 꼭 돌하르방 가든만 있어야 하냐는 생각에 한 번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스누피도 좋아하니 남는 시간 때울 겸, 한 번 들러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갈 곳이 아니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지만요.
입장권을 구입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 창문 밖으로 커다란 개집과 스누피, 우드스탁의 모형이 보입니다.
전시물 퀄리티가 꽤 괜찮습니다. 보통 이 정도 크기의 캐릭터 조형물은 조잡해지기가 쉬운데 말이죠.
본격적으로 관람이 시작되는 곳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연 먹는 나무'.
찰리 브라운의 인생 숙적이라고 할만한 나무입니다.
어떻게든 멋지게 연 한 번 날려보려는데 툭하면 실이 걸려버리지요.
투덜거리기도 하고,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무 한 그루일 뿐입니다.
스스로가 악의에 차서 괴롭히는 것이 아닌, 그냥 그저 그렇게 서 있는 나무.
그래서 찰리 브라운도 나무에 대고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미워한다기보다는 자기 앞에 놓인 고난에 대한 한탄에 가깝습니다.
실물 크기의 나무가 커다란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벽에는 피너츠의 주요 등장인물들 설명과 인물 관계도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습니다.
스누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수염 기른 버전의 스누피도 있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스누피의 형인 스파이크입니다. 사막에서 선인장을 벗삼아 홀로 살고 있는 외로운 비글입니다.
인싸중의 인싸인 스누피에 비하면 스파이크는 그야말로 아웃사이더입니다.
유일한 친구라고는 선인장 뿐이니까요.
하지만 가시투성이 선인장을 안아주고, 가시가 박혀 아픈 팔을 달래며 '당신의 선인장을 안아줬나요?'라는 팻말 옆에 앉아있는 것을 보면 아웃사이더 넘쳐나는 요즘 세상엔 오히려 더욱 동질감을 느끼는 캐릭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선인장의 모습이 놀라는 몸짓이나 환영하며 박수치는 의미,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표현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도 스파이크의 에피소드를 보며 알 수 있었지요.
곳곳에는 이렇게 오리지널 만화를 액자에 끼워 갤러리처럼 전시를 해놓았습니다.
이거 하나 하나 다 읽고 지나가려면 어지간한 미술관 관람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더군요.
다행히 대부분은 이미 예전에 읽었던 거라 빠르게 지나갈 수 있었지만요.
다른건 다 좋은데 번역이 조금, 아주 조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간혹 보이더군요.
예를 들어 노을을 볼 때마다 슬픈 기분이 든다는 찰리 브라운에게 스누피가 '마지막 쿠키까지 다 먹어치워 버렸을 때처럼 말이지'라고 대꾸하는데, 여기서는 '네가 마지막 쿠키를 먹어버렸을 때처럼 말이지'라고 하는 편이 스누피의 섭섭함과 뻔뻔함을 잘 나타내는 거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대부분의 전시물은 구성이 잘 되어있습니다.
심지어는 벽에 프린트 하나 걸어놓더라도 배경과 캐릭터, 말풍선의 위치를 서로 다르게 배치해서 입체감을 줬을 정도.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쓴 모습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 동선을 따라 바쁘게 지나치는데, 그 바람에 미처 못 보고 지나칠법한 장소도 많습니다.
약간 가려진듯한 출입문을 지나면 이렇게 공터를 활용해서 만든 우주인 스누피도 볼 수 있거든요.
왠지 영화 마션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느낌입니다.
학교 무도회장을 재현해놓은 공간. 커다란 스크린에서는 피너츠 애니메이션의 무도회 장면을 재생중이고, 바닥에는 댄스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춤 출 때의 동선을 그려놨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피너츠의 춤추는 법이란 우아하고 고상한 것과는 백만광년 쯤 떨어져 있지요.
오히려 꼬마 아이들이 삑삑거리는 신발 신고 앞에서 방방 뛰며 추는 막춤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추는 춤과 비슷합니다.
벽에 뜬금없이 왠 전화기가 걸려있나 했는데, 수화기를 들어 보면 실제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합니다.
참 별 거 아닌데, 그냥 앤틱 전화기 모형 달아놓고 녹음된 음성 틀어주는 것 뿐인데도 내가 피너츠의 세상 속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이런 류의 소소한 기믹으로 '내가 좋아하는 세계관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장치가 정말 많습니다.
루시의 심리상담소에서 인생 상담 에피소드가 모여있는 4컷만화 에피소드를 인쇄해준다거나,
아니면 이렇게 나무 울타리에 구멍을 뚫어놓고 스누피 디오라마를 배치해서 마치 옆집에 진짜로 스누피가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던지 하는 게 참 좋았네요.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프면 스누피가 4계절을 보내는 모습을 파노라마로 감상하며 잠시 쉬어갈수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배치해놓은 스누피 옷 갈아입히기 자석판...일텐데
어른들이 달라붙어서 이래저래 맞추는 중.
우주비행사, 스카우트 교관, 의사, 소설가, 1차대전 공군 조종사, 아이스하키 선수, 인기 많은 대학생 등 다양한 역할로 변신하는 것이 스누피의 매력이다보니 이런 것도 좋네요.
생각해보면 여자아이들이 '무엇이든 될 수 있어!'라는 느낌으로 바비 인형이나 변신 마법소녀 좋아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일까요.
실내를 어지간히 돌고 나서 배를 채울 겸 카페테리아로 이동합니다.
음식 퀄리티는 뭐 엄청 대단할 것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하게, 그리고 여기에 캐릭터 한 숟갈 제대로 버무린 맛입니다.
'가든' 샐러드에 루시가 '정원'에 물뿌리는 그림을 꽂아놓은 것처럼 말이지요.
프렌치 토스트. 나름 바나나에 캐러멜 코팅 제대로 된 프렌치 토스트입니다.
내용물은 미국인의 국민간식, 땅콩버터와 잼이 들어있습니다.
다들 스누피라고 부르긴 하지만 만화의 제목은 '피너츠'.
그래서 '피넛버터'가 들어간 프렌치 토스트도 당당히 메뉴에 올라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네이밍 센스를 알아줄 사람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문제지만요.
우드스탁 에그 샌드위치.
메뉴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그렇게 엄청나게 맛있다거나 고급 기술이 들어간 건 아닌데
의외로 소소한 곳에서 센스가 돋보입니다.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 자체야 뭐 그닥 대단할 게 없지만, 감자튀김으로 둥지 모양을 만든다거나 빵 위에 우드스탁의 말풍선을 찍는다거나, 심지어는 흔한 피클 대신 코니숑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게 마음에 듭니다.
물론 가격은 사악합니다 -_-;; 이렇게 메뉴 세 개에 음료 곁들여 먹으면 거의 4인가족 입장권 가격만큼 나오거든요.
가성비가 좋은 건 절대 아닌데.. 뭐, 그렇게 보면 놀이공원 솜사탕은 가성비 좋아서 먹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배도 부르겠다, 이제 슬슬 정원 한 바퀴 돌고 공항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정원 지도를 보는 순간, 지금까지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건물 안의 전시실이 메인이고 정원은 그냥 보너스 비슷한 산책코스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정원이 본체였네요. 괜히 이름에 '가든'이 들어간 게 아니었군요.
작가 스누피의 컨셉에 맞게 타자기 모양으로 의자(?)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스누피가 치는 글이라곤 언제나 "어둡고 폭풍우 몰아치는 밤이었다 It was dark and stormy night" 뿐이지만요.
찰리와 루시, 라이너스가 언덕에 누워있습니다.
그냥 눕혀놨으면 뭔 살인사건 현장마냥 을씨년스러웠을텐데 라이너스가 한쪽 손을 들고 있는 걸 보니 만화 속의 한 장면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쪼그만 꼬맹이들이 하늘을 보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분명 어울리지 않아야 정상인데 왠지 모르게 그럴듯합니다.
초등학생인 딸내미가 "휴.. 인생이 뭐 그렇지"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웃음이 나오면서도 그 상황에 딱 떨어지는 한탄이라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비글 스카우트의 모험도 계속됩니다.
정원 스케일이 그야말로 후덜덜하네요. 인공 폭포를 배경으로 징검다리 건너가는 스누피와 우드스탁 친구들.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와 배경이 잘 녹아들었습니다.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만 하기엔 심심하니 이렇게 동백꽃을 배경으로 세워진 그물다리와 짚라인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격장 PTSD 떠오르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지만요.
건물 안을 그냥 비워놓은 게 아니라 각종 소품과 소소한 즐길거리들을 채워넣은 게 '이거 만든 사람은 스누피 찐으로 좋아하는구나'라는 게 표가 납니다.
볏짚 대신 옷을 입은 나무들. 옷도 그냥 옷이 아니라 피너츠 캐릭터들의 색깔에 맞춰 입었습니다.
한 눈에 '이건 찰리 브라운이네'라고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색깔.
스누피 가든을 만든 회사가 원래 조경 전문회사라서 그런지 스누피를 떼어놓고 봐도 굉장히 잘 가꾼 정원인데,
여기에 캐릭터를 아주 적절하게 섞어놓으니 시너지가 굉장합니다.
호박대왕을 기다리는 라이너스와 샐리.
샐리는 매년 할로윈마다 파티도 즐기지 못하고 호박대왕을 기다리는 게 바보짓이라고 투덜거리지만
그래도 밤 늦도록 라이너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기다려 줍니다.
이런 게 진짜 사랑 아닐까 싶은 순간이지요.
나오는 길에 보이는 찰리 브라운과 연 먹는 나무.
짜리몽땅 귀여운 캐릭터가 나무에 머리를 박고 하소연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웃픈 상황입니다.
초등학생이 고민이 있어봤자 얼마나 대단한 고민이라고...싶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고민이 근본적으로는 어른이 다 된 우리들도 갖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둡고 폭풍우 몰아치는 밤이었다'는 스누피의 소설 도입부처럼,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떨어지자마자 금방 어두워지더니 비까지 슬슬 내립니다.
게다가 애초에 시간 배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문 닫을 때까지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미처 못 보고 휙휙 지나친 곳도 꽤 있네요.
적어도 네 시간은 봐야 할 곳을 두 시간이면 충분할거라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커다란 건물만한 크기로 그려진 만화의 한 장면을 보니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습니다.
호수, 나무, 하늘. 다들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니까요.
스누피를 처음 접했던 건 꼬꼬마 초등학생 당시 비디오테이프(!) 시리즈로 나왔던 애니메이션이었고, 그 후론 학용품마다 여기저기 스누피가 (떠버기와 함께) 박혀 있었지요.
하지만 피너츠의 세상을 제대로 알게 된 건 90년대 중반 신영미디어에서 출간했던 10권짜리 스누피 영한대역본을 읽으면서 부터였습니다.
때로는 시니컬하고, 때로는 귀엽고, 어떨 때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또 어떨 때는 다른 나라 이야기같고 (미국이니까 다른 나라 맞긴 했지요)
그냥 단순히 웃긴 내용에서부터 심오한 철학적 사색이 담긴 내용까지.
그야말로 인생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양대 산맥이었네요 (다른 하나는 가필드).
무려 50년간이나 연재되었던 만화이다보니 그야말로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에피소드가 적어도 하나는 있다는 것 역시 놀라웠습니다.
사회적으로 뭔가 사건사고가 터지면 '저거 고바우 영감에 나왔던 거랑 똑같은데' 싶었는데, 스누피 역시 마찬가지랄까요.
수많은 캐릭터 IP 사업들이 원작을 망치면서 욕 들어먹는 요즘, 이렇게 스누피와 친구들을 잘 녹여낸 정원이 있다는 건 축하할만한 일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제주도에 있어서 자주 가보지는 못할거라는 사실이지만요.
그래도 제주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도에 멈무들이 많은 이유는..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서랍니다. 슬프게도 제주도는 국내 유통 식육견의 90%를 담당한다고 하죠.. 중에서도 우도는 사람들이 평범한 반려견이라면 쉽게 따라 올 수 없게 제주로 내려와 다시 한 번 배를 타고 들어가서 반려견을 버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 섬이라는 제한적인 환경 때문에 제주 내에서는 야생화 되는 아이들이 있고 대부분 주기적으로 다니는 개장수들이 포획해갑니다만… 이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예쁜 사진과 맛있는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여담이지만 표선 성산 쪽이 상대적으로 물가도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
훈데르트바서 파크? 여기 엄청 이쁘네여 테트리스 하기도 좋게 생겼군
저랑 똑같네요.. 저는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러보자하고 들어간곳이 스누피가든이었는데... 덕분에 하루 전체 스케줄이 꼬여버렸어요 다음에는 여유롭게 제대로 다시 가서 구경하고싶네요
엄청난 글과 사진에 정신없이 읽다보니 끝이네요! 맛있는것 재미난것 맛보시고 즐기시고 힐링 하셨겠습니다.
우도에 멈무들이 많은 이유는..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서랍니다. 슬프게도 제주도는 국내 유통 식육견의 90%를 담당한다고 하죠.. 중에서도 우도는 사람들이 평범한 반려견이라면 쉽게 따라 올 수 없게 제주로 내려와 다시 한 번 배를 타고 들어가서 반려견을 버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 섬이라는 제한적인 환경 때문에 제주 내에서는 야생화 되는 아이들이 있고 대부분 주기적으로 다니는 개장수들이 포획해갑니다만… 이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예쁜 사진과 맛있는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여담이지만 표선 성산 쪽이 상대적으로 물가도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들이 많습니다 :)
반려견을 끝까지 키우는 10프로대 라는 말이 참... 아마도 고양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집 근처에 품종묘 돌아다니는 거 보고 참...
정성스러운 포스팅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제주도 물가... 특히 관광쪽 지역은 살인적이지요. 좀 너무 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도 들더군요. 저런 대기시간이 긴 곳에서 스테이크 보다는, 함박 이나 갈비찜 류가 나을거 같네요. 저 역시 이런 곳에서 맛없는 스테이크를 도저히 먹다 못먹겠어서 남긴 기억이 있습니다. 관광쪽은 비싸고, 아무래도 제주도민이 사는 곳으로 나가면 그나마 괜찮은 곳이 적잖습니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싸지는 것도 아닌게... 제주도 물가가 비싸서... 과거 오분작 돌솥밥이나 오겹살집 갔던 기억이 나는군요.
연회장 스테이크는 대량으로 구워 놓기 때문에 맛은 어쩔 수 없고 식사 전 미리 직원에게 고기 굽기 체크하면서 그것 보다 조금 덜 익혀 달라고 부탁하면 진상이 아니라 조금 예민하신 분이라 주방에 미리 체크 해 놓고 식사 전 바로 구워서 나와요 물론 정중하게 오더 하셔야~~
서비스 수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는데... 후추통도 한참 뒤에야 나오는 마당에 개별적으로 굽는건 대략 무리일듯 싶었네요ㅎㅎ 개인적으로는 싱크로나이즈드 서비스가 가능한 연회장에서 밥먹어보는게 꿈입니다.
싱크로나이즈드 서비스란 정확히 어떤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테이블에 앉은 사람 수만큼 웨이터가 줄줄이 나와서 동시에 호흡맞춰서 음식을 내려놓는거임당. 열 몇명쯤 참석한 소규모 파티에서 딱 한 번 해봤는데 열라 멋져염.
아하. 테이블 전담 서비스랑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확실히 대규모 파티에서는 힘들겠네요 ㅎ 감사합니다.
이번 길위 워크숍은 신경 좀 많이 썼네요. 이거 보여주면 저희 직원은 못 간 거 더 아쉬워할 것 같네요 스누피가든은 가볼려고 하다가 제주도인데 뭔 스누피인가 생각이 들어서 망설이는 중인데 글보니 가야갈 것 같습니다. 사진 잘 봤습니다. :)
훈데르트바서는 안토니 가우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색깔이 분명한 건축가 인것 같아요. 한번 가보고싶네요... 근데 파르나스 호텔이라길래 드디어 제주에도 ihg 호텔체인이 들어오나 싶었는데 찾아보니 그건 아니었군요ㅜㅜ
제주여행 가서 가장 기억에 남는 먹거리는 성이시돌 목장의 아이스크림 이었지요. 우중 경치도 정말 좋았어요. 근데 화장실의 그 파리때가 아니었으면 진짜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텐데 말이죠..
스누피가든은 아부오름 올라갈때 옆에 있어서 곁눈질로만 봤는데 저런곳이였군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몬이하길래 ㅅㅂ 개부럽 ㅅㅂ
갈수로 느끼지만 제주도 품질은 떨어지는데 가격대는 뉴욕을 넘나드는 수준이라...
피너츠라고 피넛버터 쓴건 그냥 대부분 알고 있을거같은데 부심이 심하군
스누피 가든 좋네요 저도 어렸을때 스누피 사각빤쓰를 즐겨입어서 피넛츠 참좋아합니다
스누피가든 열심히 돌아다녔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