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갔다가 힐링 여행으로 좋은 것 같아 이번 겨울에도 다시 찾아가는 설악산.
어중간한 시간대에 출발하다보니 출근시간대와 겹치는 바람에 네비가 평소에 가던 길로 안가고 44번 국도를 타게 만듭니다.
원래는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고속도로가 아니다보니 다음 휴게소가 어디인지 안내도 안 나오고...
길 가다가 보이는 곳에서 먹자고 다짐하고 도로변의 광고판을 보고 들어간 식당, 홍천의 시골막국수입니다.
국도에서 벗어나 시골길을 좀 들어가니 나오는데, 허름한 외관을 보며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배가 고프니 일단 밥을 먹기로 합니다.
시골 식당 인테리어가 끝내줍니다. 시골밥집 어쩌구 하는 식당들은 많지만 찐 시골밥집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죠.
더덕을 비롯한 각종 약초 담금주, 통채로 놓여있으면서 위용을 자랑하는 말벌집, 커다란 영지버섯, 그리고 말벌이 수두룩하게 들어있는 노봉방주, 게다가 기둥 옆에는 뱀술까지.
약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이런 장식품을 보면 기분이 유쾌해집니다.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밥집 장식입니다.
밑반찬들. 각종 나물과 두부, 버섯, 달걀말이, 김치.
백김치가 맵지 않으면서 맛있어서 애들도 막 집어먹는 바람에 두 번이나 더 달라고 했네요.
그 외에도 다 맛있습니다.
끄트머리 살짝 태운 감자전.
개인적으로는 덜익은 감자전과 태운 감자전 중에 택하라면 후자를 선택합니다.
태운 끄트머리만 좀 떼어내고 바삭한 부분을 집어먹으면 맛있거든요.
아예 안태우고 골고루 바삭하게 익히는 게 제일 좋겠지만, 전 부치는게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 감자전은 맛있게 잘 먹었네요.
비지장과 (사진 뒷편 구석에 살짝 보이는) 청국장.
제대로 만든 시골 비지, 된장, 청국장입니다.
고소하면서도 왠지 특유의 발효 풍미가 살아있는게, 요즘 먹는 된장이나 청국장이 얼마나 냄새를 줄인 건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앞접시에 한 국자 떠서 밥에 비벼먹으면 꿀맛.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얕게 담은 밥이 아니라 우묵한 밥공기에 담겨 나오는 밥도 마음에 듭니다.
완전 비싼 쌀로 엄청나게 수고를 들여 갓 지은 밥이 아니라, 보온모드 압력밥솥에서 떠낸 밥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시골 집밥 느낌이 납니다.
요즘엔 시골밥상이라고 하면 공장제품 사용해서 무늬만 시골밥상이거나 명인이 수십년 묵힌 장으로 만든 고급 한식으로 양극화되는 느낌인데
오래간만에 진짜 시골 밥상을 받아봤네요.
엄청나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리운, 그런 맛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가게 이름이 시골막국수인데 막국수는 주문을 할 수가 없었다는 거...
홍철 없는 홍철팀인가요.
지난번처럼 델피노 소노캄에 도착해서 방 배정만 받아놓고 설악산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설악산 통일대불.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해도 청동 불상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였다던데, 지금은 더 큰 불상들이 곳곳에 생기며 1위 자리에서 밀려났습니다.
욕심에 집착하지 말라는 불교인데 불상 크기에 집착하는게 뭔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밈을 떠오르게 합니다.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 둘을 데리고 오르려니 언제나 이 흔들바위까지가 한계입니다.
이 부근에서부터 등산로가 좀 험해지는데다가 녹지 않은 눈도 쌓여있어서 울산바위까지는 무리네요.
매년 한 번씩 "외국인 관광객들이 밀어서 떨어트렸다"는 농담이 도는 흔들바위입니다.
하지만 농담과는 다르게 어른이 온 힘을 다해 밀어도 살짝 흔들거리기만 할 뿐, 그렇게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흔들흔들...하다보니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읽었던, 자칭 유머감각 뛰어난 아저씨의 "마흔" 이행시가 떠올라서 빵터졌습니다.
가족들이 왜 웃냐고 물어보는데 설명도 못하겠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낮에 시골막국수집에서 사왔던 비지로 찌개를 끓여 간단히 저녁을 먹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만든게 더 맛있다"고 하는데, 이게 여행와서 먹는 밥이라 버프를 받은 건지 아이들 입맛에 맞춰주기 때문에 그런건지 아니면 아빠에게 잘 보이려는 립서비스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밥 먹고 나니 이제야 보이는 창밖의 울산바위 풍경.
확실히 여름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멋이 있습니다.
오늘은 흔들바위까지 올라갔으니 내일은 케이블카나 한 번 타볼까 생각하며 첫째날 일정을 끝냅니다.
둘째날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펑펑 내립니다.
그래도 일기예보를 보니 한두시간만 기다리면 그친다길래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눈이 그치자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다시 드러나는 울산바위.
설악이라는 이름답게 눈 내린 후 바위산의 모습은 또 다른 멋이 있습니다.
눈은 그쳤다지만 등산로에는 눈이 쌓였을테니 '어제 미리 등산하길 잘했다'며 케이블카를 타러 다시 설악산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케이블카 타려고 기다리는데 다시 눈이 쏟아집니다.
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해서 일기예보도 틀리기 십상이라더니 그 말을 몸으로 실감합니다.
시야가 좋지 않아서 굳이 더 올라가봤자 풍경 볼 것도 없을테고, 눈 쌓인 길은 미끄러워서 그냥 오뎅만 몇 개 사먹고 다시 내려옵니다.
케이블카 탑승료 아까워 흑흑 하면서 내려왔더니 다시 눈이 그칩니다.
아니... 산신령님,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예요...
점심밥 먹으러 찾아간 곳은 바람꽃 해녀마을이라는 식당.
검색해보니 후기가 우르르 뜨는데 그게 다 협찬 받아 올라간 리뷰인지라 쪼끔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해물 한 번 먹어줘야지 하면서 들어갔습니다.
시그니쳐 메뉴는 송이버섯에 도장 찍어 올린 해물뚝배기. 각종 해물이 푸짐하게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오징어순대와 전복곤드레돌솥밥을 주문해서 함께 먹습니다.
전복죽과 미역국은 한 사람 앞에 하나씩 줬으면 좋겠는데 좀 아쉽긴 합니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나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또 막 특색있게 뛰어난 것도 아니라 해물뚝배기나 전복곤드레밥이 먹고 싶은 경우가 아니면 추천하기에는 좀 애매한듯.
해물뚝배기가 2만원 좀 넘고, 다른 메뉴들도 거의 만오천원 이상 하기 때문에 빈말로도 가성비가 좋다고는 못하겠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요즘처럼 외식 물가가 미쳐돌아가는 시국에는 큼직한 전복이 들어간 음식이 이 정도 가격이면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납득 가능한 범위 아닌가 싶긴 합니다.
다시 햇빛 쨍쨍한 파란 하늘을 보며 리조트에 딸린 워터파크에 애들을 풀어놓습니다.
애들이 중학생만 되었어도 그냥 '너희들끼리 놀아라'하고 좀 쉴텐데, 아직 둘 다 초등학생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합니다.
썬베드 하나 빌려 누워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떼웁니다.
산도 다녀오고, 물놀이도 했더니 힘들고 배가 고파서 그냥 보이는대로 들어간 카페 로카.
델피노 소노캄 1층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입니다.
창가에서 식사하면 경치가 열일하는 곳이긴 한데, 이틀동안 숙소에서 계속 봐 온 풍경인지라 크게 감흥은 없습니다.
저녁에는 샐러드바가 제공되는 대신, 아이들도 무조건 1인 1메뉴를 주문해야 합니다.
뷔페만큼 다양한 건 아니라도 이것저것 꽤나 먹을만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두어번 다녀올 정도는 됩니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샐러드바 보다는 훨씬 더 나은 퀄리티.
각종 채소와 과일, 치즈가 어우러진 샐러드를 한 접시 가득 뜨고,
따뜻한 식전빵을 올리브와 발사믹 식초에 찍어서 수제 피클을 곁들여 냠냠 먹으며 메인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주방 바깥쪽에 설치되어 손님들에게 그 위용을 과시하는 피자 화덕.
이런 게 보이면 자연스레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화덕이 있으니 주문해본 마르게리타 피자.
토마토 소스와 치즈, 바질의 단순한 토핑이라 화덕으로 제대로 구워냈을 때의 깊은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메뉴입니다.
말린 토마토와 바질 토핑이 마음에 듭니다. 도우도 정통 이탈리아식으로 맛있구요.
다만 치즈는 그렇게까지 고오급 치즈는 아닌 것 같네요. 그래도 어지간한 피자 가게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맛입니다.
피자를 먹다보면 파스타와 리소토 메뉴가 나옵니다.
전복과 조개가 들어간 봉골레 파스타, 갑오징어와 관자 및 새우가 들어간 해산물 포모도로 파스타, 그리고 새우 크림 리소토.
해산물 하나는 진짜 실컷 먹고 가네요.
피자 뿐만 아니라 파스타와 리소토 역시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이게 정통 이탈리아의 맛이냐고 하면 알덴테와는 거리가 먼 식감 때문에라도 도저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오히려 푹 익힌 게 더 나으니 불평할 계제는 아니지요.
'여기까지 와서 굳이 피자와 파스타를?'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2박 3일 일정이면 하루 정도는 동해의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이탈리안 식당도 좋은 것 같네요.
무한리필 샐러드바에 요리 네 종류 먹고 10만원 가량 나오는데, 델피노 리조트 레스토랑 중에서는 퀄리티 대비 가장 괜찮은 거 아닌가 싶습니다.
조식 뷔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녀처럼 보이는 건지, 아니면 음식 자체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워서 드는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본가가 속초임에도 설악산 안간지 오래됐는데 올해는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식당 검색할때 " ~에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이 문구 들어가는 순간 신뢰도가 급 하락하는데 가끔은 괜찮은 집들도 저런 방식으로 홍보해서 아쉬울때가 있긴 하죠..
속초 사는 본토배기입니다. 사실 맛집이라고 할 만한데가 없어요. 유명한 데는 다~ 블로그나 SNS로 유명해진 곳이죠. 처음 들어보는 데가 수두룩~
로...카....? 윽..! 머리가..! ...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아미....... 솔져?
해물뚝배기 아주 근사하게 나오는군요
숙소 풍경이 아주 멋집니다. 앰브로시아 창가 경쟁률이 치열한데 부럽네요
식당 검색할때 " ~에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이 문구 들어가는 순간 신뢰도가 급 하락하는데 가끔은 괜찮은 집들도 저런 방식으로 홍보해서 아쉬울때가 있긴 하죠..
첫번째집 딱 맛있을듯하네요
정겨운 글 잘 보고 갑니다 ㅎㅎ 저는 와이프임신했을 때, 켄싱턴에 숙박했었는데 설악산 뷰가 참 좋았어요 ㅎㅎ
해물뚝배기 아주 근사하게 나오는군요
본가가 속초임에도 설악산 안간지 오래됐는데 올해는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2번째 사진 " ㅜㅎㅎ"
실례지만 어떤걸로 찍으셨나요? 화질이 깨끗하고 선명해 보여서요~
속초 사는 본토배기입니다. 사실 맛집이라고 할 만한데가 없어요. 유명한 데는 다~ 블로그나 SNS로 유명해진 곳이죠. 처음 들어보는 데가 수두룩~
로...카....? 윽..! 머리가..! ...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아미....... 솔져?
저도 속초토박이 지만 속초에서 줄서는집은 맛집은 아닌거같네요 처음엔 맛집이였을순 있지만 돈벌어서 광고로 때려박아서 장사하는 느낌
마징가 xx 흔들흔들...
아오 델피노에서 계셨으며 엄청난 바람이 무섭던데... 소노문 소노캄까지는예약이 가능하지만 소노펠리체는 예약도 힘들어서 기억에 남네요;; 전 속초가면 델피노 밑 한화리조트쪽으로가다보면 설악본가설렁탕 집 가서 매번 먹고 옵니다 설렁탕 집이지만 갈비탕이 맛있는 특이한곳;;
그집 갈비탕 맛집 ㅇㅈ 하지만 설렁탕은... 소구리가 더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