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주말에도 문을 열어야 하다보니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를 출근하는 대신 월요일이 휴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데, 병원이나 은행 업무를 부담없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디 놀러다니기도 좋기 때문이지요.
숙박업소 예약하기도 편하고, 하다못해 동네 꽃구경을 가더라도 인파가 한결 덜해서 움직이기가 편합니다.
집 밖으로 나와보니 벚꽃잎이 휘날리길래 '오늘 아니면 늦겠구나' 싶어서 꽃 구경을 나설 수도 있구요.
버스 타고 십오분 정도 지나 도착한 곳은 서대문구청 옆에 위치한 안산벚꽃길입니다.
가는 길에 외국인 두 명이 앞서서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쪽 아닌데...
점심 때가 가까워오니 일단 주변 분식집에서 김밥을 한 줄 사서 가기로 합니다.
봄꽃 김밥. 이 가게의 계절 특수가 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명 센스입니다.
안산벚꽃길 들어서는 길목의 봄꽃 김밥이라.
처음에는 사각김밥에 꽃모양 김밥 싸서 과일과 함께 피크닉 바구니에 가득 채워 올까도 싶었지만
이런 단촐한 소풍길에는 길가의 분식집에서 집어든 김밥 한 줄이 더 어울립니다.
바로 옆 구청 직원들이 가게 안을 꽉 메우고 월요병에 신음하며 돈까스와 라면을 먹는 동안 꽃구경 나온 사람들은 밝은 표정으로 김밥 포장해 가는 것이 비교가 됩니다.
벚꽃길 입구에서부터 흐드러지게 핀 꽃나무들.
마치 눈이 내려서 쌓인듯한 풍경에 왠지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금강산도 식후경.
4천원짜리 봄꽃 김밥이 기본 김밥이었는데 오늘은 조금 사치를 부려 8천원짜리 장어 김밥으로 주문했습니다.
다른 김밥들은 그냥 알루미늄 호일에 싸주던데 이건 비싼 김밥이라고 나름 종이 상자에 담아주네요.
같은 김밥이라도 호일 펴서 접시삼아 먹는 것과 종이상자에 예쁘게 담긴 것을 먹는 기분은 확연히 다른 느낌입니다.
게다가 떨어지는 벚꽃잎을 곁들여 먹기에도 훨씬 어울립니다.
김밥 한 줄을 금방 해치우고 다시 꽃구경에 나섭니다.
조그만 개울이 졸졸 소리내며 흐르는 위로 꽃나무들이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물 위에 벚꽃잎이 동동 떠서 흘러가는 것도 운치있네요.
실개천 옆에 자리 깔고 술 한잔 하면 좋겠다 싶은 마음.
월요일인데도 구경나온 사람이 꽤나 많습니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해 벚꽃 개화기간이 확 줄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일까요.
주요 벚꽃축제는 다음 주 부터라는데 정작 꽃은 그 전에 다 지게 생겼습니다.
벚꽃 뿐 아니라 잘 꾸며진 화단에는 다른 꽃들도 잔뜩 피어서 색을 더하고 있습니다.
꽤나 경사가 심한 비탈길인데도 층층이 화단이 잘 가꾸어져 있네요.
무엇보다도 향이 거의 나지 않는 벚꽃에 비해 꽃향기가 가득한 덕에 꽃구경 왔다는 실감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내려오기 전에 한 컷.
벚꽃길 뿐 아니라 저 멀리 산등성이에도 곳곳에 하얗게 핀 벚꽃을 보니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
기껏해야 일주일 활짝 피었다가 바람 좀 불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벚꽃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봄꽃 구경 가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15초짜리 짧은 벚꽃비 영상도 함께 올려봅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러 벚꽃비가 내리는 날이 왔군요. 돌아오는 주말에는 사람들 많은 여의도는 아니더라도 근처 산책길이라도 가봐야겠습니다. 아... 오늘 비온다고 했지..ㅠㅠ
꽃 벌써 다 떨어졌더라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