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1인 개발] 무협을 쓰는 인기 없는 글쟁이가 왜 강호 카드 게임을 만들었나
안녕하세요. 무협을 쓰는 인기 없는 글쟁이입니다.
그리고 《강호일패: 비정무림》을 혼자 만든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첫 글에서는 게임의 규칙이나 시스템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고, 제가 왜 이런 게임을 만들게 됐는지부터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1인칭으로 쓰겠습니다. 긴 글이지만 모쪼록 편하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 김용의 사조삼부곡을 읽으며 자랐다.
그때 처음 들어간 강호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채 어른이 됐다.
그 강호에서 장무기는 어린 시절의 내게 특별한 인물이었다.
무당과 인연을 맺은 아이가 명교의 교주가 되고,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만나며, 문파와 출신보다 사람을 먼저 보았다. 어느 한쪽의 이름에 갇히지 않은 채 강호를 누비는 그의 모습은 어린 내게 꽤 오랫동안 남았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소림·무당·사도련·마교, 네 세력이 모두 주인공이다.
세력마다 세 갈래 길이 있다.
모두 합쳐 열두 개의 길로 같은 강호에 들어간다.
소림의 승려로 걷는 길과 사도의 칼잡이로 걷는 길, 마교의 무인으로 걷는 길은 서로 다르다. 누구에게는 협의인 일이 다른 누구에게는 원한이 되고, 한쪽의 명분은 반대편에서는 침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강호를 걷고, 싸우고, 끝내 자기 길을 낸다.
그리고 흩어진 열두 갈래는 끝에서 다시 하나의 암류와 맞닿는다.
만류귀종(萬流歸宗).
흐르는 물은 달라도 끝내 한곳에 모인다.
하지만 강호의 일은 한 번의 승부로 끝나지 않는다.
달이 차면 이지러지고, 이지러진 달은 다시 찬다. 암류를 걷어 냈다 해도 언젠가는 또 다른 암류가 흐른다.
영웅도, 효웅도, 간웅도 모두 그 안에서 한때 칼을 들었다가 사라진다.
내가 좋아했던 강호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강호를 오래 좋아해 온 사람으로서, 요즘 한국에서 정통 무협이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쉬웠다.
회귀도 좋고, 빙의도 좋고, 환생도 좋다. 나 역시 그런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는다.
다만 가끔은 그런 장치 없이도 강호 그 자체를 걷고 싶었다.
끝없이 힘을 불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검 한 자루를 들고 자기 발로 강호를 건너는 이야기.
가진 것 없이 칼끝에 목숨을 얹고 살면서도, 때로는 아무 대가 없이 의기 하나로 남의 싸움에 함께 칼을 뽑는 사람들.
강호에서 오늘 만난 사람이 내일은 은인이 되고, 어제 술을 나눈 사람이 모레는 적으로 서는 이야기.
내게는 그런 맛도 분명 무협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장무기라는 이름을 설명 없이 알아듣는 사람도 조금씩 줄어들겠지만, 내가 좋아했던 그 강호의 맛까지 함께 사라졌으면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만들었다.
독보강호하듯, 한 사람이 만들었다.
기획도 했고, 글도 썼고, 밸런스도 잡았다. 프로그래밍은 만들면서 배웠다. 구조를 잘못 짜서 한참 만든 것을 통째로 갈아엎은 적도 있었다.
코드는 갈아엎으면 됐다.
그런데 강호의 감성은 갈아엎을 수가 없었다.
음악은 쥐뿔도 모르면서 몇 초짜리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다시 골랐고, 글자 하나와 먹선 하나도 다른 화면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다시 손봤다.
내게는 그게 가장 중요했다.
먹이 번지는 느낌, 칼을 뽑기 전의 정적, 오래된 무협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 사문의 이름을 등에 지고 산문을 나서는 순간.
그런 것들을 모아 내가 기억하는 강호의 정취를 만들고 싶었다.
거대한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어떤 강호여야 하는지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강호를 다른 사람과도 한번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강호일패: 비정무림》을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 기다리던 강호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낯선 옛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한 판을 끝내고 난 뒤,
"아, 무협은 이런 감성이었지."
그 생각 하나만 남는다면 좋겠다.
※ AI 사용 고지(스팀 페이지와 같습니다)
이 게임의 그림, 음악, 효과음은 생성형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고, 개발자가 하나하나 고르고 다듬었습니다. 중국어·영어 번역은 AI의 도움으로 초안을 잡았으며,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계속 다듬어 나갑니다. 이야기와 대사는 개발자가 직접 썼고, 게임 설계도 직접 했습니다.
《강호일패: 비정무림》
11월 12일 얼리액세스 예정.
— 무협을 쓰는 인기 없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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