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드래곤퀘스트9은 기존의 드래곤퀘스트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드퀘 역사상 최초로 정식 넘버링 작품이 휴대용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믿지 못했습니다
과연 제약이 많은 휴대용으로 얼마나 괜찮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전작들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을지, 드퀘는 역사상으로도 정식넘버링은 콘솔로만 발매된
게임이라 걱정이 있었습니다
엔딩 후 클리어 느낌은 반쪽짜리 드래곤퀘스트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아니라 드래곤퀘스트 외전으로 나왔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ds로 나와도 호리이 유지가 잘 만들어 주겠지라고 생각했건만
그것은 호리이 유지를 너무 믿었던 탓이었습니다
휴대용으로 인한 한계점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하드웨어의 제약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일단 이번 드퀘9는 전작들보다 세계가 굉장히 좁은 느낌입니다
휴대용기기의 한계가 물론 있겠지만 세계전체를 돌아보는데도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습니다
전투시스템이 바꼈는데 최초로 몬스터들이 바로바로 보이는데 몬스터와 조우하기 싫으면
그냥 피해갈 수도 있습니다 이로인해 보스전까지 잘하면 전투를 거치지 않고 냅따
달려갈 수 있습니다
좀더 편해졌다는 사람이 많을지 긴장감이 줄어들어 나빠졌다는 사람이 많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루한 전투를 거치지 않는게 편하긴 합니다
레벨이 많이 높아지면 몬스터들이 알아서 도망갑니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디자인을 거의 새롭게 그렸습니다 기존 드퀘 시리즈에서 온 디자인과
8에서 온 몬스터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몬스터들이
많습니다 필드에서의 모습도 전작과 달라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전투방식은 8의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했는데 그렇게 전투의 템포가 늦어지는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8탄 이전의 전투들에 비해 굉장히 느린 편이긴 하지만 3인칭을 사용하면서
이 정도 전투템포는 나쁜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전직 시스템도 게임내 밸런스도 해치지 않으며 꽤나 잘 만들어졌습니다
큰 문제중의 하나는 바로 스토리입니다 30시간 이상 정도이면 엔딩을 볼 수 있는데
이제 막 재밌어지려고 할 타이밍이 게임이 끝납니다
스토리 자체도 재미있는 편이 아닙니다 4편처럼 아기자기한 옴니버스식 구조로
크게 몰입도를 높이는 것도 아니고 5편처럼 장대한 서사시로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도
아닙니다 6편처럼의 커다란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9편만의 개성이 있지만 문제는 이야기의 흡입력이 예전작들만 못합니다
드퀘의 큰 매력중 하나가 정말 동화속에 빠진 것처럼 용사가 되어 세계를 구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인데 그 느낌이 잘 들지 않습니다
마을 하나하나 도착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렇기 흥미있진 않았습니다
스토리에 감정이입이 되기보다는 어서 보스를 만나 전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각 마을의 에피소드도 너무 짧을뿐만 아니라 던전은 너무나 단조롭고 짧습니다
휴대용의 용량 한계여서인지 기존 드퀘시리즈의 던전 구성의 절반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던전 내에서 길을 찾으면서 재미 좀 붙이려고 하면 어느덧 다 돌아본 상태입니다
그만큼 던전 안이 너무나 작고 몬스터도 다 보이는터라 던전 내의 긴장감이
전작들보다 훨씬 덜합니다
nds로 나왔던 드퀘4re나 드퀘5re의 던전들보다 훨씬 단조롭습니다
동료들의 대화를 들을 수 없으며 캐릭터성도 없어서 종일 더욱 맹맹합니다
드퀘중 굉장히 멋진 부분은 스기야마 코우이치의 음악인데 이번작은 그렇게
귀에 쏘옥 와 닿는 음악이 없습니다 3나 5, 8에서의 잊지 못할 필드 음악이나
6나 7에서의 마을 음악처럼, 음악이 너무 좋아 게임을 하다가 일부러 멈춰서 음악만
듣기도 하였는데 그 정도로 매력적인 음악이 없습니다
nds에서 음질 한계인지는 몰라도 멜로디 자체가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물론 rpg게임으로는 충분히 좋은 음악들이고 게임과 잘 어울리지만
드퀘의 명성에 맞는 음악들이 흐르지는 않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음악을 다시 사용한 것도 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드퀘가 발매할때마다 이번작은 어떤 음악이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가장 큰 아쉬움으로 와닿았습니다
엔딩 후에 플레이는 계속 이어집니다 여러 퀘스트들과 지도 모으기, 연금술 등등
플레이를 계속 하게끔 유도하는데 대부분 단조로운 노가다입니다
노가다를 즐겨하시는 분들은 좋아하겠지만 노가다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하고 싶은 것들이 아닙니다
엇갈림 통신이라던지 다운로드 퀘스트 등등 재미있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엇갈림 통신을 하기에는 너무나 힘듭니다
아... 엇갈림 통신은 괜한 푸념이긴 합니다
드래곤퀘스트시리즈를 굉장히 재밌고 감동적으로 즐긴터라 이번작은 아쉬움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전작처럼 넓은 세계에서 내가 정말 모험을 하고 있다는 두근거림은 받지는 않았습니다
작은 화면에 작은 세계, 그리고 휴대용에서의 드퀘 음악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휴대용에 딱 알맞은 스토리와 던전 구성은 지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습니다
허나 드퀘8의 그 혁신적인 그래픽과 웅장함을 생각한다면 이번 9은 휴대용의 스펙상
모자르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호리이 유지가 작은 휴대용 기기 안에 어떻게 하면 최대한 드퀘의 매력을 잃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시간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이 많이 보이긴 합니다
nds라는 휴대용 기기에 이 정도의 rpg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합니다
이번 드래곤퀘스트9의 실망은 게임 자체가 잘못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nds라는 휴대용의 한계에 오는 단점인걸 감안하지만 약 5년동안 기다려온
기대감과 드래곤퀘스트9의 재미에 대한 실망은 적잖히 컸습니다
패미통에서 40점 만점의 쾌거를 이룬 작품이지만
역시나 40점은 너무 후한 점수라 생각합니다
발매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300만장을 돌파하고 드퀘8을 훨씬 능가하는
무서운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는 드퀘9이지만
이번작은 개인적으로 드래곤퀘스트 사상 최고의 실망작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을 달기에는 너무나 외전스럽고 드퀘의 네임벨류에 모라르지는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