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플렉의 조커는 사실 '개빡친 아서'라고 할 수 있음
달리 말하면, 아서는 수십년 간 쌓인 분노와 슬픔을
조커라는 가면을 쓰고서 토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음
아서는 진짜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그걸 비웃고 재를 뿌리는 사람들 때문에 빡칠 수밖에 없던거임
그래서 자신을 속이고 학대한 양어머니도 죽여버리고
자기를 배신하고 ㅈ같이 굴던 랜든을 걍 죽여버리고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든 머레이도 총으로 쏴서 죽여버림
보통 빡친 사람들이 '저 새끼 진짜 죽여버리고 싶네'라며 욕하고 끝낼 때,
아서는 라이브 방송에서 냅다 리볼버를 갈겨버린거지
많은 사람이 라이브 방송에서 살인을 저지른 아서를 보고 경악했지만
일부는 그런 아서의 행보를 보면서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꼈음
그들이 보기에 아서는 '죽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상대를 해치워버리는 미친 상남자였으니가
그러니까 남자들은 침 질질 흘리면서 '조커 형님!!'하고 달려들고
맛탱이간 할리퀸 같은 애들이 조커 빠순이가 돼서 접근한거임
이들에게 아서, 곧 조커는 마초이즘의 화신이자 진정한 상남자, 해방의 전사였음
근데 ㅁㅊㄴ처럼 화를 내던 사람도 보통 분노가 가라앉으면 현자타임을 갖게됨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면서 반성을 하기 시작함
'그때 조금만 참을 걸...'
'아무리 화가 나도 그랬으면 안됐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물론 예외가 있겠지만 적어도 조커2의 아서는
현자타임을 맛보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함
그래서 난쟁이 게리가 울먹거리면서 한 말에 마음이 흔들렸고
자기를 추종하던 죄수가 교도관한테 살해당하는 걸 보고 견딜 수가 없었던거임
게다가 1편에서 머레이를 쏘고난 뒤에 아서를 보면
정말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듦
흔들리는 눈알, 불안한 듯 떨리는 다리, '저질러버렸다!'는 듯한 표정과 미소,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까지 우리가 기대한 조커와는 너무 거리가 멈
사실 당연한거임
그는 조커가 아니라 그저 개빡쳤던 아서였을 뿐이니까
근데 할리퀸과 다른 추종자들 그리고 관객들은 이제 기가 차는거지
'조커님 얼른 아캄 나오셔서 고담 정상화 해야죠?ㅋㅋ'
하고 존나 기대했는데 정상화된 건 고담이 아니라 조커였던 아서였으니까
그래서 할리퀸은 조커가 아닌 아서 플렉을 거부하고
조커는 아캄정신 병원에서 칼에 맞아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됨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결말은 조커라는 존재 혹은 개념이
아서의 의지와 무관한 독립적인 존재가 되버렸다는 사실을 암시함
한 남자의 울분이 어느새 광기와 해방의 아이콘으로 변양되버렸고
거기에 도취되어버린 사람이 아서를 죽이고 자신의 입을 찢어버렸기 때문임
그래서 아서는 조커의 기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커의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도 할 수 있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대해져버린 조커에 잡아먹혀버렸으니까
물론 아서가 머레이를 죽였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머레이를 죽인 건 조커가 아니라 개빡친 아서 플렉임
어쨌든 스토리만 놓고 보면 1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좋은 후속작이라고 생각함
근데 뮤지컬같지 않은 뮤지컬로 떡칠한 뮤지컬 영화라는 얘기를 듣고
일단 줄거리 스포만 본 상황이라 극장을 갈지 말지 고민 중임
영화 안 본거 같은데 잘 정리했네. 그리고 뮤지컬은 아서가 다시 미쳐가면서 나오기 시작하는건데 따지면 전편의 코메디 장면 같은거라 불편하고 안좋게 보이는게 정상이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