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일지 #2] 강한 무공만으로 고수가 될 수 있을까
네 번 치던 주먹이 여덟 번 나갑니다.
새 권법을 배운 것은 아닙니다. 심법이 바뀌었을 뿐인데, 같은 권법의 끝이 달라졌습니다.
《강호일패》를 만들면서 꼭 담고 싶었던 재미가 이런 순간입니다. 강한 무공을 얻으면 당연히 기쁩니다. 다만 그 무공을 손에 넣었을 때 한 번쯤 더 생각해 주셨으면 했습니다. 이 무공을 지금 내 심법과 엮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요.
무협소설에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무공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센 무공을 모아 놓기만 하면 고수의 대결이 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을 익혔는지, 어떻게 이어 가는지, 언제 펼치는지에 따라 같은 초식도 무게가 달라집니다. 그 재미를 카드 게임에 옮겨 보고 싶었습니다.
소림, 무당, 사도련, 마교에는 저마다 다섯 가지 심법이 있습니다. 심법은 수치를 올려 주는 장비가 아니라, 덱을 짜는 출발점입니다. 심법을 바꾸면 눈여겨볼 무공이 달라지고, 함께 쓰고 싶은 카드도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세 가지 심법을 가지고, 제가 만들고 싶었던 싸움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림의 주먹이라고 길이 하나뿐일 리는 없습니다. 침착하게 버티며 때를 기다리는 심법이 있는가 하면, 기세를 잡는 순간 연타로 몰아붙이는 심법도 있습니다.
맨 위 움짤의 소림보리신공은 뒤쪽입니다. 권기를 모았다가 연타에 한꺼번에 쏟아붓는 심법이지요. 대성에 이르면, 꽉 채운 권기 2점을 연타에 쏟을 때 원래 타수만큼 공격이 더 붙습니다. 더 붙은 타격은 위력이 75%로 줄지만, 네 번에서 멈추던 주먹이 여덟 번째까지 이어집니다.
이 심법을 익히면 연타 무공을 보는 눈도 바뀝니다. 당장 피해가 가장 큰 카드를 고르는 대신, 모아 둔 권기를 어느 연타에 실어 보낼지 고민하게 됩니다.
내놓은 카드는 한 장인데, 주먹은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한은 하나였으나, 주먹은 사방에서 들어왔다.」
— 천수나한연환권
무협의 맞대결에서 볼거리가 마지막 큰 기술만은 아닙니다. 논검이든 비무든, 목숨을 건 싸움이든, 몇 합을 주고받는 사이에 상대의 속셈을 읽으면서 내 다음 수를 둘 자리도 남겨 두어야 합니다. 마지막 초식이 나가고 나서야 앞의 몇 수가 무엇을 깔아 두고 있었는지 보일 때도 있습니다.
천마신공은 초식과 초식의 이음에 무게를 둡니다. 대성에 이르면, 비용 4 이상인 공격을 펼칠 때 이번 턴에 앞서 펼친 마지막 두 공격이 50% 위력으로 먼저 되살아나고, 그다음에 지금 초식이 나갑니다.
그래서 센 카드가 손에 들어와도 바로 내는 것이 늘 정답은 아닙니다. 덱을 짤 때부터 어떤 공격을 다시 펼칠 만한지, 어느 초식으로 마무리할지를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끝난 줄 알았던 두 수가, 마지막 한 수의 시작이 됩니다.
「명왕을 닮는 건 쓰는 자가 아니라, 맞은 자의 얼굴이었다.」
— 명왕권
자전마공을 만들 때는 상대의 공격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대성에 이른 자전마공은 잔영으로 피한 피해를 두 배로 되돌려 줍니다. 한 번에 되돌리는 피해는 최대 60입니다.
이쯤 되면 회피는 목숨을 지키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공격의 기회가 됩니다. 상대의 살초는 여전히 위험합니다. 다만 피할 수만 있다면, 더는 위협으로만 남지 않습니다.
그의 살초가, 나의 반격이 됩니다.
「칼은 닿았다. 그러나 나는 없다.」
— 잔영
심법이 바뀌면 덱이 바뀌고, 덱이 바뀌면 싸움에서 기다리는 순간도 바뀝니다. 누군가는 권기를 가득 채워 연타로 단숨에 쏟아내고, 누군가는 초식의 순서를 짜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며, 또 누군가는 큰 공격을 흘려보낸 뒤 고스란히 되갚습니다.
연타가 쏟아지고, 앞선 초식이 다시 나타나고, 피한 공격을 되돌려 주는 순간. 이런 장면을 타격 연출과 수묵 연출, 오의 컷인으로 보여 드리려 했습니다. 계산된 피해 숫자만이 아니라, '준비해 둔 이 한 수가 드디어 들어갔다'는 손맛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무공 대결만으로 제가 만들고 싶은 강호가 다 채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협소설을 읽을 때도 제가 좋아했던 건 싸움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문파에 몸을 담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은원에 휘말려, 결국 어떤 길을 걷게 되는지가 그만큼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소림, 무당, 사도련, 마교의 주인공이 되어 강호에 들어서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사람과 사건을 겪게 됩니다.
《강호일패》에는 네 명의 주인공과 열두 갈래의 강호 길이 있습니다. 무공마다 붙은 강호야사도 전부 제가 직접 썼습니다. 효과 설명이 '어떻게 쓰는지'를 알려 준다면, 야사는 '이게 어떤 무공인지'를 느끼게 해 주었으면 했습니다. 카드를 우클릭하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얼리 액세스부터 내놓느냐.
처음 만들고 싶었던 건 로그라이크였습니다. 강호의 맛이 나는 무공을 만들고, 여러 조합으로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하게 하는 게임. 이 방향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다만 무공을 많이 만드는 것과, 그 무공들이 온갖 조합 속에서 오래도록 재미있게 남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한 심법에서 요긴한 무공이 다른 심법에서는 아무도 찾지 않을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 예상보다 훨씬 강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다듬기에는 아직 밸런스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미 준비된 이야기와 전투를 먼저 내놓고, 실제로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이 무공과 조합을 어떻게 쓰시는지 보기로 했습니다.
11월 12일에 열리는 얼리 액세스는 스토리 중심입니다. 네 주인공의 열두 갈래 길과 구중천을 모두 끝까지 즐기실 수 있습니다. 얼리 액세스 기간에는 무공과 조합의 밸런스를 계속 다듬고, 로그라이크 모드 『무한강호』는 첫 출시에는 들어가지 않으며 정식판에 넣을 계획입니다.
정가는 13,800원이고, 출시 후 2주 동안은 20% 할인된 11,040원입니다. 정식판 출시와 함께 가격도 인상할 예정입니다.
먼저 각자의 이야기를 따라 강호를 한 바퀴 걸어 보시고, 정식판에서는 그 길에서 익힌 무공으로 더 많은 조합을 시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제가 가려는 길이 그렇습니다.
강한 무공을 익히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그 무공을 나만의 방식으로 펼칠 수 있다면 더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직접 싸운다면 어느 쪽부터 써 보고 싶으신가요? 소림의 연타, 천마의 재현, 자전의 회피 반격 중에서요.
※ AI 사용 고지(스팀 페이지와 같습니다)
이 게임의 그림, 음악, 효과음은 생성형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고, 개발자가 하나하나 고르고 다듬었습니다. 중국어·영어 번역은 AI의 도움으로 초안을 잡았으며,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계속 다듬어 나갑니다. 이야기와 대사는 개발자가 직접 썼고, 게임 설계도 직접 했습니다.
《강호일패: 비정무림》
11월 12일 얼리 액세스 출시.
— 무협을 쓰는 인기 없는 글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