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챠맨 크라우즈,
투명한 의도, 그러나 자가당착에 빠진 메시지
노트 수집과 꾸미기가 취미인 여고생 이치노세 하지메.
뜬금없이 나타난 키가 큰 어떤 노인이 자신의 몸속에서 꺼낸 이상한 노트 하나 달랑 들고
썩어 빠진 세상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이전의 갓챠맨 시리즈이지만 갓챠맨이란 이름 말곤 거의 연관이 없는 오리지널 애니입니다.
그래서인지 시리즈물임에도 전체적으로 감독의 에고가 강하게 들어간 많이 독선적인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잇는 것이 아닌 독단적인 작품을, 자기가 설파 하고 싶은 주제를 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모든 창작물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뭉게서 표현하자면 작품이 담은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죠.
단순해 보이는 액션물들도 나름의 의도가 있고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꼭 심오한 주제의식이 아니더라도요.
그리고 그런 게 잘 전달될수록 작품을 모두 보고 났을 때 남는 여운이 더 오래가는 법이죠.
갓챠맨 크라우즈를 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이 작품이 담은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SNS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계와 한 명의 초인이 아닌 모두가 영웅이 되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일반적인 히어로물과는 조금 궤를 달리합니다. 적으로 나올 것처럼 보이던 MESS는 초반부에 바로 적이 아니게 되고 액션씬들 또한 중반부에 실종되다시피 합니다.
거의 유일하게 확실한 적으로 나오는 캇체도 강력한 무력을 보여주지만 그보단 맹목적인 적의와 광기가 위협적인 악당이죠.
결국 작품은 갓챠맨이라는 영웅적인 초인 보단 평범한 사람들의 유대와 집단이 만들 수 있는 선의가 가진 힘을 믿는 루이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그런 루이와 갓챠맨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감독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하지메 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히어로물이지만 적과의 대립보단 사회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작품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보단 얼마나 날카롭게 사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었는가
그리고 얼마만큼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놓았는가가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지메라는 캐릭터 특유의 매력이나 짧게 나오는 액션씬들도 나름 신선했지만 결국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메시지에 많은 부분 치중되어 있다고 느꼈거든요.
메시지 자체는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소수의 초인이 모두를 이끄는 것이 아닌 다수가 선을 행해야 한다.
SNS가 활성화되며 현실보다 인터넷 공간 속의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월등히 커졌고 그런 영향으로 각 개인의 생각이 더 자잘하게 나누어지며 세세하게 분리되었습니다.
단일된 매체에서 보여주는 것에 대다수가 따르는 것이 아닌 작게 여러 그룹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기호화된 사회로 변화해나간 게 지금이니까요.
그렇다보니 초인이 나타나 절대 악을 무찌르는 고전적인 영웅설화는 이제 현실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의견과 생각이 대다수를 압도하는 것이 아닌 주변과 동조하는 이들끼리의 연대를 강하게 만들어 파고 들어가니 서로 어떤 사건이나 선악이 갈린 문제라도 다방면의 해석과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갓챠맨 크라우즈는 SNS라는 소재를 통해 각 개인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캇체라는 원초적인 악의를 대척점에 놓아 SNS라는 빠르고 넓게 영향을 펼치는 매체가 얼마나 빠르게 오염되고 변질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내놓은 답에 공감했냐 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GALAX라는 설정부터가 SNS를 대표한다기엔 영향력이 너무 넓고 현실보단 이상에 가깝습니다.
즉석에서 필요한 인원들을 모으고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적 기능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이상적인 상황을 실체화 한 것에 가까운데 이런 것들이 캇체에 의해 변질되고 흔들리는 모습보단 그냥 군중이 선동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헌드레드의 능력을 부여 받은 GALAX가 캇체에 의해 휘둘리고 사회 시스템을 마비 시켰을 때 하는 것도 캇체와 동일한 선동이죠.
좋게 말하면 루이의 비책이자 선함을 믿고 행하기 위한 길잡이였지만 나쁘게 말하면 결국 본질적으로 캇체와 루이의 행동이 같기 때문에 군중이 서로가 서로를 구했다기 보단 한 두 명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느껴져 메시지가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메의 영웅적인 기상이나 초인적인 포용력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순수한 덕목이지만 동시에 너무 멀게 느껴지는 이상적인 모습이라 공감을 얻기는 힘들지 않나 싶네요.
작품 자체는 볼만합니다. 빠른 전개와 독특한 이야기, 적극적이다 못해 아주 투명하게 보여주는 주제의식에 대한 설파는 나름 개성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작품 스스로가 평가 받고 싶어 하는 영역에서 공감을 얻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주제의식은 훌륭하나 결국 적대시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며 이상적인 모습만 강조하는 듯한 조금은 치사한 갓챠맨 크라우즈가 말합니다.
"캇체씨는 저예요, 우리들이예요!"
-하지메-
전 후속편인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쪽이 더 인상적이었네요. 주제의식도 좀 더 와닿았고요.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ㅎ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저도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하지메도 꽤 매력적인 캐릭터였다고 생각하고 변신 액션씬 마다 나오는 갓챠-만 하는 ost도 인상 깊었습니다.
전 후속편인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쪽이 더 인상적이었네요. 주제의식도 좀 더 와닿았고요.
베르크 캇체의 캐릭터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소셜미디어 등에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이 악의 없어도 아무렇지않게 타인들을 상처입히는 행위"를 지적하는 부분은 지금 다시 생각하면 정말로 소름이 돋습니다.
아 정말 재미 있게 봤지만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성은 매우 강한데 스토리는 사회비판물... 판타지 액션성이 좀더 강했으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