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팔콤 제3의 가능성을 즐기다, 교토 재너두 -앵화환무-

| 제목 | 교토 재너두 -앵화환무- | 출시일 | 2026년 7월 16일 |
| 개발사 | 니혼 팔콤 | 장르 | 듀얼 디멘셔널 ARPG |
| 기종 | PC, PS5, NS, NS2 | 등급 | 15세 이용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우리에게도 친숙한 일본의 액션 RPG 명가 니혼 팔콤이 올해로 꼭 45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영웅전설‘-엄밀히는 ‘궤적’-과 ‘이스’만 번갈아 나오고 있으나 연배에 따라 더 오래된 IP로 팔콤을 추억하는 분도 많을 터다. ‘드래곤 슬레이어’부터 ‘브랜디쉬’, ‘소서리안’, ‘모나크 모나크’ 그리고 ‘재너두’까지 팔콤의 역사는 명작들로 가득하니까. 다만 게임 개발이 나날이 고도화됨에 따라 더는 팔콤 정도 규모로 복수의 IP 전개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보통 그럴수록 인력을 늘리겠지만 故 카토 마사유키 회장의 성향상 몸집은 키우지 않되 건실한 재정을 이어 온 결과가 오늘날 팔콤이다.
물론 콘도 토시히로 대표가 주주총회서 곧잘 강조하듯 매년 한 편씩 꾸준히 신작을 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취다. 다만 IP로 뭉뚱그리면 저 대부분이 ‘궤적’이라 ‘이스’조차 발매 주기가 3~4년씩 벌어진다. 즉 팔콤의 신작을 진짜 매년 한 편씩 받아 드는 건 중도 이탈 없이 ‘궤적’을 즐겨 온 마니아층 정도다. 이는 게이머만 느끼는 문제가 아니라 콘도 대표 스스로 시리즈 장기화로 매너리즘에 빠진 스태프가 적잖음을 토로한 바 있다. 결국 팔콤과 뭇 게이머가 한 마음으로 바라던 ‘영웅전설’도 ‘이스’도 아닌 제3의 가능성, 그 실현이 최근 출시된 ‘교토 재너두: 앵화환무‘라 하겠다.

뭇 팔콤 팬이 기다려온 제3의 가능성, 십여 년 만의 '도쿄 재너두' 속편으로
새로운 무대는 교토, 팔콤이 선사하는 쥬브나일 판타지 ARPG '교토 재너두'
‘섬궤’와의 고리를 끊고, 듀얼 디멘셔널 ARPG로
팔콤은 대표 외에 개발자 인터뷰가 드물어-이 역시 故 카토 회장 방침이다- 필자도 면식이 없으나, 듣기로 ‘교토 재너두’는 비교적 젊은 신진 및 충원 인력이 만들었다고. ‘궤적’이나 ‘이스’와 스태프가 거의 겹치지 않는단다. 그래서인지 ‘도쿄 재너두’와 직결되는 제목과 달리 게임성은 소프트 리부트에 가깝다. 단순히 도쿄서 교토로 배경이 바뀐 수준이 아니라 쥬브나일 판타지 컨셉을 빌려 새 판을 짰다. 엔딩서 깔리는 모 캐릭터 음성으로 추측컨대 ‘도쿄 재너두’까지 품고 가는 건 맞는데, 만약 이대로 ‘○○ 재너두’가 시리즈화될 경우 그 효시를 ‘교토 재너두’로 봐야 할 듯싶다.
‘도쿄 재너두’는 발표 당시 실시간 액션 RPG라 현대판 ‘이스’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알 사람은 아는 진짜 원형은 ‘섬의 궤적’이다. 디렉터 쿠사노 타카유키 및 주요 스태프가 그대로 이어져 시스템 전반이 비슷한데, 쥬브나일 판타지 컨셉조차 ‘섬의 궤적’ 토르즈 사관학교서 먼저 쓴 것이다. 물론 사관학교 생활의 콘텐츠화는 또 타사 쥬브나일 판타지 게임서 적잖이 영향을 받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도쿄 재너두’가 ‘섬의 궤적’과 연장선상에 놓였다면 ‘교토 재너두’는 그걸 끊어냈다는 의의를 갖는다. 당최 왜 제목을 가져다 썼는지 의문이던 고전 ‘재너두’와의 관계성까지 챙기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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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핵심 설정은 이어지면서도, 기실 소프트 리부트에 가까운 변화를 거쳤다

탐색과 전투 시 시점 전환은 초대 '재너두'부터의 전통을 다분히 의식한 아이디어
여기서 핵심은 ‘교토 재너두’가 듀얼 디멘셔널 액션이라 자칭하는 시점 전환에 있다. 교토 거리서 노니는 일상 파트든 미궁 공략에 뛰어드는 비일상 파트든 게임의 80% 가량은 사이드뷰로 진행된다. 따라서 미궁에서의 탐색 및 전투는 플랫포머 장르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그러다 괴이문이란 전투용 스테이지나 보스급 적에 맞설 때 쿼터뷰로 바뀌는데, X축 활용 여부를 제외하면 조작 방식이 크게 달라지거나 하진 않다. 평타와 강공 조합, 방어 및 튕겨내기 후 일섬, 최대 3단까지 늘어나는 뜀뛰기, 사격, 각성 겸 회복기 소울 액셀과 필살기인 비연격 정도이며 액션의 손맛은 다소 가볍다.
아마도 듀얼 디멘셔널 액션의 단초는 고전 ‘재너두’서 찾았으리라 본다. 초대부터 ‘바람의 전설 재너두’, ‘재너두 넥스트’까지 늘 던전 탐색과 전투 시 시점이 달라졌으니까. 다만 이제와 새삼 ‘재너두’스럽자고 시스템을 갈아엎을 리 없고 당연히 실익도 따졌을 터다. 일단 ‘궤적’조차 퀵 & 커맨드 배틀로 선회하는 와중에 또 쿼터뷰 액션 RPG는 게임성이 너무 겹친다. 사이드뷰 플랫포머야 잘 만들면 잠재력이 충분하며 약간의 비용 절감도 기대해봄직하다. 후술하겠지만 실제로 ‘교토 재너두’서 비교적 재미가 덜한 쪽은 일견 구닥다리 같은 사이드뷰가 아니라 되려 쿼터뷰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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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링을 강조하는 듯하지만어차피이펙트에다가려져 경쾌한 난무 액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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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맵이 아니라 필자 기준서 메트로배니아는 아닌데… 그 비슷한 재미를 준다
장르 문법에 충실하되, 캘린더의 압박감은 줄였다
‘교토 재너두’는 꽤 괜찮은 게임이지만 허술한 부분도 적잖으며 그 모두가 거의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왜 쿼더뷰 구간이 더 별로인지를 포함해 아쉬움은 뒷문단서 몰아 다루겠다. 우선 던전 탐색과 함께 본작의 핵심 축이 되는 고교 생활을 살펴보자. 주인공 카미야 레이는 쥬브나일 판타지가 대저 그렇듯 우연히 이계화 사태에 휘말려 적격자, 즉 미궁으로 들어가 괴이와 싸울 사명을 부여받는다. 다만 품행이 방정치 못하고 셈이 빠른 캐릭터라 처음에는 그저 거액의 포상금을 노렸을 따름이다. 물론 진짜 악인은 아니라 여동생 병원비를 대려는 시스콤좋은 오빠다.
어찌저찌 카미야 레이가 다니게 된 사립 히라사카 학원은 대미궁 바로 위에 세워진 특수목적고로 전교생이 적격자다. 뿐만 아니라 미궁 공략에 기여한 바를 수치화하고 랭킹을 매겨 저마다 교내서의 지위가 나뉜다. 즉 일상 파트조차 어느 정도 비일상이 전제된, 굳이 이름 붙이자면 능력자 학원물쯤 되겠다. 주인공 일행 역시 학원장의 여식 리쿠도 후카, 비밀을 숨긴 남매 나키리 카즈키 + 세나, 정체모를 괴이 소녀 루이까지 죄 평범치 않은 면면. 당연히 게이머 본인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이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대신 색다른 장르적 재미가 커지니 호불호의 영역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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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적격자에, 미궁 공략률로 대우가 오르락 내리락 바뀌는 설정의 학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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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린더 시스템을 채택해, 방과 후 누굴 만날지 뭘 먹거나 놀지는 본인 선택이다
고교 생활은 쥬브나일 판타지 게임의 공공재급 레퍼런스 ‘P’ 게임마냥 캘린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전학 첫날인 9월 1일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4개월간 매일 오전, 오후, 저녁, 밤의 사이클을 거친다. 오후나 저녁에 만난 캐릭터와 인연이 서포트 카드로 돌아오고 그게 오전 수업서 학력 상승의 재료가 되며 높은 학력은 지, 용, 인 성장을 가속하는 유기적 구조다. 보충 수업으로 학력이 낮은 과목을 챙기거나 더 자주 미궁에 들러 공략률 및 랭킹부터 올려도 괜찮다. 또는 방과 후 뭔가 먹는다든지 서점, 극장, 오락실, 신사 등 각종 시설 이용을 통해 곧장 지, 용, 인을 키울 수 있다.
캘린더 시스템은 잘 만들기 어렵고 또 그만큼 마니아층이 두터운데, 한편으로 그 자체가 뉴비 진입을 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요즘 말로 포모(Fear of Missing Out)랄까. 하루 일정을 스스로 짜려니 자유로움보다 막연함이 앞서며 자칫 기간 한정 이벤트를 놓치거나 캐릭터 육성에 실패할까 신경 쓰이기 마련. ‘교토 재너두’는 이 문제를 일정 대비 넉넉한 행동 횟수와 널널한 달성 기준을 통해 풀어냈다. 평소 ‘P’ 게임 좀 즐겼다면 할 거 다 하고도 최소 1~2주는 여유로울 터다. 뭣보다 육성 목표인 지, 용, 인 수치가 스킬 포인트일 뿐이라 행여 좀 놓쳐도 포모를 느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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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서포트 카드로, 그게 학력을 높이고, 다시 캐릭터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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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종적으로 오르는 지, 용, 인은 스킬 포인트일 뿐이니 너무 부담 갖지 말자
조금씩 다 아쉬운, 시간과 예산이 더 많았더라면
다만 저 여유로움이 꼭 장점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캘린더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운 건 운신의 폭을 좁히지 않으면서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쫀쫀한 밸런스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진행해도 막 깨진다? 세심히 진입 장벽을 낮춘 배려라기보다 그저 방치된 레벨 디자인일 수 있다. 전학이란 핑계로 한 학기조차 안 되는 4개월짜리 줄거리, RPG치고 짧은 분량은 몇몇 피드백서 꼽은 ‘교토 재너두’의 단점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막상 게임을 하다 보면 그 짧다는 4개월이 훅 지나가는 게 아니라 되려 늘어진다는 거다. 포모의 긴장감이 사라진 자리에 지루함이 남았다.
앞서 쿼터뷰 구간서 느낀 아쉬움도 거의 같은 맥락이다. ‘교토 재너두’의 액션은 가볍고 경쾌하나 오래 붙잡고 파고들 만한 깊이는 못된다. 그나마 주무기 및 운용 방식이 다른 동료들이 들어오며 환기시키는데, 문제는 주인공 일행이 중반도 되기 전에 다 모인다는 것. 합류가 늦어질수록 정 붙이기 어렵다는 ‘도쿄 재너두’의 피드백을 수용한 듯싶지만 그 탓에 쿼터뷰 쪽 성장 체감이 너무 떨어졌다. 반면 사이드뷰 던전 탐색은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이 나쁘지 않을 뿐더러 후반까지 새 기믹이 추가돼 성장 체감도 이어진다. 나중에는 미궁은 잘 돌아다니다 괴이문을 보면 기피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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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FOMO)가 없어서 편하다지만, 이쯤되면 그저 방치된 레벨 디자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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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경쾌하고 다 좋은데, 수십 시간을 즐기기에 액션의 변주와 깊이가 아쉽다
그렇다고 사이드뷰가 마냥 정답은 아니란 게 일상 파트서 드러난다. 현대물, 그것도 제목부터 도시 이름이 딱 박혔으니 다들 사이버 관광을 기대키 마련이다. 하지만 ‘교토 재너두’는 사이드뷰에 자승자박이라도 당했는지 게임을 온통 거리, 거리, 거리로 채웠다. 시조도리, 폰토초, 쿠조, 쿄코구, 카라스마까지 죄 거리뿐이다. 교토 타워는 월드맵에 작게 그렸으며 킨카쿠지, 긴카쿠지, 도게츠교, 하다못해 ‘P’ 게임서 수학여행으로 들르는 기요미즈데라조차 나오지 않는다. 물론 학원물은 일상의 풍경을 다뤄야 맞긴 한데 모처럼 교토로 배경을 바꾼 효과를 제대로 못 보는 게 참 안타깝다.
끝으로 서사의 몰입감을 높여줄 시각 연출이 다소 부실하다. 그래도 팔콤인데 검은 화면에 이펙트 좀 쏘고 “나니잇!?” “큿쏘오!!” 글줄로 때우는 연출을 이리 남발할 줄이야. 몇몇 전투서 역동적인 Full 3D 컷신이 나오긴 하나 선택과 집중으로 넘기기에 그 수가 너무 적다. 거기다 하려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날림 연출의 원인이 성의나 개발력 부족만은 아님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상술했듯 ‘교토 재너두’의 어딘지 낮은 밀도, 파고들려니 얕은 구조와 더불어 부실한 연출은 게임플레이 내내 필자 머릿속에 네 글자를 맴돌게 만들었다. 염. 가. 기. 획. 이란 네 글자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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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정취 자체는 남아있으나, 관광지 대부분을 미구현한 건 판단 미스라 본다

염가 기획이 꼭 나쁘다 볼 순 없지만, 염가인 티를 얼마나 내느냐는 실력의 영역
‘궤적’, ‘이스’ 그리고 ‘재너두’의 팔콤을 꿈꾸며
재차 적지만 ‘교토 재너두’는 꽤 괜찮은 게임이다. 반골형 주인공을 비롯해 저마다 사정으로 모여든 동료들은 물론 사립 히라사카 학원을 둘러싼 캐릭터 모두가 흥미롭다. 듀얼 디멘셔널 액션은 영리한 고전의 재해석이고 실익도 충분하다. 일러스트와 OST 역시 과연 명불허전 팔콤답다. 심지어 여유롭다 못해 밀도 낮은 캘린더 시스템, 금새 성장 체감이 떨어지는 얕은 구조, 유명 관광지가 죄 미구현된 교토, 검은 화면에 이펙트로 때우는 연출 등 앞서의 문제조차 근본적 결함은 아니라 본다. 마치 뼈대는 제 형태가 잡혔는데 며칠 굶어서 살집이 덜 붙은 사람 같다. 영양실조 환자랄까.
콘도 대표에 따르면 ‘교토 재너두’서 자기 역할은 주로 올라온 기획을 반려하는 것이었단다. 그대로 뒀다간 몇 년이 지나도 출시를 못했을 거라고. 대표이자 프로듀서의 책무는 그게 맞지. 세상 모든 게임이 소위 AAA 규모일 순 없다. 염가 기획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염가인 티가 너무 나니까 문제다. 당초부터 가용 가능한 자원을 고려치 않은 기획이 보통 그렇게 된다. 그럼에도 팔콤 신진들이 보여준 제3의 가능성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모쪼록 본작이 잘 팔려 ‘○○ 재너두’ 시리즈를 위한 시간과 예산이 넉넉해지길 바란다. 오랜 팬으로서 팔콤 게임을 더 자주, 많이 즐기고프다.

신진들 나름대로의 리스펙인지, 팔콤 팬이라면 반가워할 자체 오마주가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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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벌써 두 편째인데 여태 시작에 불과하면… 안 되지… 않을까나?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