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친구들과 떠나는 인생 최고의 하이킹, 빅 워크

| 제목 | 빅 워크 | 출시일 | 2026년 8월 4일 |
| 개발사 | 하우스하우스 | 장르 | 협동 어드벤처 |
| 기종 | PS5/NS2/PC | 등급 | 전체 이용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Sawual(이명규) |
※ 게임 진행/구성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결말 등 핵심 스포일러는 분리하여 서술하였습니다.
오래 전에, 게임이란 궁극적으로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 ‘낭만을 시뮬레이션 하는 일’ 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보다 여러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게 생각해본다면,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통분모는 역시 ‘게임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 정도일 것이다.

다만 여기서도 몇가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 이란게 대체 무엇인가? 물리 법칙을 거스르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마법을 쓰고, 아직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우주로 나아가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너무 거창하며 모든 게임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럼 포커스를 더 좁혀서 ‘현실’ 이라는 단어에 집중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현실이란게 말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차원을 말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많은 경우에 앞에 글자가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나의)현실’ 이라는 부분.
즉, 이미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나’ 는 할 수 없는 그러한 활동들도 ‘나의 현실’ 을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마법을 쓰고, 우주로 나아가는 것 만큼이나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 되곤 한다는 이야기다. 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이 어느날 갑자기 사막을 횡단하는 캐러밴이 될 수 있을까? 평범한 일용직 노동자가 어느날 갑자기 거대 도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평범한 학교 선생님이 도시의 뒷세계를 지배하는 마피아 제국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풍경에서 친구와 함께 있는걸 상상해본 적 있는가?
이처럼 게임에서 이루고 싶은 환상이란 우리가 아예 그 존재조차도 모르는 애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지만 현실의 여러 사정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들인 경우가 훨씬 많다. 애초에 말그대로 현실세계의 법칙과 한계를 초월하는 일이라면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오히려 제대로 소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게임이란 생각보다 구체적인 불충족 욕구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다.
‘빅 워크’ 를 하면서 처음에 든 생각도 이런 부분이었다. 친구들과 미지의 영역을 하이킹하는 모험. 그 자체로는 현실을 대단히 초월하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렸을 때 영화 등에서 보면서 꿈꿔왔던 활동이지만 수많은 제약들이 이를 불가능하게 했고, 또는 가능하더라도 그만큼 ‘재미로 가득찬’ 경험이 될 수 없었다. 아이들끼리만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에 가도록 할 부모나 사회도 없을 뿐더러, 그러한 장소 자체도 없고, 거기서 어떠한 확실한 재미 요소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나이까지 들어버린 지금,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빅 워크’ 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가 한 번 쯤은 상상해본 일이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하이킹. 이 게임은 그러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무한히 걷고, 수다를 떨며, 종종 퍼즐을 푼다. 이러한 활동으로 요약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이 게임이 왜 그렇게 특별한지, 그리고 왜 인생을 통틀어 기억에 남을만한 게임 중 하나처럼 느껴졌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미지로 나아가는, 불친절한듯 친절한 확장형 어드벤처
‘빅 워크’ 는 기본적으로 미지에 대한 탐구를 핵심이자 기조로 삼는 게임이다. 시작하고나서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단순한 조작 튜토리얼-이마저도 강제되지 않는다-을 거치고 나면 바로 광활한 세계로 플레이어들이 놓아진다. 이 게임에서는 설명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이 가지게 되는 원초적인 호기심에 의지한다.


시작은 비슷할 것이다. 뭐든 빛나는걸 붙잡고 길을 헤매보자.
그렇다고 해서 무책임한 게임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플레이어가 첫 열쇠 퍼즐 전에 플레이하게 되는 구역은 전체 구역에 비교하면 매우 좁은 곳이며, 그 안에서도 착실하게 여러가지 타입의 퍼즐을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 다음 지역으로 나아가게 되면 훨씬 더 넓은 공간이 나오고, 이전에 플레이한 공간과 부분적으로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면서 ‘아, 이 게임은 이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구나.’ 하는 감을 잡게 만든다.
일종의 오픈월드 어드벤처로서 이는 당연하게 챙겨야 하는 덕목처럼 느껴진다. 이렇듯 ‘빅 워크’ 는 친절하면서도 친절하지 않은 게임이고,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의도한 게임이다. 아니, 불편함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지는 않겠다. 그보다는 극한의 효율 추구 같은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는게 더 적합할 것 같다. 이 게임은 의도적으로 플레이어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이나 협동 수준을 일정선에 맞추는데 노력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하나 둘 게임의 구조가 잡히고 목표가 생긴다. 미지 속으로 나아간다.
이 게임은 디스코드 같은 외부 수단보다는 자체적인 근접 마이크 중심의 인게임 보이스챗을 활용을 적극 유도하며, 플레이어들이 한 번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아이템의 갯수나 동작의 종류도 제한되어 있다. 심지어 자신의 가방에 넣은 아이템을 스스로 꺼낼 수도 없다. 무조건 다른 누군가가 꺼내주어야 하며, 상호작용도 두개의 손뻗기 버튼을 중심으로 매우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이 게임의 협동 요소는 최저선과 최고선이 멀지않게 중앙선에 근접해 있다. 누군가 한명의 슈퍼 컨트롤로 협동 요소를 무시하거나 극복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협동을 하기 위해서 특정 이상의 능력을 갖춰야할 필요도 없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개인이 일정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거나 협동이 공간을 초월하는 일도 제한한다.

처음엔 멋모르고 디스코드로 플레이 했다가, 인게임 보이스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플레이가 생겨날 때가 있다. 플레이어로 인해서.
이러한 계획적인 구식화(사전적인 의미와는 좀 다르지만, 더 적합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는 수많은 협동 게임에서 많이 보이는 요소다. 이는 개발자들이 준비해놓은 월드와 그 속의 요소들을 위해 개인의 능력이 철저히 조율된 결과다.
‘빅 워크’ 의 월드는 거대한 하나의 섬이다. 다른 오픈 월드 게임에 비하면 그렇게 거대하다고까진 할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직접 다같이 제 발로 걸어다니며 하이킹을 하는 필드로서는 충분히 광활하다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어떠한 규칙도 없는 것 같은 이 공간에도, 게임을 하다보면 이해하게 되는 구조가 있다.


이 게임은 모든 순간이 협력이다. 혼자서는 가방도 못메고, 자기 색상도 못바꾼다.
맵 곳곳에는 회색,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 각종 색상으로 된 타워가 있으며, 이 타워에는 무언가를 수집해 집어넣는 장치가 있다. 그리고 그 주변 곳곳의 장소에는 그 장치에 쏙 맞을 것 같은 무언가-조롱박 같이 생겼고, 혹은 우리 파티는 ‘오리’ 라고 불렀다-가 조임틀에 묶인 채 일련의 퍼즐들과 함께 있다. 즉, 이 월드에서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각 타워의 봉인을 풀기 위해 퍼즐을 해결하며 조롱박 또는 오리를 모아 타워에 가져가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처음에는 그 순서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당연하게도 게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선택지를 줄이는 것. 베리 슈워츠가 저서 ‘선택의 패러독스’ 에서 이야기했듯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마비될 뿐이기에, 이 게임 또한 수많은 오픈월드 게임처럼 무한한 선택지와 가능성이 있는 척 하지만 전체적인 플레이에는 따라가야 하는 큰 줄기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 조롱박, 또는 오리를 타워에 가져가서 봉인을 풀면 깎이지 않은 열쇠가 배출된다. 이 열쇠를 깎아 맞는 장치에 꽂아넣으면, 월드의 새로운 기능이나 요소, 장소가 개방되면서 다음 지역으로, 다음 플레이로 넘어가게 된다.



비교적 게임의 초반부터 많은 도구들이 하나씩 추가된다.
이러한 플레이어의 기초 능력과 게임의 기본 구조 사이에는 양자를 보완하는 여러가지 도구들이 존재한다.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장비들은 레이저 포인터, 쌍안경, 지도, 나침반, 워키토키, 카메라 등등 수많은 장비가 있고 이들은 각각 특별한 용도와 능력을 가진다. 어느 하나 안쓰이는게 없다고 할 정도로 딱 기초적인 능력, ‘하이킹’ 이자 ‘모험’에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들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는 건, 이 게임은 인벤토리 시스템이 따로 없으므로 오직 플레이어가 손에 직접 들고 다니는 아이템 하나만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월드에는 특유의 구조물 아래 가방이나 힙색이 놓여있고, 이를 장비함으로서 하나의 아이템을 걸고 다닐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 이를 장착하고 아이템을 넣고 빼는 것도 플레이어는 혼자 할 수 없다. 즉, 플레이어가 걷고, 점프하고, 물건 하나를 쓰는 것을 빼면 모든게 협동을 필요로 한다.



이런 퍼즐들을 하나씩 우당탕탕하며 클리어해 나간다.
여기에 거대한 맵을 보조하기 위해 월드에 놓인 설비와 장비들이 있다. 케이블카 리프트나 모노레일을 가동하면 맵을 각각의 코스로 돌며, 각 거점 사이의 통신을 잇는 라디오도 존재한다. 그리고 중간에는 전체 맵을 조망하고 각 오브젝트의 달성도를 체크할 수 있는 중앙 지도방도 열린다.
이 지도방은 우리가 다른 오픈월드 게임에서 보는 마커와 각 마커의 달성 상황을 보여주는 현황판으로, 효율을 중시하는 게임이라면 UI의 일부로 포함했을 기능을 그저 별도의 공간으로 모아두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마저도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지도 위의 레일에서 모두가 함께 살펴보며 이번엔 저기로, 다음엔 저기로, 아니 저기 빼먹었었나? 하는 식으로 토의를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게임은 계획적으로 플레이어의 능력을 제한하여 불친절함과 불편함을 유도하는 것 같으면서도 매우 합리적인 선에서 편리한 도구도 제공하기에 이를 ‘불편함’ 이라고 폄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말그대로 계획적으로 어느정도 이상의 능력 발현을 제한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자유와 목표 달성이라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가지 요소를 모두 높은 수준으로 추구할 수 있게 된다.
■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함께라면 충분한, 진정한 상호보완의 협력
이처럼 기본적인 구조는 여느 퍼즐 협동 게임과 비슷하게 맞닿아 있다. 그러나 ‘빅 워크’ 가 특별해지는 지점은, 이 구조 위에서 경험하는 2~12명의 플레이 경험이 철저히 짜맞춘 디테일에 의해 조율되어 있으면서도 매우 자율적으로 자유분방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게임의 기본 상호작용과 각종 장비들은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각각의 사용 목적은 충실하게 달성하는 정도이며, 이 도구들 또한 상호보완적이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지도를 담당하고, 그 옆에 랜턴을 들고 길을 밝히거나, 필요할 때에는 지도를 비춰주는 인원이 있으며, 누군가는 그 뒤에서 라디오를 매고 노래를 틀어 분위기를 북돋워줄 것이다. 또한 좀더 발이 잽싸고 길을 잘 찾는 인원은 레이저 포인터를 들고 여기저기 가리키고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며 선도의 역할을 맡을 것이다. 또 한 쌍 씩 작동하는 무전기는 각각의 인원들이 몇몇 그룹으로 나뉘어 플레이하거나 인원을 쪼개야만 하는 퍼즐에서 극적으로 활약한다.
퍼즐들의 경우에도, 절대적인 피지컬 능력이나 매우 뛰어난 지능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눈치와 감, 그리고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합 맞추기에 있다. 그리고 이 커뮤니케이션과 합 맞추기는, 게임의 특성상 그 조건이 완벽하지 않음에도 각각의 플레이어가 눈치코치 다 동원하여 어떻게든 맞춰내는 플레이로서 나타나게 된다.



가히 최고로 기억에 남는 퍼즐 중 하나. 이거 하나 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퍼즐에 따라서 보이스 채팅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때로는 시야를 아예 차단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등 하나로 어떻게든 서로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각 퍼즐은 몇가지 테마로 분류할 수 있는데, 소리를 절대적으로 활용하는 부류, 플레이어를 둘 이상의 그룹으로 나누고 서로의 시각 정보를 제한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부류, 2인3각이 생각 나는 동시에 합을 맞춰 움직이는 부류 등 여러가지가 준비되어 있고, 이에 따라 플레이어들은 대략 어떤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쉽게 때려 맞추게 된다.
절대적으로 상호보완적으로 만들어진 구성이기에, 어느 플레이어도 혼자서 무엇을 해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동시에 무력함을 느끼는 구성도 아니다. 그 개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돌아가서 전체 그림을 만드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이상적인 협동, 협력의 그림이 아닌가 싶다.
어떤 퍼즐들인지 하나하나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게임을 진행할 수록 매 퍼즐마다 ‘와 이걸 이렇게 깨라고 만들었네, 그리고 그걸 우린 깼네’ 하며 같이 박장대소를 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올 것이다.

이 게임이 주는 최고의 재미는 이러한 계획적 구식화에서 나오는 소소한 협동의 장면과 철저히 계산된 퍼즐 구조에서 임기응변과 이심전심으로 이루어지는 협동의 장면이 매우 잘 어우러지고 하나의 플레이 감성으로 엮인다는 부분이다. 솔직히, 완전히 새롭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걸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게임은 정말 흔치 않다.
이 게임의 협동, 협력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한편으로는 어릴적, 신체장애가 있던 친한 친구와 함께 놀던 시절의 생각이 났다. 분명 그 친구의 불편함은 그의 능력 발현을 제한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소통은 충분했고 서로 그러한 점을 보완해가며 같이 합을 맞추어 놀고는 했다. 학교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할 때면 그 친구 옆에 붙어서 매우 천천히 같이 코스를 돌며 함께 완주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물론 나 또한 뛰는게 힘들어서도 있었지만, 그 친구가 혼자 운동장을 도는게 싫었던 것 같다. ‘빅 워크’ 의 플레이와 완전 동일하지는 않지만, 뭔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즉, 이 게임은 플레이어 개개인의 대단한 능력이나 완벽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참여하고 있는 이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서로가 협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상대가 무엇이 필요한지, 나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부분을 어떻게 채워줘야 하는지를 눈치채고 협동하여 보완하는 걸 요구한다. 목표를 초과 달성할 필요도 없고,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협력하여 어떻게든 목표만 달성한다면 된다.
이 부분에서 이 게임의 협력 디자인은 정말 탁월하다. 각각의 퍼즐들은 디자인부터 클리어에 결여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독립적으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 구조 덕분에 오히려 전체 구조를 빠르게 눈치챌 수 있으며, 때로는 그 협력의 구조를 위해 매우 과감한 디자인도 서슴치 않는다.

예를 들어 산과 산 사이에서 바다를 건너 맨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동시에 버튼을 눌러야 한다거나, 장비를 모조리 떼고 아예 소리가 차단된 공간에서 전구 하나로 의사소통을 하게 하거나, 한명은 탈을 뒤집어 써서 아예 시야를 차단하고 나머지 인원들이 코스 주변에 서서 왼쪽으로 가, 오른쪽으로 가, 꺾어! 등의 지시를 내리게 만들거나. 이런 협동의 모습은 때론 정말 우스꽝스럽기에 그 자체로 웃음바다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 매 퍼즐마다 파티는 웃음바다가 되고,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나서야 퍼즐을 클리어하곤 했다.
즉, 이 게임의 협력 구조는 진정으로 상호보완적이다. 실제로 쭉 함께 플레이한 4명의 친구들 중에는 색약인 친구도 있었는데, 색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 게임에서는 이게 그 친구의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또한 각각의 컨트롤 수준도 달랐기에 누군가는 리듬을 타야하는 퍼즐에는 쥐약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각각 서로의 부족함을 쉽게 보완할 수 있었고, 자신이 더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돌아가며 각자 활약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인게임 보이스, 사운드를 적극 활용했던 퍼즐로 깊이 기억에 남는다.
단계적으로 게임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도록 하는 구조, 그럼에도 계속해서 미지의 영역과 미지의 목표를 제시하여 플레이어가 느끼는 신비로움과 목적성을 잃지 않게 하는 감성, 그리고 플레이어 각각의 능력이 매우 불완전함에도 이를 협력으로 완벽히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 마지막으로 그러한 협력이 매우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도록 게임의 분위기와 퍼즐의 수준을 맞추어놓은 탁월함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협력 퍼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 '우리' 의 끝을 마무리하는, 협동 게임으로서 최고의 엔딩
‘빅 워크’ 의 세계는 황량하지만, 동시에 매우 아름답다. 게임을 정신없이 플레이하는 와중에 한밤 중 리프트나 기차를 타며 여유를 되찾는 순간에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까지 내가 클리어 한 장소들에 피워놓은 불빛들이 올라오며 하늘 위에는 수수한 별자리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곧 저 한쪽에서 여명이 솟아오르며 만들어지는 광경을 보고있자면, 이 게임은 그 비주얼 만으로도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게임에서 ‘미지’ 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플레이어들이 직접 도달하기 전까지 세계의 모든 부분은 비밀을 숨기고 있고 도달한다 하더라도 당장 그 호기심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단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알려줄 뿐이다.
이 떄문에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순간은 항상 고조된 기대의 순간이다. 물론 누군가는 하루종일 걷고 또 걷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플레이어들을 타겟으로 하는 게임은 아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걷는 것 조차도 소소한 즐거움일 수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이고, 그리고 이 게임은 그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의 설계와 퍼즐, 전개와 감성을 유지하는 부분에서 보여준 탁월함은 게임의 끝에 다다라서 폭발하게 된다. 누군가의 말 그대로, 결말이 어느 작품의 절반이라 한다면, 이 게임은 그 절반이 말 그대로 완벽하고, 게임 역사상 최고 수준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게임이나 끝이 있기 마련. 정해진 엔딩이 없다는 온라인 게임이라 하더라도 스토리적으로나, 게임 플레이적으로나 기승전결에서의 ‘결’에 해당하는 구간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야기도, 어떤 여정도 과정도, 훌륭한 마무리는 그전까지의 자잘한 문제들과 아쉬움을 덮어버릴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좋은 엔딩은 어찌보면 단일 요소로서는 게임을 평가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빅 워크’ 의 엔딩은 너무나 특별하다. 우리가 협동 게임을 하며 항상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은 무엇이던가? 우리가 함께 해 온, 이 정해진 인원들이 긴 시간동안 호흡을 맞추며 함께 해온 여정이 끝나면 다시는 그 여정과 동일한 경험이 절대 찾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결말 뿐만 아니라 여정의 시작에서도, 중간중간에도 “아, 이걸 누구도 같이 했으면 좋았을 걸.” 이나 “했던 기억을 지우고 다시 하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 엔딩부 스포일러 관련 서술(눌러서 펼침)
※ 스포일러가 펼쳐진 상태입니다.
먼저 퍼즐과 게임플레이 측면에서도 게임의 결말부에 다다라 도착하는 일련의 퍼즐들은 지금까지의 플레이보다도 더 제약이 강하게 가해져 있지만 지금까지 합을 맞춰온 경험을 토대로 플레이어 간에 쌓인 유대와 신뢰를 극한으로 테스트한다. 그리고 이 퍼즐들을 클리어하면 엔딩에 도달하게 되고, 게임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다다르게 된다.


이 공간은 마치 우리의 여정을 마지막으로 테스트하는 것 같다.






다같이 엔딩 크레딧을 보고, 한명씩, 게임이 지정한 순서대로 빛 속으로 사라지며 모두와 작별을 고한다.
과장 보태서 정말 눈물날 뻔했던 순간이다.
사람별로 1분도 걸리지 않는 수초의 시간일 뿐이지만, 그 시간동안 우리가 지난 10시간 동안 보낸 수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모두들 그 환송회가 끝나고 여운에 젖어 한동안은 아무 이야기도 못했을 정도다. 분명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도 뭔가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을 겪은 기분이, 이 친구들과의 우정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굳이 찾자면 ‘저니’ 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동일하지는 않다. ‘저니’ 는 우연한 만남이자, 플레이어인지 아닌지도 불명확하게 만남과 인연이 시작된다. 그러나 비록 이렇게 ‘저니’ 가 플레이어 간의 유대와 관계를 쌓는 계기와 세부적인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마지막에 다다라 그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환송하는지에 대해, 즉 게임 내 플레이어 간의 유대를 게임이 어떻게 취급하는지에서 유사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던가? 아, 외국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며 친구가 되고나서 공항에서 헤어질 때의 느낌이 이와 비슷했던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엔딩의 순간을 보내고 나면, 여운이, 아주 아주 깊은 여운이 플레이어를 강력하게 파고든다.
■ 엔딩의 화룡점정으로 완벽해진,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중심이 된 어드벤처
물론 이 게임에서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은 버그를 겪기도 했고, 엔딩을 보고나서 해금되는 두번째 엔딩 도달을 위한 추가 플레이 파트는 뇌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고, 두번째 엔딩도 그렇게 고생해서 도달한 것 치고는 기대에는 못미쳤다. 하지만 이 요소들은 어디까지나 추가 요소이니, 평가에 치명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만약 이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 친구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하거나 친구의 숫자가 모자라서 고민하고 있다면, 농담 섞어서 정말 인연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무 게이머나 붙잡고 게임을 사서 쥐어주면서라도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이다. 실제로 기자 또한 고민하고 있는 친구 둘에게 직접 게임을 사서 쥐어주면서 함께 게임을 시작했고, 그중 한명에게는 올해 받은 최고의 선물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른 친구는 생애 처음으로 스팀 게임 평가를 남겼다. 애초에 이 게임의 가격은 게임 자체의 가치에 비해 말도 안되게 낮다.
유독 스팀에서 보게되는 이 게임의 평가들이 감정에 벅차있고, 또 어떠한 여행 후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니다. 그들은 방금 정말 끝내주는 여행을 하고 왔고, 그리고 함께 한 친구들을 최고의 작별로 환송하고 오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최고인 이유는, 게임 자체가 콧대가 높고 이러한 경험이 전부 게임 덕분이라며 자신을 치켜세우는게 아니라, 온전히 플레이어들의 그룹에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집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시작했고, 당신들이 게임을 해나갔으며, 그리고 당신들 덕분에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고 우리에게 마지막 찬사를 보내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래오래 기억할 추억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젖어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함께 여기저기 걸어가며 온갖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 친구들과 서로를 놀리면서 깔깔대고 싶다면,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잘 아는지, 이 친구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싶다면, 그리고 어릴적 친구들과 함께 하이킹, 모험을 떠나는걸 꿈꿔왔다면. 이 게임은 최고의 게임이다. 아니, 어쩌면 인생 단위에서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엔딩은 그만큼 그 어떤 협동 게임도 도달하지 못한 지점에 있을 정도로 특별하며, 완벽하다.
- 의도적인 능력 제한을 완벽한 협력으로 유도하는 디자인
- 호주의 사막과 초원, 바다를 구현한 듯한 아름다운 풍경
- 뛰어난 시인성, 직관성,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로 만든 퍼즐
-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법한 최고의 마무리
▶부정적
- 이전까지의 뛰어난 감각을 유지하지 못하는 엔딩 이후 콘텐츠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