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요소가 너무 없습니다. 주변 상황과 조연들이 주인공에게 너무 호의적이에요.
70~80년대 초 고전 슈퍼로봇물에서는 일체의 외부 갈등 요소(높으신 분들의 병크 등)를 배제한 채 주인공(선)이 적(악)을 물리치는 데 있어 조연들이 아낌없는 지원과 협력을 하는 묘사가 일반적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왕도를 따른다고 해도 알드노아 제로는 현실적 설정을 바탕으로 한 전쟁물입니다. 이런저런 시련과 역경이 닥쳐올 수 있을 법한 상황에서도 그런 것 전혀 없이, 오로지 주인공의 선택을 지지하고 주인공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는 것에 모든 조연들이 발 벗고 나선 듯한 묘사만이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왕도를 따른 작품이 아닌, 왕도를 비트는 데만 주력하여 본질을 잊은 작품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한창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진짜 사나이처럼 말이죠.
지구연합 수뇌부는 기밀로 치부되던 전함이 일반에 공개된 것에 대해 아무런 위기감도 없어 보이며, 버스 제국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던 인물들도 공주의 커밍 아웃 이후에는 완전히 시야에서 가려졌습니다. 주인공이 '컨포멀 파워 어시스트' 같은 군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열람할 수 있으며, 주인공의 활약상을 시기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도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레예의 교살 미수 사건 정도가 갈등 요소로 볼 수 있는데, 이건 채 9~10화 통틀어 1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주인공의 먼치킨적인 응급처치+제압술로 해결해버렸죠. 갈등 순간에 맞닥뜨려도, 이로 인해 부수적으로 찾아올 디메리트가 결코 발생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이런 운빨렙 99짜리 나이스 가이가 어디 있습니까? 용자물이나 코미디물, 70~80년대 고전 슈퍼로봇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행운과 요행의 연속은, 하물며 지금까지 공개되었던 숱한 전쟁물 중에서는 아무리 눈을 씻어봐도 결코 찾아낼 수 없는 환상의 요소입니다.
이런 긴장 요소는 슬레인 측에 집중되어있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10화 동안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서 슬레인의 활약상은 6~7화 부근에서 스카이 캐리어에 타고 주인공과 연계 작전을 펼친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거의 전무한 수준입니다. 즉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슬레인은 이나호 이상으로 필요 충분 조건을 갖췄지만,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서 슬레인은 (10화 현재까지)자격 미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을 3인(이나호, 어세일럼, 슬레인)으로 봤을 때, 주역 2명이 소속된 이나호 측이 좀 더 비중있게 다뤄지기도 하고 말입니다(슬레인 측은 입체적 성격을 지닌 적의 정당성을 간증하기 위한 장치로만 쓰이는 느낌).
주인공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 모든 로봇물의 왕도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알드노아 제로는 전쟁물이라는 틀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정말로 왕도를 따른다면 갈등 요소를 포함시키는 것이 정상이라고 봅니다. 만약 그것이 싫다면(동시에 왕도를 따르고 싶다면) 이나호를 갈등 구도와는 무관한(사실은 무관하지 않지만) 다이나믹 계열의 슈퍼로봇 파일럿으로 만들었어야죠. 일반적인 극의 흐름은 리얼 로봇과 슈퍼 로봇이라는 구도로 가면서, 상황 묘사는 반대로 주인공 측이 슈퍼 로봇물이고 적 측이 리얼 로봇물입니다. 모순된 행동에도 불구하고 자츠바움이 근래 들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주인공 측에서는 보기 힘든 입체적 심상의 소유자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아주 우연하게 신무기를 손에 넣는(듀칼리온) 전개는 슈퍼 로봇물의 그것과 판박이죠.
리얼 로봇인데 슈퍼 로봇인 주인공과, 슈퍼 로봇인데 리얼 로봇인 적...애니메이션에 리얼함을 찾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진짜 현실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어차피 로봇은 판타지인데 리얼 로봇이고 슈퍼 로봇이고 대체 뭘로 구분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전쟁물이지만 결코 역경에 처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고, 처음에 참신함으로 찾아왔던 관련 설정은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종국에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을 두지 못하고 그저 '로봇물'이라는 포괄적인 카테고리 안에서 알드노아 제로를 평가하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리얼 로봇에서 리얼함을 빼니 결국 판타지 밖에 남는 것이 없더라는 이야기입니다.
감독이 '기본은 왕도를 따르되, 결과적으로 변칙적인 부분도 존재한다'고 했다는데, 이건 왕도 속의 변칙이 아니라 변칙 속의 왕도일 뿐입니다. 그것도 각본 짜기 좋은 쪽으로 부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극히 편의주의적 발상에서의 '왕도' 말이죠. 갈등하지 않는 주인공과 너무도 쉽게 찾아오는 화해, 주인공의 뜻이 총의와 다름 없는 주변 설정, 그리고 아무런 절망감 없이 언젠가 찾아올 약속된 승리...
친구의 죽음, 무자비하게 털리는 아군, 통일되지 않은 지휘 체계, 밀려드는 절망 속에서 오로지 믿을 것은 자기 자신 뿐...어른들의 배신 속에 남겨진 아이들이 다양한 방향에서 상황에 접근하여 난국을 타개하는 '왕도' 알드노아 제로는, 많은 분들의 감상대로 3화에서 끝나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저도 현재로서는 3화까지가 우리가 기대하던 알드노아 제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로는 너무 편리주의 노선이라 한화 한화 볼때마다 실망감이 다가옵니다 ;ㅅ;..
애니에선 개인의 갈등이 꽤 오래전 부터 전통 아니던가요?
뭐랄까 스토리나 전투적으로 땡기는맛이 덜하달까요 공주 목조르기나 슬레인 고문씬 같은건 우로부치 특유의 유열이 느껴졌지만 사실 빅포인트가 그다지 없다는게.. 1기 후반부나 2기부터 포텐이 시작하려나(..)
일단 저 부분이 유열같다고 했지 자극적인거만 좋아한다고는 안했습니다. 죄수탈출님이 느끼시는 재미는 어느 부분인가요 개인적으론 화성군의 피폐함이나 연방군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장면 같긴 한데 그부분을 좀더 조명하는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알드노아 제로도 결국 로봇이 나오는 SF애니메이션입니다 완전한 전쟁물이라고 하긴 힘들죠 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고, 상황이 있고. 시청자들은 주인공에 집중하게 되는게 자연스러러운 가운데, 오히려 주는 개인이고, 전쟁이란 상황은 부에 맞지 않나 싶네요.
하아? 갈등이라는 요소를 협소적으로 바라보는게 아닌가 싶네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니 역시 비유를 들어 말하는게 이해가 빠르겠죠. 이거 인간관계만큼은 슈타게와 비슷합니다. 갈등이 없는건가요? 아니면 흥미요소가 부족한가요? 둘다 아니고 그럼 작품으로서 된겁니다.
그리고 전쟁물이라고 하셨는데 네, 전쟁을의 가장 기본적인 갈등구조가 뭔지 생각해보면 답이 더 확실해집니다. 전쟁에 마주선 개인과 vs 전쟁이라는 상황 흔히 요즘 전쟁물이니 하는것들이 인물들간의 싸움과 대립에서 끝내는 경향이 많아서 그렇지 오히려 이것은 부수적인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응당 전쟁물이라면 왜 전쟁을 하게 되었는지, 전쟁속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일을 격고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가 중심입니다. 좀 강하게 말하자면 언제부터 몇몇 개인들의 전투와 갈등이라는 사생아가 적통의 자리를 차지한 겁니까?
애니에선 개인의 갈등이 꽤 오래전 부터 전통 아니던가요?
그것이 전쟁물의 근본은 아닙니다. 토핑같은거죠. 토핑을 넣어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서 주와 부를 헷갈려서는 안되겠죠. 문제는 토핑이 적다고 왕도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문제죠
알드노아 제로도 결국 로봇이 나오는 SF애니메이션입니다 완전한 전쟁물이라고 하긴 힘들죠 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고, 상황이 있고. 시청자들은 주인공에 집중하게 되는게 자연스러러운 가운데, 오히려 주는 개인이고, 전쟁이란 상황은 부에 맞지 않나 싶네요.
본문에서 전쟁물이라고 하니 말한겁니다. 말씀드린대로 정통 로봇물인가? 하면 고개를 기우뚱 할순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물이라면 적자에 해당되지요. 저조차도 로봇물보단 전쟁물로서 더 보고 있거든요. 또 제가 지적하고 싶은건 갈등을 개인간의 갈등으로 협소하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개인,집단,상황 등에 따라 갈등구조가 생기거든요. 이 주장대로라면 일상물은 갈등하나 없는 애니메이션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로봇물로서도 정통이라 하면 로보틱스노츠 같은 작품일겁니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로봇물이라 함은 전쟁물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로봇이라는 소재를 가져온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에초에 그것 자체가 전쟁물에 변죽을 울린것이죠
애초에 방송하면서 리얼로봇이라고 표명한건 대놓고 제작진이 리얼이라 말하던 다그람이나, 보톰즈 정도고 그나마도 같은 감독이 80년대 중반에 만든 레이즈너가 꽤나 리얼한 세계관에서 로봇의 필살기 도입으로 그 개념이 애매해졌죠. 지금 와서 슈퍼니, 리얼이니 하는 건 슈퍼로봇대전식 스탯나누기에 불과한데 자꾸구분을 할려고 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 됩니다.
전쟁이란 느낌의 리얼을 강조한거 같은데 사실 적군들 기체부터 오버스펙이 많죠
뭐랄까 스토리나 전투적으로 땡기는맛이 덜하달까요 공주 목조르기나 슬레인 고문씬 같은건 우로부치 특유의 유열이 느껴졌지만 사실 빅포인트가 그다지 없다는게.. 1기 후반부나 2기부터 포텐이 시작하려나(..)
그건 취향문제죠. 로봇보다는 목조르기나 슬레인고문씬을 언급하신걸 보니 자극적인 전개를 좋아하시는거고요. 작품개성의 문제입니다. 그런걸 좋아하시는분을 위해 미래일기 같은게 있는거고요. 오히려 정통보다는 사도가 취향이신 분이시네요
일단 저 부분이 유열같다고 했지 자극적인거만 좋아한다고는 안했습니다. 죄수탈출님이 느끼시는 재미는 어느 부분인가요 개인적으론 화성군의 피폐함이나 연방군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장면 같긴 한데 그부분을 좀더 조명하는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하앵님이 자극적인것만 좋아한다고 한것도 아닌데 흥분했는지 무조건 단정지으시세요.
목조르기도 우로부치 향기가 안나던게 아니 이건 우로부치가 이상했던것같네요. 뜬금없이 불필요한(굳이 의미불명의 살해를?) 장면을 넣음 --;
좋은 글이네요. 저도 현재로서는 3화까지가 우리가 기대하던 알드노아 제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로는 너무 편리주의 노선이라 한화 한화 볼때마다 실망감이 다가옵니다 ;ㅅ;..
아직 7화까지만봐서 뭐 자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여기선 어른들이 개념있는 거죠. 출전한다고 허세부리다가 정작 콕핏에서는 ㅂㄷㅂㄷ 거리는 마리토와는 달리. 가늠할 수 없는 너무 강대한 적으로인한 일시적 단합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알드노아같은 사기를 상대로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 이나호를 전력으로 밀어주는 게 생존방법 아닌가요?
거기에 전 이젠 중고딩들이 어른들 씹어잡수시는 꼬꼬마먼치킨 물이라면 신물이 나려고 하고 있어서요. -_- 강모씨: “그 애가 커서 된게 나다 이 존만아” 현식이 처럼 좀 간지포풍인 어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면 뭐가 덧나냐구···어차피 굿즈 사는 것들도 다 어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