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역시 나는 죽음을 간신히 벗어났
다는 건가.
나는 갑자기 몰려온 공포와 오한에 양팔을 감쌌다.
“말도 안돼... 이게 현실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아니
대체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당한거야?”
혼란스럽다. 당장 위험했을 때 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안정을 찾자 마자 지금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이해되
기 시작했다.
당장 가진 총탄도 없다. 연락 수단도 없다. 이대로 학교에
있다가는 무슨 일을 겪을지 알 수 없다.
지금 당장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이 강하게 들었다.
“저기, 있잖아. 혹시 너는 바깥 사정을 알고 있어?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되어버린거야. 아무것도 아는게
없어.”
“...모르겠어요.”
“응? 모른다고?”
“제가 있던 학교는 이곳이 아니에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째선지 이 곳에서 쓰러져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다시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저는 이전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어요.”
“비슷한 일이라니...”
“언제나처럼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고 했던 시점이
였어요. 모두가 웃거나 이야기하거나 전혀 다를게 없었죠.
하지만 뒷문을 통해 들어온 ‘그것’ 이 시작이였어요. ‘그
것’ 은 순식간에 반 친구에게 다가가 목을 물어 뜯었고...
”
그것을 말하는 그녀의 입술은 작게 떨고 있었다.
“모두가 ‘그것’ 으로 변하는데는 정말 오래 걸리지 않았
어요. 저는 울면서 도망쳤고 끝까지 살아남았지만, 기억이
없어요.”
“기억이, 없어?”
“네 정말 생각나는게 없어요. 남아있는 기억이라곤 저 외
에는 모두 당했다는 것... 그리고 눈을 떠보니 이곳에 있었
던거에요.”
“무슨 말도 안되는...”
도통 믿기가 어렵다. 모두가 시체로 되어가는 마당에 이런
연약해 보이는 아이가 혼자 살아남았다니.
아니 그보다 중요한건, 어째서 이 아이도 이곳에서 깨어났
냐는 점 이다. 나랑 무섭도록 비슷해서 되려 믿음이 갈 정도
이다.
내 생각에 빠진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역시... 믿기질 않나요?”
질문하는 그녀의 표정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장
그녀의 진실을 의심하는 나 같은 것 보다 훨씬.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대답했다.
“...솔직히 믿긴 어려워.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런것보
다 살아남는거니까.”
나는 주위를 살피고 권총을 허리춤에 넣었다.
“지금은 일단 움직여야 해. 원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
가능한 침착해지도록 노력하자. 쓸데없이 불안을 가증시켜
야 할 이유가 없다. 나마저 패닉에 빠지면 순식간에 파멸을
맞게 될 것이다.
“아 그런데 한가지 신경쓰이는게 있어요. 만약 이전 학교
와 같은 상황이라면...”
“응?”
“...아니에요. 지금은 일단 움직여요.”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붕붕 흔들고 표정을 다잡았다.
우리는 일부러 구석의 비상구를 이용하여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1층을 향해 움직였다. 그녀가 말하길 지나친 소음은
놈들을 깨우는 원인이 된다고 하였다. 조금전의 총성이 걱정
되긴 하지만 빙 돌아서 움직이고 있으니 가능한 마주치지 않
으리라 믿어야겠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하나씩 밟아 내려간다. 어두컴컴한 비상
계단은 복도보다 더 싸늘하게 느껴졌다.
“이제 조금 있으면 1층이야.”
나는 마지막 계단을 밟고 주위를 경계했다. 좁은 공간에 복
도로 연결되는 문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살그머니 차가운 철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다행히도
반대편에서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가능한 천천
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렸다.
문 건너편의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어둠과 지나
치게 긴 복도탓에 끝까지 명확하진 않았지만, 일단 중앙 현
관까지는 무사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새삼스럽게 이 학교
의 규모가 원망스러워졌다.
“좋았어. 그럼 천천히 이동하자. 가능한 조용하게 소릴 내
지 않도록.”
“네.”
우리는 말소리를 줄인 채 대답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주위의 인영을 샅샅이 경계하며 중간 쯤 다다른 순간이였다.
쨍그랑!
발 끝까지 소름돋게 만드는 소리가 등 뒤에서 터졌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저쪽이에요, 저쪽의 교실 유리가!”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 깨진 유리가 흩어져 있었
다. 유리 조각이 화려하게 뿌려져 있었지만, 그 곳에는 유리
를 깼을법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유리가 혼자 깨진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저기, 저기요. 저쪽! 저쪽!”
“어?”
그녀가 다급하게 말하며 내 팔을 당겼다. 그리고 그녀가 질
린 눈으로 바라보는 곳을 보고서 나 또한 혼이 나갈 듯 하였
다.
“으어어어어어어어.”
“그어어억. 그르륵. 그르르륵.”
“크아아.”
복도 반대편에서 수없이 많은 놈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숫자를 세는 것 조차 어려워 보이는 무리였다.
“무. 뭔 이런 경우가...?”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새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LT] 뛰지 못하는 세계에서 그녀를 지킨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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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좀비물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야? 이런 저런 설정이 섞여있는 느낌인걸. 독창성 보다는 여러 설정의 조합 결과물 같아.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야? [내 생각에 빠진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뭔가 이상한 것 같아.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와중, 그녀의 물음이 들렸다.] 라던가 하는쪽이 더 '자신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쪽' 이 아닐까 하는데. 뭐, 비판하려고 읽어 본 것 뿐이니까. 기분 나쁘면 싫어하라고. 읽긴 했으니 추천은 줄께.
으앙 늦은 밤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점 표현이 명확하질 않았군요.. 말씀해 주신 표현이 훨씬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충고 감사합니다! 덧글 자체가 소중한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