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업고 화장실로 이동했다. 기절해버린 그녀를
잠시 문 옆에 앉혀놓고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이곳도 불이 켜지질 않았다. 하지만 수도의 위치는
손에 닿듯이 기억하고 있다. 차가운 물줄기로 더러워진 손
과 총기를 적당히 닦아냈다. 그리고 타올을 물에 적셔서 밖
으로 들고 나왔다.
“으으으음...”
“어 일어났어?”
그녀는 차가운 돌바닥이 괴로웠는지 조금 고통이 실린 신
음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여, 여긴 어디... 혹시 제가 기절했었나요?”
“응, 쓰러진지는 얼마 안됐어. 일단 얼굴을 좀 닦아.”
나는 아직 정신이 덜 깬 듯 반쯤 눈이 감긴 그녀에게 젖은
타올을 건네주었다.
“아 고마워요...”
그녀는 조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곤, 어깨를 움츠
리며 받았다.
“습격 당했을때는 정말 크게 다칠 뻔 했어. 마침 권총이 있
어서 천만 다행이지.”
“습격, 인가요. 습격... 설마.”
그녀는 멍한 얼굴로 손을 문지르다가 화들짝 놀라, 갑자기
자신의 몸을 구석 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팔 소매를 걷어 가느다란 팔을 훑어본다. 그리고 상의를
들춰 새하얀 배를 문지른다. 이어서 치마를...
“으악 잠깐 잠깐! 사람 눈 앞에서 뭐하는거야, 다 보이잖아.”
“아앗. 죄송해요.”
그녀는 미처 의식 못했던 듯 얼굴을 붉히며 손을 멈췄다.
가뜩이나 얼굴도 눈에 띄는 편인데 그런 짓을 하면 보는 쪽
이 매우 곤란해진다.
무슨 확인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안심했는지 한숨
을 폭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 주저하며 내게 질문했
다.
“그 옷에도 피가 꽤 많이 묻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자신
의 피는 아니죠.?”
“피?”
그녀는 걱정과 불안이 섞인 시선으로 내 몸을 구석 구석
훑어보고 있었다. 주로 팔이나 다리를.
나는 조금 몸을 확인하고 나서 대답했다.
“어어 상처는 없어. 이건 다 놈들에게서 튀긴 자국이야. 걱
정해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그런 걱정이 아니에요. 이건 달라요.”
“응? 무슨 말이야?”
“저는 그들에게 물리질 않았는지 묻고 있는거에요.”
“물...려?”
머릿속으로 놈이 썩어가는 입을 벌려 달려들었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지독하게 이질적이고 소름끼쳤던 모습. 그
공격에는 분노도 복수심도 희열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공격이라고 하기보다는
마치...
“놈들은 나를, 먹어 치우려고 했어?”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리고 그녀는 작
은 입을 간신히 열어 말했다.
“그들은 ‘죽어있는’ 자신들을 제외하고 살아있는 인간의 살
점을 원해요. 그리고 그들에게 물리거나 할퀴어지거나 하는
날에는...”
그녀는 살짝 몸을 떨며 이었다.
“저희도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요. ‘걸어다니는 시체’ 가 되
는거에요.”
[LT] 뛰지 못하는 세계에서 그녀를 지킨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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