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나는 어려서부터 궁금한것이 많았다. 물론 평범한 다른사람들도 어린아이시절에는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가 있었겠지만 나의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이던지 '내가 궁금해 하는것'의 해답이 반드시 나를 찾아온다는 점에서 다른것이다. 사람이 어려서는 호기심이 왕성할지도 모르나 그만큼 한가지에 대한 호기심이 다른것에대한 호기심에 밀려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하지만 호기심에 대한 해답을 알아버리는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면. 인생에 있어 달라지지않는 법칙이 되어버렸다면, 나를 찾아올 해답을 기다리며 한가지의 호기심을 잊지 않게되버린다. 궁금함 이라는 하나의 생각이 호기심을 놓지 않는다. 그 해답이 좋은것이던, 나쁜것이던, 나는 알게 되어버릴수밖에 없는것이다.
알기쉽게 예를 들어보자. 내 기억상에서 첫번째 호기심의 해답을 찾은것은(어디까지나 내 기억상으로 좀더 유년시절부터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수도 있다.) 5살쯤 이였을 것이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던중 지나가는 강아지의 이름이 궁금했다. 그저 단순하게 궁금했을뿐이다. 그 강아지에 이름에대한 욕망도 없었을 뿐더러 그닥 귀엽다는 생각도 안들어서 지나쳐가도 상관없을정도였지만, 나는 그때 한순간 궁금해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해답은 나를 찾아왔다.
강아지는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 인도[人道]가 아닌곳 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그 강아지의 주인의 첫마디는 외마디 비명이였다. "어머!" 놓쳤던 줄을 다시 잡으러 강아지를 쫒아가는 주인은 두번째 말을 꺼냈다. "안돼 꺄아악!" 두마디 비명 그와 엇비슷한 타이밍으로 도로를 주행하던 평범한 승용차 한대가 첫번째 호기심의 해답을 가져다 주었다."꺄아악!랜디!" 아이의 심성에 충분히 안좋은 장면이였으므로 어머니께선 능숙하게 내 눈을 가려주셨지만. 결국 해답은 내게 찾아왔던것이다.
1) 가끔은 바위위에 앉아서 시내를 내려다보곤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곳의 바위는 정말 최고의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할수있다. 돈도 안들뿐더러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더시원한 그런 S클래스 전망대 인것이다. 뭐 요즘은 춥다 덥다하는 계절이 아닌 따뜻한 계절이기 때문에 적당한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의 내 상황은 속옷한장 걸치고 쪼그리고 앉아있기 때문에 심리적 불쾌감이 하늘을 찌르는 중이다.
"우핫하 뭐야 바위위에서 목욕이라도 하려는거야? 노출플레이도 적당히 하라고 변태"
바위위를 기어올라오며 나를 변태라고 지껄이는 여자아이, 해랑이라고 하는 깔끔하고 이쁜이름을 하고있지만 듣다시피 입이 더럽다. 머리카락은 얼굴을 가릴만큼 길어서 한쪽으로 모은뒤 삔으로 고정해놓은 상태, 한쪽눈만 보여지는 상태에서도 상당히 귀여운 외모라고 할수있는 붉은 머리결의 여자아이가 넓은바위위에서 나 옆으로 기어와 엉덩이를 붙이고 독설을 계속했다.
"뭐야뭐야 옷어디갔어? 귀찮아서 버린거야? 밤엔 엄청추워지잖아 똘끼도 적당히 부려야된다고 오빠"
"시끄러 나는 지금 태양사우나를 하고있는중이니까 그리고 여긴 남탕이야 여자는 나가라고"
그래 내가먼저 들어왔으니까 이 공공의 넓은바위는 남탕이 된거야 내가 벗고있는것도 당연한것이 되는거야
"태양사우나? 남탕? 말도안되는 소리하지마 변명도 적당히 하라고 인생실패자"
변태-오빠-인생실패자 조합은 도대체 무슨 조합이냐! 채찍과 당근 그리고 또 채찍이냐! 사람 멘탈 망가지는건 한순간이라고!
"그러고 앉아있으니까 꼭 대뇌어딘가가 망가져 버린사람같아 우핫하 적당히 짜증나는 모습이네"
네가 방금 한부분 또 망가뜨려버렸다고!내 대뇌를!
"그건 그렇고 적당한사각팬티오빠 사우나라고해서 하는말인데 오빠는 대중목욕탕 자주다녀?"
"글쎄 중학생때 이후로는 한번도 안들어가봤는데"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중학교 3학년시절 여탕은 어떻게 생겼을까? 라는 호기심이 나를 여탕안의 변태소년으로 만들었고 그 이후 트라우마가 되어서 대중목욕탕은 절대 안들어가게 되었다.
"오빠가 여기 오기전에 내가 예전에 광주에 있는 대중목욕탕을 가봤는데 말이지 거기 사람들은 '대중'이라는 단어를 입에 쉬히 올려선 안된다며 '대중'목욕탕을 '슨상'목욕탕이라고 부르더라고?"
"위험해 그 말은 위험하다고! 지역감정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니까 삼가해줘!!"
우린 한 민족이잖아 왠만하면 이해와 관용으로 서로를 감싸주는게 좋지 않을까?!
"그럼 대중가요나 대중교통같은것도 거기에선..읍!"
"농담정도에서 넘어갈 수 있게 깊게 파고들지말라고"
지금 바위위에선 속옷한장만걸친 남성이 얇은 옷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아이의 입을 막은채 노려보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막고있는 손을 놔준다.
"나는 목욕자체는 적당히 안좋아하지만 사우나는 정말 좋아해! 운동도 안했는데 땀을 흘리는거 너무 좋은거 같아! 게다가 거긴 밀실이잖아? 밀실에 숨쉬기 괴로울정도의 온도 불빛도 옅고 그야말로 최고의 SM플레이 장소라고!"
거기선 S고 M이고 무조건 고통에 노출되버리잖아! 강제MM플레이가 되버린다고!?
"게다가 혼자 있으면 이것저것 적당히 야한짓도 할 수있어! 손가락을 깊게 밀어넣으면...."
"하지마! 그런곳에선 잘못하다간 병걸릴수도 있다고""
"그치만 목젖뒤의 혀를 만지는건 정말 기분좋단말이야"
"목젖뒤의 혀?! 거기다가 손가락을 넣는거야?!"
여차해서 목젖을 건들이면 토하게 되잖아 거기 밀실이라 냄새도 잘 안빠지는데 우와 엄청 고약하겠네 고온에서 그 건더기들이 썩기라도한다면 그야말로 시궁창이되버려.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는거야 잘못하다가 토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거 청소하는건 진짜 고역이라고"
"그치만 뒤쪽 혀가 적당히 자극에 익숙해지지않으면 키스할때 너무 빨리 가버리잖아"
"너 지금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어"
한번도 딥키스를 못해봤다고 해도 혀가 거기까진 안들어간다는걸 알고 있을텐데.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상식을 가지고 그런착각을 하고 있는건지.아 말안해도 누가 그런상식을 주입해줬는지 대충 이해가 간다
"이시미씨가 알려준거지?"
"적당히 예상한것치곤 정답이야"
적당히가 아니라고 이 산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려면 이시미씨한테서 밖에 안나온다고, 게다가 목젖뒤까지의 딥키스가 가능한것도 이시미씨밖에 없고. 참나 해랑은 보통의 혀길이로 어디까지나 보통의 딥키스밖에 못하잖아 기껏해야 안쪽 사랑니까지밖에 안닿을테니까 목젖뒤 혀를 단련해놓을 필요는 없다고
"상대방이 손가락으로 목젖뒤 혀를 만진다면?"
"신고해 그거 거의 강간수준이야."
2) 내가 지금 바위위에 앉아있기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나의 옛날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내가 고등학교시절 나의 해답을 찾는 운명덕분에 나는 고등학교 3년을 수석을 놓치지 않고 졸업 할 수있었고 대학은 물론 박사과정까지 완벽에 가까운 성적으로 다닐 수 있었다. 여기까지의 내 일생은 대부분의 사람이 부럽다고 느낄 만큼의 탄탄대로 였지만, 그 이후로의 삶은 즐겁지만은 않은 삶이였다.
다른사람의 생각을 알아버린다는게 즐겁지많은 않은 삶이였다.
버려버리고 싶은 운명이였다.
A는 나를 시기했다. B는 나를 시기했다. C는 나를 시기했다. D는 나를 시기했다. E는 나를 시기했다. F는 나를 시기했다. G는 나를 시기했다. H는 나를 시기했다. I는 나를 시기했다. J는 나를 시기했다. K는 나를 시기했다.
Lover는 나를 이용했다.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이였을까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게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물론 나를 쭉 그렇게 생각했던것은 아니였을것이다. 한두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나를 이용한것이였겠지. 욕망이란것이 그런것이라는것을 나는 알고 있다. 잘못한 사람은없다.둘다 욕망의 피해자가 되버린것이다.
나는 내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내 능력밖의 일을 맡거나 다른사람의 일도 도와주는것이 나를 성장시키는것이라고 생각해왔다.하지만 사람에게서 채이는 일이 발생하자. 나는 내가 얼마나 말랑말랑하고 미적지근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별거아닌 그저 사람이였다는걸 약한 마음이 들자 스트레스들은 하나둘씩 내 몸을 파고 들어왔다. 탄탄했던 삶에서 추락해버린 마음의 반동은 급격하게 다가왔고. 나는 삶에대한 의욕을 놓았다.
고향 천안의 한뒷산 그곳은 뒷산이라고 하기엔 조금 높은 정도의 뒷산이였다. 마음을 정리하고 나의 마지막 업무를 위해 단단한 로프와 작은 접이식 의자를 들고 양복차림으로 산을 올랐다. 역시 새벽 3시엔 산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누구의 의심도 받지않았지만 구두에 빳빳한 정장바지가 등산하는데엔 별로 좋진않다는걸 뒤늦게 알았다. 그리곤 등산로에서 벗어나 적당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매달리기에 적당한 나무는 어디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헤메다니자 운명이 날 도와 정말 좋은 소나무 밑으로 나를 이끌었다.
작은 봉분옆에 적당한 높이에 적당한 굵기의 소나무 묘비가 없는 봉분, 적어도 죽어서 외롭진 않겠네 하고 실소를 머금고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밀봉된 팩에 은행통장과 도장을 비밀번호와 유서와함께 담아 옆에 내려놓았다. 4천만원 정도 들어있는 통장과 누군가 나를 발견하면 통장의 돈으로 나의 장례를 도와달라 라는 유서를 남겨놓은것이다.
~♪
이놈의 직업병 자살하러 오는 순간에도 핸드폰을 챙겨오다니. 뭐 핸드폰으로 위치추적 당한다면 좀더 빨리 장례를 치룰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작은의자위에 올라서서 나무에 줄을 묶는다. 망설임은 없다.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록 나는 더 힘들게 죽을테니까. 줄이 잘 묶인것을 확인하고 심호흡한번, 줄을 목에 걸고 심호흡 한번, 그리고 후회는 하지 않을 다짐, 죽으면 사후세계가 있을까? 라는 호기심. 해답을 찾는 운명때문에 내가 힘들어졌건만 아직도 호기심을 품고있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짓고 발을 굴렀다.
"케겍크그그게그겤그겤"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였다. 편할줄 알았던것이 오히려 미칠듯한 고통을 가져왔었으니까 온몸은 바둥바둥, 혀는 공기를 찾아 밖으로 튀어나오려했고 눈에선 핏줄이 터져 눈물이 아닌것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아무것도 궁금하지않았다.
....... 의식이 점점더 멀어져만 갔다.
......아무생각이 들지않았다.
.....눈앞이 흐려져왔다.
...몸이 편해졌다.
..지금이 죽은거 같았다.
.
"지금 뭐하는거야?"
하얀 챙이 달린 큰 모자를 쓰고 있는 소녀, 달빛에 비친 그 소녀의 말 한마디가 희미해지던 내의식을 붙잡고 내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여자애 누구야.]
하지만 해답을 알아버리기 전에 내 의식은 끊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