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여동생은 마왕이고 용사지만 나는 배경이야!
누나와 여동생은 용사고 마왕이지만 나는 메이드야!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용사 역에서 마왕 역으로 바꾼 은빛이 흘러나오는 트윈테일의 중학생치고는 스타일 발군인 미소녀의 여동생이 아, 길어. 이제부터 줄여야겠다. 그냥 여동생이라 부르겠다.
하여튼 그 활발하게 말하는 여동생에게 나는 처음부터 딴죽 시동을 걸어야만 했다.
“잠깐, 기다려.”
“응? 왜 오빠? 무슨 문제라도 있어?”
“넌 지금 나의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거냐!?”
“어울리는데 왜 그래. 마치 그 옷도 오빠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으니까. 기분 좋게 받아들여야지. 아니면 팬티도 여자 걸로 하는 게 좋았어?”
“그럴 리가 있냐! 애초에 역할 바꿔서 하자면서 왜 나는 이거냐고!!”
내가 지금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이유는. 나의 역할과 복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분명 역할을 바꿔서 하자고 한 여동생은 용사에서 마왕으로, 누나는 마왕에서 용사로, 그리고 배경이었던 나는 배경에서 메이드로.
……. 뭔가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역할을 바꾸자고 하면서 왜 처음부터 없었던 녀석이 나오는 거냐고! 그래. 나온다고 쳐! 그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니야. 근데 왜 하필이면 남자인 내가 메이드냐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게다가 여장한 내가 거울로 직접 보니까 너무 어울린다는 것도 열받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아하아. 남동생의 여장 모습을 볼 수가 있다니 누나는 너무나도 행복해요. 하아하아.”
옆을 돌아보니 찰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를 보면서 흥분하고 있는 누나가 보였다. 현재 누나의 모습은 마왕에서 용사로 역할을 바꾸었기 때문에 여동생이 아까 전에 했던 빨간 망토를 입고 있었다. 망토를 입고 있는 보랏빛의 반짝임이 엿보이는 머릿결과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어지지 않을 연상 누님의 분위기를 풍기는 미인(변태)이다. 이제부터 그 변… 아니, ~미인도 줄여서 누나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난 그 누나한테서 사진기를 빼앗았다.
“찍지 말라고!”
“아앗! 오늘 밤 누나의 반찬이!”
“반찬이라니!? 어이! 정말 당신은 변태인거냐!? 친동생이 찍힌 사진으로 뭐하려는 거야!”
그렇게 물은 나의 대답에 누나는
“…에헷☆ 남동생은 심술궂어요. 다 알면서.”
“……………….”
난 그냥 무시하기로 결정하였다. 없던 걸로 치자.
나와 누나가 그러고 있는 도중에 여동생이 말을 꺼냈다.
“자자. 이제 빨리 메이드를 누구 걸로 할지 결정하자고. 언니.”
“그래야겠네요. 메이드(남동생)는 절 시중들어야 해요.”
“메이드(노예)는 당연히 용사인 나, 아니겠어?”
누나와 여동생의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서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딴죽도.
“잠깐. 왜 갑자기 메이드 쟁탈전이 된 거야? 아니, 그보다 누나의 괄호 속에는 남동생인데 왜 넌 괄호에 노예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거야!?”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알았지!?”
“아니, 네가 말했잖아! 괄호 열고 노예 괄호 닫고를!”
나의 말에 여동생은
“아, 그랬었지. 뭐야, 난 또. 별 거 아니었네. 훗.”
훗 이란 말에서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것보다 얼른 끝내기 위해 나는 여동생을 재촉하였다. 그랬더니 여동생은 누나와 함께 메이드인 나를 얻은 자가 이기는 거라고 합의를 보며 이제 용사놀이도 뭣도 아닌 인간경매가 되어버렸다. 규칙은 이렇다. 용사와 마왕이 달콤한 제안을 메이드인 나에게 자꾸 말하며 내가 맘에 드는 제안을 한 상대를 따라가면 되는 거다. 나는 금방 끝내겠다고 생각하였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둘을 상대론 끝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어때? 좋은 제안이지 않아?”
“……정말 넌 그걸 제안이랍시고 내놓는 거냐?”
나는 당당한 태도로 말하고 있는 용사(여동생)에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게 “용사인 내게 오면 매일 밤마다 잠자리에서 쾌락을 맛보게 해줄게!” 라는 바보 같은 제안에 누가 승낙을 하겠단 말인가. 그것도 역할극이긴 하여도 메이드란 말이다. 만약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건 엄청난 변태 메이드거나 잠자리에서 맛보는 쾌락의 비유가 뭔지 모르는 순진한 메이드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양쪽 다 아니기 때문에 이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그보다 용사가 그딴 짓 하지 말란 말이야……. 메이드보다 세계를 구하라고.
“역시 누나의 이 제안이 맘에 들은 거군요. 후훗. 그렇죠? 남동생은?”
“아니. 누나 제안도 마찬가지로 거절이야.”
“어, 어째서인가요!?”
여동생도 상당히 바보 같은 제안이었지만 누나도 참으로……
누나의 제안은 이랬다. “마왕인 누나한테 오시면 절 마음껏 유린할 수 있게 해드릴 게요. 하아하아.” 음. 역시 변태다. 이 사람. 가기 싫다 라기 보다 마왕이 메이드에게 유린을 당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플레이냐.
“안 되겠어. 이렇게 된다면 비장의 수단이다!”
여동생이 외치더니 갑작스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내 얼굴에 내밀었다. 너무 가까워서 무엇인지 몰랐다.
“……이게 뭐야?”
“크크크. 듣고 놀라지나 말아줘. 오빠! 이건 언니의 팬티야!”
“…무, 뭐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좋아. 어디 한 번 냄새를. 아니. 아니지! 그게 아니야!
나는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았다. 파란색 리본이 달린 순백색의 팬티였다. 마왕인데 하얀색. 예전에 여동생이 말했던 하얀 마왕이 떠오르는구나. 그쪽은 다른 의미로 하얀 마왕이지만.
내 옆에선 누나의 신음소리가 거칠어졌을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어이어이.
왜 이런 부분에서서 조용히 얼굴이 빨개지는 건데. 누나지만 귀엽잖아. 제길.
하지만
“나는 그런 팬티에 넘어가지 않아!”
“……역시나 위도 필요했구나.”
“그런 게 아니야! 누가 누나의 속옷을 원한다고 했냐! 그냥 그 제안에는 안 따르겠단 거다!”
아무리 그래도 친누나의 팬티 때문에 솔깃해서 용사를 따라간다니 그건 좀 아니다. 애초에 난 그렇게까지 누나의, 가족의 팬티를 원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안 원하는 건 아니다. 아~주 조금은 원하긴 한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을 했더니
“남동생에겐 누나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던 거군요.”
갑자기 실망하기 시작하였다. 나와 관련되어 실망하기 시작한 누나는 원래대로 되돌리는데 조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니까 완전한 실망 모드가 되기 전에 기운을 차리게 해주어야 한다.
“어? 아, 아니야. 누나가 얼마나 매력적인데.”
“그렇지만 누나의 소, 속옷을 거부하다니. 여, 역시 매력을 못 느낀 거죠?”
…….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니 그보다 난 왜 피가 이어진 친누나랑 이런 대화를 해야만 하는 거지!?
“그러니까 그, 그거야! 내 손으로 누나의 속옷을 만지는 건 뭐랄까? 그 속옷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거야!”
뭔 소리여, 이게! 나도 모르겠다! 그냥 저질러 보자!
“매력도?”
누나도 뭔지 모르겠지. 그래도 밀어붙이자. 옆에서 여동생이 웃음을 참으면서 지켜보는 게 화가 났지만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하였다.
“그래. 속옷에는 매력도란 게 존재해. 이건 남자들만 알 수 있는 거지. 남자들도 여자들이 입은 속옷을 보면 묘하게 두근거린 달까? 아니면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로 예쁜 것들도 많잖아. 그런데 내 손이 닿아서 매력도가 떨어져 버리면 좀 아깝잖아. 그치?”
“그, 그렇군요. 그러면 남동생은 누나의 속옷을 보고서 어땠나요? 그…… 두근거렸나요?”
“어, 어. 그랬어. 두근거렸지.”
“저, 정말로 누나에게 두근두근?”
“응! 누나에게 두근두근 했어!”
두근두근 거리기보단 먼저 냄새를 맡으려 하였습니다. 나는 무언의 죄책감에 조금 시달리게 되었다.
어찌됐든 내 말을 들은 누나는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에헤. 남동생이 두근두근 거렸군요. 헤헤헤. 남동생이 누나에게…… 두근두근.”
또다시 나와 누나가 이러고 있을 때 여동생이 끼어들었다.
“그것보다 이번엔 언니 차례야. 내 2번째 제안은 거절당했으니까.”
“알겠어요. 그렇다면 누나는.”
누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5장의 사진이었다.
뭐지? 하고서 나는 눈을 가까이 했더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그건……!”
여동생이 놀란 표정으로 누나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손에 들린 사진을.
“전 남동생이 옷 갈아입을 때 찍은 사진을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제안하겠어요!”
“언니, 제정신이야!? 이건 겨우 역할극이라고! 언니에게 소중한 그 사진들을 버린다니!”
“괜찮아요. 오늘의 누나는 남동생이 두근두근하는 누나니까요! 자, 어떤가요?!”
-메이드는 사진을 찢었습니다. 마왕의 손에 들린 사진을 빼앗아 찢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제안을 거절한 메이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숙제를 하였습니다.
-마왕은 울었습니다.
-용사는 앗차! 저질러버렸네. 라는 표정을 짓고는 마왕을 위로하였습니다.
누나와 여동생은 용사고 마왕이지만 나는 메이드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