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오락실에서 갤러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비디오 게임은 항상 내 삶의 일부였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난 후로는 비디오 게임 웹 사이트도 자주 방문하고는 했는데 주로 ign과 gamespot을 들락 날락 거렸다.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루리웹이라고 하는 거대한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 나의 제 1 비디오 게임 웹 사이트는 루리웹이 되었다.
루리웹을 자주 방문하면서 항상 다른 사람이 올려 주는 글만 읽다가 나도 글을 한 번 써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퍼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그 동안 했던 게임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게임에 대해서 써 보자는 것이었다.
선정 기준은 별것 없고 내 머리속에 먼저 떠 오르는 게임 10가지 일 뿐이다.
이제 그 게임들에 대해서 당시에 느꼈던 점 그리고 지금 그 게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간략하게 써 보겠다.
1. 수퍼마리오 브라더스
다들 아시다 시피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인 미야모토씨의 불후의 명작이다. 점프, 슈팅,
달리기, 100개 모으기 보너스, 숨겨진 요소 등 비디오 게임의 기초문법을 확립한
게임이다. 달리기에 가속도가 붙고 점프 중에도 컨트롤이 가능한 점 그리고 밟기와 박치기
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게임 플레이에 절묘하게 적용했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재미'라
는 한 점에 통합되어 있는 전무하고 후무할 저 광할한 게임계에 알파이자 오메가인 작품이
다.
*기억 속의 그녀와 실제 그녀는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 다시 한번 보고 싶더라도 안
보는 것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 기억속에 간직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비디오 게임의
경우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매 한가지다. '그러나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수퍼 마리오다'라
고 말하고 싶지만 그 기억에 때를 묻힐까봐 사실 다시 해 보지는 못하고 있다. ^^
2. 둠
둠을 처음 접한 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겨울방학 기간이었다. 천
리안에 접속해서 다운을 받아놓고 외출을 다녀왔다. (정확히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의
데모판이 1~2메가 남짓이었는데 전화선모뎀으로 받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던 시절이었다.
통신속도 문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뒤에서 밝혀진다.) 둠 이전에는 울펜슈타인이 삼차
원 공간을 실험했고 훗날 퀘이크가 나오서 오늘날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진정한 3차원을 구현
했다. 그러나 둠이 구현한 공간에서 당시의 게이머들이 느낀 충격의 정도는 전화선 모뎀에
서 전용선으로 갈아 탓을 때 느끼는 정도였다. 둠의 위대함은 비디오 게임에서의 삼차원 공
간 구현을 넘어선다. 게임 플레이 자체가 재미 있었다. 지옥이라는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
한 배경과 화끈한 무기들을 바탕으로한 박진감 넘치는 전투로 전 세계의 게임머들을 게임
속으로 빠져 들게 했다. 수퍼 마리오가 비디오 게임의 기초문법을 다졌다면 둠은 새로운 장
르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 장르는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장르가 되었다.
3. 소울 칼리버
나는 격투 게임에 소질이 없었다. 스트리트 파이터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리 빠져들지는
못했다. 내 반사 신경으로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속도와 복잡한 조작 체계 때문이었다. 스
트리트 파이터는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를 정립했지만 소울 칼리버는 그 장르의 복잡
한 조작 체계를 단순화 시켰다. 그러나 묘한 점은 그 조작의 범위를 확대 시켰다는 점이
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전후 상하의 구분만 있었지만 소울 칼리버는 거기에 좌우를 추가 했
다. 조작은 단순해 졌지만 심도가 더해진 것이다. 그리고 방어와 반격이라는 요소를 게임
플레이의 확고한 부분으로 추가 했다. 또한 장외 판정을 도입해서 유리한 상황에서도 긴장
감을 늦출 수 없게 한 점도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
이었던 부분은 사운드 효과가 게임플레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쩌렁쩌렁 울
리는 배경음과 효과음이 울리는 가운데 칼끝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결정타를 노릴때 분비
되는 아드레날린으로인한 긴장감과 몰입감 그리고 타격이 성공 했을 때의 쾌감은 내가 해
본 그 어떤 대전 격투게임에서도 느껴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4. 하프-라이프
울펜슈타인과 둠 그리고 퀘이크가 나오던 시절 수많은 개발자들이 비슷한 게임들을 말들었
지만 한마디로 그 나물에 그 밥 이었다. 그러던 중 또 한번의 혁명이 일어난다. 둠이 기초
문법을 다졌다면 하프-라이프는 서사구조를 더했다. 달리 말해서 이야기를 FPS게임플레이
에 융합시킨 것이다. 이전에도 그런 시도가 있었지만 하프-라이프에 와서야 성공한 것이
다. G-Man, 물리학 실험 사고로 인한 두 우주의 충돌, 음모 등을 도입했다. 완벽하게 짜임
새 있은 이야기 구조는 아니었지만 게임플레이를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들 정도는 되었고 그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내 생각에 하프-라이프가 바이오쇼크의 등장을 더 이르게 만들었다
고 확신한다. 하프-라이프하면 인공지능도 빠뜨릴 수 없다. 공기 통로에 숨어 있는데 수류
탄을 통로 속으로 던지고 어디론가 달려가 버리던 해병대를 만나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아~ X바 라고 하면서 뻥 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하프-라이프는 올해의 게임상
을 석권하며 전설이 되었다.
5. 스타크래프트
무슨 말이 필요한것 같지 않다.
다만 일화만 소개 하겠다. 처음으로 네트워크 대전 플레이를 했을때 게임 시작 후 처음으
로 시계를 봤을 때 7시간 반이 지난 후 였다. 그 마저도 시계를 보려고해서 본 것이 아니
고 같은 게임방에 있던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지금 몇시냐고 자기 친구에게 물었을 적에
봤던 것이었다.
6. 발더스 게이트 2
펠레와 마라도나, 철권과 소울 칼리버 떡밥에 버금가는 떡밥이라고 하면 일본식 rpg와 서양
식 rpg일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재미 있었던 rpg하면 FF7과 발더스 게이트 2가 떠 오른
다. FF7과 발더스 게이트 2 중에 무엇이 더 재미 있었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을 할 수가
없다. 김빠지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의 고민과 FF7
이 건축한 매혹적인 세계관도 훌륭했다. 지금 그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여주인공이 세
피로스의 칼에 죽을 때 그리고 수중 장례식 동영상이 이어질 때 느꼈던 감정은 정말로 독특
한 것이었다. 클라우드의 고민에도 동화될 수 있었다. 엔딩을 보고 난 후에는 장대한 소설
을 읽고난 후에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발더스 게이트 2의 재미는 다
른 종류의 재미였다. 영어판이 먼저 발매되었는데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언어의
장벽 때문이 이었다. FF7의 영어는 잘 이해 할 수 이었으나 발더스 게이트의 영어는 훨씬
더 어려운 영어였고 한글판은 흔히 말하는 발로 번역한 수준 이었기 때문에 게임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영어를 잘 해야만 하는 직업을 가졌고 영어 실
력도 어느정도 향상 되었다고 느꼈을 때 발더스 게이트 생각이 났다. 다시 인스톨 하며 게
임을 시작했다. 그래도 언어장벽이 있었으나 대강은 이해할수 있었고 꼭 이해 해야 할 부분
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전을 찾아가며 플레이 했다. 우선 방대한 무기와 마법의 종류를
쓰는 재미가 솔솔 했다. 주인공 캐릭터를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스
토리도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다. 자유도와 스토리텔링이 적절하게 버물어진 게임이었다. 자
유도라고 하면 이동의 자유도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동의 자유도라고 하면 발더스 게이
트도 제한이 많다. 여기서 자유도란 선택의 자유를 말한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정말로 선
택을 할 때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강의 무기도 없으며 최강의 마법도 없다. 그리
고 최강의 동료도 없다. 물론 FF류에 비해서 말이다. 이런 물음에 답해야 하는 경우에 당
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라. "네 능력치 X를 깎이고 동료 한명을 구할래? 아니면
네 동료 한명을 희생 시키고 내 능력치 X를 보존할래?" 와 같은 물음에 답해야 하는 경우
에 정말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엔딩 이전에 이런 물음에도 답해야 한다. "파괴
의 신이되어 영원히 우주를 지배하고 살래? 아니면 인간이 되어 살다 죽을래?" 글로 그 고
민의 정도가 다 전달 되지 않겠지만 그 '선택의 자유'를 플레이어에게 선사하는 게임이라
는 면에서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어찌하였든 스토리, 무기, 마법, 캐릭터 등이 잘 어우러
진 한 마디로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7. 갓 오브 워 1, 2
게임을 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재미라는 단어를 반
복해서 쓰게된다. 갓 오브 워는 비디오 게임에서 어떤 혁명을 가져온 게임은 아니다. 갓 오
브 워를 포함한 이유는 게임의 말초적인'재미'라는 면에서 이만한 게임이 별로 없기 때문
이다. 달리고 점프하고 부수고 죽이는 게임 중에 이렇게 만족 스러운 게임은 별로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짜증나는 퍼즐이 파괴본능 충족을 때때로 방해하기는 하지만 그래
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만한 액션 게임이 아직도 없다.
8. 바이오쇼크
하프-라이프가 스토리를 게임 플레이에 도입해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이라고 했다. 그리고
메탈기어 솔리드는 스토리 텔링을 스타일있게 해냈다. 그렇다면 바이오쇼크는 스토리텔링
을 예술적인 경지에 올려 놓은 작품이다. 바이오쇼크에서는 게임이 스토리를 말해주지 않는
다. 게임머가 이야기를 조합한다. 그리고 그 조각난 이야기는 글도 아니고 영상도 아니라
소리로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조각난 이야기가 담겨있는 테입을 입수해서 들어가면서 이야
기를 짜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거의 다 모이는 시점에서 또 한 번의 충격을
맞이하게 된다. 바이오쇼크를 소개하면서 스토리텔링을 중점적으로 이야기 했지만 액션과
그래픽, 사운드 효과도 훌륭하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이 가능하
다. 잠입모드도 가능하고 탱크모드도 가능하다. 적들끼리 싸우게 만들수도 있다. 시각적인
면에서는 바이오쇼크만의 스타일이 있다. 그 스타일은 동화적이면서도 잔인하다. 청각효과
에는 과거의 소리가 있고 미래의 소리가 있으며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재의 소리가 있
다. 이 모든 것이 버물어져서 한 편의 예술작품이 된다. 플레이어는 그 공간에서 자신의 모
습과 자신의 플레이를 창조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한다. 한편의 문학 텍스트로서도 손
색이 없다. 비디오 게임의 수준을 높이고 지평을 넓힌 작품이다. Y2K는 컴퓨터 모니터 안
에 여지껏 비디오 게임에서 경험해본 가장 매력적인 철학적인 공간을 구축해 냈다.
9. 콜 오브 두티 4
1회차 싱글플레이 도중에 탄성을 몇번이고 자아내게 했던 작품이다. 그래픽은 폭풍 초간지
가 났으며 사운드 효과는 현장감을 더 했다. 콜 오브 두티만의 연출도 여전했다. 완벽한 구
형을 이루는 단단한 쇠공과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더 할것도 없으며 더 뺄것도 없는
완벽한 순수 총질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10. 브레이드
루리웹 여러분들이면 브레이드 라는 게임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고 또 많이 해 보셨을 것이
다. X Box Live 콘텐츠 였으나 PC용으로로 나왔다. 위에서 말한 대작들과는 전혀 다른 작품
이다. 제작비로 약 3억 정도가 들어간 소규모 작품이다. 영화로 치면 인디 영화. 그러나 대
규모 게임사이트에서 온갖 상을 휩쓸었고 평론가들은 극찬을 했다. 겉보기에는 수퍼 마리
오 류의 게임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시간이 큰 테마다. 시간을 되 돌리는 것
이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다. 그리고 공간의 중첩도 포함되어 있다. 너무나도 독특한 작품이
다. 섬뜩하기 까지 하다. 충격적이다. 때문에 글 솜씨가 부족한 나로서는 도저히 이 게임
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할 수 가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 브레이드라는 게임
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내가 구하려던 공주가 공주가 아니라면?"
"나는 구한고 생각했으나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게임의 엔딩을 봐야하는 이유는?"
이 외에도 재미있게 했던 게임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위 작품들이 내 머리 속에 생각난
첫 10 작품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 기억의 합이
다." 그런 면에서 위 작품들은 나의 일부이다.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게임을 좋하한다고 말을 하기가 사실 힘들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루리
웹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좋다. 루리웹 운영진과 여러 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 드리며 두서
없는 글은 맺는다.
단순히 재밌다 재미 없다를 넘어서 지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 소감문 인상 깊게 잘 읽었습니다. 거의 저랑 연배가 비슷하신 듯 한데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군요. 그래픽이 나쁘다, 성우가 저질이다, 로딩이 거지 같다, 한글화 안해준다 와 같은 게임의 외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요즘의 게임 비판의 주류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주관적인 흐름을 가지고 소감문을 쓰신 듯 하여 읽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추천!
그러게요~ 글읽는 재미가 있네요~~ 잘읽었습니다
소감 잘 보고 갑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 갠적으로 제 최고의 게임은 울티마4, 울티마5.. 로드브리티쉬 를 필두로 한 브리타니아 왕국을 배경으로 HONOR 라는 중요한 가치관을 저에게 안겨준 겜이랍니다.
음 추천감인데요 ~
소감잘봤습니다...스샷이 있었으면 좀더 멋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추천소감입니다~!!! 와 정말 지루하지않아요.. 그리고 브레이브 꼭 강추합니다 !!!
16비트 콘솔게임이 없다는게 아쉽네요. PC게임위주로 하신듯 하군요
소울엣지 오프닝보고 ㅎㄷㄷ한 기억이 나네요 현재제목은 소울칼리버지만. ps1시절..땐 엣지라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