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에이스컴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컴4로 입문했던 사람입니다. 역대 시리즈 중에 캠페인 제일 재밌게 한 것 같습니다.
제작진이 출시 전부터 구름 자랑하더니, 왜 자랑했는지 이해가 될 만 합니다.
PS3 시절까지는 에컴을 할 때 그래픽은 '전투기 모델링' 말고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모든 스테이지의
배경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상 목표물이 없는 미션들을 하더라도 더 이상 하늘이 다 같은 하늘이 아니라는게 느껴집니다.
각 스테이지의 하늘 배경들을 사진으로 쭉 보여주면서 이게 미션 몇이냐? 묻는다면 구분하기 어렵겠지만,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비슷하게 생겨먹은 스테이지에서 계속 날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지루함도 없습니다. 지상의 배경도 망망대해,
푸른 바다 위의 외딴 섬,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어딘가에쯤 있는 거대 구조물, 마천루 등이 심심하지 않게 펼쳐져 아주 넓은 범위의
전장에서 활약하게 되는 전투기 파일럿의 로망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캐릭터들도 너무 무미건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게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심하게 튀지도 않고 딱 적당히 개성있고
정감가는게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타샤의 투입은 신의 한 수로 보이고, 흑인 여성이 항공모함의 총 책임자인 함장을 하고 있는 등
PC 요소도 시비 안 털릴 만큼 적당히 집어넣어 놨는데도 부자연스러움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데나 집어넣으면 PC 성공인줄 아는
서양 제작사들이 좀 배워야 할 점입니다.
큰 줄기는 옛날 에컴들과 다를게 없는데도 캠페인이 매우 재밌습니다.
대규모 공중전, 지상폭격, 거대 병기 전투, 터널 비행 등등 옛날 메뉴 그대로이면서도 맛은 식상하지 않은 더 맛있는 맛입니다.
잘 만든 캐릭터와 연출과 조금의 아이디어들을 더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온다는걸 잘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걸 새삼 깨닫습니다.
전작인 에컴7에서 당황한게, 쉴새없이 날아드는 미사일 록온 경고였습니다.
기존 에이스컴뱃 시리즈에서는 노멀 이하 난이도라면, 목표물 우선순위를 마음대로 정해가며 날아다니는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에컴7에서는 일단 하늘의 적을 놔두고 지상으로 내려오면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집니다.
적당히 고생하고 영웅으로 추앙받는 뽕맛 좀 보자고 에컴시리즈를 하는 저 같은 똥손 유저 입장에서는 이거 너무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 에컴8에서도 이건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8을 클리어한 지금은 이게 맞는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 전쟁 판도를 뒤집는 미친 에이스가 대놓고 엉덩이를 내밀고 다니는데 이걸 후드려 까려고 달려드는 적이 없는게
이상한거겠죠. 느긋하게 같은 항로로 차분히 비행하는 여객기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투기 파일럿이기 때문에,
높지 않은 난이도에서도 찰나의 순간에 적을 조준하고 공격하고 이탈하며 또 수시로 위치와 방향을 바꾸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도록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지금의 에컴이 PS2시절 에컴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전투기라는게 수시로 개발되고 출시되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30년전에 개발된 F-22가
아직도 최강의 자리에 있는 바로 그게 전투기이다 보니 늘 기체 리스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점... 이 좀 아쉽네요. 사실 이건 에컴 제작진의
잘못이 아니긴 하지만요. 성능이야 중급 티어 이하겠지만 그래도 간만에 출시된 전투기인데 우리나라 KF-21, 인도 테자스, 튀르키예
칸 전투기 같은 것도 나와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