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2+4 = 9,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 제목 |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 출시일 | 2026년 2월 27일 |
| 개발사 | 캡콤 | 장르 | 호러 어드벤처 |
| 기종 | PC / PS5 / NS2 / XSX&S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Sawual |
※ 본문에 일부 게임 내용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문에 잔인한 유혈 표현, 공포 표현이 담긴 스크린샷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라는 프랜차이즈의 역사는 흥미로움 그 자체다. 마치 제국의 흥망성쇠처럼, 최초의 전성기와 부흥기, 쇠퇴기와 재부흥까지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하자드의 1대 완성본, 바이오하자드 2

바이오하자드의 2대 완성본, 바이오하자드 4
그 시점에서 ‘바이오하자드 7’ 이 선택한 원점회귀, 그리고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 시리즈의 대성공은 ‘바이오하자드’ 라는 시리즈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 게임 시리즈에서 슈팅 액션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중 하나이지만, 이는 호러와 퍼즐이라는 또다른 핵심이 온전해야 ‘바이오하자드’ 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기 마련. 상반된 두 요소의 균형을 잡는다는 건 그 어느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빌리지' 는 바이오하자드의 궁극을 위해 나아가는 단초였다.

■ 게임의 구성 – 두 원점, ‘바하 2’와 ‘바하 4’의 성공적인 결합
먼저 이 게임의 시각적인 성취는 놀라운 수준이다. 모델링, 질감 표현, 모션까지 어느 하나 떨어지는 부분이 없고 거친 유혈표현에서부터 스산한 정서적인 공포감까지 모두를 잘 아우르며 표현하는 아주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시각적인 완성도는 완전히 향상되었다
본작의 전체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다소 자의적으로 나누자면 보다 그레이스 파트가 중심이 되고 로즈힐 요양병원과 그 부속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반부, 레온이 중심이 되어 라쿤 시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후반부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이런 분위기와 퍼즐은 시리즈의 근본이기도 하다
그레이스 파트에서는 철저하게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장치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통로와 장소를 점거한 좀비들을 마구잡이로 처치하게 되면 탄약도 부족하거니와 쓰러진 좀비가 시간이 지나면 B.O.W. 로 부활해 그레이스의 나약한 무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며 이를 막으려면 부활하기 전에 시체를 용혈독으로 없애버리거나 부활한 B.O.W. 를 레퀴엠으로 처리하는 수 밖에 없다. 거기다가 중간 보스 격의 특수 개체들은 덤.



그레이스 파트는 숨고, 살아남고, 퍼즐을 푸는게 핵심
그리고 그레이스 파트에서 잔뜩 축적된 긴장감과 압박감은, 스테이지 사이 사이 들어오는 레온 파트가 확 쓸어나가 버린다. 레온 파트는 4편보다도 더 화끈하게 더 많은 탄약과 전투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고, 레온은 노골적인 퍼즐보다는 맵의 구성을 따라 하나하나 지역을 해금하고 오브젝트를 작동시키는 맵 퍼즐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친다.


레온은 썰고 터트리고, 갈등을 해소(?)한다.
로즈힐 요양병원을 벗어나 라쿤 시티에 진입하는 후반부에는 그레이스가 아닌 레온이 메인 캐릭터의 비중을 가져가면서 레온 파트 사이에 그레이스가 들어오는 느낌을 취하며, 레온 파트의 모든 정수가 들어가 있다. 무기 강화, 여러 보스전, 각종 무기를 활용한 액션 트릭 등등. ‘바이오하자드 4’ 에서 인위적인 퍼즐만 쏙 빼놓고, 액션을 보다 짜임새 있게 만들어 놓은 느낌이다.


‘빌리지’ 에서 하나의 플레이 시스템 안에 서로 다른 두 플레이를 구현하려고 했던 일이 결국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한계 안에서 인위적인 제약을 걸어가며 제한적으로 구현되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 크게, 더 구분감 있는 플레이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레퀴엠’ 의 방식은 ‘빌리지’ 의 무조건적인 발전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빌리지’ 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맥락, 그리고 플레이의 연결성을 일부 포기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를 댓가로 더 큰 범위의 플레이를 하나의 게임 내에 포용했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고, 전체 게임 시리즈의 특징을 하나의 타이틀에 담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김레온과 과거의 바하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축제같은 부분이 많다.
거기다 레온으로 치르게되는 여러 보스전들은 모두 매우 재미있는 수준으로서, 명료한 기믹과 패링을 통해 적을 파훼하고 화력을 퍼부어 정리하는 ‘바이오하자드’ 식 보스 액션을 아주 잘 구현했다. 특히 타이런트와의 보스전은 적 자체도 인상적이고 연출도 훌륭하며, 플레이의 재미도 뛰어나다.


■ 마침내 찾은 황금 레시피, 하지만 잘 섞지 못한
가장 먼저, 하나의 게임 안에 너무나 많은 게임 플레이와 특성이 들어가다보니 이전 시리즈 작품들과 분량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전체적인 볼륨이 적어보이는 느낌이 든다. 쉽게 말해 그레이스도 레온도 아예 별도의 게임으로 나와도 되었을만한 플레이 시스템이다보니 하나를 이제 즐길만 하다 싶으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각각이 맛보기 느낌이 나는 면이 있다.


로즈힐 요양병원에서의 그레이스 파트는 말그대로 이번 작품의 진수라고 할 수 있을만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콘텐츠이지만, 게임 내내 그 정도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파트는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후반부(라쿤 시티 파트)에 등장하는 그레이스 파트는 솔직하게 전반에 비해 그 퀄리티나 분량 면에서 많이 부족하고 일종의 구색맞추기 처럼 들어가 있는 편이다.



비슷한 구성이 반복되는 탓에 후반부 레온 파트는 루즈하다.
맵이 상대적으로 넓고, 구역을 해금하여 하나씩 동선을 밟아나가는데 자연히 처음 플레이할 때에는 길도 많이 헤매고 동선도 뒤죽박죽이 되기 마련. 하지만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소가 일반적인 좀비 개체 밖에 없고 공포를 느낄 요소도 딱히 없다. 특히나 본작의 레온은 인위적인 퍼즐 요소를 대부분 제거하고 순수한 액션 어드벤처의 느낌으로 플레이를 정제해놓았기에 더욱 루즈해지는 감이 있다.
여기가 이 게임에서 가장 루즈한 파트이고, 동선도 뒤죽박죽이라 재미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이 파트를 끝내면 바로 보스전을 연달아 처리하게 되어서, 보다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텐데 이렇게 각 플레이 파트를 몰아서 배치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이렇게 레온의 비중이 늘고 그레이스의 비중이 거의 사라지는 후반부에 들어서는, 단순하고 일률적인 플레이 구성이 순서대로 반복되는 양상이 된다. ‘여러 플레이가 혼합된 콘텐츠’ 라는 본작의 강점이 퇴색되는 셈이다. 즉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할 각 플레이가 골고루 배치되지 못했고, 각 플레이 간의 이질감을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다.

솔직히 이게 플레이어블이어야 했나 싶은 부분
여기에 앞서 말했듯 1+1 구성임에도 전체 게임의 분량은 과거작들과 비슷하기에 각 플레이를 충분히 즐겼다는 느낌을 받기 전에 엔딩이 찾아온다. 전체 분량을 조금 더 늘리고, 파트 분배를 잘했다면 레온 파트도, 그레이스 파트도 아쉬움 없이 할만큼 다한 느낌이 드는 완성도 100% 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자체가 다회차를 상정하고 만들어지는 게임이라 무작정 분량을 늘릴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콘텐츠는 초회차에 보통 9~10시간 정도, 다회차라면 4시간 내 클리어 챌린지를 무리없이 깰 수 있는 수준이니, 초회차 기준 로즈힐 정도의 스테이지를 하나만 더 넣어서 12~14시간 정도로만 늘렸어도 이 아쉬움이 다 해소될만하지 않았을까.

■ ‘그레이스로 빌드업, 레온으로 해소’ 라는 공식을 보다 밀어 붙였더라면
앞서 이야기 했듯 그레이스와 레온이라는 완전히 다른 두 플레이를 하나로 묶는 힘은 맥락과 순서를 포함한 전체 구성에 있었다. 로즈힐 요양병원에서는 이 맥락의 힘이 매우 잘 작동하여, 그레이스와 레온이 각자 펼치는 고군분투가 꽤 설득력있게 다가오고 하나로 합치며 시너지 있는 재미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서는 이 맥락적인 힘이 많이 부족하기에 게임 자체가 주는 구성의 힘이 매우 부족해진다.



그레이스 파트의 플레이는 바이오하자드에서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레온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시리즈 내 위상과 중요성, 그리고 스토리적 맥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레이스와 레온이라는 캐릭터의 중요도를 떼어놓고 본다면, 그레이스 파트야 말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하자드 4’ 의 레온이 가지고 있던 퍼즐 요소마저 그레이스가 대부분 가져갔기 때문이다.



어쩌면 본작이 김레온의 스완송으로 끝났어도 좋았겠다(배드엔딩은 그렇지만)

역대급 물로켓 빌런 제노

타이런트야말로 진짜 최종보스에 어울리는 재미였다.
■ 결론 - 궁극의 바이오하자드를 향한 의미있는 한걸음
즉, 한줄로 정리하자면 본작은 ‘바이오하자드’ 의 플레이를 성공적으로 집대성 하였지만, 그 최종적인 결과물에서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로즈힐 요양병원 수준의 게임플레이가 게임 내내 이어졌다면 본작은 역대 최고의 ‘바이오하자드’ 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나, 후반부 구성에서 취약점을 노출했고, 엔딩에서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더불어 게임 내 숨겨진 온갖 요소들도 이러한 반복 플레이를 잘 끌어낸다.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았던 더 걸의 손에 얽힌 퍼즐도 커뮤니티가 전부 달려들어 마침내 풀어냈고, 이러한 요소들 또한 ‘바이오하자드’의 재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캐주얼로 4시간 컷도 하고, 무한탄창으로 극한의 난이도도 즐겨보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이제 전체 시리즈의 플레이를 아우르고 담아낼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낸 느낌이다. 불현듯 떠오른 어떠한 깨달음 같이, ‘레퀴엠’ 의 방법론은 ‘1+1=2’ 라는 정말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즉 ‘레퀴엠’ 은 시리즈의 황금 레시피 같은 느낌이지만, 아직 미완의 레시피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하지만 방향성 만큼은 명확하고, 해답을 잘 제시했다.

다음작, 10편은 분명 완성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긍정적
- 최고의 그래픽, 액션이 어우러진 시각적 만족도
- 이질적인 두 플레이를 한데 엮은 완벽한 전반부의 재미
- 여전한 반복적 플레이의 재미
- 시리즈 팬을 위한 오마주와 팬서비스
▶부정적
- 후반부에서 힘이 떨어지는 구성
- 이번에도 부족한 스토리의 설득력과 억지스러운 전개
- 1+1 인 만큼 좀더 분량이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