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돌아온 일섬의 찰진 손맛과 불꽃 튀는 검극, 귀무자 : 검의 길

| 제목 | 귀무자 웨이 오브 더 소드 | 출시일 | 2026년 9월 4일 |
| 개발사 | 캡콤 | 장르 | 액션 |
| 기종 | PC / PS5 / XBOX / NS | 등급 | 청소년이용불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정필권 (Mustang) |
PS2 시절 적의 공격을 피하고 강렬한 한 방으로 적을 베어내는 ‘일섬’. 그 하나에 집중한 타이틀 ‘귀무자’ 시리즈는 현재 중년이 된 팬들의 어린 시절을 수놓았던 타이틀이다. 하지만 2006년 신 귀무자를 끝으로 귀무자 시리즈는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유의미한 넘버링 신작을 시장에 선보이지는 못했다.
그 사이 액션 게임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2010년 즈음부터는 콤보 중심의 타이틀이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에는 소울 시리즈에서 파생된 하드코어한 전투 스타일이 시장을 지배했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는 적의 공격을 쳐내는 패링과 여기서 보상으로 주어지는 한 번의 큰 공격을 액션의 기본 문법으로 삼는 등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패링 중심으로 트렌드가 변화한 시기. 개발진은 20년 만에 귀무자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귀무자다운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기존 시리즈와는 다를 수 있지만 액션의 폭을 넓힌다는 답을 내린다. 액션 게임에 익숙한 사람만이 맛볼 수 있었던 일섬의 경험을 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확장한다는 결정이다.
이번 귀무자는 일섬의 개념을 조금 다르게 가져가는 동시에 게임 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공격적 시스템들이 하나의 전투에서 전부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간 일섬의 개념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시도들은 이번 귀무자 : 검의 길에서 제대로 정립되었으며, 그 결과 전투의 모든 순간들이 강렬하고 짜릿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 귀무자 시리즈의 알파요 오메가 - 일섬 중심의 전투
귀무자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 혹은 정체성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섬’이라는 개념을 1순위로 꼽을 것이다. 적의 공격을 카운터하여 말 그대로 일도양단(一刀兩斷)을 해버리는 일섬은 그 시스템의 설계 만으로 시리즈를 대표하는 액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섬 없이는 귀무자라고 할 수 없으며, 귀무자가 곧 일섬인 시리즈인 셈이다.
일섬은 이번 귀무자 : 검의 길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지됐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를 가미하는 것으로 방향을 새로이 잡았다. 이러한 방향성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검극’(찬바라)이라 부르는 요소다. 검이 부딪히고 불똥이 튀는 말 그대로의 찬바라다. 이 검극이라는 키워드는 어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전한다.
서로가 칼을 맞대고 대결하는 것, 합을 맞춰서 서로 검으로 궤적을 그리는 것, 충돌에서 오는 파괴적인 연출과 대치 시의 팽팽한 긴장감. 이 모든 것들이 검극이라는 요소를 구성하는 것들이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 시리즈에서는 제대로 보여줄 수 없었던 검극이라는 요소를 게임 내에, 그것도 아주 ‘귀무자’답게 녹여내는 것이 귀무자 : 검의 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방향이 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칼싸움'의 맛이다
이와 같은 방향 아래에서 일섬은 기존의 개념을 유지하고 사용의 범주를 늘리는 것으로 나아간다. 우선 기본적인 일섬은 어느 정도 이전 시리즈와 같은 방향을 유지한다. 리스크가 있지만 성공하면 메리트가 강렬하게 부여되는 방식 그대로 말이다. ‘적의 공격이 들어올 때 타이밍에 맞춰 공격 버튼을 입력하면 일섬이 발동’되는 구조다.
적의 공격을 순간적으로 회피함과 동시에 강렬한 카운터로 반격한다는 개념은 그 자체 만으로도 시리즈를 대표하는 액션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20년이 지났음에도 일섬이 가져오는 특유의 손맛과 쾌감은 여전하다. 플레이어가 리스크를 감당하고 자신의 조작 능력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이 일섬이 여러 방식(차지 일섬 등)으로 파생되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파생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플레이어가 보다 편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여기서 사용되는 것이 ‘붕괴일섬’이라는 개념이다. 붕괴일섬은 적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스태미너 게이지인 ‘역동’을 모두 소진시켰을 때 발동할 수 있는 액션이다. 적의 스태미너를 0으로 만들고 마무리 일격을 발동하는 형태를 생각하면 된다. 여타 액션 게임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며, 꾸준히 전투를 이어온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보상이자 템포 전환이 이루어지는 구간이다.
이외에도 방어 중심의 액션도 여기에 더해진다. 타이밍에 맞춰 방어를 하면 누적되는 ‘기염’ 게이지를 통해 일반 공격을 강화할 수도 있고 회피 행동을 누적해 게이지를 채우고 다음 회피 사이에 공격을 넣는 액션 / 원거리 공격을 일섬으로 카운터하는 액션도 게임 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섬이라는 액션의 범주를 확장하거나 일섬을 보조하는 액션들이 귀무자 : 웨이 오브 더 소드를 구성하는 것이다.

공격하고 역동을 깎고 그로기로 만들고 공격하고 회피하고
중요한 것은 그간 귀무자 시리즈와 달리 수비적인 옵션에서 액션에서 파생되는 구조를 더했다는 점이다. 그간 시리즈가 보여준 액션의 방향성은 지극히 공격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뒀다. 방어보다는 공격, 회피보다는 카운터를 중심으로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동 게이지를 전투의 중심에 놓고 각각의 시스템을 조율한 상태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지만, 그 결과 플레이어에게는 전투에서 어떠한 액션을 선택하고 풀어나갈 것인가?라는 즐거운 고민을 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귀무자 : 검의 길은 보스와 적의 역동 게이지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잘 살펴보면 액션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은 체력이 아니라 역동 게이지다.
시리즈 전통의 카운터형 일섬은 물론이고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것은 높은 피해량 뿐만 아니라 적의 역동 게이지를 크게 감소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역동 게이지를 더 빠르게 줄여나간다면, 붕괴일섬이라 명명된 강력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전투에서 오직 일섬이라는 수단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서 다른 방법으로 적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받아 넘기기와 일섬 그리고 쳐내기 등 공격적인 행동에서 오는 맛이 있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액션들이 빠짐없이 한 번의 전투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보스의 패턴 설계를 살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카운터형 일섬만이 효율적인 공격 수단으로 자리하는 것이 아니고 방어 - 역동 감소 - 붕괴일섬이라는 흐름도 여기에 더해진다. 보스 또한 이러한 카운터 일섬 중심의 게임 플레이를 어느 정도는 지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보스들이 사용하는 일부 패턴들은 플레이어가 일섬만이 아니라 다른 액션을 섞어서 전투를 진행하도록 유도한다. 무기로 공격하는 경우에는 튕기기와 타이밍에 맞춘 방어 또는 일섬을. 적이 발차기와 같이 몸을 사용하는 패턴에는 회피를 사용해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른 액션으로도 대응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운 대응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여기에 잡기와 같이 회피로만 반응할 수 있는 패턴 / 쳐내기와 타이밍에 맞춘 받아 넘기기로 대응하는 분홍색 회피 불가 패턴 / 금강력으로 파괴해야 하는 반격패턴이나 방어 패턴 등을 전투 과정에서 모두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초반부에는 일섬이나 받아 넘기기 및 쳐내기, 회피 등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공격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패턴들이 더해진다.

이후에는 적의 가드를 파괴하거나 반격 패턴을 파훼하는 액션도 추가된다
복합적인 조작을 사용하도록 만든 패턴 구성은 전투의 밀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공격이나 방어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간적으로 적의 패턴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게 자리한다.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이 단계적으로 시험받는 구성이며, 이를 극복했을 때에 오는 카타르시스가 너무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또 하나의 특이점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받아 넘기기와 쳐내기의 차이다. 사실 두 요소는 작동하는 방식과 역할이 어느 정도 겹친다. 받아 넘기기는 타이밍에 맞춘 방어 이후 기염 게이지의 증가로 이어지며, 쳐내기는 타이밍에 맞춰 방어 + X 버튼 (PS5 기준)으로 적의 역동 게이지를 크게 감소시킨다. 이렇게 보자면 역동 게이지가 중심이 되는 이번 귀무자에서 받아 넘기기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개발진은 받아 넘기기에 또 하나의 메리트를 부여한다. 받아 넘기기 시 적들이 뒤를 돌아보게 만들어 적의 행동이 조금 지연되도록 만드는 역할도 주어진다. 이는 빠르게 연속적인 공격을 가하는 귀무자 : 검의 길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일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공격을 연속적으로 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동시에 일반 공격이 강해지는 효과도 부여되는 것이다.

불꽃이 튀는 칼과 칼의 만남, 받아 넘기기
이외에도 적들의 패턴을 살펴보면, 카운터형 일섬을 유도하는 패턴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카운터형 일섬의 경우 주로 적들이 점프해서 공격하는 형태가 일종의 일섬 타이밍이다. 해당 동작은 다른 동작들보다 넉넉한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판정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접대형 패턴이다. 적마다 일섬 타이밍이 긴 패턴들이 존재하고 연속 공격 시에 피격 전 타이밍을 넉넉하게 잡아뒀다. 이는 곧 보스들의 연속 공격에서 일부 패턴은 받아 넘기기나 쳐내기로 대응하고 적절한 패턴만을 골라 일섬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때로는 의도치 않게 일섬이 발동되는 등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일섬의 타이밍을 파악하고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액션의 활용과 동시에 전투는 ‘검극’이라는 요소를 제대로 표현한다. 일섬이 일방적으로 적을 스쳐지나가 일도양단하는 것이었기에 이전에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요소다. 다양한 패턴을 제시하고 여기에 플레이어가 대응하는 순간, 날과 날이 만나고 불꽃이 튄다. 도신은 파랗게 달아오르며 컨트롤러의 진동으로 또 다른 손맛을 제공한다. 지이잉 하고 울리는 특유의 진동과 소리. 검과 검이 충돌에서 오는 소리는 전투 과정에서 또 하나의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즐거움으로 작동한다.

이외에도 특정 패턴의 쳐내기 등 특유의 손맛이 각별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귀무자 : 검의 길을 고평가 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하나의 시스템을 중심에 두었지만, 다양한 액션을 자연스럽게 섞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들은 전투 도중 시리즈의 핵심인 일섬에 단계적으로 도달하게 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까다로운 타이밍과 숙련이 필요한 요소가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이다.
한 번 깨달으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타이밍 / 다른 패턴보다 여유로운 판정을 가진 접대 패턴 / 실수지만 이득이 되는 상황으로 유도하는 연속기 시의 일섬 등은 익숙해지기 전까지 담금질이 아주 많이 필요한 일섬이라는 요소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단축시켰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보다 효율적으로. 또는 보스를 잡아내기 위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담금질하기 시작한다. 시스템이 강제적으로 플레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내부에서 이유가 기인하는 것이다.

아 일섬으로만 잡아볼까? = 많은 죽음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귀무자 : 검의 길은 일섬을 중심으로 두되 새로운 요소들을 재편하는 것으로 액션의 방향성을 새로이 설계했다. 시리즈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보다 풍성한 전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자 ‘검극’이라는 개념을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목적에서다.
보스를 비롯한 게임 내 거의 모든 전투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회피와 받아 넘기기는 물론이고 일섬과 쳐내기 그리고 붕괴일섬까지 직접적인 조작과 액션들이 하나의 보스에서 다채롭게 활용될 수 있도록 패턴을 구성했다. 직접적인 전투보다 일부 기믹성 패턴을 가지고 있는 보스들도 존재하며, 이 경우에는 특정 액션 (원거리 일섬 등)을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탄막 슈팅처럼 느껴졌던 도쿄와의 전투
● 왜 일섬은 지금의 형태가 되었는가? - 플레이어의 숙련도와 설계에 대해서
여기서 잠시 시간을 돌려,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왜 일섬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경되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과거 귀무자 시리즈에서 일섬은 아주 독특하고 매력적인 플레이 요소였음은 분명하다. 카운터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투 스타일은 다른 타이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이기도 했기에 당연하게 일섬을 중심으로 모든 게임 플레이가 설계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곧 하나의 문제에 봉착한다. 일섬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게임 플레이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초창기 귀무자 시리즈 (주로 넘버링 1과 2)는 일섬을 사용하지 못하는 시점에서는 게임 플레이가 반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섬이 가져다주는 손맛 그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일섬에 익숙해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제공되지 못했다.

일섬의 맛은 좋았지만, 그 맛을 느끼는 데에는 피지컬이 필요했던 전작들. 하지만 검의 길에서는 조금 다르다
개발진도 이러한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다. 귀무자 : 검의 길 이전 마지막 메인 타이틀이었던 ‘신 귀무자’에서 적용한 일섬 시스템의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섬 자체의 성능을 조금 낮추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일섬 자체를 사용하기 쉽게 만든 해당 타이틀은 그리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일섬을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은 긍정적이었으나 일도양단의 경험은 사실상 사라졌고 다수의 적들로 인해 전투의 어려움도 더해졌다. 단순히 일섬 중심이었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시스템을 새로이 단장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었음에도 시기상으로는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한 다소 낡은 부분들이 남아 있었기에 당시의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20년이 지났다. 기술은 그 사이에 엄청나게 발전했고 비주얼이나 조작 측면 그리고 게임 경험 모두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 이러한 환경에서 귀무자 : 검의 길은 지금과 같은 변화를 가미했다. 일섬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반대로 일섬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으로의 변화다.

주요 패턴을 보면 일섬만으로 파훼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카운터형 일섬은 어디까지나 선택지로 남겨뒀다
동시에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고려한 패턴 설계를 통해 자연스레 플레이어들이 일섬이라는 시스템을 경험하고 스스로 일섬의 길을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언급한 지점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귀무자 : 검의 길을 보다 완성된 타이틀로 끌어올린다. 귀무자 : 검의 길의 시스템을 분리해서 살펴보면, 카운터형 일섬이 없더라도 성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일섬을 사용하기 원하며, 일섬이 주는 강렬한 손맛을 추구한다.
한 번이라고 맛을 보면 다시는 돌아가기 어려운 경험이다. 순간적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고 화면을 수놓는 검격이 나오는 순간, 다른 타이틀에서는 맛보지 못한 달성감과 짜릿함이 혈관을 타고 흐른다. 단 한 번의 경험은 이후 플레이어가 연습할 수 있는 공간과 적들의 설계를 통해 완성된다. 일반 적들이 가하는 공격 기준 일섬의 타이밍은 보스의 공격과 입력 타이밍 및 대응이 어느 정도 맞물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반 적을 대상으로 연습하고 숙련되었다면, 보스에서도 충분히 일섬을 사용할 수 있는 구성이다.
일섬의 체득은 곧 플레이어의 숙련도 증가와 능동적인 전투 경험으로 이어진다. 일섬의 숙련도가 늘어날수록 전투는 또 다른 면을 갖게 되며, 여기에 육성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스킬의 활용도가 조금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차지 공격으로 다수의 적을 제압하거나, 용도가 다른 귀신의 무기 / 원거리 무기 등으로 전투에서 여러 선택지를 제공한다.

각종 주요 기능들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상태
그 결과, 일섬은 여전히 중요하고 활용되지만 강제적이지는 않은 위치에 자리한다. 쳐내기와 받아 넘기기 그리고 회피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졌고 여기서 공격이라는 액션(기염과 같이)과도 맞물린다. 여러 선택지 속에서 일섬은 리스크가 있지만 메리트가 확실한 형태로 자리를 잡았고 그렇기에 우리는 일섬의 손맛을 추구하고 연습하는 흐름으로 귀무자 : 검의 길을 즐기기 시작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모든 보스를 일섬으로 잡아보자’라는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2회차에 추가되는 귀살 난이도를 클리어 하면 일섬 타이밍을 완화시키는 비사문검까지 제공되기에, 플레이어가 일섬의 맛을 경험하고 스스로 도전적이고 즐거울 수 있는 경험을 찾는 것까지 이어진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명확하다. 귀무자 : 검의 길이 보여주는 전투 경험 그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무사시의 말마따나, 칼싸움? 재미있기 때문이다
● 다소 어색한 반픈월드 ‘교토 동부’ - 음... 차라리 없어도 될 뻔했다
귀무자 : 검의 길은 분명 전투 측면과 전투 관련 사항들의 단계적 설계에서는 충분히 고평가를 할 만한 지점들이 있다. 하지만 월드의 구성에 있어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이번 작품에서는 소규모 오픈월드인 ‘교토 동부’를 중심으로 각 스테이지에서 전투를 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무언가 사건이 벌어지고 - 개별 스테이지로 이동하며 - 보스전을 마치고 다시 교토 동부의 육도진황사로 귀환하는 흐름이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토동부에 너무도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 교토 동부는 각종 서브퀘스트와 강화를 위한 재료들 그리고 찾아야 하는 수집 요소들이 자리한 공간이다. 이야기 진행에 따라서 목표가 명확하게 주어지고 교토 동부 내에서 갈 수 있는 공간들이 조금씩 확장된다. 이야기 진척에 따라서 새로운 능력을 개방하고 스킬트리가 확장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교토 동부보다 별도 스테이지 공간이 더 인상이 남는 편
서브 퀘스트의 경우 신규 개방 지역을 중심으로 소소한 이야기들을 제공한다.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인물이 등장해, 교토 지역의 민담이나 일부 설화등을 소개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다만, 각 퀘스트의 흐름이나 목적이 그리 흥미롭지는 않다.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스쳐지나갔던 NPC들이 나오는 정도에 그치며, 대부분의 플레이가 이동 - 적 제거 - 복귀라는 구조를 따르고 있다. 그 보상 또한 일부 부적과 강화에 들어가는 재료 정도다.
모든 구역이 개방되면 생각보다 넓은 교토 동부는 단층 집들이 주로 자리한다. 하지만 구조 자체는 일종의 미로형 퍼즐처럼 활용된다. 막혀있는 문이 있을 경우에는 사다리나 개구멍을 통해서 진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갈 수 없는 장소들을 이용해 플레이어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퍼즐로 작동하도록 했다. 탐험이 이루어지는 역할이자 재생성되는 적들과의 소규모 전투 + 단편적인 돌발성 이벤트들이 거리 곳곳을 채운다.

교토 동부는 지옥창, 뱌쿠에, 보물상자 등 비슷한 구성의 반복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얻는 보상이 그리 유의미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종의 그라인딩이라고 표현을 해도 될 것 같다. 단순히 강화용 재료를 얻거나 스킬 트리 일부를 개방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될 뿐이다. 이외 나머지 요소들은 일부 재생성되는 상자를 열어 소모품이나 재료를 획득하는 정도에 그친다.
반대로 스테이지의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한 번 스쳐지나가는 구간임을 생각하면, 길을 이리저리 돌아가면서 전투를 진행하거나 퍼즐을 푸는 경험들이 이어진다. 단순히 전투의 연속만이 아니라 여러 활동이나 경험을 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기존에 진행한 스테이지가 교토 동부에서 서브 퀘스트로 재활용되는 등 반복적인 플레이와 활용이 다소 어색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각 퀘스트가 크게 의미가 없는 경우 (활의 달인이라거나)가 대부분이므로 더더욱 그러하다.
문제가 더 심해지는 것은 2회차다. 귀살 난이도에서는 스킬과 회복 아이템인 꽈리 주머니의 강화 그리고 수집물인 고려견 정도는 유지되지만, 장비의 강화 수치가 계승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플레이어는 2회차에서 다시 강화를 하기 위해 서브 퀘스트를 반복해야할 수도 있다. 그리 긍정적인 경험을 주지 못한 것들을 다시금 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결국 그라인딩이 되며, 강렬한 전투와 비교해 지루하다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딱히 유의미하지는 않은데, 있으니까 했던 고려견 찾기
● 검의 길을 더 풍족하게 만드는 것들 - 표정과 연출 그리고 애니메이션 전반
강렬한 귀무자 : 검의 길의 액션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것은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다. 특히 미야모토 무사시는 캡콤이 지금까지 선보인 역대 게임 주인공 중에서도 가장 풍부한 표정을 보여준다. 1954년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의 ‘미야모토 무사시 (영어명 : 사무라이, Saumrai)’ 영화를 통해 미야모토 무사시를 연기했던 미후네 토시로는 작고한 이후에도 귀무자를 통해 그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물론, 개발진이 미후네 토시로를 선택한 데에는 단순히 그가 과거에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은 아니다. 거칠고 야성적인 시기의 미야모토 무사시를 그려내기 위함이었으며,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인물이었기에 미후네 토시로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언급한 바 있다. 그렇기에 이번 귀무자의 미야모토 무사시는 1950년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촬영된 동명의 영화에서의 미후네 토시로의 얼굴보다는 ‘7인의 사무라이’에서 그가 열연했던 키쿠치요에 조금 더 닮아있다. 순박하면서도 괴팍한듯, 치기를 가진듯 하면서도 풍부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상에 가깝다.

미후네 토시로가 연기했던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의 '미야모토 무사시 완결편 - 간류섬의 결투' (1956년)
아무튼, 미후네 토시로의 얼굴을 한 미야모토 무사시는 검의 길만을 추구하는 일종의 구도자적 성격을 여전히 유지한다. 귀신의 힘을 부정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때로는 그 과정에서 방황하기도 하는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미야모토 무사시를 그려낸다. 진흙밭을 구르고 도망치며, 당최 검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어리숙한 일면도 보여준다.
물론, 미야모토 무사시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은 플레이어를 위한 설정이다. 일본의 역사적 인물들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그래서 그게 누군데?’라는 질문을 대신 전달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별도의 문서로 사실을 설명하기 보다는 컷신을 통해 자연스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니... 무사시, 너 나중에 노를 가지고.. 아니다 됐다
이 모든 장면들은 사실 크게 완성도가 있다고는 평가하기 어려운 귀무자 : 검의 길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풍부한 것으로 인식시킨다. 섬세하게 구성된 연출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클로즈업을 통한 감정전달은 단순한 이야기를 각별한 것으로 만들 정도의 위력을 가진다.
게임 플레이 사이에는 빨리 넘기기가 되지 않는 -스킵만이 가능한- 컷신들이 자리한다. 컷신들에서는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와 숙적인 사사키 코지로(간류)는 물론이고 요시츠네와 같은 악역들들이 다양한 표정과 연출을 선보이면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보다 강렬한 감정의 이유는 콧잔등의 주름과 광적인 안광, 그리 미묘한 움직임 등에서 기인한다
여러모로 영상적인 면에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구간들이 많은 편이다. 그 사이 게임 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아주 세심하게 감정을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구간은 큰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던 완갑녀, 시즈카의 표정 변화다. 분노를 억누르며 입술을 깨물고 분노를 참아내는 모습을 세심하게 표현하면서 사실 별 것 아닌 이야기에 설득력을 몇 배는 부여했다.
또한 전투 과정에서 섬세하게 구분되는 애니메이션이 전투의 경험을 끌어올린다. 순간적으로 지나가기에 인식하기는 어려우나, 동작이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검격과 검을 내리 베는 무사시의 애니메이션, 보스들이 공격하는 애니메이션과 여기서 이어지는 순간적인 장면들 모두가 전투의 스릴과 경험을 몇 배는 끌어올리고 있다.

여러모로 놀라웠던 시즈카의 감정표현
● 20년만에 돌아온 귀무자, 그 찰진 손맛! - 귀무자 : 검의 길
정리하자면, ‘귀무자 : 검의 길’은 20년 만에 돌아온 타이틀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어떠한 경험을 전달해야 했는지를 충실하게 증명한 타이틀이다. 과거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일섬의 정체성은 폭을 달리해서 게임 내에 활용된다. 어느 정도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검극’을 게임 내에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일섬으로 적을 베어내는 맛은 물론이고 받아 넘기기와 쳐내기 그리고 회피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들이 복합적인 선택지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보자면 일섬의 정체성을 줄이는 것에 가까워질 수 있었겠지만, 여전히 일섬의 정체성은 유지된다. 적의 역동을 깎아 날리는 것도 일섬이며 회피 이후 이어지는 것도 일섬이다. 다른 종류의 일섬과 연계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베어내는 맛과 검극의 정체성은 귀무자 : 검의 길이 충실히 지켜내고 새로이 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붕괴일섬도... 일섬이얏!
단순한 이야기와 다소 부족한 오픈월드에서의 구성, 액션의 변주보다는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스킬트리 등은 지적할 만한 지점이지만, 그 모든 단점을 전투의 즐거움이 덮는다. 시리즈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폭을 넓혀낸 귀무자 : 검의 길이 보여주는 액션은 그만한 가치를 가진다. 더불어 심심할 뻔한 이야기는 풍부한 표정변화를 보여주는 인물들과 순간적으로 강렬한 대사와 연출로 보완하며, 20~30시간 남짓한 1회차 플레이의 경험을 몇 배는 강렬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귀무자 : 검의 길은 마지막 작품 이후 20년 동안 캡콤이 시리즈의 변화와 재탄생을 고민하며 내놓은 아주 좋은 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답을 통해서 귀무자의 일섬은 요즘 세대에 맞게. 그러면서도 과거의 정체성과 그 기획 의도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존재로 탈바꿈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사실상의 리부트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시리즈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확장한 ‘귀무자 : 웨이 오브 더 소드’는 이제 그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나의 검을 사용하던 무사시는 이제 두 개의 검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인간과 환마 그리고 귀신의 3파전 구성에서 새로운 존재가 언급되었고 단 하나의 사건만이 마무리 되었을 뿐이다.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언급과 소재들로 후속작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만큼, 부디 무사시의 검의 길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쭉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