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30여년 전에 슈퍼게임이라는 게임잡지가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분들도 여럿 계시겠지요.
PC엔진 게임의 비중이 유난히도(희한하게) 높았고, 게재된 작품이나 사진 등의 수위가 다른 게임잡지들보다 다소 어덜트한 물건이었습니다.
정작 기사의 수준은 그 시절 기준으로도 평균 미만이었습니다만.
1993년 8월에 창간을 한 잡지인데, 그 전에 존재했던 겜통이라는 잡지의 후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 위키에서는 겜통이었던 기간까지 쳐서 92년 11월을 창간일로 기재해 놓았던데,
일단 슈퍼게임으로서 창간된 것은 93년 8월이고, 잡지 자체도 해당 제호를 창간호로 박아놓고 있으니 창간호로 보는게 맞지 싶습니다.
창간호 표지는 춘리 누님이 장식하고 계셨드랬습니다.
아무튼 말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니고...
아시는 분은 아시는 졸업卒業 이라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습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이후에 등장한 육성 시뮬레이션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물건이 아닐까 싶은데,
여고생 다섯 명을 육성하는 게임이라고 하면 바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 슈퍼게임이.
창간호부터.
그 게임의 일러스트집을 냅다 부록으로 내놓는 용자스러운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게임 일러스트집 하나 부록으로 내놓는게 뭐 그리 용자스러운 짓인가 하고 물음표를 띄우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이것이. 1993년에 발간된. 전연령 대상(일단은) 게임잡지의. 창간호 부록의 앞표지와 뒷표지입니다.
빨간딱지가 붙을 듯한 부분은 제가 잉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리터칭을 했으니 안심하고 후방주의에 매진하셔도 됩니다.
서점 주인 아저씨의 손에서 책을 넘겨받는 순수한 소년의 심장이 어찌나 요동치던지...
어릴 때부터 예쁜 눈나들을 좋아했던 죄밖에 없었습니다만, 책 하나 사는 것이 그렇게 죄스럽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눈나들보다 제가 나이가 많아질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드랬네요.
각설하고, 표지부터가 일단 감추고 자시고 할 생각도 없이 냅다 질러버린 이 얄팍한 부록 책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원작 일러스트를 가져와서 게재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잡지사의 누군가가, 또는 외주 인원이 트레이싱 한 그림을 게재한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젠장. 그런 것쯤은 알아챘어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일단 표지를 넘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접 보셔야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보지 않고도 판단 가능한 일반인이라면 행복하겠습니다만.
....정겹습니다. 그립습니다. 핸드메이드 트레이싱의 자태가. 마커 채색의 수제향기가 그윽합니다.
일러스트의 퀄리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 몰골인데, 정들면 고향이라고, 보다 보면 그냥 볼 만합니다. 대충. 웃음도 나오구요.
다시 말하지만 이게 트레이싱한 물건이라는 것쯤은 알아챘어야 하는데 젠장 난 그 사실을 몰랐어.
(비교용)
그런데, 좌측 페이지의 문구에서도 보이듯이 이건 무단 도용해서 내놓은 물건은 아니구요,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려 원작 제작사인 헤드룸에서 라이센스를 받아서 한국 잡지사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당당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무려 라이센스 생산 제품이었습니다.
품질은 어쨌든간에 진짜로 따오판이 아니었어요.
슈퍼게임 구독자 여러분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도 됩니다.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다른 일러스트도 안 보여 드리고 끝내 버리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괜한 자격지심에 몇 장 더 보여 드리자면...
여담이지만, 뒷표지에는 세심하게도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누가 이 게임을 들여올 생각을 했을까요.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지만 누가 그런 용기를 보일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해냈다. 해냈어. 럭키금성이 해냈어.
해냈다. 해냈어. 또 다시 해냈어.
걱정하지 말아요. 엘지가 이겨요. (LG WING)
승리하는 그곳에 엘지가 있어요. (가을야구)
후일담 : 슈퍼게임은 바로 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먹고 다음 호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말았습니다.
타케이 마사키 이때 정말 쩔어줬는데..
겜통인가... 그것도 얘네랑 같은 출판사였던가요? 표지일러를 직접 그렸던거 같은 기억이 있는데 이미 선례(?)가 있었나 보네요.
겜통은 나름 일러스트 질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당ㅎㅎ
와.. 겜통 기억하시는 분들 계사구나..ㅎㅎ 그거 창간호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줬던가요? ㅎㅎ 그거 하나 기억에 남네요..
<겜통>에 삽화랑 만화 그리던 데에 <그림동아리 태극>이란 데가 있었는데 박성우 작가도 여기 출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출판사가 같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겜통은 딱 한 번 사 봤었는데, 표지는 랑그릿사 일러스트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았습니다. 트레이싱한 일러와 판권 일러를 번갈아가며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 이거 낚여서 샀던 기억이 있네요. 막상 받아본 부록이라는 게 너무나 원판과 다른 질 낮은 일러스트라 맘 상했던.ㅎㅎ
조금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원래 이런 건가 보다 하고 넘기고 살아온... 비교해 볼 만한 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었드랬지요.
타케이 마사키 이때 정말 쩔어줬는데..
화풍이 막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던 찬란한 시기...
나도 샀었는데...
부끄러움을 함께 나눌 동지셨군요.
그림 그리는데 참고한 모델이 좀 많이 떡대였나 보네요 지금 봐도 그때 당시 그림체는 팔뚝이 좀 많이 튼실했다고 생각합니다 ㅎ
그림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눈대중으로 따라 그린 느낌이지요.
PC엔진으로 열심히 했죠 그리고 동급생도 했는데 검은화면...ㅠㅠ
저 시절 PC엔진을 잡지로만 접했던 저에게 PC엔진이란 물건은...아아 마치...
졸업... 탄생... 프메 1~3 각 기종별로 소프트 수집해서 보관중이네요 ㅎㅎ 90년대에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우왕... 헤비컬렉터시군요. 부럽습니다....
웃자고 올려주신거죠? 고3때 학교 앞에서 팔던 졸업 일러스트 들어간 시험지 빠우철이 저거보단 낫겠군요. 겜잡지에 간간히 찌그러져 박혀있을 그림 오랜만에 봅니다. 덕분에 간만에 눈 씻으러 갑니다.
돌이켜보면 저 시절엔 드문 일도 아니었던지라... 눈물을 쏟을 정도로 웃으셨다니 뿌듯합니다.
굳이 일러스트를 다시 그려서까지 부록으로 낸 이유가 뭘까요. 비용 때문일까요. 그래도 그림 좀 그려본 사람이 한 것 같은데 그린 사람 이름도 표기했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 바닥 생리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뭔가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하면 원인의 대부분이 비용문제이기는 하지요...
동급생 야겜
그런 분에게는 12세 등급 동급생2 부록을 보여 드립니다.
어머어머 야해~헨타이
세턴에 졸업 실사판 겜이 기억나는군요.. 실사판 여성글 퀄은 고사하고 뭔가 이상한 ? 허허허; 잘보고 갑니다
보다 보면 정들게 된다는 졸업R... 충격의 리얼리티...
지금 책꽃이에 있는 일러스트집을 여기서 보게될줄이야
같은 추억을 공유하시는 분이군요. 반갑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국내 정발인데 애들이름이 일본이름 그대로 나와있는게 신기하네요 ㅎㅎ 2에선 다들 한국식이름으로 개명됐었던걸로 기억나는데
저 잡지 나왔을 땐 아직 정발되기 전이었고 나중에 PC판이 정발됐을때는 '든든하게' 로컬라이징 되었습지요. (나혜린, 정이슬, 이아람, 하지영, 유소연)
저딴 짝퉁 일러스트를 왜 부록으로 줬는지 참 모를일이군요. 사장이 그냥 무식했던건지.
시절이... 그러한 시절이었던 것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