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비틱질을 좀 하겠습니다.
본가에 채식주의자 있어서 돈 굳었지롱
퍽
아무튼, 저는 한강 작가 부친인 한승원 작가의 소설 '앞산도 첩첩하고'를 읽어봤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동백꽃을 좀 질척질척하고 암울하게 바꾼 소설입니다.
향촌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신분 차로 인한 갈등이 맵거든요.
주인공 달병은 라디오에서 틀어져 나오는 국창(國唱) 임방울의 소리를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재주가 있었는데, 하필 일이 하나 터집니다.
주인집 앞에서 모내기하면서 소리를 하다가 마을에 '달병이 소리로 주인집 딸인 장례 꾀어냈다'는 헛소문이 돌아 주인에게 얻어맞고 쫓겨납니다.
동백꽃에서 주인공이 '점순이랑 잘못 엮이면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라고 걱정하는 장면이 달병에겐 현실이 되어버린 겁니다.
처음엔 언감생심이라 애써 부정하고 있었지만 625가 터지고 남편을 잃은 채 친정으로 돌아온 장례를 보자, 달병 자신도 장례를 연모하였다는 것을 뒤늦게 자각하곤 둘이 야반도주를 합니다.
그렇게 장례는 딸을 낳다가 일찍 죽고, 달병이 어찌 딸을 홀로 키우지만 그 딸은 부모의 전철을 밟듯 떠돌이 레코드 장수와 정분이 나서 가출을 하죠.
막막한 마음에 달병이 소리를 할 때의 대목이 '앞산도 첩첩하고, 뒷산도 첩첩하다' 즉 아비 삶이나 딸의 삶이나 똑같다는 한탄이었습니다.
사실 왜 하필 임방울이었을까 생각을 해 봤는데, 발단 시점이 1930년대로 이미 임방울이 전국구 명창으로 이름을 떨칠 (임방울의 데뷔는 1920년대) 시기이기도 하고, 한강, 한승원 작가님이 광주 연고라 그리 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족이지만, 광주송정역 지하철 역사에 가시면 임방울 박물관이 있습니다. 광주 오시는 분들은 한 번 찾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