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킬로그램에 달하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신기한 물건이 바로 자동차이다. 이 자동차는 탈것의 기능 외에 경주용, 관상용(?), 살인용(???)으로까지의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는 현대사회에선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야 말았다.
현실을 반영하는 게임에서도 이 자동차는 매우 유용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많은 레이싱 게임이 등장했으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게이머들은 거금을 투자해 고가의 레이싱 휠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고, 최근에는 포스 피드백같은 전문 시뮬레이터의 기능까지 도입한 첨단 휠들이 시장에 많이 나와있다.
이러한 레이싱 게임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이 레이싱 게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현실의 충실한 반영인 시뮬레이터 계열과, 현실을 반영하되 독자의 개념으로 초보자도 손쉽게 즐기는 아케이드 계열이 그것이다.
시뮬레이터 계열의 선두주자는 단연 그란투리스모라고 할 수 있다.(PC쪽에는 GPL이나 나스카같은 걸출한 시뮬레이터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콘솔게임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PS로 등장해 천만장이상 팔아치운 이 경이의 게임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라고 칭할 정도로 드라이빙 그 자체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고차를 사고팔고, 세세한 부분까지 튜닝하고, 심지어는 세차까지 할 수 있는 게임 외적인 부분 외에, 코너를 자로 잰듯이 정확하게 빠져나가고 브레이킹과 엑셀레이팅을 컴퓨터같이 철저하게 해서 속도손실을 최대로 줄이며 코너를 빠져나가는 게임 내적인 부분까지, 부분부분이 디테일하면서도 현실을 최대한 반영한 그 게임성은 아직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뮬레이터 계열에 반기를 든 아케이드 레이싱들이 있었으니 그 대표로는 릿지레이서를 꼽을 수 있다. 코스를 읽거나 자로잰듯한 정확한 브레이킹이나 핸들링이 없더라도, 그냥 휙 핸들꺾고 브레이킹적당히 하면 누구라도 멋지게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게임. 그란투리스모를 하며 머리털 다 빠진 사람이라도 멋진 속도감을 만끽하며 그림같이 코너링이 되는 이런 "쉬운"게임이 인기를 못 얻을리는 만무하다. 역시 아케이드 레이싱 장르도 나름대로의 유저층을 확보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발전은, 게임의 탈 장르화를 급속히 부추긴다. 거기에, 레이싱 자체가 가지는 "매니악함"때문에 수요층은 항상 고정되어 있었고, 이에 레이싱 게임은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야 했다. 그에 따라 등장한 게임들이 스타워즈 에피소드1:레이서나 에프제로같은 미래형 레이싱, 마리오카트나 매드대쉬 레이싱같은 카트 레이싱, 수상스키나 심지어는 자전거 레이싱까지도 변화의 폭을 넓혀왔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격투 레이싱인 "디스트럭션 더비" 출시예정인 "플랫아웃" 그리고 지금 소개할 "번아웃3"이 홀연히 등장해 유저들의 큰 호응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경쟁자를 "추월한다"와 "날려버린다"의 차이
번아웃의 기본 골격은 아케이드 레이싱에 기반한다. 놀랍게도 이 게임에는 기어 변속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강제로 오토매틱에 설정되어 있어 유저 임의로 기어를 바꾼다던지 하는 행동은 불가능하다.(후진은 그냥 브레이크만 누르고 있어도 가능하다.) 다른 게임에서는 어렵거나 힘든 드리프트도 적당히 핸들을 꺾거나 브레이킹을 해서 가능하며, 벽에 긁는다고 해서 심각하게 속도가 떨어지거나 하는 일도 없고, 레이스 로드는 전체적으로 넓어서 길따라 가는것 자체도 크게 어렵지 않다. 게다가 부스트도 있기에 가속에 드는 시간도 엄청나게 짧아진다.(시속 200킬로미터로 가속하는데 채 3초도 걸리지 않는다.) 부스트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드리프트, 역주행, 아슬아슬한 추월등의 위험천만한 테크닉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짜릿함은 쉽사리 패드를 놓지 못하도록 게이머를 옭아맨다. "더 많은 위험은 더 많은 보상"을 준다는것을 꼭 기억하도록 하자.
이 게임에는 다른 게임에는 없는 특별한 것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테이크다운"이다. 경주중 상대편 차량을 들이받아 벽이나 다른 차량에 밀어버려 "작살을 내는"게 가능하다. 이번 번아웃3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로, 흡사 격투게임을 하듯 공격적이고 격렬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물론, 플레이어의 차량도 상대차량에 의해 개박살이 나기 십상이므로 방심은 금물. 역주행, 차사이로 빠져나가기, 드리프트, 감속등의 다양한 테크닉으로 상대방에게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라이벌차량을 작살내는 쾌감은 형언할 수 없을만큼 강렬하다. 앞서 달리고 있다가 주위 차량이나 배경을 들이받아 사고가 났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애프터터치"가 있기 때문이다. 흡사 맥스페인의 불렛타임을 연상케하는 이 기능은, 시간을 느리게 만들면서 사고가 나서 뒹구는 플레이어의 차량을 어느정도 조절할수 있게 함으로서 뒤따라오는 플레이어의 라이벌에게 뛰어들어 연쇄 추돌을 일으킬수 있는 기능이다. 테이크다운도 쾌감만점이지만 애프터터치 테이크다운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강렬하고 신난다.
또한 이번작의 특징중 하나로 아드레날린을 들끓게하는 강렬한 속도감이 있다. 그냥 엑셀레이터만 밟아도 다른게임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지만, 여기에 부스트까지 당기면 그야말로 주변 경관이 총알같이 지나간다. 이렇게 고속의 스크롤링을 함에도 불구하고 배경이 깨진다거나 하는 일은 일절 없다. 소닉 어드벤쳐를 처음 봤을때의 그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게임 전체가 60프레임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스크롤을 경험할 수 있다. 도로를 주행하는 다른 차량을 주의하며 달릴때의 그 쾌감은 여타의 레이싱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하고 독특한 체험이다.
대혼란을 일으켜보자 : 크래쉬 모드
레이싱 게임인것은 분명하지만, 이 게임은 여러가지 다른 모드들을 담고 있으며 이런 모드들이 모여 완성된 게임플레이를 제공한다. 게임 진행은 일단 지역을 선택한 뒤 레이싱 맵을 골라 할당된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임무는 꽤 다양하다. 일단 레이스는 말 그대로 레이싱을 펼치는 것으로 등장하는 다른 라이벌들을 작살내고 1위를 차지하는것이 주 목적이다. 로드 레이지는 제한시간내에 가능한 많은 라이벌을 테이크다운시키는것이고 시간안이라도 플레이어 차량이 파괴되면 그대로 종료된다. 페이스오프는 1:1대결로 상대방과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이며 상대보다 먼저 골인하는것이 목표. 그랑프리는 레이스 모드가 몇번 반복되는 것으로 각 레이스마다 일정한 승점을 얻어 최종적으로 승점에서 1위가 되는것이 목표이다. 그밖에 스페셜 이벤트나 핫랩은 제한시간 내에 레이스맵을 완주하는것이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는 크래쉬 모드가 있다. 주어진 맵과 차량으로 초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모드로, 맵에 배치된 다양한 아이템들을 먹으면서 가능한 많은 차량을 사고에 휘말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휘말린 차량들은 크래쉬머니로 환산되어 새로운 차량을 언락시키는데 쓰인다. 이 모드를 진행하다 보면 어떻게 들이받아야 더 많은 차량이 휩쓸릴지, 탱크로리를 폭발시킬지 등을 머리싸매고 고민하게 될 것이고 마침내 고득점을 획득했을때의 쾌감은 모든 스트레스를 일거에 날려버릴 정도로 강할 것이다. 덤이지만, 크래쉬 모드는 크래쉬 파티라는 모드에서 8명까지 한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진행이 가능하며 온라인에도 대응된다!
약간의 아쉬움 : 옥의 티는 더 크게 보이는법
이렇듯 강렬하고 스피디한 게임플레이로 플레이어를 빨아들이는 수작인 번아웃이지만, 몇가지 드러나는 단점도 눈에 띈다.
먼저 눈이 아픈 그래픽을 들 수 있다. 보통 게임에서는 포그나 LOD를 이용해 가리는 원거리 오브젝트까지도 처리하기 때문에 자글자글한 도트가 심하게 띈다. 게다가 온 화면에 특수효과가 걸리기 때문에 이런 자글거림이 더욱 심화된다. 장시간 플레이할 경우에는 한시간 플레이후 십분쯤 쉬어줌으로서 눈을 보호하는게 현명할듯 싶다.
두번째로 진동이 너무도 약하다. 추돌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드리프트할 때나 부스터를 당길 때 진동이 너무도 미약하다. 아예 없다시피 할 정도이다. 이런 문제점은 차후 패치를 통해 보완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번째로 라이브 기능이 약간 조악하다는 것이다. 문자 메일을 보낼 수 있는점은 본인같이 헤드셋이 없는 사람에게는 꽤나 유용하지만, 국가별로 로비가 있다거나 참여하려는 방의 핑이 표시되지 않는것, 게임이 종료되었을때 일단 로그아웃이 되었다가 다시 로그인하는 점 등은 옥의 티로 보인다. 물론, 워낙 휼륭한 게임이기에 이런 자잘한 단점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는 점은 어쩔수가 없지만 말이다.
운전 전에는 절대로 플레이하지 말것
지금까지 새롭게 등장한 번아웃3의 면면을 살펴 보았다. 이번작은 전작과 비교해 더욱 세련된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중무장해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의 모습을 과시하는데 있어 부족함이 없다. 비록 사소한 문제점이 보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 커다란 지장이 없고 또 그런 단점을 덮어줄 멋진 플레이가 있기에 번아웃3와 함께하는 여러분의 겨울은 후끈하다못해 패드가 녹아내릴만큼 강렬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래픽 4/5
사운드 4/5
게임성 5/5
이런 사람이라면 : 화끈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이런 게임을 좋아하면 : 릿지레이서, 디스트럭션 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