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폴 1회차 엔딩 소감
마침 추석 명절이라는 황금과도 같은 시기에 발매해 줘서 바짝 달려 엔딩까지 보았습니다. 스토리가 핵심인 게임인데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게 몰아서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면 게임을 엔딩까지 달리는 추진력이 0이 되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에요. 할 수 있는 만큼 여기 저기 맵을 뒤져가며 플레이를 해서 나온 초회차 클리어 시간은 17.5시간. 플레이 타임을 고려해보면 제 기준에는 가격 대비 분량은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그럼 게임 엔딩을 보고난 직 후, 날 것 그대로의 소감을 몇 글자만 적어보겠습니다.
<소감을 적기 전에...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의 관점에서 쓰였는가 하면>
- 공포게임을 해도 무서워하지 않지만, 공포게임만이 갖고 있는 무거운 스토리들이 재밌어서 호러 게임을 좋아함.(죽어서 체크포인트 가는 것만 무섭습니다.) 그저 잔인하기만 하거나, 점프 스케어류는 감흥이 없어서 좋아하지 않음.
- 사힐 1~4, 홈커밍, F, 2 리마스터 플레이 해봄. 이 중에서 1~3과 F는 모든 엔딩, 홈커밍은 1회차 만, 2 리마스터는 1회차에 볼 수 있는 엔딩들만 세이브 활용해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는 사일런트 힐 2.
- 퍼즐 푸는 것 좋아함. 액션 좋아함.
<스토리(스포 없이 담백하게)>
평소에 의식해보지 않은 소재를 활용해 사건 등을 구성했다는 것은 흥미롭고 인상 깊었지만, 양파와 같이 까면 깔 수록 계속 뭔가가 나오는 스토리인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상상도 못한 정체 ! ㄴㅇ0ㅇㄱ 이런 스토리까진 아니란 거죠. 그래도 엔딩까지 도달해서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는 플레이어의 호기심과 동기를 충분히 자극하는 구성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서술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두루뭉술해도 플레이어가 추론하기를 포기하게 되고, 안봐도 비디오일 정도로 단서를 직접적으로 제시해도 플레이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즐거움을 못 주기 마련입니다. 그 밸런스는 잘 맞춰준 것 같아요.
<게임플레이>
사일런트힐 F에서 여고생무쌍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액션성이 상승곡선을 찍던 시리즈가 이전 작들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의 은신 위주의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빈약한 무기 내구도, 야박하기 짝이 없는 원거리 무기의 탄약량, 일반인 답게 어설픈 주인공의 막기 모션과 맞으면 억소리나게 높게 설정되어 있는 일반 크리처들의 데미지 등.
공포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어느 정도까지 저항 수단을 부여하느냐는 게임 제작자들에게 큰 고민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균형을 잘못 잡아도 플레이어는 공포 게임 안에서 퇴마록을 찍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러한 은신 위주의 설계는 긴장감과 스릴에서 재미도 잡으면서, 쫒기는 입장에서 받게될 공포심을 살리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이번 타운폴은 배치된 크리처의 수나 크리처의 움직임이 과하지 않아서 숨바꼭질에서 오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죠.
다....그 놈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 놈이 나오고 나서부터는 유독 늘어지는 게임의 진행 속도로 인해 지쳐갔으며, 긴장감과 스릴은 온데 간데 없고 지긋지긋함과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그 놈... 그.....ㄴ...묵직한 그...놈...
서바이벌 호러 게임에서 호러는 맛보고 싶지만 퍼즐풀이에 스트레스 받는 플레이어를 위해 게임 핵심 힌트 내용을 붉은 글씨로 하이라이트 해주는 옵션이 있어 유용했습니다. 옵션을 켜서 해보니 하이라이트 된 내용이 직접적으로 퍼즐의 해답을 알려주고 있어 퍼즐 불호인 분들에 대한 사힐 문턱을 낮춰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 옵션이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퍼즐 풀이를 보장해 주지는 못합니다. 게임 후반부에 등장하는 몇몇 퍼즐은 그 퍼즐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라고 제공된 것도 부실하고, 지레 짐작으로 퍼즐을 풀어는 냈지만 당최 납득이 안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옵션은 마지막까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한다고 느껴졌습니다.
후반부 퍼즐을 제외하고는 퍼즐을 푸는 맛은 꽤 쏠쏠해서, 게임 제작자들과 두뇌풀가동 대결하고 싶으신 분들은 끄고 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저는 이번 추석에 어떻게든 엔딩 봐야 했기에 시간 절약 하려고 옵션 켜고 했지만요.)
<그래픽과 디자인, 사운드>
이정도면 사일런트 힐 답게 으스스한 분위기는 플레이 전반에서 잘 느껴지도록 표현한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말초신경을 긁는 듯한 사운드 효과도 여전했습니다. 특히나 은신이 강제되는 플레이 스타일 상, 주변 소리에 더욱 귀를 곤두세우고 집중할 수 밖에 없어서 사운드에서 오는 찝찝함을 온전히 맛보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유독 강했던 조명과 적은 크리처의 종류. 붉은 색을 통해 강렬하고 불길한 색감으로 이면세계를 표현한 건 이전 작품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전 작품들은 구조물들을 덮은 텍스쳐를 통해서도 붉은 색감을 묘사했다면 이번 작품은 주인공의 안경을 붉은색 선글라스로 씌워버린 듯한 느낌으로 표현해서 아쉬웠어요.
그리고 크리처의 종류는... 플레이어가 적극 저항을 못하니 너무 늘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는 사일런트 힐을 할 때마다 '대체 무슨 약을 드셨길래 이런 형상을 떠올리셨어요?'라는 기대감을 갖고 플레이를 하는 편인데 이번엔 너무 적어서 섭섭~합니다.
<사소하지만 거슬리는 것>
- 찬장과 락커 등을 뒤질 때마다 왜 자꾸 사이먼은 냅다 선반에 코를 들이 박고 뒤져보는 것인가... 시점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확대되는 부분이 매번 불편합니다.
- 세이브 할 때마다 100누르고 발신음 기다리고 나서야 세이브 창이 뜨는 점. 저는 성격 급한 한국인이 맞습니다.
- 게임 진행하며 찾은 문서를 스토리 파악하려고 다시 읽어볼 때 UI가 불편했습니다. 찾은 문서가 한 개, 두 개도 아닌데 찾은 문서를 페이지 넘겨가면서 쭉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처럼 하나씩 선택해서 조사해서 번역된 문장 띄워서 읽어야해서 많이 번거롭더라구요.
<마치며>
- 호러게임으로서 재미나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나왔습니다. 호러 게임 찾는 이들에게 추천추천.
- 사일런트힐 시리즈가 잊혀지지 않고 꾸준히 신작이 발매되고 있어 기뻐요. 이 기세로 사힐1이든 3이든 리마스터 부탁합니다 코나미이...
- 그 놈만 아니었으면 2회차 바로 달렸을텐데, 그 놈 나오는 구간에서 매번 진이 빠져서 선뜻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회복시간이 필요해요. 1회차 깨고 특전무기 얻으면 좀 편안하게 2회차 돌려볼까하고 기대했는데 루리웹 게시판에 올라온 엔딩 조건 팁을 보니 도움도 안될 것 같아 보여 더더욱 다회차 돌릴 기력이 없어 요원해졌습니다. 시무룩해진 것은 덤.
- 막 1회차 깨고 거칠거칠하게 정돈되지 않은 첫인상을 가지고 써본 소감입니다. 반박시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이 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