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진모 작가님의 의도와 100%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과장된 생각일 수도 있고 아전인수, 내지는 침소봉대 격인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주시지 마시고 그냥 흥미본위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첫째로, 483화에서 나오는 나레이션인데
483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유선과 제갈량의 대립이 단적으로 나온 것을 볼때(피냄새를 향으로 가리는 제갈량 vs 향냄새에 감춰진 피비린내를 맡고 콜록거리는 유선)
위의 독백은 단순히 작품 밖의 나레이션이 아니라, 훗날 [후출사표]를 받아든 유선 시점에서 말하는 독백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미래의 어느날, 북벌을 나간다며 [후출사표]를 올린 제갈량. 그 표문을 받아든 장성한 유선은 후출사표를 읽으면서 혀를 끌끌차는 것이다.
'국궁진췌(죽을 때 까지 몸바쳐 일하다)는 무슨.. 언제나 하는 일이라고는 사람 죽이는 일 뿐이면서'라고..
이런 해석이라면 참..하...
각설하고, 화봉요원이 삐딱한 냉소주의를 면면이 보여주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61권은 너무나도 뾰족하다.
여러 충격적인 장면도 그렇지만, 61권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을 모조리 까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전쟁을 하는 제갈량을 보고 '나쁜 사람'이라 하는 유선
483화의 일부 해석을 따를 경우, '나쁜 사람' 제갈량의 [국궁진췌]를 매일 같이 죽음을 만들어 내는 작업으로 낮잡아 보는 유선.
하지만 작가의 시선에선 그런 유선조차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작가님은 검은 바탕의 후어(後語)를 통해 유선을 통렬히 비판한다.
굳이 흐를 필요 없는 피를 만들어 내는 제갈량이 나쁜 사람이다? 그럼 그 제갈량이 만들어낸 피로서 호의호식하는 유선 너는 뭐냐고.
전쟁이 나쁘다, 사람이 나쁘다 운운하면서 정작 아버지 유비와, 아버지같은 사람 제갈량이 만들어낸 부산물을 누리는 너는 뭐냐고.
기골(骨氣)를 발휘해 유비의 손짓을 쳐내는 위연?
작가는 그런 위연의 행동을 비웃는다. 저런 기골(骨氣)을 발휘하는 것조차 사람 봐가면서 뻗대는 것이 아니냐고.
결국 타협할 생각이면서, 남들 앞에서만 저런 기골을 발휘할 뿐이라고.누군가는 저런 행위가 대단하다 치켜세우겠지만, 저런 행위도 속내가 있는 것이라고.
체면을 버리고, 이름을 떨치기 위해 용기있게 유비에게 투항하는 황충?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황충은 주인을 갈아탄 것이 아니냐 되묻는다.
기회가 오자 냉큼 물고는 주인을 갈아치운 것이 미화될 행동인가, 라며
체면 운운은 차치하고, 주인의 쓰다듬을 받고자 쪼르르 달려가 머리를 수그리는 애완동물같은 행동이 과연 '빛으로 투신했다'라 추켜세울 일인가?
충의지사, 입목삼분(入木三分)의 한현?
작가는 이전 권부터 계속해서 입목삼분(入木三分)이라는 말을 써서 한현을 철저히 조롱한다.
제대로 무엇 하나 이뤄보지도 못하고 실패한 인간에게 '참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入木三分)'라느니 '참 대단한 기세입니다(入木三分)'라며 돌려 멕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간 '입목삼분'이란 사자성어를 쓰며 조롱하던 작가님은, 그의 최후를 두고 한 마디 툭, 던지는 것이다.
한현 당신은 방관자 역이 딱일 뿐이라고.
화봉요원이 원체 냉소적인 작품임은 잘 알려져 있으나
61권은 그 중에서도 특히 심한 권이긴 하다...
읽으면서 참..씁쓸하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하고..우울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