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모습은 어제와 같았다. 아니, 오늘 아침에도 출근이란 것을 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며, 저녁에 퇴근하는 걸 반복한 것을 보면 같은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 속에 섞인다. 하지만, 섞여지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나는 일개 이방인일 것이다. 이방인은 그들 속을 지나쳐 중심가로 간다.
네온사인이 빛나는 중심가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일해야 하는 토요일 전의 금요일에 사람들은 음주하며 이미 잡은 약속하기 위해 모인 모양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쾌락이 느껴졌다. 아마 술이라는 물건에 점점 취해 가는 모습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마지막에 먹은 만찬에서도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신 것 같았다. 내가 체포되기 전 만찬에서 누룩을 넣어 반죽하지 않은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눠주고, 식후에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었다. 반면, 지금 사람들은 그런 경건함은 보이지 않고 쾌락만이 느껴졌다.
번화가를 지나 공원에 다다랐다. 고요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늦은 밤이라서 그런 것인가? 알지도 모르겠다. 갈 곳 없는 몸은 공원의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해본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부랑자로 찍히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경찰이란 사람들에게 여러 번 불려간 것을 보면 이미 부랑자로 찍힌 듯하였다.- 벤치에서 차가운 느낌이 올라왔다. 아직은 날이 쌀쌀한 모양이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눈을 감았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친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같이 들렸다. 벌써 아침이 된 것 같았다. 방랑자는 몸을 일으켜 도심으로 향한다. 거리에는 어제 출근하였던 사람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출근을 하였다. 그들의 모습에서 새로움은 찾을 수 없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새로움을 찾기 힘들었다. 무료 급식소라는 곳으로 향한다. 무료 급식소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마물에서 대피한다며 제대로 챙기지 못한 탓인가, 그들의 모습은 꾀죄죄하였다. 가끔 어린아이도 보이는 것 보면 상황이 장기화 된 모양이었다. 그들은 온몸을 떨고 있었다. 차가운 거리에서 하룻밤 묵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나 역시 그들의 차림과 비교하면 꾀죄죄한 것은 당연하였다.
“한 분씩 들어오세요.”
부랑자들 사이로 단정한 옷차림을 한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밥을 먹으려 향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 그들을 따라서 식사하기 위해 들어갔다. 줄을 서고 식사를 배급받았다. 생선구이와 채소 반찬 두어 가지, 콩나물로 끓은 국을 받았다. 자리에 앉아 식사하기 시작했다. 맛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거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 햇볕을 어느덧 따가워졌다. 공기도 더워졌다. 데워진 공기 속으로 들어간다. 방랑자는 다음 목적지를 따라 주저 없이 움직였다. 방랑자의 목적지는 강둑이었다. 강둑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시원한 강을 쳐다보며 데워진 공기를 조금이라도 식혀지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그들 속으로 들어갔다. 어색함이 감돌았다. 방랑자는 시원한 강물을 쳐다보았다. 방랑자는 인간이었던 시절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요한이라는 자였나, 그가 내리는 세례를 물을 통해 받았을 것이다. 그의 세례가 끝나자 하늘에서 비둘기가 내려오고 목소리가 들렸다.
방랑자는 강둑에서 시가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가지의 한편에서 경찰들이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이야기하길, 마물이 출몰하였다고 하였다. 경찰이라는 자들이 총기를 들고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다른 한 명은 무전기라는 물건을 들고 고래고래 외치고 있었다. 무전의 내용을 보면 마물이 출몰한 모양이었다. 흥미가 생겼다. 경찰 한 명이 권총을 뽑아 들고 급히 뛰어갔다. 경찰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늑대의 형상을 한 마물들과 인간의 모양을 한 검은색의 마물들이 시가지를 배회하고 있었다. 경찰이란 자는 그들에게 사격을 가했다. 너무나도 약했다. 권총은 마물 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경찰은 총격을 가했다. 가엾게 느껴졌다.
마물이 내 쪽을 쳐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날 공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쪽이 빨랐다. 서서히 바닥이 얼기 시작하더니 마물의 다리부터 얼리기 시작하였다. 마물은 당황해하며 날 쳐다보았다. 그는 저항조차 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순식간이었다. 지원을 요청하던 경찰들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물어보았다. 그의 모습에선 날 평범한 사람으로 ㅂㅈ 않는 듯하였다.
“저는 한 명의 방랑자일 뿐입니다.”
경찰들은 방랑자라는 말에 아무 말 못 하였다. 그들과 나는 동화되지 않았다. 그들을 지나쳐 나온다. 그들은 얼어붙은 마물을 포위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통제구역을 지나니 어떤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는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정령의 기운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정령의 힘을 가지고 마물과 싸우는 마법 소녀로 보이는 듯하였다.
“정령이신가요?”
“정령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령이라는 말에 소녀는 경계를 푼 모습이었다. 나도 적개심을 풀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령이면 왜 혼자 다니시나요?”
“마법 소녀하고 계약하고 싶진 않네요.”
“정령이면 왜 파트너를 찾지 않는 것인가요? 다른 정령들은 파트너를 찾으려고 아우성이잖아요.”
소녀는 어이없다는 모습으로 날 쳐다본 것 같았다. 반면 나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싸워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세계를 지켜야 하잖아요. 마물들에서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이 보이지 않으세요?”
“인간이란 이미 죄악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래도 정령이라면 마물들의 공격을 막으려고 하잖아요.”
“자신들의 이익 때문이죠.”
“당신은 대체 왜...”
소녀는 나에게 호소하듯이 말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네요. 모든 것이 헛되네요.”
소녀는 내가 한 말에 뭐라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마물이란 존재가 침공하였다. 사람들은 마물들의 침공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갔다. 사람들은 점점 마물이란 것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였다. 마물이란 존재의 공격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국가는 계엄령을 발령하였다. 그때까지는 잘 참은 듯하였다. 우리들의 착각이었다. 마물들의 침공으로 폐허가 되어가는 곳은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마을은 큰 피해가 없었다. 가끔 한 무리의 소녀들이 마법을 사용하여 마물들을 소멸시킨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그들을 직접적으로 목격했다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생각해보면 마물들이 침공하였을 때 마물을 사냥하는 소녀들 대신 군인들이 출동하였다. 군인들을 믿었다. 군인들 역시 우리의 믿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기대에 다 할 수 없었다. 최전선으로 간 군인들은 최대한 저항하였다. 그들의 저항은 무의미하였다. 군인들은 하나둘씩 쓰러져 간 듯했다. 국기를 이불 삼아 덮어진 사람들을 실은 트럭들이 천천히 격전지에서 빠져나갔다. 불안한 느낌이 감돌았다. 빠져나오는 트럭의 반대편으로 장갑차와 빼곡하게 군인들을 실은 차량 들이 전선으로 향하였다. 여러 번 반복되었다. 여러 번 반복되어가니 우리는 점점 희망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만일 신이 있다면, 어쩌면 기적이란 것이 존재하면 일어나길 바랐다. 하루하루가 지쳐갔다. 그래도 우리는 잘 참았다. 하지만, 한 장의 우편이 날아올 때 참지 못하였다.
“동사무소에서 온 것 같다.”
우편을 열어보시던 어머니는 아무 말 못 하였다. 입영통지서였다. 마물들의 침공으로 군인들이 죽고, 예비군이라는 집단들도 죽자 기어코 어린 학생들인 우리도 징집한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들고 있던 통지서를 떨어뜨렸다. 통지서를 들어 천천히 쳐다보았다. 가까운 군부대의 신병교육대로 모이라는 내용의 문서였다. 문득 아버지의 식탁 자리를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입영통지서를 찬찬히,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은 듯하였다. 실감 나지 않았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나이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저 하던 식사를 속행하였다.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민간인으로 남은 시간이 168시간이 남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계속하던 어머니는 수저를 놓으셨다. 묵은내 나는 쌀과 김치, 마물의 침공으로 바뀐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았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분명 머리에는 떠오르는 것이 많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답답했다. 모든 것이 답답했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밖은 평온했다. 십여 킬로미터 너머에 군인들이 마물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평온하였다. 거리를 걸어간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평소라면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눴을 것이다. 혹은 어린아이들이 공원의 놀이터에서 뛰어놀았다.
텅 빈 벤치에 앉아 주변을 앉아 먼 산을 쳐다본다. 산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은 알록달록 꽃으로 물들었다.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르고 지낸 것이었다. 마물들이 나타난 것이 어제 일 같았다. 분명 어제 일이 맞았다. 시간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간은 벌써 3개월이 지났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거짓말을 하기 바랐다.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전투폭격기의 소리였다. 아마 마물에 폭탄을 투하할 모양이었다. 그들의 공격이 효과적이길 바랐다. 어쩌면 마물들이 우리 동네에 침공하지 못한 것을 보면 그들의 공격은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저벅저벅 공원을 걸어간다.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꾀죄죄하였다. 그들은 낡은 담요를 걸친 채 앉아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는 공포가 보였다. 마물의 침공을 피해 피난 온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에게 희망은 찾을 수 없었다. 그들 속으로 어떤 소녀가 왔다. 그녀는 겁을 먹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소녀는,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건네주었다. 아이들은 안심하고 사탕을 받아 먹었다.
“혹시 자원봉사자인가요?”
소녀는 날 쳐다보았다. 앳되 보이는 소녀는 아직 고등학생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 됬다.
“아, 네. 마물들의 침공으로 아이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혹시 단체에 소속되셨나요?”
“아니요.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에요.”
소녀는 환하게 웃음을 지어보았다. 하지만, 소녀에게서 슬픔이 느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슬픔이 느껴졌다.
“제 이름은 하은이에요. 고등학생 1학년이에요.”
“저는 준호에요. 고등학교 2학년인데, 다음 주에 입대해요.”
하은이라고 하는 소녀는 입대한다는 말에 아무 말 하지 못하였다.
“자진해서 가는 것인가요?”
“아니요. 통지서가 날아왔어요.”
소녀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소녀의 모습에서 아버지가 생각났다. 왜인지 모르겠다. 아무 이유 없이 아버지가 생각났다.
“자원봉사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같이 도와도 괜찮을까요?”
“네.”
소녀는 환하게 웃어 보았다.
“먼저 어린아이들을 달래주세요. 어린아이들이 이 상황에서 제일 고통스러울 것이에요.”
“근데 여기서 어떤 것을 하세요?”
“어린아이들을 달래주고 가끔 정부의 사람들이 오면 그들을 도와줍니다. 이걸로 부모 잃은 아이들이 많아요. 그들을 도와주세요.”
소녀는 아이가 있는 곳으로 날 데리고 갔다. 아이들은 순수했다. 이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이 상황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트럭 여려 대가 들어왔다. 하은이 말한 정부의 트럭으로 보였다. 트럭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아마 배급품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그들에게서 질서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배급을 받는데 원활하게 해야 해요.”
하은은 트럭으로 뛰어갔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트럭으로 뛰어갔다. 그녀를 따라 트럭으로 뛰어갔다. 하은은 익숙하다는 듯 트럭에 올라갔다. 그녀는 트럭에 있는 사람하고 무엇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하은은 정부 직원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며 배급품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입대 1주일 전의 기묘한 하루였다.
연재처에 올려야 할지 말아야할지 몰라서 일단 여기에 올리는데 내가 적었지만 잘쓴거 같지가 않다
Ygolonac
기대는 안하는데 연재처에 올려도 될지 자신이 안 서서 그럼
내가 글 이런 형식으로 쓰다가 한 소리 들었어서 댓 적고가. 문단을 너무 크게 잡지말고 줄을 자주 띄워줬으면 좋겠어. 인터넷에 글 올릴때 한줄씩 띄우는거처럼. 나도 별 생각을 안했는데 이게 가독성을 크게 좌우한다고 하더라구. 나 역시 대충 글싸는 초보라서 구구절절 딴지거는건 할 줄 모르겠다.
쓰다보니 문단이 크게 잡혔는데 조금 참고하겠음